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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 - 한 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希望)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沈默)을 휩싸고 돕니다.
작품의 특징 (2009 수능 출제 작품)
임을 향한 영원한 사랑의 노래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세련된 비유와 유장(悠長)한 리듬감 속에
심오한 사상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고도의 상징적 수법을 사용하여,
작품이 연가풍(戀歌風)의 흐름속에서도
서정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깊이가 느껴진다
- 여성적 어조와 경어체를 사용하여 간절함을
드러내었으며, 서로 모순되는 시어를 대응시켜,
상반되는 심상을 합치시키고 있다
- 이별의 슬픔을 희망으로 전이(轉移)시키면서,
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시적 허용(님)’이 사용되었고,
구도(求道)의 과정이 나타나 있다
한용운님의 시, 원문은 이런 구도는 아니지만
세속적인 이해와 읽기좋은 구도로
편집 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 아침누리]
2022.11.23.아침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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