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너덜 닳고 헤진 책은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는 저자 엄기호의 도서로 단연 으뜸이다.
어쩌면 학교현장을 살고있는 교사의 서사와 사연을 이다지도 탄탄한 구조로 풀어낼 수 있을까?
이런 책이 또 있을까?
학교 현장 생활세계를 드러낸 사회학자적 시선은 애착아의 교사 시선을 더하고자 뒤적이다가 완전 다시 빠져들었다.
책은 역시 사서 봐야 한다.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며 부정적인 상황의 심화 전이된 교사 죽음이 비감, 비통하다.
갈피마다 접어지고, 초록빛, 핑크빛, 검은 볼펜, 연필의 밑줄, 덫칠 등이 주욱죽 그어져있고 종이 색깔이 갈변중이다..
학교와 적극적으로 '불화하는 교사'들은 학교를 떠나거나 혹은 무기력한 상태로 학교에 남게 되었다'
이들이 보기에 학교에서는 더 이상 자신이 추구하는 교육이 가능하지 않다( 본 책 229쪽)
초록빛 덧칠 대목에 덧붙인 소감 문장이 눈에 띈다.
""가끔 나도 내가 훌륭하다, 학교에서 어떻게 붙어 남아있을꼬" (2016년 1월 18일 )
어느 책에 날짜까지 더해 소감 문장을 적은 적이 없는 거 같은데 ,삐둘배둘 적어진 문장이 스스로에게 이제 위로가 된다.
구조적으로 은폐되고 비껴나가고 있는 학교장 책임 명기와 교육부 정책 관련 부분이 비켜가지 않아야할 터, 염려가 크다.
근무학교 2년째, 들어온 신입생 문제아가 이 학교는 "진짜 학교네요"라고 말할 때 기뻤지만, 대놓고 어데다 말을 못했다.
데려온 후배아이가 교권침해를 야기해, 전학가서 다행히 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를 후배교사에게 전하다 싸늘한 표정에 식겁했다.
우리학교도 등급 좋은 학생들로 채워졌으면 좋겠다는 전교감님 두 번째 발언엔 퇴근해서도 화가 가라앉지 않아 카톡을 넣었다.
아이들을 왜 차별하냐고? 그런 아이들일수록 학교가 붙들어야지, 그 상태로 세상내보내면 뭐되는지 알지 않느냐?시비 한 것이다.
학교의 책임을 강조하는 교사는 내부의 적으로 취급된다(같은 책 219쪽).
전출이동시 마다, 교실 안정 침상 귀퉁이에 십자가부터 걸고 기도로 시작하곤 한다.
교회 열심 신자는 커녕, 남편따라 성당 신자로 등록하고도 안나가고 '금산사' 보살이 될까하니 '부적'인 셈이다. .
학교에서 응급대처 불안감은 신규교사 시절부터 이어져와 책상 주변엔 성경귀절과 성화까지 여러 개를 붙들고 산다.
나의 행동과 음성언어를 지속적으로 성찰하는 이유는 설명책임능력을 다하고 방어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일 것이다.
교장감마저 보건교사 경험 전무이고, 관심 전무이니 사방이 적敵이고 적지에서 전쟁하며 사는 중이다.
교사의 학교 죽음에 학교장들이 보인 반응은 내가 죽었어도 예상 가능성 99%일 것이다.
학교장 선행과 미담 사례를 모으다가 포기했다.
교장은 아이를 만나고 교사를 지원하는게 당연한 일 아닌가 싶은 것이다.
어째 그게 미담이고, 선행인지 하다가 말고 어처구니가 없다.
나이 어린 교사가, 이상한 교사로 찍힌 교사가, 나는 맨날 하는 추구하는 일이고 하는 일인데 말이다.
학생을 챙기면 교사가 일 없이 한가한 사람이거나, 욕을 먹거나 왕따당하는 요상한 괴물 취급 학교 풍토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행정 일을 처리하고, 학교장이나 교육청 지시를 수행해내는 일이 여전한 으뜸이다.
223쪽
학생들에게 "00이가 죽었대"라고 알린 다음 말을 다 끝맺지도 못하고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잠시 후에 배교사는 정신을 수습하고 교장을 만난 다음 학생의 시신이 누워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그때 교장의 반응을 잊을 수가 없어요. 뒤로 살짝 물러서면서 "평소에 무슨 문제 있었나?"라고 물어요. "모르겠어요. 아주 착실한 아이였어요"라고 대답하니, "나도 가봐야 하나?"이러더군요. 그때는 화가 나지 않았어요. 제가 너무 경황이 없기도 해서 그냥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알아서 하겠습니다"하고 나왔습니다. 결국 교장은 장례식장에도 안 왔어요. 나중에 생각하니까 최대한 학교밖의 일로 밀어내려는 그런 마음이 읽히더군요. 책임감이 아주 떨어지는 집단이요. 서류로만 꾸며내고, 교장의 반응은 정말 무책임했죠. 저는 그때 어떤 마음이었냐 하면, "그래,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당신은 빠져. 당신이 걔에 대해 뭘 알어?" 이런 마음이었죠( 배 교사)
교장은 이 사건을 수습하는 자리에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배교사는 "교장이 끼고 싶은 자리가 아니었을 것"이라면서도 교장이 보였던 떨떠름한 표정과 "학교에 문제 있었던 것은 아니지?"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한 것을 잊지 못했다. 자신이 책임지고 가르치던 학생의 죽음 앞에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학교
224쪽
라는 사실을 절절히 깨닫게 된 사건이었다.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지만, 학교는 학생들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책임을 지려는 교사를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교에 누가 되거나 공연한 민폐를 끼친다고 불온시하고 있다. 동료 교사들도 이런 교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좀처럼 같이 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같이 하는 순간 그 책임과 추궁도 함께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교사들은 점점 더 바쁘게 되고, 바쁜 만큼 '독박'을 쓰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 학교에서 동료 관계는 점점 더 일그러지거나 고립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