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집'을 '새 보금자리'로… 집 단장에 푹 빠진 사람들
#1. 내년 봄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한모(26·여)씨는 결혼 생활을 시작할 신혼집으로 신림동의 낡은 빌라를 선택했다. 한씨는 "유명 브랜드 아파트는 워낙 비싼데다 각종 붙박이장을 비롯한 가구와 시설이 전부 갖춰진 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서 "남편과 함께 살게 될 집을 우리가 직접 꾸미고 싶어서 비교적 저렴한 주택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주말이면 예비신랑과 함께 가구매장과 쇼핑몰을 돌며 가구와 인테리어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요즘 가구매장에는 침실, 거실, 주방을 마치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가구 배치부터 소품 인테리어까지 완성된 '쇼룸'(전시장)이 마련돼 있어 집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2.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자취 생활을 하는 직장인 유모(30·남)씨는 요즘 집 꾸미는 재미에 푹 빠졌다. 유씨는 "쉬는 날이면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인테리어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편"이라면서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호프집을 가기보다는 집에 초대해 '홈파티'를 즐기고, 커피 마시며 책을 읽고 싶을 때에도 카페를 찾기보다는 집안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그의 집에는 카페 분위기가 물씬 나는 테이블이나 술집에서나 볼 수 있는 바가 마련돼 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씨처럼 집안의 자투리 공간을 꾸며 '홈카페'나 '홈파티'로 만드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이처럼 손수 집을 꾸미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홈퍼니싱'(home furnishing) 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홈퍼니싱이란 '집'(home)과 '단장'(furnishing)의 합성어로 가구나 조명은 물론 벽지와 침구, 카페트,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집안을 꾸미는 것을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가구(약 10조원)와 생활용품(약 2조5,000억원)을 합쳐 약 12조5,000억원으로 지난 2008년(약 7조원)에 비해 부쩍 성장했다. 홈퍼니싱 관련 업계는 2023년 시장 규모가 18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 '가구 공룡' 이케아의 한국 진입… "홈퍼니싱 시장 파이 키워"홈퍼니싱 산업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세계 최대 가구기업 이케아가 한국에 매장을 내면서부터다. 이케아는 지난해 12월 18일 한국에서 처음 영업을 시작한 뒤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지난 1년 동안 이케아 광명점에는 670만명의 사람들이 찾았고, 총 3,08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케아는 앞으로 5개의 추가 매장을 낼 계획이다.이케아의 한국 진출과 성공은 국내 가구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긍정적인 변화을 이끌어냈다. 국내 가구 브랜드들은 이케아 진출 소식 전부터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에 많은 공을 들였다. 대형 매장을 확대하고, 홈쇼핑·온라인몰 등 유통 채널의 변화를 꾀했다. 이케아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 대형 매장에 쇼룸을 배치하는가 하면, 제품군도 다양하게 늘리고 가격도 낮췄다. 업계의 이러한 노력은 국내 가구 시장 전체의 파이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3분기 국내 가구업계의 실적을 보면 한샘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2%(323억원) 증가했으며, 현대리바트는 30.9%(93억원), 퍼시스는 38.31%(54억원), 에넥스는 20.4%(79억원) 성장했다.생활용품 판매도 덩달아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에 처음 진출한 자라홈과 H&M홈, 무인양품 등 외국계 생활용품 판매 업체들은 서울 시내 주요 쇼핑몰에 매장을 열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국내 홈퍼니싱 업체들도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 모던하우스는 올해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테리어 업체 신뢰도 낮아… 오히려 홈퍼니싱 산업의 성장 동력 되기도 값비싼 인테리어 업체를 이용했다가 실망한 소비자들이 하나둘씩 "직접 해보겠다"며 나선 현상은 홈퍼니싱 산업의 성장 동력이 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각종 서비스 가운데 집을 수리하거나 실내 장식(인테리어) 서비스를 이용할 때 불만족을 느끼는 소비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한국의 소비자시장 평가 지표'를 보면 주택 수리·인테리어 시장의 종합평가지수(CMPI)는 97.1로 소비자들의 주관적 관점에서 19개 서비스 시장 중 가장 소비자 친화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CMPI는 100보다 크면 시장이 소비자 친화적이고, 100보다 작으면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방송가, 이젠 '쿡방' 아닌 '집방'에 관심 높아져 홈퍼니싱 트렌드는 방송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인테리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방송사들은 저마다 인테리어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내놓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방송을 시작한 '헌집 줄게 새집 다오'(JTBC)는 인테리어 '대결'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의뢰인 집의 '물때 자국이 있는 벽지와 먼지투성이 슬리퍼'까지도 스튜디오로 이송해 공간 개조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인테리어가 돈이 많이 들고 어렵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전문가들은 전체 예산 99만원 내에서 시청자들이 따라하기 쉬운 인테리어 방법을 전수한다. 요리사들이 15분 안에 완성한 요리로 대결하는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JTBC)의 인테리어 버전인 셈이다. 최근 방송인 노홍철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내 방의 품격'(tvN) 역시 인테리어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페인트를 비롯한 다양한 인테리어 재료 구입 방법부터 소품 제작법, 물건을 고쳐 새로 쓰는 법까지 분야별로 온라인에서 이름난 인테리어 고수들이 출연해 초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할 예정이다. 내년 1월 방송되는 '오시면 좋으리'(MBN)도 김용만을 비롯한 연예인 5명이 '제주 할머니집'을 찾아 누구라도 묵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홈퍼니싱 프로그램들이 하나둘 생겨나는 만큼 시장은 성장 단계"라면서 "앞으로 직접 가구를 배치하고 인테리어를 하려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상품을 기획·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출처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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