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준비를 하면서
첫사랑의 처음 만남이 이리 설레었을까?
몇 년 전부터 무척 가고 싶었던 곳 ‘아침가리골’!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그동안 몇번의 공지가 있었지만 지방 거주의 나로서는 도저히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방학을 앞두고 올라온 9명을 모집한다는 공지 내용을 보고 이번엔 시간이 맞아서 행여나 커트라인에 걸릴세라 늘산에님 다음에 2번째로 신청을 하였다.
그 후로 신청자는 산하늘과 사랑사랑님 단 둘 뿐, 난 성원 미달로 계획자체가 취소되는 게 아닌가 마음 졸였다.
나중에 릿지님에게서 받은 메일을 보니 우리 ‘오디산우회’4명 뿐이 아니고 강남구청팀, 오프로드팀, 오지트레킹팀 등 4개조에 무려 25명 정도의 대군단이었다.
준비물 안내를 보고 챙기다보니 딱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구명조끼!
옛날에 사서 사용하던 것은 이미 폐기 처분하여 없어졌고, 이리저리 알아봐도 구명조끼를 구할 길이 없었다.
한번 사용하자고 돈들여 사기는 싫고!
아직 어린 조카들이 있는 동생네로 전화를 걸었다.
“야, 니네 혹시 구명조끼 같은 거 있냐?”
“예, 있었는데 작년에 뜯어져서 버렸고요,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타던 비닐 튜브는 2개 있는데요.”
“뭐? 비닐 튜브? 야 내가 쪽 팔려서 그걸 어떻게 타냐?”
“그렇긴 해도 없는 거 보단 낫지 않겠어요?”
“알았다. 내가 좀더 알아보고......!”
알아볼 만큼 알아본 후에 별 수 없이 꽃무늬가 화사한 어린이용 튜브를 하나 빌려서 짐을 다 꾸렸다.
## 2. 출발(07.07.27 금)
난 출발장소인 강남구청이 어딘지 전혀 모른다.
길도 알아볼 겸 우리 조에서 준비할 것이 없나 조장인 늘산에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27일 오후 3시에 대전에서 회사관련 회의가 있으니 마치고 천안에 도착하면 시간이 거의 맞아떨어질 것 같다는 말씀.
가급적이면 천안에서 갈 때 ‘천안명물 호두과자’를 가져가고자 하는 것이 나의 기본 방침!
접선시간을 알아보려 늘산에님께 전화를 넣었더니 천안삼거리휴게소 근처란다.
나보다 먼저 천안TG에 도착할 것 같다고 말했더니 잘됐다고 휴게소에 들러 아직 해결 못한 점심을 해결하고 오겠다고!
나도 잘됐다 싶어 중간에 내려 호두과자를 한상자 샀다.
버스를 타려는데 바로 오지 않는다. 꽤 기다려 타고 가는데 전화가 왔다.
“톨게이트에 도착했는데 어디 계세요?”
“아, 가는 중입니다. 거기서 기다리세요.”
톨게이트를 좀 지나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는데 어디 서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몇 번 시행착오를 범한 후에 겨우 접선을 하고 올라오는데 수원을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막히기 시작하더니 궁내동 톨게이트를 통과하고 나니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속도가 나지 않는다.
이미 산하늘과 약속한 7시는 넘은지 오래고 8시 30분경이 되어서야 만났다.
중간에 저녁식사를 하고 열심히 달려가다가 커브가 심한 고개길을 내려가는데 급브레이크를 가끔 밟아 심사가 불안하기 그지없다.
나중에 늘산에님 하는 말!
“ABS 브레이크 장착 안했으면 몇 번 나를 뻔 했어요!”
“---메야?”
말이 안 나온다. 뭔가 앞날이 험난할 것 같은 불안감이 물밀듯이!!!
## 3. 펜션에 도착 (‘비개인후’033-462-1393, 010-7128-5361)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헤드라이트 불빛외엔 보이는 것이 없어서 주변의 절경은 미루어 짐작만 하고 먼길을 달려 철정 검문소에 도착을 하여 우회전을 하니 다온 듯한 기분!
내비게이션에 힘입어 사랑사랑님 소유의 펜션‘비개인후’에 도착을 했는데 길가에 차량만 죽 늘어서있고 입구가 안 보인다.
이리저리 모가지를 쭉 빼고 찾고 있는데 나만치나 날씬하고 안경을 쓴 분이 나와서 안내를 한다.
혹시나 해서
“사랑사랑님이세요?”
“예, 맞습니다.”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이 넘어서 있었다. 진입로 시멘트 포장문제로 오늘은 사용이 안된다고....!
## 4. 아침가리골 가는 길(07.07.28 토)
어제 밤에는 우리만 늦은 것이 아니라 낮에 도착한 릿지님을 빼고는 거의 비슷한 시간에 도착을 하였다고 한다.
이미 밤참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나는 처음 만나는 분들이므로 인사나누고 술한잔 하고 하다보니 새벽 2시가 넘었다.
내일을 위하여 자자고 말해보았지만 여성분들을 제외하곤 연중 몇 번 없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지 술자리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먼저 늘산에님이 쳐놓은 호텔보다 더 쾌적한 텐트에 들어갔지만 시끄럽기도 하고 본래 예민한 신경 때문에 자리가 바뀌어 잠은 오지 않고 모두 조용해진 3시가 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이래가지고 내일 정상적인 트레킹이 가능할지.....?
7시경 일어나 눈을 떠보니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거의 구름에 덮여있다.
일기예보에는 비 한차례라고 했는데 물속을 헤집고 다니면 춥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모두 일어나 아침을 해먹고 도시락 싸들고 예정시간 9시를 훨씬 넘겨 방동리를 출발했다.
조금 가는데 우리차 기사인 늘산에님이
“어? 차 연료부족 등이 들어오네요.”
“뭐야? 그럼 우린 어떻게 해?”
“괜찮을 겁니다. 불 들어오고도 50킬로는 거뜬해요.”
“그거야 평지에서나 그렇지 경사길에서도 그래?”
“글쎄요.”
나, 죽겠다. 그렇다고 가까이에 주유소도 없는데 되돌아 갈 수도 없고......!
할 수없이 ‘차가 여러 대이니 무슨 수가 있겠지’하고 그냥 갔다.
포장도로도 진동산채가(?)에서 끝나고 4륜구동이하의 차는 그곳에 주차시킨 다음 나머지 차에 나누어 타고 방동약수를 지나 굽이굽이 첩첩산중을 넘어가는데, 운전경력 14년인 나는 도저히 이런 길 못 간다. 거기다가 외길에서 중간에 차를 만나면 어디로 피하나? 피하다가 잘못하면 낭떠러지로 쑤셔 박힐 텐데!
무사히 아침가리골에 도착하여 다른 팀들은 먼저 차에서 내려 계곡으로 트레킹을 시작하였고, 우리차팀 6명은 초행인 나를 위하여 폐교된 조경동분교로 향했다.
폐교된지 몇십년되었다는데 교실한칸에 숙직실로 보이는 건물 한동만 남아있는데 교실은 폐교상태로 두어둔 것은 아니고 겉면을 수리하여 깨끗이 칠을 해놓았고, 숙직실은 옆에 현재의 관리를 하는 분을 위하여 건물을 덧대어 지어놓았다. 그런대로 건물과 복도 등이 옛날 학교가 분명했음을 분위기로 설명을 하고 있었다.
아쉬운 점은 안내판이 하나도 없는 것과 지난 해 까지 교실 내에 책상과 의자, 난로 등이 옛 모습 그대로 간직되어있었다는데, 안타깝게도 난로하나를 빼고는 모두 치우고 교실 안에 매트리스와 텐트를 쳐놓고 누가 묵고 있는 것 같았다.
사진 몇장을 찍은 후 우리도 폐교를 떠나 계곡으로 향했다.
## 5. 계곡 트레킹
드디어 몇 년 전부터 꼭 와보고 싶었던 아침가리골 계곡에 감격스럽게 도착을 하였다.
계곡이 깊어 접근이 곤란할 것임을 능히 알아차리겠다.
빨리 출발하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차뒤쪽 짐칸에 짐정리를 서둘러 한답시고 올라타다가 모서리에 무릎을 부딪치고 말았다.
눈앞에 별이 ‘번쩍’하며 극심한 통증이 밀려온다.
“이런, 제길!”
손으로 감싸쥐니 손가락 사이로 피가 비친다.
손을 떼고 살펴보니 하필 열흘전 관악산 갔다가 바위에 깨서 상처 났다가 거의 아물어 가고 있던 똑같은 자리를 또 찍히고 말았다.
별 방법이 없어서 냇가에 쑥을 뜯어 짓찧어 바르고 출발을 했다.
일행과 적어도 40분이상 뒤 쳐저 있을 것임으로 서둘러 계곡을 타고 내려가는데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다행이다. 적어도 오늘 추워서 고생하는 일은 없겠다.
계곡물에 들어가보니 시원한 물은 아주 상쾌하였다.
이곳은 내가 사는 충청도보다 비가 적게 온 듯하다.
며칠전 다녀온 화양동 계곡만 해도 여러 차례의 많은 비로 돌들이 모래, 자갈들에 씻기어 전혀 미끄럽지 않은데 이곳은 물때가 잔뜩 올라 매우 미끄럽다.
자칫하면 돌을 밟고 미끄러져 복숭아뼈를 다치거나 더 심한 부상을 입을 수도 있겠다.
나는 걸어가면서 열심히 준비해간 튜브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유아틱한 귀여운 꽃무늬의 어린이용 튜브를 엉덩이를 대고 타보니 크기가 작아 안정감이 떨어져 균형잡기가 좀 어렵다.
그런대로 창피를 무릅쓰고 누가 보거나 말거나 무릎 깊이 이상 되는 물을 만나면 무조건 타고 내려갔다. 점점 균형잡는데 기술이 향상되어 최소한 뒤집어져 물을 먹는 일은 없게되었다.
열심히 따라 가다가 드디어 앞에 간 우리 일행의 뒤끝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사진을 몇장 찍다보니 또 뒤에 쳐지고 말았다.
릿지님의 조언에 의하여 카메라를 물에 젖지 않게 비닐봉지에 넣고 다시 수건으로 싸고 락앤락 통에 넣어 작은 쌕에 넣어 메고 갔더니 사진을 찍을 적마다 꺼냈다 넣었다 하기가 보통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니다.
튜브를 타고 가기엔 시간이 너무 걸려 어깨에 메고 허둥지둥 계곡을 따라가는데 홀로 서 있는 내촌신사님을 만났다.
피가 엉겨있는 내 무릎을 보더니 말없이 일회용 사각밴드를 하나 꺼내어 나에게 내민다.
왜 혼자 서있는가 물었더니 뒤에 오는 일행 길안내를 위해서란다.
친절하기도 하시지! 내가 맨 뒤이고 계곡을 따라 아래로만 가면 되는데 뭐하러 기다리느냐 그냥 내려가라고 했다.
곳 이어 사랑사랑님도 만났는데, 사랑사랑님은 짊어진 배낭 뒤에 매달린 큰 비닐봉지에 쓰레기가 잔뜩 담겨있었다.
정말 이런 청정지역의 펜션 주인답고 아침가리골의 지킴이다운 행동이다.
잠시 뒤 겨우 산하늘님과 늘산에님을 따라 잡을 수 있었다.
좋은 곳에서의 좋은 사람들과의 동행, 참 행복한 시간들이다.
여유를 갖고 살펴보니 물은 맑고 계곡은 깊어 위로 보이는 하늘이 겨우 손바닥만 하다.
우거진 숲속에 흐르는 계곡은 예전에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겠지만 지금은 꽤 알려져 우리가 만난 팀도 꽤 여럿이었다.
가끔 몇 명씩 지나가는 트레킹팀과 버스 2대의 등산팀을 계곡에서 종종 마주치게 되었다.
등산팀들은 거의 배낭을 메고 검은색 긴팔 긴바지 등산복에 양손에는 스틱을 들었다.
수륙양용의 우리 트레킹팀과는 확실히 구별이 되었다.
여기서 잠간! 물이 넓은 장소에서 머물러 물놀이를 하는 또 다른팀과는 달리 험하고 먼거리를 이동하는 트레킹 팀에는 튜브를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부분 구명동의를 착용하였다.
내가 튜브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내촌신사님이 말하기를
‘새로운 발상이며 좋은 생각으로 다음에는 나도 튜브를 가져와야겠다’
내가 생각해도 튜브를 가져온 것은 구명동의를 구하지 못한 궁색한 이유에서지만 모르고 했어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계곡 트레킹에서 튜브가 좋은 이유
1. 운반하기에 짐이 되지 않는다.
2. 무릎 깊이의 얕은 곳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구명동의 보다 사용하는 빈도와 시간이 훨씬 많고 길다는 얘기-
3. 많이 걷지 않아도 되므로 미끄러운 돌에 다칠 염려가 적다.
4. 유유자적 비경인 주변 경관을 돌아보기 좋다.
5. 특히 무릎에 부상을 입은 나는 무릎을 물에 집어넣지 않아도 되는 것이 제일 좋았다.
반면 단점으로는
1. 공기를 넣고 빼기가 번거롭다.
2. 계곡 옆 산길로 걸어갈 때는 짐이 된다.
3. 이동 속도가 느리다.
이정도로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더 많다.
일행을 모두 만나서 조금 놀다가 점심을 먹었다.
정말 맛있는 점심을 나누어 먹고 사진을 몇장 찍은 후 또 이동을 하였다.
이런! 또 카메라를 챙기는 사이 일행을 놓쳐 버렸다.
충분히 튜브를 이용할 만한 곳도 많이 있었지만 일행을 따라잡느라 포기하고 미끄러운 돌길을 위태위태하게 부지런히 쫓아갔다.
많은 등산객과 마주치는 바람에 추월이 곤란하여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다.
또 중간에 물이 깊고 넓은 계곡에서 젊은이들이 중간에 로프를 늘여놓고 높은 바위에 올라가 다이빙을 하기도하고 로프를 타고 도강 연습을 하는 것을 재미있게 구경하다가 더 늦어졌다.
우리 팀중 나를 빼고는 제일 늦게 가는 사람은 항상 뒤를 챙기는 내촌신사님, 사랑사랑님이다. 그리고 초등생 5명을 인솔한 젊은 분(닉네임을 몰라 죄송!)인데 나의 무릎 부상으로 같이 챙겨줄 형편이 못되어 그냥 추월을 하고 말았다.
중간에 등산팀이 아닌 트레킹팀도 몇을 만났는데 그중 하나는 신고 있는 스포츠샌들이 바닥이 떨어져 완전히 너덜거렸다. 누군가 꽤 고생을 하겠다 생각하고 부지런히 발길을 옮겼다.
몇 명을 추월하여 조금 더 내려가는데 몇십미터쯤 뒤에서 ‘꺅!’하는 여자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마 누가 돌에서 미끄러졌거나 물에서 노는 젊은이들이 아가씨를 통째로 들어서 물에 집어던졌나보다.
조금 더 내려가니 아롬이님이 기다리고 있다가 무슨 끈 같은 것이 있으면 달라고 한다.
용도를 물으니 일행 중 한사람이 신발 바닥이 떨어져서 묶으려고 그런단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뒤에 오고 있단다.
‘그럼 아까 그 여자가 일행?’
가지고 있는 끈이 없어서 목에 두르고 있던 손수건을 건네고 먼저 발길을 옮겼다.
난 정말 사람 알아보는 눈이 형편없다. 미인일 경우는 특히 더 그렇다.
마음 약해서 차마 정면으로 얼굴을 못 쳐다보는 인생 일대의 결점 때문이다.
-아버지, 어머니 왜 날 이렇게 낳셨나요?-
부지런히 조금 더 내려가니 릿지님의 애견 ‘짱구’가 먼저 눈에 뜨인다.
이 '짱구'란 놈 참 명물이다.
주인인 릿지님과는 천지 차이(?)로 매우 착한 면이 있다. ^^;
아무나 끌어안아도 귀찮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번쩍 들어 물 가운데로 집어 던져 넣어도 끽소리 없이 첨벙첨벙 헤엄쳐 잘만 나온다.
거기다가 사진 찍을 때면 언제나 앞에서 포즈를 잡고 서있다.
자세히 보니 시멘트 구조물인 물막이둑이 있고 거기에 릿지님을 비롯한 우리 일행이 몇몇 보이는데 생각외로 인원이 적었다.
“산하늘, 늘산에는?”
“아직 안 왔는데!”
야, 죽겠다. 그 둘을 따라 잡으려 죽을 둥 살 둥 왔더니 내가 먼저 와 버렸다.
할 수 없이 배낭을 벗어놓고 튜브를 타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놀았다.
누군가 깊숙한 곳에 어항을 숨겨놓은 것이 눈에 띄어 몇 개를 꺼내 보았으나 미끼를 잘 못 쓴 탓이거나 넣은지 얼마 안된 탓인지 잡힌 것은 별로 없었다.
한참 후에 몇몇과 함께 산하늘이 도착했다.
안색이 별로 안좋다. 배가 아픈가?
“달빛님, 어느새 오셨어요?”
“응? 나도 지나오면서 못 봤는데 왜 이제야 왔어?”
“저 독사에 물릴 뻔 했어요.”
“뭐, 독사?”
얘기를 들어보니 계곡 옆 산길로 돌아오는데 뭐가 발목을 ‘툭’쳐서 돌아봤더니 바위틈에서 뱀의 머리가 나왔다 들어가더란다.
그러고 보니 아까 뒤에서 ‘꺅’하고 비명을 지른 젊은 여성이 바로 산하늘이었었나 보다.
“혹시 물린 건 아닐까요?”
이런! 독사에 물렸으면 여기 까지 걸어오지도 못했다.
정말 발목을 독사가 건드리기만 했다면 산하늘은 오늘 운이 무지 좋은 것이다.
실수를 잘 하지 않는 독사가 정말 발목을 물었다면 한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여 해독제를 맞아야 무사하지 그렇지 않으면 아주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시골 출신인 나는 어려서부터 독사에 물려 죽거나 신체의 일부를 절단한 사례를 많이 보고 들었다.
여기서 병원까지 한시간 안에 가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잠시 쉬었다가 일행이 모두 도착한 후에 수로를 따라 진동 주차장에 도착하므로 트레킹 일정은 무사히 끝났다.
정말 미끄러운 바위, 깊은 물, 험한 산길, 독사의 위협을 모두 물리치고 초등학생을 포함한 일행이 모두 무사히 트레킹을 마친 것은 다행이다.
## 6. 퍼진 늘산에의 애마 4륜구동
진동 주차장에서 내촌신사님의 4륜구동을 타고 다시 아침가리골까지 넘어가서 두고 온 늘산에님의 차를 가져와야된다.
나와 산하늘은 갈 필요가 없건만, 나에게 곰배령을 구경시켜주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준다는 늘산에의 배려인지 유혹인지 모를 말에 의하여 함께 타고 갔다.
현장에 도착하여 내촌신사님과는 다음을 기약하는 인사를 나눈 후 떠나가고, 우리만 남아서 곰배령을 향해 가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연료가 문제가 될 것 같아 그냥 서울로 가자고 하였다.
“글쎄요, 가는데 까지 가보고요.”
조마조마한 상태에서 무사히 고개를 넘었다. 이제는 마을까지 내리막길이니 적이 안심이 된다. 한 5분 정도 내려왔는데
“어? 시동이 꺼졌네요!”
“뭐야? 연료가 바닥난거야?”
“아닌데요. 현 상태로라면 이삼십킬로는 더 갈 수 있는데.....!”
몇 번을 더 시동을 걸어봤지만 차는 ‘푸르륵’소리만 내고는 꺼지고 말았다.
“?”
어찌하오리까?
대책이 안 선다.
“시동이 꺼지면 브레이크가 안 먹잖아?”
“사이드를 이용하면 되지요.”
조심조심 사이드를 당겼다 놓았다 하면서 아래로 내려갔다.
이것도 급경사길에서는 불안하고 사이드도 열 받아 안 듣게 되면 우리 셋이는 계곡에 쳐박혀서 운이 좋으면 스스로 기어나오고, 그렇지 못하면 119의 도움을 받아 들것에 실려 나와야 될것이다.
암담하다.
한참 망설이다가 펜션에 도움을 청하려하니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릿지님에게 걸었더니 이미 서울 방향으로 상당히 간 것 같아 펜션 전화번호를 물어보았다.
전파수신 이탈지역이어서 끊어질듯 끊어질듯 한참만에 알려준 전화번호를 찍었더니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나온다.
또 걸으니 신호가 안간다.
차는 퍼지고 전화는 안되고 도와줄 사람은 멀고......! 난감하다.
여기서 펜션까지 걸어가서 도움을 요청해?
아마 내일 아침까지는 벗어날 수 있으리라마는.....!
이 적막 강산에서 며칠 묵었다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 또 한가지 빼 먹었네! 산하늘이 아까부터 자꾸 무엇을 찾더니 아까 폐교된 조경동분교에서 들마루에 잠시 누웠었는데 거기에서 카메라가 빠진 모양이란다.
그걸 찾으러 또 거기까지 걸어갔다와?
생각다 못해 뒤에 오는 차를 얻어타고 통화가능지역까지 산하늘과 내가 먼저 내려가서 도움을 청하고 늘산에는 차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셋이 거기서 죽치고 있어봐야 해결이 안될 문제이니까.....!
고개를 다 내려와 동네 근처 통화 가능지역에 도착하여 다시 릿지님에게 전화를 하여 펜션의 전화번호를 물었더니 아까는 잘못보았다고 새로운 번호를 알려 주었다.
“달빛인데요. 사랑사랑님 도움이 필요합니다.”
“예, 말씀하세요.”
“지금 고개를 넘어오다가 차가 시동이 꺼졌거든요. 어떻게 경유좀 구하여 오실수 있겠어요?”
“아, 예. 제 차에 들어있는 것이 있으니 제가 가면 되지요.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어서 이것만 마치고 금방 가겠습니다.”
전화를 하고 나니 그동안 앞이 보이지 않고 캄캄하던 상황이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하였다. 최소한 내일아침까지 여기서 지낼 일은 없겠구나!
산하늘과 둘이 할 일도 없이 멀뚱멀뚱 옆의 고구마 밭만 지키고 있는데, 웬 무쏘스포츠가 한 대 내려오더니 우리 앞에 세운다.
“?”
“아니?”
늘산에다! 어떻게?
“4륜 걸고 Low에 놓고 시동 걸고 내려왔지요.”
무슨 말인지 나는 이해를 못하겠지만 확실한 것은 죽어있던 늘산에의 4륜구동이 지금 살아서 ‘부릉부릉’거리며 펄떡펄떡 갓 잡아올린 광어처럼 뛰고 있었다.
다시 사랑사랑님에게 전화를 걸어서 오실 필요 없고 가까운 주유소가 어딘지 물었다.
차라리 그때 차가 아주 퍼져서 지금까지 공기 맑은 그 숲속에서 지내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한참을 오는데 또 산하늘님이 한다는 소리가
“저 주유소에서 카드랑 지갑이랑 놓고 왔나 봐요!”@,@;;
산하늘 왜 이래? 환갑이 가까운 나도 아직 괜찮은데......! ^^V
늘산에는 헤드랜턴을 펜션에서 잃어버렸다고......!
도대체 요즘 젊은 사람들이란! ㅋㅋㅋ ^^;
<끝>
PS : 늘산에님 운전하느라 배낭 짊어지고 다니느라 수고하셨고, 같이 트레킹에 참가하셨던 분들 함께하여 더욱 즐거웠습니다.
늘 마음에 그리던 아침가리골에 갈 기회를 만들어 준 릿지님 무척 고맙습니다.
전 이제 지리산으로 갑니다.
길고 긴 아침가리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튜브를 타고 내려오시던 풍경, 천안의 명물 호도과자를 맛나게 먹었던 기억, 주유 싸인에 불이 들어와서 차가 멈추어 전화가 왔던 기억 모두가 새롭습니다. 먼 과거의 일이 아닌 데에도 그립습니다. 헤들 렌턴은 못 보았고, 집에 2구짜리 버너가 있는 것 같은데 누구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달빛님~여행기 잘 읽었어요.ㅎㅎㅎ 전 참말로 웃음밖에 안나와요 ㅎㅎㅎ 너무나 저에게는 사건이 많아서 ㅋㅋㅋ 암튼 독사의 실수로 전 살았고 이렇게 건재하네요.그런데 그때 떨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콩당콩당해요.어찌 저를 버려두시고 두분이서 앞만보고 달리셨는지 순간 원망도 했답니다. ㅎㅎㅎ 넘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카메라분실,뱀사건,지갑분실,신발끈 끊어지고,마직막 핸펀 분실까지 정말 젊은것이 영 그랬죠 죄송합니다~ 지갑은 찾았구요.핸펀도 찾았어요.다시한번 여유의 신발 빌려주신 사랑사랑님 이자리를 빌어 감사드려요.위에서 신발끈 끈어진 사람한테 제가 남은 한짝 기증했어요 ㅎㅎㅎ
첫댓글 달빛선생님 애간장을 태워드렸으니 무척이나 송구하옵니다. 다음엔 준비를 철저히 하여 잘 모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달빛선생님의 생생한 글을 읽으니 다시 아침가리골을 다녀온듯 합니다.
험한 길에서 차가 퍼졌을 경우 반드시 늘산에에게 연락을 하세요. 늘산에는 그 분야 세계 최강 전문가입니다.(직접 목격했음!!!) ^^;
달빛형 마음고생 많았습니다. 다음부터는 늘산에넘 차 웬만하면 타지 마세요. 수명 단축됩니다 ㅋㅋ
진심어린 충고 고맙긴 하지만, 또 우리는 고넘의 의리 땀시....! ㅋㅋ ^^;
아랫것을 이렇게 사랑해주시고 대접해주시니 그 은혜가 하해와 같습니다.백골이 진토되고 드렁칙이 얽힌다 할지라도 초심의 마음 변치않을것을 작심하겠으며 또한 매사에 걍 무조건 순종하여 후배들의 모범이 될것을 선서하옵니다. 헤헤헤헤
길고 긴 아침가리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튜브를 타고 내려오시던 풍경, 천안의 명물 호도과자를 맛나게 먹었던 기억, 주유 싸인에 불이 들어와서 차가 멈추어 전화가 왔던 기억 모두가 새롭습니다. 먼 과거의 일이 아닌 데에도 그립습니다. 헤들 렌턴은 못 보았고, 집에 2구짜리 버너가 있는 것 같은데 누구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달빛님~여행기 잘 읽었어요.ㅎㅎㅎ 전 참말로 웃음밖에 안나와요 ㅎㅎㅎ 너무나 저에게는 사건이 많아서 ㅋㅋㅋ 암튼 독사의 실수로 전 살았고 이렇게 건재하네요.그런데 그때 떨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콩당콩당해요.어찌 저를 버려두시고 두분이서 앞만보고 달리셨는지 순간 원망도 했답니다. ㅎㅎㅎ 넘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카메라분실,뱀사건,지갑분실,신발끈 끊어지고,마직막 핸펀 분실까지 정말 젊은것이 영 그랬죠 죄송합니다~ 지갑은 찾았구요.핸펀도 찾았어요.다시한번 여유의 신발 빌려주신 사랑사랑님 이자리를 빌어 감사드려요.위에서 신발끈 끈어진 사람한테 제가 남은 한짝 기증했어요 ㅎㅎㅎ
후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첩첩산중에 앵꼬라니 참으로 늘산에답습니다. 메모리없는 카메라에 메모리 챙긴날은 배터리 없는 카메라로 폼 잡는 늘산에님 그래도 같이하면 늘 즐겁습니다.ㅎㅎㅎ ㅎㅎㅎ ㅎㅎㅎ
그렇다면 다음에는 운전대 없는 차를 몰고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겠군요? ㅋㅋ ^^;
코믹하게 잘 기록한 기행문을 한 편 읽고 갑니다. 어쩜 이리도 실감나게 올리셨는지요. 연극 대본으로 활용한다면 대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즐감했습니다. 달빛선생님!~함 뵐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최대한 빠른 시일안에 마마를 배알토록 진력하겠사와요. 인물은 형편없지만서도....! ^^;
네!~ 넘 감사합니다. 전 뵙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