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중국에는 이미 200만 명의 불교 승려가 있었지만,
달마는 그들 가운데 오직 네 명 만이 자신의 제자가 될 자격을 갖추고 있음을 알았다.
달마는 제자를 선택하는데 대단히 까다로웠다. 그가 첫 번째 제자인 혜가(慧可)를 찾는데도 거의 9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9년이란 세월은 역사적인 사실이다. 달마의 동시대에 기록된 역사서들이 모두 그것을 기록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양무제를 왕궁으로 돌려 보낸 뒤 달마는 9년 동안 벽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그는 그것을 중요한 명상수행으로 만들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벽만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벽만 바라보고 줄 곳 앉아있어 보라.
그러면 그대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그 벽처럼 그대 마음의 화면이 서서히 텅 비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달마는 이렇게 선언했다.
“나의 제자가 될 자격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면 나는 그를 만나지 않겠다.”
사람들이 그를 찾아와서 그의 등 뒤에 앉아 있곤 했다. 그것은 정말 이상한 상황이었다.
아무도 이런 방식으로 대화를 나눈 사람은 없었다. 달마는 벽에게 이야기를 하곤 했다.
사람들이 등 뒤에 앉아있어도 그는 결코 얼굴을 돌리는 법이 없었다.
그는 말했다.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가슴이 아프다. 그들은 벽과 같다.
사람들은 전혀 이해가 없어서, 그토록 무지한 인간 존재들을 바라보는 것은 큰 아픔이다.
하지만 벽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벽은 그저 벽일 뿐이다. 벽은 원래 듣지 못하니 내 가슴이 아플 이유도 없다.
누군가 행동으로써 내 제자가 될 자질을 증명해 보였을 때, 그 때에만 나는 고개를 돌릴 것이다.”
9년의 세월이 흘렀다.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무슨 행동을 해야 그를 만족 시킬 수 있을지 몰랐다.
그들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혜가’ 라는 이름의 한 젊은이가 달마를 찾아왔다.
그는 칼을 꺼내 자신의 한 쪽 손을 잘라서 달마 앞에 던지며 말했다.
“이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당신이 돌아앉거나 제 머리가 떨어지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당신이 돌아보지 않으시면 제 머리를 잘라서 당신 앞에 던지겠습니다.”
달마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대야 말로 진정으로 나의 사람이다. 이제 머리를 자를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
이 사람 혜가가 달마의 첫 제자가 되었다. 후에 달마는 중국을 떠나면서 네 명의 제자들을 불렀다.
세 명은 혜가 다음에 입문한 제자들이었다. 달마는 그들에게 말했다.
“간단한 말로, 간단한 문장으로 내 가르침의 본질을 말해보라. 나는 내일 아침 희말라야로 돌아가려한다.
그래서 지금 그대들 네 명 중에서 나의 뒤를 이을 사람을 결정하고자 한다.”
첫 번째 제자가 입을 열었다.
“당신의 가르침은 마음을 초월하는 것이며, 절대적으로 침묵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갖추어지면 모든 일은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달마가 말했다.
“그대의 말은 틀리진 않았지만 흡족하지 않다. 그대는 단지 나의 가죽을 얻었을 뿐이다.”
두 번째 제자가 말했다.
“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존재 그 자체만 있을 뿐입니다. 이것을 아는 것이 당신의 근본 가르침입니다.
달마가 말했다.
“조금 낫지만 아직 내 기준에는 미흡하다. 그대는 나의 뼈를 얻었다. 자리에 앉으라.”
그리고 세 번째 제자가 말했다.
“그것에 대해선 아무것도 말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말도 그것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달마가 말했다.
“좋다!” 하지만 그대는 이미 그것에 대해 말했다. 그대의 말과 그대의 생각은 서로 모순이다. 그대는 나의 골수를 얻었다.”
네 번째 제자인 혜가가 말할 차례였다. 혜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달마의 발 앞에 엎드렸다.
그리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이윽고 달마가 입을 열었다.
“그대는 그것을 말했다. 이제 그대는 나의 후계자다.”
그러나 달마는 그날 밤 어떤 제자에 의해선가 독살 당하고 말았다.
자신이 후계자로 선택되지 못한 것에 대한 복수였다. 사람들은 그를 땅에 파묻었다.
그러나 여기 또 다른 기이한 전설이 전해진다. 그로부터 3년 후에 한 관리가 달마를 목격했다.
달마는 지팡이 끝에 신발 한 짝을 매달고서 희말라야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발은 맨발이었다.
그 관리는 달마를 알고 있었다. 전에 여러 번 달마를 찾아가기도 했었고,
달마의 괴상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매혹당해 있었다.
그는 달마에게 물었다.
“지팡이에 신발 한 짝을 매단 뜻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달마가 대답했다.
“그대는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대가 나의 제자들을 만나면, 내가 영원히 희말라야로 떠났다고 전하라.”
그 관리는 지체하지 않고 즉시 달마가 살던 산 속의 절로 찾아갔다. 거기서 그는 달마가 독을 마시고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곳에는 달마의 무덤까지 있었다. 관리는 그동안 국경초소로 파견 근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소식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 관리는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하지만 나는 분명히 그 분을 보았습니다. 그분을 수 없이 뵌 내가 착각을 일으켰을 리 없습니다.
틀림없이 그 분이었습니다. 그 부리부리한 두 눈, 무서운 얼굴, 게다가 지팡이 끝에 신발 한 짝을 매달고 있는 것까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제자들은 호기심이 일어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들은 결국 달마의 무덤을 파 보았다.
그 속에 남아있는 것은 단지 신발 한 짝 뿐이었다. 그 관리는 “그대는 곧 알게 될 것이다”라고 한 달마의 말을 이해했다.
우리는 예수의 부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아무도 달마의 부활에 대해선 이야기 하지 않는다.
- 오쇼 라즈니쉬《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