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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24일 오후 6시 부산 국제여객터미널
여행의 시작.. 설레임 혹은 두려움...
7월24일 드디어 '그날'이다.
그런데...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진다.이래서 배뜨겠나 싶은데, 배는 이상없이 뜬다는 남정선씨 문자받고 안심하고 다시 한 번 짐들 정리하고 있으려니 오후가 되자 비가 갠다. 무사히 가야할텐데, 난 배타는게 좀 무섭다. 시간에 맞춰 국제여객터미널에 가니 이미 거의 다 와계셨다. 모르는 아이들이 거의 다이다. 왜냐하면 이번 여행에는 우리 모라의 '뒷동산지킴이'들뿐만 아니라 연산동의 '청맥' 그리고 수영에서 오느 아이들7명까지 있어서 오히려 모라팀이 적은 인원이다. 배에 오르는데 배를 승선할 때도 비행기처럼 연결된 다리같은게 있어서 좀 놀랐다. 예전에 제주도 갈 때는 높은 배를 계단으로 다 올라 갔었는데,
배안은 생각보다 깨끗하고 아담하고 시설이 잘 돼 있는것 같았다.
7시50분저녁으로 소고기국을 먹고 422호에 모여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떠나며'란 주제로 아이들에게 글쓸것을 숙제로 내주고 모임을 끝냈다. 선실로 돌아온 아이들이 써낸 글을 들고 프론트에서 도우미어머니들과 회의도 할겸 해서 모이는데, 배가 부산항을 떠나면서 급속히 출렁이기 시작해서 제대로 걸을 수 도 없다. 하나둘씩 얼굴들이 노래져서는 선실로 올라가고 나도 목욕을하려고 목욕탕에 갔다가 배가 너무 출렁이는 바람에 정신을 차릴 수 없어서 포기하고 선실로 돌아와 누웠다.
7월25일 아침 비내리는 하카타항. (선입견과 실제사이...)
자고 일어났더니 배는 어느새 하카타항에 정박해 있다.바깥 풍경이 낯설지 않아 오히려 이상하다. 내리는 비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여전히 배는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화장실에서 세수만 하고 밥을 먹었다. 오늘 아침은 미역국인데 짜다.어제 소고기국도 짜더니...
아침 7시좀 넘겨 짐을 정리해서 하선을 기다렸다. 어디서 나왔는지 사람들이 로비에 꽉찼다.세관을 통과 할 때는 실수를여러번 해서 세관원에게 제지 당하기도 했다...일본어는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어 정말 난감하다.그리고 일본사람들 친절하다더니 세관원들은 전혀 웃지 않는다. 이건 일본을 여행 하는 내내 느낀건데 일본의 공무원들은 정말 유머나 이런걸 전혀 갖추지 않고 있는것 같다. 작은 실수를 그냥 살짝 웃으며 지적해도 될텐데 늘 무표정으로 대하는게 조금 기분이 나빴다.터미널을 빠져 나오니 낡은 버스에 노선이 한글로 쓰여있어서 반갑고 일본에 온거 맞나 싶기도 했다.일본은 아주 발전해서 굉장히 도시적이고 뭐든 반짝 반짝 할 줄 알았는데, 마치 80년대쯤으로 돌아간듯 퇴락해 보였다.빨간 관광버스에 타고 고쿠라성으로 향하는데 가이드 말이 원래 고쿠라까지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1시간30분이면 가는데, 폭우때문에 도로가 패쇄돼서 국도로 이동 할 수 밖에 없고 그러면 시간이 좀 더 걸릴거라했다.비가 세차게 내리는 일본의 국도를 달리며 고쿠라로 향하는데 가이드가 계속 여행의 목적이며 선진국마인드 후진국 마인드 같은 얘길하고 또 자기의 경험담도 얘기 하는데 아이들이 거의다 잠을 자자 실망하며 기운 빠져 했다.그래서 미안하기도 하고 좋은 얘기는 들어두는게 좋을거 같아서 옆의 아이들을 꼬집고 때려서 깨웠다. 아이들은 어제밤에 잠을 많이 못잔 탓에 힘들어했고 우리도 역시 힘들었다. 어제밤에 배가 흔들려 제대로 못자고 배멀미를 심하게 한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이드가 계속 얘기하는데,들어줘야지 싶어 무거운 눈꺼풀에 힘을 줘서 버텼다.고쿠라까지는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 때문에 뒤의 일정들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11시23분 고쿠라성 도착.고쿠라성은 4중5층구조를 가진 천수각으로 하얀벽을 가진 아름다운 성이다.그리 웅장하거나 커 보이진 않았지만 우리나라와는 좀 다른 분위기를 냈다. 지붕은 좀 높이 솟아 있어서 우리나라의 지붕과 비교가된다. 이는 날씨의영향 때문으로 습하고 온도가 높은 일본은 통풍을 위해서 지붕을 높게 짓기 때문이다. 안에는 당시의 의복이라던지 검 같은 것들이 전시 되어 있는데 장독에 장아찌담아놓은 모형도 있어서 재미있었다. 미소된장에 오이등을 넣은 누카미소도 있었다.
1500채의 화지인형으로 만든 성곽마을모형도 있다.전망대에 올라가서 보니 정원도 보였다. 일본인은 정원에 작은 세계를 형상화 하길 즐긴다고 들었는데, 고쿠라정원은 축소되었다던지 인공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거 같다. 물론 위에서 내려다 봐서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그냥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시간이 너무 없어서 여유있게 관람하지 못하고 훓듯이 쓰~윽 한번 보고 다녀갔다는 기념으로 할려고 성모양이 새겨진 스템프를 찍고 밖으로 나와서 무라사키강을 건너 물환경관으로 향했다.
시간관계상 야사카신사와 리버워크 관람은 하지 못했다. 정오에 물환경관에서 나바오상이 무라사키강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셨는데,공업화로 인한 심한 강물의 오염때문에 한 때 무라사키강은 대장균조차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이었지만 지역의 주부들이 먼저 뜻을 모으고 관이 협력해서 하수관 정비부터 시작해서 강물을 살리는데 노력했고 점차 강이 살아나자 강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실제로 무라사키강 양쪽으로는 깨끗하게 정비되어 건물들이 늘어선 모습이었다. 이 주변에 시청이며 주요상권이 다 있다고 했다.여기서 또 폭우의 위력을 느꼈는데, 원래 30년전의 강물속을 볼 수 있는 유리창이 수압때문에 막이 쳐져서 보지 못 했다.일본은 모든것에 조심하고 안전을 기하는 나라같다. 폭우가 쏟아진다고 고속도로를 폐쇄하고 25센치나 되는 유리막이 있어도 차단을 시켜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모습에서 이 나라의안전의식을 실감한다. 우리나라의 현실과 많이 비교되기도 하고 비가 많이 내리긴 했어도 요 근래 우리나라의 집중호우와 비교하면 그다지 강하지도 않은거 같은데 이렇게 철저하게 대비하는게 수많은 지진에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본의 준비성이 아닌가싶다.특이한건 100여종의 어류를 전시해 놓은 한 쪽에 강바닥을 청소 할 때 출토된 유물을 전시해 놓은 것이다.조잡 한 것 도 있었고 아름다운 그릇도 있었다.청자가 있어서 잠시 놀라기도 했다. 일어를 알지 못해 설명을 읽어 보지 못하는게 정말 안타깝다.어느시대의 유물인지 자세히 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일어를 아시는 분들 모두 시간이 없고 빨리 관람해야 해서 물어 볼 수 없었다.나올 때 물환경관에서 종이로 된 물고기접기를 주셨다.한 번 만들어보려고 엄마들도 다 받았다.
12시30분에 자연사 박물관으로 가기위해 버스에 올라서 가이드로 부터 친환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친환경이란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닐까라는 말을 했다.후대를 위해 자연을 아끼고 보존하는것 그런게 친환경 아니겠냐는 말이다. 그렇구나 싶다. 누가 아이에게 오염된 공기와 오염된물을 자기 자식에게 주고 싶겠는가.그런데 자기가족만을 생각하면 또 안될거 같다. 우리가족만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유기농식단으로 먹고 정수된 물을 마신다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나는건 아닐 것이다. 오늘날 환경은 전 지구적으로 생각해서 가능한 자원을 아끼고 불편을 어느정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도시에 사는 우리는 별 어려움 없이 살 수 있다.밖을 나가면 자동차의 매연이 있지만 건물안에서건 차안이건 공기정화기능이 있는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고 정수기를 사용하고 세탁기로 엄청난 물을 사용해서 빨래를 매일 돌리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샤워를 하고 어디에선 물이 부족하다 먹을게 부족하다해도 자신의 불편을 감수할 생각은 쉽게 못 하는게 현실이다. 나 역시 시간이 없고 바쁘다는 핑계로 실천하지 못하는게 대부분이니까 그래도 단순히 휴지를 줍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하는것 보다 더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전지구적인 환경을 위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가족이란 말을 더 넓게 광범위하게 해석해서 전지구인을 내가족이라고 생각해야 하지않을까 선진국에서 발전을위해 매일 발생하는 오염된 공기가 오염된 쓰레기가 미개발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도시 전체가 컴퓨터에서 나온 쓰레기로 가득차 있고 그걸 분리해서 먹고 사는 중국의 촌락도 봤었고 기후이상으로 물을 긷기 위해 점 점 더 먼곳으로 가야하는 아프리카의 사람들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소비하고 버리고 있는 자신이기에 친환경적이란 말에 내가 쉽게 난 실천하고 있다고 말하지못하는 이유이다.오후 1시경 자연사 박물관에 도착해서 카레로 점심을 먹고 관람을 했다.자연사 박물관은 '생명의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은 곳인데 이곳에선 화석들을 관람객이 만져볼 수 있게 해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 대부분의 박물관에서는 만지지 못하게 하는데, 이곳에서는 친절하게도 만지고 싶은 충동을 풀라고 화석들을 곳곳에 두고 만져보라고 하니 정말 좋은거 같다.
그 화석들은 사람들의 손때로 반질반질했고 돌덩이같았다.만져보기 전에는 뼈라는 생각에 조금 주저 했지만 만져보니 혐오감은 들지 않았다.시간을 두고 천천히 관람하면 참 좋을텐데 다음일정 때문에 서둘러 나와서 스페이스월드로 향했다. 스페이스월드는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던 곳이기도 했기에 가능한 많이 놀 수 있게 서두른 것이다.스페이스 월드까지는 주차장에서 내려서 육교를 건너야 했는데 일본의 육교는 규모가 넉넉했다. 우리나라에 새로 들어서는 육교처럼 화려하다는게 아니라 편하게 다닐 수 있게 계단폭이라던지 육교폭이 여유가 있어서 안정적이다. 오후 2시30분부터 4시간 가량 자유시간을 주니 아이들이 서둘러 뿔뿔이 흩어지고 비로소 아이들로 부터 해방된 도우미어머니들은 갑자기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저마다 한마디씩한다.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오후가 되도록 한 잔의 커피도 마시지 못 했다. 그 생각이 들자 나도 뜨뜻한 다방커피가 마시고 싶었다.난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부터 마시며 정신을 차린다.좋은 습관은 아니지만 아침잠이 많은 나는 일찍 일어나서 일을 하려면 정신을 챙기는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시간이 바로 커피를 마시며 멍하니 텔레비젼을 보는 30분 가량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과정없이 새벽에 배에서 눈뜨자 마자 이리저리 움직였으니 사람은 과연 환경의 동물인가 집에선 그토록 안 차려지던 정신이 오늘은 바로 차려졌으니.. 3D입체영화관 앞에서 김동철 선생님이 사주신 자판기커피를 마셨는데, 일본의 커피맛이 너무 강한거에 놀랐다. 나는 싱거운 맛을 예상했는데 아주 강한 맛이었다. 자판기 커피로 대강 때우고 영화를 보는데 별들만나오고 내용은 뭐하는지 모르겠고 눈은 감기고 괴로운 시간이었다.나오자 마자 다시 뜨거운커피를 마셔야 겠다며 우리들은 KFC로 향했다.남정선씨는 커피를 즐기지 않는 편이라 김병철씨랑 다른곳으로 갔다.미선씨가 사주는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한결 낫다.일본은 원두커피도 무척 진했다.보통 우리나라에서 이런 패스트푸드점에서 마시는 커피는 너무 연한데 비해서 일본은 무척 진해서 그냥 여기에 프림이랑 넣으면 바로 다방커피가 되겠다 샆을 정도이다.난 우리나라 사람이 커피를 제일 독하게 마시는줄 알았는데 일본이 더 한거 같다. 커피로 다들 기운을 차려서 탈게 없나 두리번 거리다가 다시 남정선씨랑 김병철씨를 만나서 이것 저것 타 보았는데 제일 무서웠던건 블랙홀인거 같다. 캄캄한 동굴같은 곳을 롤러코스트를 타고 통과하는게 더 무서운거 같다.6시30분 모일 시간이 되어 입구로 가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다 놀고 비가 내리니 다행이다.오후7시 좀 넘어 호텔에 도착하자 비는 더욱 거세져서 짐들을 내리느라 모두 젖었다.짐을 한 쪽에 두고 스카이라운지로 올라가서 저녁을 먹었다.둥근형태의 스카이 라운지는 밖에서 볼 때보다 좁았다. 가운데 뷔페식으로 음식이 있고 빙 둘러서 밖의 경치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나름 멋지고 근사했다.음식들은 모두 푸드마일이 짧고 유기농으로 키운 야채위주의 식단이다.다들 신나게 놀아서 음식들을 쉼 없이 가져다 먹어대는 통에 주방장 마저 분주해 져서 이것 저것 자꾸음식을 해다 나르느라 북새통이었다.점심에 아무것도 없는 멀건 카레만 먹었던 터라 이제야 일본음식다운거 먹는다 싶어 기대하며 먹는데, 음식이 다 아주 짜다.남정선씨 말씀이 일본 사람들이 짜게 먹는다고 한다.이래서 직접 경험해 봐야 한다는 거구나 싶다. 일본음식은 담백함으로 소문나지 않았던가.그런데 이건 담백하다기 보다 아주 강한 맛이다. 내가 일본에 와서 놀란게 두가지가 있는데 음식의 맛이 강하다는 것과 담배들을 많이 피운다는 것이다.일본하면 장수국가의 이미지가 강한데 건강과는 상극일 듯한 짠 입맛에 담배에 정말 직접 봐야 알 수 있는거 같다. 음식만 강한게 아니라 낮에 마신 커피며 슈퍼에서 파는 차종류의 음료수도 다 맛이 아주 진하다.짜지만 너무 배가 고파서 이것저것 가져다 먹고 포만감에 방을 배정 받고 짐을 방에 두고 밤 9시30분 호텔앞 슈퍼에 갔다.슈퍼는 우리나라랑 비슷햇는데 입구에 놓인 색다른 과자가 눈길을 끌었다.색색깔의 예쁜 설탕으로 만든 스펀지 같은 빵인데 아마도 오봉기간에 쓰는게 아닐까 싶다.오봉은 선조의 영혼을 현세로 모셔왔다가 다시 저승으로 모셔다 드리는 의식으로 지방에 따라 날짜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7월에 있다고 하니 그럴거 같다.슈퍼에서 이것저것 보고 장도 봐서 호텔로 돌아와 씻고 로비에 모여 회의를 했다.벌서 밤11시가 넘었다.비로 인해 일정이 어긋나기 시작해서 내일도 수정사항이 많이 생겼다.내일 아침에 가까운 신사로 산책을 하기로 하고 프런트에 물어서 위치도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었다.세미더블이라 더블보다 좀 작은 침대에 두명이 자야 해서 몹시 조심스럽고 불편할 거 같았는데 너무 피곤해선지 금방 잠들어 버렸다.
7월26일 여전히 비가 내리는 일본(자기다움을 지키는 힘)
아침 6시50분
비가 많이 내려 신사로 산책을 가겠나 싶었지만 혹시나 해서 나가 보니 다들 준비를 마치고 나온다. 정말 다들 부지런한거 같다.신사로 산책을 간 건 정말 잘한거 같다.조용한 새벽거리를 유유히 걸어서 신사도 보고 일본사람들 집도 가까이서 보고 해서 다른 일정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거 같다.일본 사람들은 목조집이 많은데 지진이 자주 일어나기에 허물어 져도 금방 다시 지을 수 있는 목조건물을 선호했다고 한다.도심에는 현대식 건물들이 많았지만 이런 외곽지역에는 아직도 목조가옥이 많다고 한다.그래서 비가 내려 좀 칙칙해 보였지만 소박하고 아담해서 편하게 해주는거 같다.7시30분 호텔로 돌아와서는 다시 아이들 깨우고 짐 정리 하느라 분주해 졌다.아침도 어제의 그 스카이 라운지에서 먹었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덜 짠거 같다.미소된장국도 시원해서 입에 맞는다. 다들 아침먹고오전 9시에 에코넷으로 향했다.에코넷은 소각장과 되살림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우리나라의 녹색가게 같은게 한 곳에 있다고 했다.버스를 타고 30여분을 달려 도착했다고 하는데 이곳이 우리가 가고자 했던 그곳이 아니었다. 기사가 잘못 알아들어서 에코넷이 아닌 에코센터로 온 것이다. 우리가 가려 했던 곳은 후쿠오카현의 에코넷이고 이곳은 후쿠오카시의 에코센터라고 했다. 앞으로 다시 1시간 30분을 돌아 가야한다고 한다. 다시 일정이 삐그덕 대기 시작한다.되돌아 가는데 도로 곳곳이 웅덩이가 지고 거기 빗물이 고여 차가 지날 때마다 높이 물이 솟구친다. 일본도 도로설계가 엉망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이미 70년대에 1차개발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이 도로도 그당시쯤에 만들었을려나 곳곳에 웅덩이진 도로를 보자니 떠나기 전 완벽한 모슴의 일본을 상상했던 내 선입견도 서서히 무너진다.일본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 한다고 한다. 오래된 구시가지도 있고 신시가지도 있고 그렇다고 무분별한 재개발을 하지도 않고 어쩌면 그런 모습들이 더 다양하게 일본을 느낄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는 시골쪽을 가더라도 어디서건 공사중이다.내가 자랄 때는 도심이 늘 공사중이었다. 항상 도로는 지하철공사중 이었고 건축중이었는데, 요즘은 시외곽이 그런 현상이 심한듯 하다. 그래서 점 점 더 우리다움을 잃어 가는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어디나 다 똑같은 시멘트 건물들 뿐이면 그곳만의 매력은 다 사라 지는게 아닐까싶다.일본은 확실히 일본다움을 간직한 듯 하다.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으로 외국인들에게 비춰질까?원 계획은 9시 40분도착 예정이었는데, 1시간 가량 지체 되어오전 10시40분 에코넷에 도착했다. 비가 많이 내려 벼룩시장은 취소가 되었다고 한다. 어제 비가 너무 내려서 산사태가 일어나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하니 정말 심각한 상황이구나 싶다. 그래서 벼룩시장은 우리팀만 2층에서 간단하게 열기로 하고 조별로 견학과 체험 벼룩시장을 시작했다.우리조는 소각장 견학부터 시작했는데 전에 가본 우리나라의 매립지라던가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하수처리장과는 많이 달랐다. 5명의 인원만이 통제실에서 일을 하고 전 과정이 기계화 되어 있었다.그래서인지 냄새나 소음이 완벽히 차단되어서 쾌적하게 견학을 할 수 있었다.한국과 같은 상황을 염려했는데 건물안에서 영상을 통해 설명해 주는 케릭터와 함께 하는 견학이라 아이들도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소각장 견학이 끝나고 벼룩시장에 잠깐 가서 보다가 사키오리를 만들러 되살림 체험장으로 갔다. 우리는 2조4조 함게 움직이는데 두조가 다 여자팀이어서 사키오리 기계가 모자라는 바람에 엽서만들기와 사키오리를 교대로 하자고 그 곳 자원봉사자 할머니께서 말씀하셔서 6명이 먼저 사키오리를하고 나머지는우유팩을 물에 불려 한지를 만들 듯 채에 받쳐 하는 엽서 만들기를 했다.아이들은 오랫만에 해맑은 미소를 얼굴가득 지으며 자원봉사할머니들의 가르침대로 열심히 체험을 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늘 공부만 강요당하다가 스스로 뭔가를생산한다는것에 아이들도 마음이 풀어지나보다.여기 저기 다니며 사진 찍어주고 간간히 구경도 하는데 아이들이 사키오리를 거의 다 끝내고 기계가 비어서 나도 사키오리를 해보았다.할머니들이 갑자기 많은 인원의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준비작업하시느라 힘드실텐데도 내가 해보고 싶다고 하자 금방 할 수 있게 도와 주시는게 너무 감사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다른 조들은 한가지씩만 해서 할머니들이 이렇게 바쁘진 않으셨을 텐데 우리 두조만 두가지 다 한다고 할머니들이 더 바쁘고 경황이 없으셨을텐데도 웃으시면서 도와주시는게 나도 나중에 이런 모습으로 늙으면 좋겠다 싶다.
오후 1시 체험을 다 끝내고 에코넷의 회의실 에서 아침에 호텔에서 받아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도시락을 열자 밥을네모나게 모양내고 가운데 우메보시가 들어가 있는게 있는데,이것은 옛날 먹을게 부족하던때 노동자들이나 전장의 군인들이 먹었던 도시락으로 일본 사람들이 반찬을 많이 싸갈 수 없으니까 우메보시를 밥가운데 놓고 일장기 모양으로 해서 싸 다녓던 히노마루 도시락이다.일본은 농사지을 땅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인구의 30프로는 먹을걸 외부에서 조달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이 조악한 선박건조기술로 배를 만들어 어떻게든 한반도로 노략질을 다녔던게 아닐까 아무 간도 하지 않은 맨밥에 작은 우메보시한알을 먹으며 생각해 본다.호텔측이 왜 우리에게 히노마루 도시락을 도시락 한켠에 넣어줬는지 기분이 묘하다. 과연 요즘도 이런 도시락을 일본인들이 먹을까? 생각하며 ...
오후 2시10분 에코넷측에 감사의 선물을 증정했다. 거창한거 같지만 사실 조미김 이다. 그래도 할머니들은 즐거워 하시며 받으셨고 우리에게도 정성이 담긴 선물을 주셨다.천조각으로 만든 책갈피와 도우미어머니들에게는 특별히 부엉이옷핀을 주셧는데, 부엉이는 일본어로 "불고생"이라는 말과 음이 비슷해서 고생을 안한다고 해서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이다. 요즘 나도 부엉이에 끌리던 차라 부엉이옷핀이 마음에 꼭 들었다.받자마자 옷에 꽂고 다녔다.에코넷에서 나와서 우리는 태자부신사로 향했다. 태자부신사는 학문의 신을 모시는 신사로 일본내에서도 명성이 대단해서 연일 전국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하게 해달라고 기원하러 찾는 곳이라고 한다.오후3시40분 태자부에 도착해서 면세점도 들르고 거리를 구경하며 신사로 향했다.여행은 맛의 기억이기도 하다 해서 다들 타코야끼를 사서 나누어 먹었다.
태자부 신사앞은 일본다운 거리였다.양쪽으로 상가들이 쭉 도열해 있는데,집들이 다 오래된 일본식 목조집이어서 운치가 있고 아름다웠다. 상점마다 진열된 물건들도 아기자기 이쁜게 많았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사고 싶었던 인형을 사지 못 해서 아쉽다.다음엔 꼭 일본풍의 인형을 사야지 여행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은 바로 사라고 했는데, 언제 다시 올지 모르고 다음에 또 그런 물건이 있으란 법이 없으니까, 그런데 마음에 드는 물건을 만날 시간마저 없었으니 아쉽고 아쉬울밖에... 태자부 신사가는 길에는 커다란 도리이가 세개나 서 있었는데, 그것이 거리의 특성상 주민들이 일부러 세운건지 원래 신사에 속한건지는 모르겠다.도리이는 우리나라의 솟대와 같은 의미라고 한다.문을 지나자 태자부신사가 보였는데, 보자마자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문이 조금 높았는지 지붕까지 한눈에 들어 왔는데, 높은 지붕에는 세월의 흔적처럼 이끼같은게 끼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신령스럽다고 할까 고색창연한 모습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고 근사했다.신사라고 하면 왠지 나는 야스쿠니신사가 생각나서 조금은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는데, 신사라는게 일본의 오래된 풍습이라 생각하면 모든 신사를 부정적으로 봐선 안 될 듯하다. 태자부 신사에 올라오면서 생각한 건데 이곳은 마치 우리나라의 불국사 가는 길과 많이 닮아 있다.아무런 부담없이 걸어다니며 구경하고 주위의 풍광이 아름답고, 나는 경주도 좋아하는데, 경주에 가면 어느 계절이든 그나름의 멋진 풍광이 있고 천년고도라는 말 답게 운치있고 고즈넉한게 좋아서이다. 이곳도 경주처럼 관광객이 쉼 없이 몰려들지만 지나치게 번잡하지도 않고 나름대로 조용히 거니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짧은 관람을 마치고 오후5시 저녁을 먹고 텐진시내에 가서 백엔샾 구경을 했다.크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정말 규모가 대단했다. 우리나라 천냥마트를 열개는 합쳐놓은 듯 해서 뭐가 어딨는지 몰라서 제대로 사질 못했다.호텔에 와서 짐을 풀고 캐널시티로 산책을 나갔다. 캐널시티는 건물안에 운하를 끌어온게 특징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밤9시가 조금 넘어서 가게들이 문을 닫을 시간이라 상점 구경은 제대로 못하고 분수쇼를 보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열려 있는 잡화점 같은 곳에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그곳은 약국이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은 약국이 슈퍼의 형태라고 하더니 가게안에는 정말 별의 별게 다 있었다. 다리가 너무 아픈 우리들은 약속시간까지 화장품코너앞의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친절한 점원들이 그렇게 앉아있어도 된다고 했다. 정말 친절한거 같다.약속시간이 되어 입구로 가니 아이들이 삼삼 오오 모여드는데, 모라의 중딩여자애들이 안 보인다.걱정 스런 마음에 기미씨랑 이리저리 다니며 찾는데, 기미씨가 2층에서 찾아왔다. 내려오는 곳을 못찾아서 해매고 있었다고 한다.밤10시 호텔로 향하는데 다시 비가 내린다.우산을 나눠쓰고 호텔로 돌아왔더니 가이드상이 긴장한얼굴로 방배정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왔다.이번 여행은 정말 돌발의 연속인듯하다. 날씨가 따라주지 않아서 일정이 자꾸 밀리더니 이제 방배정마저 어쩐지 오늘 방이 세미더블로 알았는데 싱글침대가 두개더니 일단 가이드와 우리쪽이 반식 부담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회의는 넓은 우리방에서 하기로 하고. 약속시간이 되어도 치하루상밖에 오지 않아서 수현씨랑 치하루씨랑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여행의 좋은 점은 물론 이런저런 고달프고 책임도 있어 피곤하지만 삼시세끼 밥을 신경 안 써도 된다는 점 그리고 청소도 안해도 되고 빨래도 안해도 되고 아마 잡다한 집안살림을 안해서 새벽부터 밤늦도록 까지의 일정을 무사히 완수하고 있는듯도 하다. 미혼인 치하루상이 너무 우습다는듯 놀라며 웃는다. 그래 이게 바로 아줌마들의 세계아니겠어요? 삼시세끼 밥차릴 걱정에서 해방 된다는 것 만으로도 여행은 충분히 자유롭고 풍요하고 여유롭다.
7월27일 귀로...(생각이 자란 4일)
셋째날 새벽 오늘은 비가 오지 않는다. 처음인거 같다. 이틀연속 비내리는 아침을 맞았는데,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 다만 좀 춥다.
오늘은 전철체험으로 오호리 공원까지 가서 관람하고 시사이드모모치구역을 보기로 했다. 가방을 차에 싣고 전철을 타러 가는데, 사람들이 분주하게 다니는 모습에 아 지금 출근시간이지 싶었다. 8시30분 절정의 러시아워가 아니겠는가?9시까지 출근하려면 다들 바쁘게 움직일 텐데 우리가 방해가 되는게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방학할인이 되는 초등학생들만 전철표를 끊어서 타고 나머지는 단체로 줄을 지어서 승강장으로 들어갔다.직접 표를 끊지 못해서 아쉽지만 출근시간이니 어쩔 수 없다. 원래 전철체험은 좀 한가한 밤시간대에 하려고 했는데, 일정이 미뤄지면서 이렇게 출근시간대에 딱 걸린것이다. 출근하던 일본의 셀러리맨들이 우리를 힐끔 거린다. 정말 단체관광객이 이렇게 출근시간대에 전철에 나타나리라 그들이라고 생각했겠는가?하핫!! 나라도 아침부터 출근길에 단체관광객이 나타나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을 마주친다면 좀 놀랄거 같다.전철안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게 없어보였다. 다만 정말 책읽는 사람이 많다는것 우리나라지하철을 타보면 어른들은 눈감고 자고 젊은 측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휴대폰을 손에 들고 방송을 보던지, 문자를 끊임없이 보내던지 하는데,소문대로 만화책이든 문고판이든 책을 많이 보는것 같았다.오호리 공원은 후쿠오카성의 해자를 이용해 만든 호수가 있는 아름다운 공원이다.일본에 집이 작다고 호텔안도 너무 좁아서 불편하다고들 하는데, 녹지공간만큼은 정말 대단히 넓은듯 하다. 개인의 공간은 작아도 공유하는 공원이 많은게 부럽기도 하였다.호수 주위로는 버드나무가 쭉 서 있는데,
치하루 상이 일본에선 버드나무에 혼령이 있어서 무서워 한다고 했다. 내가 우리나라에선 버드나무가 강가나 우물옆에 많이 있어서 나그네가 물을 청하면 버드나무잎을 띄워주어서 급히 물마시다 사레걸리는걸 막아주기도 한다고 우리나라에선 무서워 하지 않는다고 했다. 둘 다 양국의 사물을 보는 조금 다른 견해에 놀라워 하기도하고 아하 그렇구나 하며 수긍도 했다. 축 처진 버드나무가지와 잎이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귀신을 생각나게 하기도 하는듯해서이다.
아침 9시20분경
다음으로 이동한곳은 시사이드모모치지구로 매립지에 인공으로 만든 해변이 있는곳으로 가운데에 후쿠오카타워가 배의 돛대격으로 세워져 있는 곳이다.며칠동안 많은 비가내려 주민대피령이 내려져서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아서 황량하고 바다도 물이 뒤집어져서인지 탁하고 많은 쓰레기가 떠밀려와 있었다.교회 비슷해 보이는 건물이 있었는데, 결혼식장과 호텔을 겸하는 곳이라고한다
재작년에 왔을때는 결혼식장면도 직접 보았다고 하는데 오늘은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결혼식을봤다면 좋았을텐데하며 그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부두로 향했다.이제 부산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오전10시50분 부두에 도착해서 치하루상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다시 카멜리아호에 승선했다.다시 아이들을 422호에 불러모아서 부산도착전까지 보고서를 써서 내도록 남정선씨가 일정에 대해 간략한 브리핑를 해주셨는데,첫날 스페이스월드에 가는 길에 본 낡고 허름한 창고같은 건물이 야와타제철공장으로 일본에 최초로 세워진 제철공장이며 2차세계대전 당시 우리나라의 농기구와 식기들이 이곳에서 무기로 만들어지기 위해 녹여졌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좀 더 자세히 볼걸싶은후회가 밀려왔다.그날은 왜이렇게 낡고 허름한 지역을 그대로 방치했나 싶었는데 그런 역사의현장이라니 정말 아는만큼보인다고 했는데,미처 알지못하고 그냥 무심히 지나친게 아쉬웠다.각자 글쓰러 흩어지고 허리가 많이 안좋아진 남정선씨는 잠이들고도우미어머니들은 김미선씨가 선물한 병아리빵과 커피를 마시며 식당에서 담소를 나누었다. 가이드상도 함께였는데 다들 얘기를 하다보니 혈액형이 A형같은O형과A형뿐이다. 이렇게 소심한 사람들이 3박4일동안 아이들을 인솔하느라 정말 마음고생들을 하였을거 같다..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느라고 오후 5시가 넘어 어느덧 부산항에 도착하였고 다들무사귀환을 자축하며 집으로 향했다.날씨가 받쳐주지 않아서 일정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였고 구경도 제대로 못했지만 여행은 나를 한 번 돌아보게 해주고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좋은 경험이었다.아이들도 우리나라를 벗어나서 또다른문화를 체험하면서 생각이 자라고 마음도 자랐을 거라 느끼며 성공적인 체험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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