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5시20분,준비를 하여 길을 나선다.
가까이 보이는 자판기에서 따듯한 캔커피를 빼,
조용히 잠에서 깨어나는 소구치(小口)마을을 바라 본다.
자판기 옆의 저 간판은 뭐지?
궁금증은 조금 후에 해소 되었다.
고구치 시젠 노 레 Lodging (숙소)를 알리는 간판.
개울쪽을 내려다 보니,그 옆 너른 부지의 길다란 건물이 불빛으로 환하다.
아니? 이런 시골에 저런 건물이?
그 옆에 신사(神社)가 있어 이를 둘러 보고,
가운데 현관문쪽으로 다가가,마침 밖으로 나오는 동양인에게 말을 거니,
"타이베이"라며,저기 있는 저 사람에게 물으라는 시늉을 한다.
책임자인듯한 그의 말에 의하면 이곳을 이용하려면 예약을 해야하며,
4500엔/1인, 저녁과 아침을 포함시 9000엔 이며,
텐트를 칠 경우 1600엔/1동.
예약을 안한 사람에게는 식사제공을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고구치 시젠 노 레 Lodging(숙소).
식탁 위에는 각자의 이름이 적힌 점심 도시락이 놓여 있고,
배식구에는 빵과 몇가지의 과일이 있다.
이곳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컵라면과 빵으로 하룻밤을 지냈는데,
이곳은 별천지다.
이런 곳이 있는 줄 알았던들 일본어나 영어를 할줄 모르니,
전화예약을 하지도 못했을 터이니 내게는 그림의 떡.
고구치 시젠 노 레 옆의 신사(神社).
오키리 지조(尾切地藏).
이정목(里程木)과 가히(歌碑).
이시도 자야 teahouse remains (石堂茶屋跡).
휴게소(休憩所,8시40분).
가히(歌碑).
사이 노 카와라 지조(地藏).
햐켄구라(小雲取越 460m, 9시20분).
햐켄구라(小雲取越)에서 40분쯤 내려섰을때,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7~8명의 일본인들이 약간 소란스레 올라오고 있다.
구마노 혼구다이샤에서 출발했으면 여기까지 2시간 남짓 걸었을터인데,
웅성거리는 소리로 보아 벌써 힘이 든 모습들이다.
"곤니찌와"
그 중 인솔자인듯한 이가 "어디서 오느냐?"
"와따시와 강고꾸진 데스"(나는 한국인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영어로 How long....하며 더듬거리자,
뒤에 있던 이가 답답했던지,How long hours?(몇시간 걸렸나요?).
"Goguchi Four hours"(고구치에서 4시간 걸렸습니다).
현지인이 외국인에게 길을 묻다니!
국도 168호를 따라 4km남짓 진행하면 구마노 혼구다이샤(熊野本宮大社)이다.
마주오던 두명의 외국 여성이 말을 건넨다.
"곤니찌와"
"America"(우리 미국인이야)
"California"(캘리포니아에서 왔어)
"Japaness"(일본인이냐?)
"I'm Korean"(한국인이야)
"Sorry"
"Japaness Korean same"(일본인과 한국인은 모습이 같아) 그들이 웃으며,
"Koguchi"(고구치에서 오는길이야?)
"여기까지 몇시간 걸렸어?"
"Five hours"(5시간 걸렸어).
문장으로 의사를 전달하는게 아니라 단어만으로 의사 전달을 한다.
이시간(11시30분)에 12km 떨어진 고구치까지,
가벼운 옷차림에 배낭도 메지 않은 중년의 여인들이 400m대의 고개를,
두어개 넘어 가기에는 버거울텐데...
오미네 오쿠가케미치(大峯奧驅道)를 알리는 이정표.
구마노고도 중 하나인 오미네 오쿠가케미치(大峯奧驅道)는,
구마노 혼구 다이샤에서 이 다리를 건너 요시노산(吉野山)으로 이어진다.
구마노 가와(熊野川).
오유노하라.
구마노 혼구 다이샤(熊野本宮大社).
구마노고도 나카헤치구간을 마치고,
조금 여유를 부리며 구마노 혼구 다이샤(熊野本宮大社)를 찾는다(13시).
구마노고도 이세지 구간을 답사하기위해 시내버스로 신구(新宮)로 이동,
신구 역(新宮 驛) 근처의 호텔에 체크인.
내가 투숙했었던 호텔,료칸,여인숙에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어 편리 했는데,
이 호텔에는 없어 빨래방을 찾아보려고 거리에 나섰는데,
막상 찾으려 하니 눈에 띄지 않는다.
귀가하는 여학생에게 다가가,
"와따시와 강고꾸진 데스" 그러고는 파파고 앱으로 묻는다.
"빨래방이 어디 있니?" 그녀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모르겠다며 길을 가더니,
생각이 난듯 되돌아 와서 내 휴대폰의 구글맵에서 빨래방의 위치를 가리킨다.
그 여학생은 대수롭지 않게 베푼 친절일지 몰라도,
그 친절함을 받는 내게는 참 고마운 일이다.
빨래방은 숙소에서 1km남짓 떨어진 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