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6번째 도전했다.
첫번째 도전(2014년 양구대회) : 컷오프
정말 겁 없이 참가해 오프워터에서 트라우마를 얻게 되고 다른 선수들 2랩 돌 때 1랩 돌고 나와서 현호형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결승점도 철수되고 컷오프의 맛을 봤고......
두번째 도전(2015년 70.3 인천 아이언맨대회) : 완주
절치부심하여 6시간 13분이라는 나름 엄청난 기록으로 완주 나를 비롯해 모두를 놀라게 했었는데........
세번째 도전(2016년 군산하프대회) : DNF
어느정도 자신감도 생겼던 시기라 좋은기록을 낼거라며 도전했다가 높은 파도와 싸우다 엄청나게 짠물을 먹고 첫 번째로 보트를 타고 물밖으로 나와 기록칩을 회수당하고 좌절했었고
네 번째 도전(2017년 여주하프대회) : 완주
역시나 오픈워터 트라우마 때문에 밤잠을 설쳤는데 다행히 급물살에 수영이 취소되어 듀애슬론 모드로 바뀌는 바람에 어렴움 없이 완주.....
다섯 번째 도전(2018년 코리아맨 하프대회) : DNF
송도에서 열리는 대회라 수영에 대한 아무런 부담없이 참가했으나 수영에서 급 좌절감을 느끼고 철인3종을 그만 둬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잔차에서 포기......
여섯 번째 도전이었던 2019년 철원 DMZ 피스맨 하프대회 시즌 초만 해도 제주대회 나가기 전에 하프한번 뛰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준비과정도 소홀했고 지금 현재 발목을 잡고 있는 목디스크 때문에 참가 출전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했다. 신경차단술을 받아 좀 괜찮을꺼 같았고, 그냥 할 수 있을 때까지만 해보자고 참가하기는 했는데.........
잠을 잘못자서 그런지 토요일 아침부터 목이 좀더 불편했으나 좋아지려지 하고 대회장에 도착 등록을 마치고 검차를 하고 조금 복잡했던 2개의 바꿈터 준비를 마친다. 코스도 관심없고, 그저 목 걱정이다. 고석정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로 들어와 씻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잠을 청해본다. 역시나 목이 불편하니 자다깨다 반복하다가 3시30분 쯤 뒤척이는 소리에 팀원들이 깰까봐 과감하게 밖으로 나와 스트레칭도하고 목 어깨도 돌려보고 1시간정도를 방황하다가 킹코스 출전으로 먼저 출발하는 남수가족을 배웅해본다. 5시부터 하프 팀원들 깨우고 씻고 아침식사를 편의점에서 해결하고 대회장 도착 모든 준비를 마치고 수영하는 장소인 토고저수지에 서서 킹코스주자들의 수영을 보고 있으니 저 멀리 맨 뒤에서 허우적거리며 돌고 있는 선수가 눈에 밟히며 꼭 나를 보는 것 같은 동질감이 느꼈다.
크게 펼쳐 있는 역삼각형의 로프를 바라보고 있으니 쿵쾅쿵쾅 쿵쾅쿵쾅 쿵쾅쿵쾅 쿵쾅쿵쾅 가슴이 미친 듯이 울려대기 시작한다. 이제는 목이 걱정이 아니고 수영이 걱정이다.
드디어 하프코스 출발 거의 모든 선수들을 보내고 거의 후미에서 천천히 가보자며 출발.....
30m쯤 갔을까? 젠장 숨이 안쉬어지고 무서워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너무 무섭다. 진행요원들과 같은 클럽이었던 연웅형님이 괜찮냐며 할 수있다고 응원해주시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호흡을 가다듬고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보니 5분정도 지났을까? 또 여기서 포기할수 없었다. 보트타고 들어오더라도 일단 출발해서 첫 번빼 큰 부표까지라도 가보자!
로프를 벗 삼고 리듬을 생각하며 스트로크 – 호흡 – 로프확인, 스트로크 – 호흡 – 로프확인
최대한 로프에서 떨어지지 않고 가려고 하다보니 로프가 계속 팔에 걸리고 물속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가다쉬다 반복하며 첫 번째 큰 부표를 지나치자 그때부터는 무아지경인지 아무생각 없이 전진만 한것 같다. 기억으로는 2명정도는 추월한거 같기도 하고.......
수영이 드디어 끝났다. 완영했다는 기쁨도 컸지만 무엇보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바꿈터에서 잔차 탈 준비해야 하는데 뭘 해야할지 슈트벗고 한참을 의자에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잔차를 가지러 가니 남아있는 잔차는 3대뿐.....젠장 웃음이 난다......
이제 강화한바퀴 타는거야! 라이딩하는 기분으로 해보자!
어느정도 속도가 맞는지 분당클럽여성주자가 같이 가자고 한다. 그래도 꼴에 남자라고 앞에서 조금 끌어주는데 오르막은 그분이 앞으로 추월하고 내리막은 내가 추월하고 반복하며 서로 눈이 마주치면 그저 웃기만 한다. 어느정도 갔을까 뒤에서 가자!라고 외치며 남수가 지나간다. 따라가고 싶었지만 파이팅! 외치며 보내주고 또 어느정도 가다가 내리막인지 40정도로 속도를 즐기도 있는데 또 남수가 지나간다.....뭐지? 얼마전에 지나갔는데 또 뒤에서 추월해간다....40인데도 도저히 따라갈수가 없다. 팀원들을 남수 외에는 아무도 보지도 못했고, 어려울거란 예상은 했지만 많이 힘든 코스와 거기다가 맞바람에 털리고 털리고 어느 주로에서든 맞바람이 불어오는게 신기할 정도이다. 암튼 가다보니 끝이 보이는구나!
바꿈터로 들어올 쯤 어디선가 많이 본 분들이 반겨주시는데.......동춘형님 내외분이 너무 반가웠다. 활짝 웃음이 나고 힘이 난다. 이런게 응원의 힘인가보다......
런으로 전환해서 다시한번 형수님과 하이파이브 동춘형님과 반갑게 인사하고 달리기 시작....너무 햇볕은 뜨겁고 도로의 열기는 그대로 올라오고 1km도 못가고 걷는다.....
어느정도 가다보니 남수가 옆에서 뛰걷(뛰다걷다)을 한다.
남수 왈 “나 포기할까봐 속이 너무 안좋아” 첨이다 괴물 김남수가 이런 얘기를 하다니,,,,
대뚱 왈 “천천히 가자! 걷더라도!” 내가 이런 얘기를 하다니 속으로 웃는다
킹코스 남수보다는 빨리 들어가야 되는데 어느새 저 앞으로 가고 있는 목표를 바라보며 말도 안되는 결과를 상상해 보니 헛 웃음이 나기 시작한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런 1반환점은 무슨 트레일런인지 오르막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대부분 걷는다. 포기할까라는 생각을 5초마다 한거 같다.
시계를 보니 2시간동안 13km 지났고 남은거리 7~8km 3시간 안에 주파만 하면 8시간 컷오프는 면할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마지막 거리는 정말 열심히 뛰었다. 목이 아프면 스프레이파스를 감각이 없어질때까지 뿌리고 얼음물로 머리를 식혀가며 얼음을 아그작아그작 씹으며 뛰다보니 어느덧 결승점이 보인다. 힘들었던 과정과 암튼 여러 가지 생각으로 울컥하는데 챙피할까봐 참고 있는데 동춘형님이 대뚱이 들어온다라는 소리에 그만 울음이 빵 터져버리고 만다. 들어와서 휘청거리며 주저 앉아 챙피해도 이왕 울음 터진거 그냥 흘렸다.
7시간 30분대
이렇게 하프를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완주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고 기분도 좋고 포기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제주대회도 뭐 어떻게 되겠지............암튼 내가 선택한 길이니 후회없이 하고 싶다.
응원해준 팀원들과 가족들 너무 감사하고 고생했고 사랑합니데이...........
첫댓글 ㅠㅠ 나두 눈물난데이 고섕했엉
사진 한장으로 힘들었을 모든걸 느낌...
제주에서는 더 큰 감동의 골인장면을 연출하시길... 홧팅!!!
고생했다.
제주땐 평소 쓰던 베개 가지고 가라
그리고 나도 있잖아 제주땐 ㅋ
@신세명 난 아예 너네에 껴주지도 않는구나?
.
.
ㅠ
감동
스스로 노력에 감동한... 최선을 다한 희석형~ 제주에서 함께 느껴보고 싶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꼬끝 찡한 감동의 스토리네요
그 모든걸 이겨내신 형님
대단하십니다
이번 대회가 터닝 포인트 되어 수영에 자심감이 생기셨으면 하네요... 포기하지 않은 모습 최고중 최고 이십니다
형님 멋지십니다
역시!
희석이 군인정신 정신력은 최고다
사랑한데이 ㅋ
아흥~~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