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잠 후에 상쾌하게 맞이한 아침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산책을 나섰는데..
피곤하고 어두워서 지난 밤에는 몰랐던 훤칠한 삼나무의 실루엣이 설레게 하더군요.
산림휴양관을 나서다보니 이 건물이 2009년 제주건축문화대상을 수상했다는 명패가 붙어있었어요.
노출 콘크리트와 나무로 지어진 모던한 건물인데,
주변의 나무들이 자칫 삭막해 보일 수 있는 것을 중화시켜주어 멋스러워 보였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도심 속에 있는 이런 종류의 건물은 우중충해서 싫어하는데요
노출콘크리트는 초록빛 나무들에 둘러 쌓여 있어야 그 진가가 발휘되나 봅니다.
그러니 도시에서 노출콘크리트 건물을 갖고계신 분들... 조경에 좀 더 신경쓰시길..! ㅡㅡ+
언제 내린 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 채 녹지 않아 소복이 쌓여있는데다가 안개까지 자욱해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지요.
군데군데 제주의 문화가 녹아있는 나무 조각상들은 자연미 넘치는 것이... 예술성이 있어 뵈더군요 ㅎㅎ
관리하시는 분들의 감각이 세련되었다고나 할까요~
절물 오름 쪽으로 조금 걸어올라 가다보니 삼나무 숲이 펼쳐졌어요.
여기가 한국인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군요.
사실 외국에 나가서도 이런 삼나무 숲을 가본 적은 없지만...ㅋㅋ
이런 쭉쭉 뻗은 나무들이 이국적으로 느껴지는거죠~
아.. 시리도록 아름다운 안개숲을 제가 가진 사진기로는 표현할 수 없음을 가슴아프게 생각합니다...
절물의 이름이 유래된 약수터랍니다.
절에 있는 물...이란 뜻에서 절물이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는데
지금은 절은 없고 물만 있다네요.
절물오름은 출입이 통제되어 가지는 못했구요
옆으로 살짝 틀어보니 새소리가 아름다운 길이 있어 쭉~ 따라 걸었지요.
나무 데크가 잘 깔려있어서 산책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수는 없다...였어요.
길이 있으니 길이 아닌 곳은 가지도 않게 되더군요 ㅎㅎ
짐을 챙기러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웃는 장승들.
안내판에 크게 웃어보아요~라고 써있어서 친구와 실없이 크게 웃었는데
까마귀가 까아~까아~ 대답해 주데요..
이 숲을 한 시간동안 산책하면서 딱 한명의 낯선사람을 지나쳤는데..
이런 고요한 시간을 또 갖기는 힘들지 않겠나.. 싶었어요.
차를 타고 1112번 삼나무 도로를 지나 사려니 숲으로 향했어요.
어제 밤 보다는 덜했지만 여전히 자욱한 안개와 보슬비가 조심스레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사려니 숲길과 연결된 물찾 오름쪽에서 시크릿 가든이 촬영되었다고 하는데
통제되어 있어서 가지는 못했지만, 통제되지 않았데도 안갔을 거에요 ㅎㅎ
운동화로 소화하기 힘든 길 상태였거든요.
쌓였던 눈이 이슬을 맞고 밟히면서 다져졌는지 완전한 빙판길이 되어있더군요.
그래도 예뻐~이뻐~를 연발하며 친구와 걸었습니다.
마주치는 이 하나 없이 우중설산을 걷고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길가의 어린 나무들은 마치 추상화 같아 보였답니다. 예술이 따로 있나~
한참을 걷다가 어디선가..
'난 늘 술이야~ 맨날 술이야~'
하는 노랫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노란우비를 맞춰입은 아가씨 셋이 노래를 부르며 걷고 있었어요
매우 지쳐보였고... 바닥만 보며 노래를 열창하더군요.ㅎㅎ
1km쯤 걸어 들어가다가 도로 걸어 나오는데
올 땐 없었던 발목 만치 올라오는 작은 눈사람이 서있었어요.
아까 마주친 노란 우비 아가씨들인지.. ㅎㅎ
제주 중산간 지역 투어의 대미를 장식 할 에코랜드로 출발~
사실 비도 오고.. 멀리 가긴 싫고 해서 가까운 곳에 가자고 해서 급히 선택한 테마파크인데요
전혀 기대를 안했던 탔인지, 아주 좋았어요.
숲을 돌아다니는 동안 잠시 약해졌던 비도 고마웠구요.
에코랜드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설명을 들으며 이동해서 다음 역에 내려서 구경하고
다음 기차를 타고 또 이동하는 식으로 운행되는데
억지스러운 유치한 없이 잘 조성해 놓았더라구요.
영국에서 수입된 포레스트 트레인이란 기차는
경험한 적도 없는 산업혁명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ㅋㅋ
각각 에코랜드의 자연을 상징하는 다섯가지 색상으로 칠해져 있더군요
저희는 곶자왈의 숲을 상징하는 그린포레스트와 검은 돌을 상징하는 블랙스톤을 타봤어요.
쳇번째 역인 에코브릿지에서 내려 호수 위에 설치된 수상데크를 따라 걸으며
다음 역인 레이크 사이드 역으로 걸어갔어요.
아무래도 제주는 그 고운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는게 수줍었나 봅니다.
돌아갈 때까지 보여줄듯 말듯, 보여줄듯 말듯 시스루 룩을 연출하더라구요.
두번째 기차 블랙스톤.
파란 우비를 맞춰입은 단체 관람객이 점령하고 있어서 간신히 자리를 잡았었네요.
하마터면 20분을 더 기릴 뻔...
기차를 타고 가면서 뭐라뭐라 설명을 해주는데, 사진찍느라 다 놓쳤네요..
세번째 역인 피크닉 가든역에서 내려서 긴~ 트래킹 코스를 걷기로 했어요.
제주의 화산송이로 전 구간이 포장되어 있는데, 양 가장자리의 검은 흙과 대비가 되면서
강렬하고 세련된 느끼이 들더군요.
이 지대를 곶자왈이라고 한다는데, 세계에서 유일한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도의 독특한 숲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사려니 숲과는 다르게 바닥의 눈이 거의 녹아있었어요. ㅎㅎ
1.5km에 달하는 에코로드를 걷다가 지칠 즈음에 나타난 에코로드 카페.
하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공기만 마시고 다시 출발 했어요.
온 만큼 더 가야한다......
에코로드 카페는 딱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거든요.
목이 마를 즈음 달콤한 약수를 뿜어내는 약수터가 나오고, 다리가 아플 즈음 앉아 쉴수있는 벤치가 나오고....
에코로드를 조성한 사람들은 마치 우리의 바램을 알고 있었다는 듯
필요한 것들을 내어 주더군요 ㅎㅎ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이끼 고사리원을 지나게 되는데
숲의 생명력이 느껴졌달까요..... 오글오글 ㅋㅋ
에코랜드를 떠날 즈음 빗방울이 굵어져서 막 도착한 단체관광객들 표정이 안좋더라구요.
제대로 에코랜드를 즐기지 못했을 그분들이 조금 안타까웠죠.
비행기 타기 전 마지막 식사는 회국수와 성게국수로 마무리.
회국수는 물론.. 회덮밥처럼 초장 맛으로 먹는 거였지만, 면이 부드럽고 회가 쫄깃해서 맛있었구요
성게국수는...생소했지만 낯설지는 않은 맛이더군요. ㅎㅎ
성게의 강한 뜹뜨름한 맛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국수는 참기름이 중화시킨건지 고소함 끝에 옅은 바다 냄새가 났달까요...
여튼 맛있었어요~
레이를 돌려주러 가는 길에 잠깐 용연다리 야경도 찍어주려는데
더욱 거세진 비바람에 건너지는 않았네요.
하루 종일 걷고 또 걷고....
비 맞고 말리고 또 맞고....
비행기 탈때 즈음에는 너무 지쳐 한마디도 안했어요 ㅎㅎ
이번 여행에 만난 제주도는 겨울 안개로 수줍어했지만
꽃피는 계절이 되면 화사한 얼굴을 보여주겠죠~
부디... 별 탈 없이 가게 되기를....
첫댓글 제주의 겨울숲을 한 없이 보고 오셨네요. 즐거운 추억 한자락 소중히 간직하세요.
네~~ 미소 한가득 머금고 왔어요^^
제주는 4계절 다 가 봐야 제주 가봤다고 할수 있을 정도로
계절특성이 확연한 지역 입니다,
다음 번엔 돌아 오는 봄에 꼭 한번 더 다녀 오시길..
그런 것 같아요~^^ 화사한 봄이 보고 싶어 졌어요... ㅎㅎ
올레길 따라서 민박집도 많이 생겼다 하니.. 길 따라 여행을 짜 보려구요~
처음 이 글을 봤을때는 단편으로 봤는데
그것도 세편이나 연재를 하는 연재물이라니............이런 글은 공지에 올려야하는데
사진을 잘 찍으시네요 아님 카메라가 좋은 건가?
안개와 풍경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사진 잘 감상했습니다.......카메라가 좋은 거겠죠 ^^
아직 생생한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요...ㅎㅎㅎㅎ;;
사실...제주도는 어디를 찍던 그림이 되더라구요. 풍경사진의 가장 좋은 모델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쳐 제주도는 진짜 돌멩이 하나를 찍어도 그림 ㅎㅎㅎㅎㅎㅎ 근데 와 정말 추우셨겠에요 ㅠㅠ 제주도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라 ㅎㅎㅎ 저는 남친이랑 3박4일로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버스타고돌아댕겼어여 ㅎㅎㅎ 둘다 운전 면허증이없어서 ㅎㅎㅎㅎ 진짜 고생했지만 기억에 남네염 ㅎㅎ 저도 담에 이놈의 귀차니즘이 사라지면 저의 제주도여행기 올려드릴께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사진만 둘다 포함해서 1000장은 훌쩍넘어용....... 폰카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자전거 타고 다니셨으면 더 재미 났을텐데...
사진 올려 봐요,,
갈시간은 안되고,,
남들 여행기를 보는 것으로 나마,, ㅠ.ㅠ
ㅋㅋㅋㅋ 사진으로 예습하고 여행하며 복습..하는거죠 뭐~
넹넹 올릴게염 ㅎㅎㅎㅎㅎㅎ 아 근데 귀찮지 ㅠㅠ 이럼안되는뎅,, 게으름쟁이인 저를 혼내주세여~
눈 많이와서 분위기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리다가 밑에 먹는거 나오니까 또 눈이 번쩍
흐리멍텅한 사진만 보다가 초장의 선명한 붉은색이 식욕을 자극~
재밌으셨겠다 ㅋ 부러워요 ㅋ
아 저 예전부터 제주도 진짜 가고 싶었는데 ㅋ
수학여행때 딱 한번 가봤는데 그때 추억을 절대 잊을수가 없어서리 ..ㅋ
얼른 돈모아서 가족들끼리 제주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ㅋ
취직도 하셨으니 본인에게 선물을~^___^
제주도 이사해서 3년 짼데 사려니, 에코 안가봤네요. 귀찮아서...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원래 좀 그런 것 같아요~^^ 저도 도봉산 밑에 10년째 사는데 한 번 가봤네요.. 귀찮아서..ㅎㅎ
암튼... 제주도 사신다니 넘 부러워요~~
^^ 좋아요....돈만 있다면...ㅋㅋ..저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