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행] 성산포 해녀물질 공연

[물고기자리]

쾌청한 날씨에 바람도 상쾌했던 토요일이라 그런지.. 성산 일출봉에도 사람이 제법 많이 모였다.

다리가 튼튼하지 못한 엄마를 생각해서 일출봉을 정상까지 이르는 것은 포기하고 대신, 성산바다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오늘따라 성산포의 바다물빛은 에메랄드빛이다.

건너편의 우도가 선명하고, 바다밑까지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투명한 바닷물이 해안에서 찰랑거린다.

시간을 새겨 넣은 바닷가의 바위들은 층층히 퇴적하여, 그 나이만큼이나 고요히 아름답네.

마침 주말에는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성산 해녀의집 해녀분들께서 해녀물질 공연을 하신다고 한다.

모처럼 나선 여행인데 부모님께 좋은 구경이 되리라.

이미 정보가 있었는지...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온 외국인도 더러 눈에 띈다.

해녀분들 중에서 가장 젊은 아주머니는 해설을 맡았나보다.

그녀의 해설에 따라 연설에 지긋하신 해녀분들이 물질할 때의 복장으로 '이어도사나'를 부르시기 시작한다.

노래를 부르시는 할머니는 성산해녀 중 최고령이신 82세라고 한다.

물질은 커녕 힘차게 걷기도 어려운 연세에 저렇게 강건하게 물질이며 공연을 하시는 것을 보니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살림을 일구고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느라... 제주 해녀들은 이렇게 억척스러운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합창이 끝나자 공연에 참여한 해녀분들이 일제히 바다로 나아가 물질할 때의 다이빙 모습을 시연한다.

옆에서 엄마는 아직도 이렇게 추운날씨에 바다에서 일하는 해녀분들을 보며 엄청 짠해 하신다.

내가 다이빙 들어갈 때도 이렇게 추웠냐며 영 걱정이시다.

나야... 취미로 하는 것이고... 봄의 바다는 물위의 계절보다 한계절 더 늦게 가기때문에 지금의 바다가 더 차갑다는 말은 애써 드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제주해녀의 오랜 삶인 것을 어찌하리....

보기드문 공연이었지만,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그런 공연이었달까....

이제는 가장 젊은 해녀분이 50살을 넘기셨다 한다.

이제 일세대를 이루었던 고참해녀분들이 모두 떠나시고 나면, 누가 있어서 해녀의 전통을 이어줄까?

법환항 인근에서 해녀교육을 시켜주는 시설도 있고, 참여자를 모집한다고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해녀일을 배워서 전통을 잇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고의 전문직 여성이었을 해녀라는 직업은 서글프지만 역사속으로 사라질런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 하루... 귀한 시간과 귀한 모습을 보아서 마음에 오래오래 기억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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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물꼬기's on the road> http://blog.naver.com/eonmi_blue

[해찬이네(안기용)]

물고기 자리님.. 정말 여행 많이 다니시는군요.. 글도 잘쓰시고.. ^^ 블로그도 다시 한번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