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부여 부소산성, 낙화암, 고란사 (2008.1.5)

[자운영세상]

부소산에 들어서면 곳곳에 흙을 다져만든 나지막한 토성들을 만나게 되는데

평상시에는 궁궐의 후원으로 이용되었으며 유사시에는 왕궁을 방어하는 최후의 성곽으로

머리띠식과 포곡식이 함께 있는 2천 5백미터의 복합식산성이라고 한다.

처음에 매표를 하고 들어서면서 낙화암과 고란사가

주차장과 그렇게 먼거리에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늘 차에서 내리면 금방 눈앞에 보이는 풍경들에 익숙해 있던 터라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겨울임에도 푸르른 소나무와 아직도 가을색을 안고 있는 낙엽들 때문에

산책하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게다가 오늘의 날씨까지 매우 맑음...

지난 번 신륵사 답사 때 너무 추웠던 기억 때문에

옷을 단단히 입고 왔는데 그 옷들이 무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길을 걷고 걷고 1시간은 족히 걸었던 것 같다.

와 보지 않은 길이라 1시간이 더욱 길게 느껴진 것 같기도 하다.

삼층사 앞을 지나고, 영일루에 오르고, 군창지도 지나고,

반월루에도 올라보고, 도착한 곳은 낙화암(백화정)이었다.

우리의 목적지... 낙화암...

역사책에서 3천궁녀 하면 떠오르던 낙화암, 그리고 백마강..

그 역사 현장에서 서는 감회가 새롭다.

암벽위에 세워진 백화정은 역사의 현장이란 이유 때문인지

암벽도, 소나무도 예사롭지 않았다.

백화정에서 바라보는 백마강은 잔잔하게 흐르고

해질무렵 펼쳐진 갈대숲과 푸르른 백마강이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해질무렵 낙화암에서 바라보는 일몰...

어둠이 오히려 우리 가족을 가깝게 만들어 주었다.

고란초와 고란약수로 유명한 고란사.

낙화암 아래에 위치한 고란사는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약수가 있는데

그 약수를 먹은 할아버지가 갓난아기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우리가 고란사를 들른 시간에 스님의 염불 소리와

스님의 타종소리가 들렸다.

한번 칠 때마다 그 울림이 온몸에 전율처럼 전해져 왔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는가....

스님의 타종소리에 절로 숙연해진다.

삼성각...

스님이 염불중이라 안을 들여다 보지 못했다.

부소산성 입구 주차장에서 고란사까지 오고가는 시간이 2시간 넘게 걸렸다.

그래서 이 곳에는 고란사 선착장에서 부여시내로 가는 유람선이 있다.

유람선은 마지막배가 5시 30분 정도 되는 것 같다.

고란사를 막 내려가는 길에 선장 아저씨가 "마지막 배입니다 " 라고 하는 소리를 듣고

탈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배가 떠나버렸다.

사실 고란사의 약수를 먹어 보지 못한 상태라 떠날 생각은 없었지만

배를 타고 바라보는 백마강의 풍경과 낙화암의 붉은 기운이 궁금하긴 했었다.

다음에 가면 꼭 유람선을 타봐야겠다.

아이들은 낙화암까지 가는 길이 매우 즐거웠던 모양이다.

산책도 하고, 좋은 구경도 하고, 역사공부도 하고... 일석 삼조...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부소산성 입구 주차장 앞에 있는 갈비집에서 갈비를 먹었다.

경기도보다 확실히 물가가 싸다.

경기도는 왜 이렇게 물가가 센지...

갈비를 먹은 김에 부여군청 쪽으로 가서 부여시내를 구경했다.

시내라고 하기에는 사람들이 너무 보이지 않았지만

상가의 간판들이 이 곳이 시내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시내 삼거리에 세워진 성왕의 동상을 볼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었다.

부여시내에 있는 노래방에서 40분동안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어떤 도시를 답사 할 때 그 답사지만 딱 보고 돌아오는 건

그리 의미있는 답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시간에 쫒기어 이것저것 보는 것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천천히 보고, 즐기고, 느낄 수 있을 때 그 도시가 마음으로 오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공주와 부여가 행복했던 도시로 기억되길 바란다.

- 2008.1.5. 자운영

[현진]

아이들과 답사를 같이 하셨나봐요. 저 곳은 저도 아이들하고만 갔던 곳입니다. 호젓하게 언제 한번 가봐야할터인데...

[선과]

제 뇌리에는 이른새벽의 백마강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글 자주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