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마음 가는 대로
네이버블로그 http://blog.naver.com/sns6319/ 마음 가는 대로 여행을 떠나요!
우연히 방문한 미사리의 한 카페에서 국민가수 인순이 씨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평소에 너무나 좋아하는 가수를 지척에서 만나다니 정말 행운의 날이었다. 방송에서 보았던 그녀의 폭발적 가창력과 멋진 춤은 현장에서 더욱 빛났다. 활력 넘치는 에너지로 객석의 많은 사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여기저기서 감탄과 박수가 쏟아졌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열정을 분출하며 노래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 충분히 쉬고 싶은 나이가 되었음에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변화를 추구하며, 건강한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사람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무대 위의 화려함이나 유창한 노래 실력도 그녀의 매력이겠지만, 무엇보다 따라 하기 힘든 파워풀한 그녀만의 생동감이 가장 치명적인 매력이다. 도대체 60세가 다 된 그녀에게서 분출되는 뜨거운 에너지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나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마음껏 즐기며 그녀가 분출하는 에너지를 기분 좋게 흡수했다. 며칠 후 언론에 그녀의 인터뷰가 실렸다.
‘1년에 2~3일은 특별한 휴가를 가요. 가톨릭 신자이지만 산사에 들어가서 스님과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요. 그러면 마음에 쌓인 서러움이 풀리더라고요. 산속 휴양지에서 묵언 수행을 하며 책만 읽을 때도 있답니다.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새로운 에너지가 샘솟게 도와줘요.’
365일 중에서 딱 2, 3일은 자신을 위한 특별한 휴가를 즐기는 것. 나만을 위한 맞춤 휴(休) 테크. 이것이 그녀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샘솟게 도와주었음을 알고 난 후 나는 “역시 다르구나!”를 연발하였다.
∇ 내 인생의 간이역
기나긴 인생길을 가려면 가끔 쉼이 필요하다. 간이역처럼 잠시 쉬어가면서 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복잡한 머리를 비우고 감정을 생생히 살아나게 한 필요가 있다. 그러한 쉼은 새로운 출발을 기약할 수 있다. 제대로 쉬어야 잘 뛰고, 제대로 쉬어야 오래 달릴 수 있다. 쉴 때 쉬어야 내가 원할 때 힘을 내어 달릴 수 있다. 휴식을 무시하고 계속 달리기만 하면 정말 필요한 순간에 힘이 나지 않는다. 더 오래 달리고 싶지만 너무 빨리 지쳐서 달리기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큰 인기를 끌었던 광고 카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휴식 속에서 힐링을 찾고, 힐링 속에서 원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기초공사를 무시하고 건물은 지으면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나의 몸 상태를 무시하고 계속 달리기만 한다면 나 역시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말처럼 지키기 쉬운 것은 아니다.
성공을 좆고 야망을 향해 달리는 사람일수록 휴테크는 더욱 필요하다. 지쳐버린 자신의 몸 상태를 무시한 채,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교체하지도 않은 채 빨리 달리라고 채찍질만 하는 것은 자만을 넘어 자학일 뿐이다.
“일 년에 꼭 한 번 해외로 트레킹을 나가요. 그렇게 트레킹을 갔다 오면 일 년을 거뜬히 버틸 수 있어요.”
“혼자 여행을 자주 가요. 안 해본 사람을 모를 거예요. 벌써 십 년이 넘었어요.”
“주부라서 여행가는 것도 편치 않지만, 힘들 때 속초에 가요. 아침에 갔다 저녁에 돌아오지만 바닷바람 쏘이고 오면 헝클어진 마음이 파도에 씻겨서 사라져요.”
“삼 일 정도 휴가 내서 집에서 영화 보고 드라마 보고 푹 자고 나면 방전된 내 몸이 충전된 것 같아요.”
“맛 기행이 취미라서 먹는 것으로 힐링해요. 이거라도 있어서 참 다행이죠. 안 그러면 폭발해버릴 것 같아요.”
“낚시를 해요. 저수지의 고요한 밤공기를 마시며 찌만 보고 있어도 사는 맛이 나요.”
휴식은 새로운 출발을 앞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영양제이다. 혁신적인 새로운 출발의 다짐이 필요 없는 사람일지라도 하루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비타민 같다.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않고는 제대로 뛸 수도, 뜨거운 열정을 지속적으로 불태울 수도 없다.
멋지게 인생을 역전하고 운명의 톱니바퀴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욱더 자신을 건강하게 지켜나가는 쉼에 대해서 자기만의 노하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남들보다 덜 지치는 체력이 있어야 힘껏 일할 수 있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으니까.
∇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연습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빈센트 반 고흐. 위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는 평생 정신병과 가난에 시달리다 권총 자살로 인생을 마감한다.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르고, 자학과 기행으로 얼룩진 음울한 화가의 전형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두 차례의 실연, 화랑 근무 부적응으로 인해 성격마저도 음울하고 편협적이었던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사람과 접촉을 끊고 절망 속에서 덩그러니 그림을 그리는 것뿐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자신의 천직이며 소명임을 깨달았지만, 그림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살아생전에 그의 그림 중에서 팔린 것이라고는 〈붉은 포도밭〉 단 한 점뿐이었으니까. 지금의 인지도와는 사뭇 다르게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한 평범하기만 한 화가였다. 오죽하면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느껴질 때면 고흐의 자화상을 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겹겹이 둘러싼 불행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그런데 그런 삶이 오로지 불행만 보여주는 건 아니다. 그는 숱한 자화상을 남겼는데, 그림 속에는 그 자신의 기이한 행동과 자학적인 모습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드러내는 태도가 숨어 있다. 〈파이프를 물고 있는 자화상〉, 〈밀집 모자를 쓴 자화상〉, 〈귀를 자른 후의 자화상〉, 〈자화상〉 등 수많은 자화상을 남긴 그의 그림 속에서 아우성치는 그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다. 제삼자를 위한 그림이 아닌, 그 누구보다 자신을 위한 그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철저하게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난 사람이었을까? 그에게 직접 물어볼 수 없기에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없겠지만, 만약 그가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며 유리관에 갇혀 살았다면 그의 그림에 반항과 자유분방함이 나타나진 못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가난과 외로움으로 점철되어 있어 불행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누구를 위해 사는지 분간조차 되지 않을 만큼 타인의 시선 때문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람들이야말로 행복하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내 인생의 간이역을 만드는 것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면 가능하지 않는 일이다.
프랑수아 를로르는 《꾸삐 씨의 행복 여행》에서 결국 자기 자신 안에 살고 있다고 했으며,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인생 수업》에서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나이기에 내가 더 행복해지려면 타인의 시선에서 때로는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감하게, 통쾌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소심한 성격 때문에, 사회적 지위와 평판 혹은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수 있다. 누구나 이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당장 직장이나 이웃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 하고 싶은 말 다 하면서 숨기는 것 하나 없이 탈탈 털어 보여준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나 타인의 시선 때문에 쇼윈도 부부, 쇼윈도 우정, 쇼윈도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오래가지 못할 거짓과 위선이며,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길이기도 하다. 한 번 사는 인생 내 마음대로 살기도 어려운데, 타인의 눈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속으로 곪아가는 마음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충실하면 된다. 더 늦기 전에, 너무 늦기 전에 타인의 시선 때문에 삶과 생활을 지탱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나는 나일 뿐인데 더 괜찮은 사람처럼 꾸미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회적 틀에 짜맞추듯 꾸민 내가 본래의 나를 삼켜버렸다. 이젠 더 이상 물러서면 안 된다. 오롯이 나의 삶과 기막히게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가짜 나’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기막히게 운명을 역전하여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타인의 시선 하나 벗어나지 못한다면 주인공이 되겠다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반복된 연습과 훈련이 지속된다면 ‘진짜 나’로 살아가는 일이 지금보다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진짜 나를 발견하기 위한 첫걸음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간이역으로 가는 것이다. 지금 떠나자, 마음 가는 대로. < ‘내가 나를 위로할 때, 고달픈 감정에 휘말려 셀프 힐링이 필요한 순간(김나위, 다연, 2018.)’에서 옮겨 적음. (2023. 2. 9. 화룡이) >
첫댓글
힘들 때 쉬어갈 수 있는
인생의 간이역 한두 개쯤 마련해두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