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곡나루
압록에서 보성강과 하나가 되어 몸을 불린 섬진강이 가장 먼저 만나는 강마을이 구례군 구례읍 계산리 유곡마을이다.
유곡나루터가 있고 섬진강다무락마을로 선정된 마을이다.
한 때 고재종 시인이 요양차 머물렀던 마을이며,
곽재구 시인의 ‘유곡나루’ 시를 가수 정태춘이 ‘나 살던 고향’이란 노래로 불려 심금을 울린 곳이기도 하다.
▲ 유곡나루의 봄,
유곡나루
- 곽재구
육만 엔이란다.
후쿠오카에서 비행기 타고 전세버스 타고
부산 거쳐 순천 거쳐 섬진강 물 맑은 유곡나루
아이스박스 들고 허리 차는 고무장화 신고
은어잡이 나온 일본 관광객들
삼박사일 풀코스에 육만엔이란다.
초가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 햇살
신선하게 터지는 박꽃 넝쿨 바라보며
니빠나 모노 데스네 니빠나 모노 데스네
가스불에 은어 소금구이 살살 혀굴리면서
신간선 왕복 기차 값이면 조선 관광 다 끝난단다.
육만 엔이란다. 낚시대 접고 고무장화 벗고
순천특급호텔 사우나에서 몸 풀고 나면
긴 밤 내내 미끈한 풋가시내들 서비스
한번 볼만한데
나이 예순 일본 관광객들 칙사 대접 받고
아이스박스 가득 등살 푸른 섬진강
맑은 물 값이 육만 엔이란다.
▲ 유곡마을 정자
▲ 오리떼의 비상
▲ 요즈음 논두렁 태우는 일도 마음대로 하기가 어렵다.
구례구역은 구례군에 속해 있지 않고 전남 순천시 황전면에 있다.
구례로 들어가는 곳이라는 뜻의 求禮口驛이다.
기차를 타고 지리산 화엄사나 노고단을 가려면 구례구역에서 내려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 구례구역 전경(구례구역 블로그 사진)
구례구역의 사랑노래
詩 고재종
기차는 저녁 일곱 시에 떠나네
이렇게는 일렁이는 강물 다 놔두고
강물 위에 부서지는 노을 다 놔두고
기차는 저녁 일곱 시에 떠나네
저렇게는 우뚝한 산봉우리 다 놔두고
산정 위에 막 돋는 별들 다 놔두고
네가 가고 나는 남는 이 저녁 역에서
외로움은 산 속 깊은 쑥국새 소리
그리움은 강심 깊이 숨어드는 숭어떼 빛
기차는 저녁 일곱 시에 떠나네
저렇게는 산모퉁이를 도는 기적 소리에
이렇게는 강물도 떨리는 푸르른 저녁
▲ 구례구역 앞의 음식점들
사성암
구례구역을 거친 섬진강은 큰굽이를 틀고 문척면 동해마을과 사성암이 있는 오산 앞을 지나
구례로 접어든다. 사성암에 올라보면 구례읍과 앞뜰 가운데를 가만 돌아나가는
섬진강과 그 풍경을 포근하게 감싸 안은 지리산의 풍경은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섬진강길 여정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서 섬진강을 볼 수 있는 나의 명당자리이다.
▶ 사성암에서 내려다본 구례읍과 섬진강
운조루
구례읍 근방에서는 잠시 강을 벗어나 몇 군데 들려보기를 권한다. 산수유가 피는 산동마을과 매천 황현사당,
화엄사 길목의 당몰샘을 들려보고 다시 강 길을 따라 나선다. 문수사의 입구에 있는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의 운조루는
금환락지의 명당, 아흔 아홉칸 집보다도 그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마음이 먼저 간다.
가난한 이웃들에게 저녁 짓는 연기가 보이지 않도록 배려하여 낮게 지었다는 굴뚝과
양식이 없는 사람들이 퍼가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他人能解 쌀뒤주다.
아무나 퍼가도 좋다는 뜻의 他人能解이야말로 함께 사는 세상의 정신일 것이다.
▲운조루의 타인능해 쌀 뒤주
길은 토지면 소재지를 지나 하동으로 이어진다.
토지면 소재지를 지날 때는 꼭 들려볼 곳이 있다. 우리식당이나 선미옥에 들려 다슬기수제비나 다슬기탕을 먹어보길 권한다.
글+사진 김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