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이랑 신랑이랑 집 보러 다녔다. 강창이랑 진천동, 대곡동 부근의 아파트로...
아기 데리고 집 보러 다니기 힘들다.
요즘 거의 매일 1시간 이상 걸어다닌다. 밤에 신랑 퇴근 후에...
살빼려고...
I'm on a diet.
우리집 옆 감천 초등 운동장을 5~6바퀴 돌고, 그 다음 롯데백화점근처 영남맨션까지 걸어갔다가 온다. (경로 : 월성주공 4단지 - 감천초등 운동장 - 월성주공 4단지 상가 - 달서구 보건소 - 청구코아 - 월성 우방타운 - 화성타운 - 영남맨션 - 다시 우리집으로...) 1시간 20~30분 가량 걸린다. 제발 살 좀 빠려라. 뱃살, 허리살, 옆구리 살... 마지막으로 팔뚝 살. 원래 통통한 체질이라서 그렇게 마른 것 까진 바라지 않는다.
요즘 사진 찍으면 뱃살이 너무 보여서 사진 찍을때마다 배에 힘 주고 찍는다.
왜 아기 낳으면 배가 축 늘어지는 걸까? 우리 동네 아줌마들은 2003년에 아기 낳고 다들 날씬하던데... 나도 2003년에 서준이 낳았는데... 그것도 자연분만으로...
내가 살뺀다고 운동하러 간 사이에.. 서준이가 사고 쳤다.
쌀통 뚜껑을 열어서 컵, 손, 장난감 삽 등으로 쌀을 마구 마구 퍼냈단다.
그 때 신랑은 뭘 했냐고 물으니까 그냥 쳐다봤단다. 아이고 미쳐...
한참 후에 서준이가 다른 것 갖고 놀때 신랑이 쌀을 주워담았다면서 나중에 밥 할때 쌀을 잘 씻으라고 하더군. 아이고... 주워담으려면 깨끗이 다 주울것이지... 보행기 탁자 위에도 쌀 한 움큼, 문틀에도 쌀이 끼어있고... 방 구석에도 쌀...
못 말리는 서준... 사고뭉치.. 그래도 요즘 서준이가 안 아파서 좋다. 그래, 건강하게 자라다오, 비록 사고를 치더라도...
서준이는 남자아기가 새색시처럼 수줍음, 부끄럼이 많다.
엄마에게 뽀뽀하고선 부끄럽다고 이불에 머리 파 묻고 씩 웃고, 한가지 재주를 부리고선 부끄럽다고 내게 안겨서 머리 파묻고 웃는다. "히히 히히"
애교도 많다.
컴퓨터 책상에 앉아서 이사를 어디로 갈까? 강창? 진천? 이렇게 고민하는데, 큰방에서 서준이가 꺼이꺼이 운다. 왜 우는지 가 봤더니 아빠가 목 마르다고 서준이 젖병에 있는 물을 마셨단다. 아빠 맞아? 목 마르면 부엌에 가서 냉장고 문 열고 물 먹으면 되지, 왜 아기 물을 뺏어먹어?
아이고...
진짜 남편인지 큰 아들인지...
난 두명의 아들과 산다.
2004.9.26(생후 14개월 2일)
울 신랑은 내가 아기인 줄 아나?
전에 서준이에게 좌약해열제를 넣어주니까 효과 좋다고 했더니, 내가 나중에 열나면 내게 좌약을 넣어주겠다고 하질 않나, 신랑이 갑자기 내게 말을 걸어서 내가 놀라니까 날더러 기응환을 먹으라고 하질 않나... 나,,, 원... 참... 기가 막혀서...
아예 내게 기저귀도 갈아주고 분유도 먹여주지 그래?
아침에 서준이가 입에 젖병을 물고 걸어다니다가 앞으로 넘어졌다.
우는 걸 겨우 달래 놓으니까 또 젖병을 물고 걸어다니네.. 또 넘어지려고?
아빠가 서준이에게 "이리와"하면서 손뼉치니까 서준이가 다가오지는 않고 따라서 박수치고, 아빠가 이번엔 손짓하면서 "이리와" 하니까 서준이가 빠이빠이를 하네.
이번주엔 추석연휴라고 교회에서 점심에 국수를 안 준다.
국수 안 준다고 조카, 조카딸들이 삐졌다.
국수를 좋아해서 그런게 아니라 항상 하던 것을 안하면 삐진다나 어쨌다나...
울 서준이도 나중에 크면 저렇게 삐지겠지?
그러면 난 또 어떻게 참을꼬?
오늘 예배 후 우방랜드 초대권으로 우방랜드에 갔다.
예전에 삼성카드로 공짜로 입장 가능할땐 많이 갔었는데, 서준이 낳고 나니까 공짜 입장이 안 되서 계속 우방랜드 앞 화단에서 사진만 찍었었다.
그래서 오늘 서준이랑 우방랜드에 왔다는 증거를 남기려고 난 사진을 많이 찍으려고 했는데.. 사진 찍는 걸 질색으로 여기는 신랑은 사진 안 찍고 혼자서 놀이기구를 많이 타겠다고 하더니.. 놀이기구 앞에 선 기~~~다란 줄을 보더니 집에 가잔다.
밖에 나오는 걸 무지 싫어하는 (노는 날은 집에 콕 쳐박혀서 잠 자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신랑이다.) 신랑을 꼬시고 꼬셔서 사진을 좀 찍었다.
B3초대권(놀이기구 3가지 탈 수 있는)인데 아기 때문에 딱 한가지 씩만 신랑이랑 번갈아 가면서 탔다. 서준이가 유치원생만 되었어도 엄마 아빠랑 같이 탈 수도 있었을텐데... 엄마가 탈때 기다리고 아빠가 탈때 기다린다고 서준이가 좀 지겨웠겠군.
울 신랑 오늘 밤 형부랑 낚시 갔다. 열 받는다.
뭐, 남자들은 명절때 할일이 없다고 낚시나 가잔다. 아이고...
서준이가 조금만 더 컸었더라도 내가 낚시 따라 갔을텐데... 그러면 아기 때문에 불편해서라도 낚시터에서 밤 안 새우고 집에 갔을텐데...
내일은 추석 전날... 아침부터 시댁에 가서 충성?봉사를 하러 가야겠다.
동서도 없는 외며느리라서 명절때마다 각오를 하고 일을 하러간다.
그런데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으려나?
밤 새워서 낚시를 한 신랑이 내일 내가 추석 충성 봉사하는 동안 서준이를 잘 봐주려나?
졸음 육아를 하겠군.
아! 오늘 일기 추신 (ps)
서준이에게 베베(아기 과자)를 끊은지(안 준지) 꽤 오래 됐다.
원래 서준이에게 과자를 안 주려고 했는데 동네 아줌마들이 먹이라고 하고 자꾸 서준이에게 먹여서, 베베부터 먹여봤었는데 이게 버릇이 되니까 배 고픈 것도 아니고 잠 오는 것도 아닌데 자꾸 베베 달라고 울어대서, 이 나쁜 버릇을 없애기 위해서 어느새부턴가 베베 량을 줄이기 시작해서 이젠 아예 안 산다.
<< 베베를 안 사는 (주는) 이유 >>
베베를 사 놓으면 50%는 신랑이 먹고 15%는 내가 먹고 10%는 기타사람(조카들, 형부, 언니)이 먹고 서준이는 25% 먹는다. 그러니까 베베를 많이 사 놓아야 하고 베베 사는 값도 만만치 않다.
생활비에 타격이 크다.(우리가계는 엥겔계수가 높은 집이라서... 한마디로 좀 못사는 집이라서 간식 좀 더 먹으면 생활비가 쪼달린다.)
베베를 자꾸 먹으면 서준이가 충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충치 생기면 서준이도 아플거고 치과엘 가야 한다. 또 생활비 나간다.
그래서 아기 과자를 끊었다. 그래도 엄마는 과자를 먹고 있다. 난 과자없인 못 살아... 끊으려고 몇번이나 시도 했는데... 못 된 엄마다. 아기는 과자 안 주고 엄마만 먹는다.
그래도 엄마가 먹는 과자는 베베보다 싼 것이다. 그리고 살찐다고 진짜 절제하면서 조금씩 먹는다. 가끔씩은 신랑 모르게 숨겨 놓고 먹는다. (왜냐고? 내가 아껴가면서 먹는 과자를 신랑은 마구마구 먹어 없앤다. 내가 남겨 놓은 과자를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면 신랑이 다 먹고 없다. 나, 열 받는다. 더 웃긴건 그 밤중에 그렇게 과자를 많이 먹는 신랑은 진짜 날씬하고, 살찐다고 밤에 과자 안 먹는 난 뚱뚱하다.)
베베를 먹이면 서준이 데리고 밖에 나갈때 기저귀, 분유, 기타등등 + 베베를 챙겨야 한다. 짐이 많아져서 아기 데리고 외출하기 불편하다. (베베가 뭐가 그리 양이 많냐고 묻는다면.. 베베를 서준이에게 먹이면 아빠가 베베를 달라고 한다. 그럼 아빠 주면 옆에있는 조카들도 베베를 달라고 하고 형부도 달라고 하고, 언니.. 모든 사람들에게 베베를 다 줘야 한다. 다들 한개만 먹고 끝내는 게 아니라 몇개씩 먹으니까 베베를 많이 갖고 다녀야 한다.)
<<베베를 안 사주는 이유 끝.>>
그러다보니 서준이가 주일마다 비굴한 행동을 한다.
주일날 교회 자모실엔 아기들을 달래기 위해서 엄마들이 과자를 갖고 오는데, 서준이가 과자 있는 엄마 앞에 가서 아주 불쌍하게 과자를 쳐다보거나 과자 봉지를 쥐고 흔든다.
그러면 내가 서준이를 안고 멀리 가 버리고 그러면 서준이는 "앵"하고 운다.
정말 내 맘 같아선 교회의 젊은 엄마들이 모두 아기들에게 "금(禁)과자" 했으면 좋겠다.
과자를 갖고 온 엄마들 앞에는 아기들이 쪼르르 모여앉아 있다. 하나씩 과자를 얻어서 손에 쥐고 먹는다. 바닥에는 과자 부스러기를 다 흘려 놓고...
먹는 것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서준..
엄마, 아빠를 닮아서 그런 거겠지?
원문보다 추신이 더 길어졌나?? 모르겠다. 이만 자야겠다. 새벽 2시가 다 되어가네. 내일 아침부터 추석 충성봉사가 가능할지??? 책임 없는 맏며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