세종대왕을 만나다 김 준 선
4월의 봄 날씨는 화창했다.
지하철을 타고 여주까지 갈 수 있다기에 벼르고 벼르다 판교에서 경강선을 탔다.
경기도 광주부터는 지상으로 달려서 봄을 가까이에서 마주해보니 지하철이 아니라 교외선 관광열차를 탄 느낌이다. 공휴일이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서 조용하고 쾌적했다. 신분당선 판교역과 분당선 이매역에서 경강선을 타면 된다.
오랜만에 봄 들판과 야트막한 산의 경치를 바라보니 들에는 물을 담아놓은 논이 여기 저기 여러 곳이 보인다. 아마도 볍씨를 뿌려놓은 못자리 논이라 생각된다. 모가 자라면 이앙기로 다른 논에 모를 심어서 이곳의 특산물인 양질의 쌀이 대량생산 될 것이다. 밭은 멀리보이지만 가지런히 밭고랑을 만들어 놓은걸 보니 무엇인가 곡식의 씨앗을 뿌렸거나 심어놓은 것 같았다. 부지런한 농부들은 누구보다 먼저 봄을 맞이하고 과수원에는 가을이면 과일이 될 꽃들이 가지치기를 끝내고 단정하고 정리된 모습으로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과일이 비싸니 헤아릴 수도 없는 많은 열매가 열려주었으면 좋겠다. 산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가꾸지 않은 온갖 종류의 나무에 핀 꽃들이 온 산을 뒤덮고 있는 봄꽃동산이다. 사람이 가꾸어 주지 않은 산에 있는 이름 모르는 풀꽃과 나무들은 햇볕과 바람과 비가 키워낸다. 저들도 다 예쁜 꽃들인데 지금까지는 관심과 눈길을 별로 주지 않았던 게 미안해진다. 봄을 맞으러 나갈 생각도 않았던 나의 답답한 일상이 밖에 나와 보니 우물 안 개구리처럼 느껴진다. 그 일상으로 되돌아가겠지만 변해가는 계절 속으로 들어가서 가끔씩 큰 숨을 들여 마셔보고 싶다.
세종대왕릉 역에서 내려 왕 중의 왕이신 세종대왕릉인 영릉(英陵)을 참배하고 이 땅의 모든 백성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보살펴주시기를 기도했다.
왕릉으로 올라가는 곳에는 세종대왕시절에 발명했던 여러 과학기구들이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영릉입구에는 분홍색보다 진한 붉은 빛깔의 진달래꽃을 군데군데 심어놓았다.
푸른 소나무 숲과 잔디밭과 오래된 전통건물이 있는 이곳에 진달래꽃 색깔의 조화는 잘 어우러지고 눈에 확 띄었다. 왕릉주변에 소박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진달래꽃이 피어있어 권위나 위엄만이 아닌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4월에는 진달래능선을 개방하고 있어서 곱게 핀 진달래동산도 볼 수 있다.
세종대왕릉인 영릉(英陵)은 1446년 소현왕후 1450년 세종대왕의 합장릉을 조성했으나 1469년 이곳 여주로 천장 현제의 장소로 모셔졌다. 가까운 곳에 또 다른 영릉(寧陵)이 있었으니 조선17대 왕인 효종과 인선왕후의 쌍릉이다. 북벌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41세로 떠나신 효종왕도 이곳에 모셔져있었다. 두 영릉이 가까이에 있었다.
좋은 삶을 살아야만 좋은 땅 명당터로 간다는데 두 분의 왕이 계시는 이곳은 최고의명당터 일 것이라 생각했다. 삶과 죽음 후가 하나로 이어지는 것 같아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생각도 해보았다. 영릉 입구에는 두마지기정도의 논이 있었고 전주이씨 문중에서는 이 논에서 해마다 벼농사를 지어 왕의 제사를 모신다고 한다. 공해 없는 곳이고 거름을 주지 않고 깨끗하게 농사를 짓는 것 같아보였다. 입구의 큰 연못은 계곡물을 끌어들여 인공적으로 만들어 진 것 같은데 수질은 깨끗해보였고 배산임수 (背山臨水)의 임수에 해당되는 부분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수도꼭지에서는 계속 산에서 내려오는 듯 보이는 깨끗한 물이 연못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연못은 왕릉참배객들의 쉼터로 쉬어가기도 하지만 물속에는 부지런히 살아가는 잉어들의 삶도 있었다.
여주지하철종점이나 영릉입구에는 대형시티투어버스도 다니는데 관광지 아홉 곳을 잠간씩 보여준다는데 보고 싶은 곳이 많아 그곳은 놓쳤다. 다음은 신륵사다. 고려우왕2년(1376)년 나옹선사가 이곳에서 입적했고 강변에 세워진 유일한 사찰이며 조선시대에는 세종왕릉의 원찰이었다. 이곳의 남한강은 강폭은 넓고 잔잔했다. 이곳은 자동차가 없던 조선시대 강을 따라 물자교역이 번성했던 상업중심도시였고 지금은 황포돛배(세종대왕호)를 타고 남한강을 따라 영릉 신륵사 영월루 등을 관광할 수 있다. 남한강변에는 대형호텔과 콘도가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여름철에는 많이 복잡할 것 같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오늘이 5일장이라 하니 재래시장 구경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시장에는 묘목 모종 꽃씨 농기구등 우리가 자주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계절에 맞는 먹거리와 생활 물품들이 번갈아 가며 시장에 나올 것 같다.
채소모종과 꽃모종을 사고 싶었지만 가져오기 힘들어 포기했다.
이곳에 와보니 지하철을 타고 올 수 있어서 생각보다 멀지 않았고 박물관등 볼거리가 많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황포돛배를 타고 남한강물에 배의 방향을 맡기고 남한강을 따라가 보면서 속세를 떠난 것처럼 유유자적 (悠悠自適) 경치에 취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금은 각 지자체에서 자기고장의 특산물과 관광지등을 홍보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느 지방에 가도 하루 볼거리 먹거리 등이 해결되고 농어촌체험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이 생겼다.
도시 농촌 간 서로에게 좋은 일인 것 같다. 자주가도 좋고 어느 곳을 가도 좋을 것 같다. 해외에 나가는 것 보다 편하고 재미있고 유익할 것이다. 다리가 떨리기 전에 더 많이 다니고 싶은데 핑계가 많다. 이곳에 다시 오고 싶은 이유는 도자기 만드는 과정도 보고 싶고 전시되어있는 도공들의 예술혼이 담겨있는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어서다. 남한강에서 황포돛배를 타면 영릉을 보게 되고 다시 세종대왕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다음번 여주 가는 길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