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심야의 죽도시장....
2018년 6월 3일 토요일,
저녁 7시가 다 되어서 포항으로 출발합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강원도의 묵호, 경북의 울진과 포항을 두고 망설이다가
주말인 점을 염두에 두고 숙박비가 가장 저렴한 포항으로....
그렇다고 해서 포항의 숙박비가 대체로 저렴하다는 건 아니고요
여행지마다 묵었던 숙박시설 중에 다음에 다와 와도 될 만한 곳을 저장해 두는데
그렇게 저장된 묵호, 울진, 포항의 숙박시설들 중에는 포항이 저렴했다는 이야기지요...ㅎㅎ
그리고 또다른 이유를 찾자면 그 사이에 도로사정이 좋아져서
서울에서 포항의 죽도시장까지 승용차로 4시간 정도면 충분해서
이동시간도 크게 부담이 없다는 것이고요.
네비게이션에 죽도시장을 입력하면 거의 직선에 가깝도록
도로가 연결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얼마나 걸렸냐고요?
5시간 정도는 잡아야 했지요.
포항의 숙소는 죽도시장 인근입니다.
단골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자주 들리는 대부분의 지방에 숙소는
가능하면 주변으로 늦은 시간까지 술과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
타지에서 그것도 지방에서 술 마시고 대리운전 부르는 것도 불편한 일이어서
숙소에 주차하고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근거리에
적당한 수준이 주점들이 자라잡은 곳....
그리고 또 하나,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술을 마실 수 있는 곳....
서울에서 일과 마치고 저녁에 출발해서 늦게 도착해도
여행지의 기분을 느끼며 한 잔 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 곳이 생각처럼 흔치 않아요.
물론 규모가 조금 큰 도시들은 도심의 유흥가가 형성되어 있지만
그런데는 연신내와 크게 다르지 않지요.
파도소리가 들린다던지, 계곡의 물소리거 들린다던지
뭐 이래줘야 여행지의 분위기가 살지 않겠어요?
동해안에서 자정이 넘어서도 이렇게 한 잔 할 수 있는 곳은
포항의 죽도시장, 묵호의 어달항 인근, 속초의 대포항 정도입니다.
그외의 도시들은 낮엔 여행객들로 북적이지만 늦은 밤이되면
고요할 정도로 한적해 지지요.
암튼, 그렇게 해서 자정이 가까울 무렵에
숙소에 여장을 풀고, 죽도시장을 찾았습니다.
24시간 영업을 한다는 식당들 주변으로 주말이라서 그런지
수조의 활어들을 구경하며 흥정에 나서는 사람들이 제법 보입니다.
우린에겐 스끼다시라는 왜색 표현으로 더 익숙한
밑반찬들이 나오는 곳 이어서 각자 좋아하는 광어회와 참가자미 세꼬치로 주문을 합니다.
지금 같았으면 절대로 광어는 입도 대지 않았겠지만....
요즘 양식 광어들에서 수은이 검출되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당분간은 광어는 절대 먹으면 않되겠다고, 광어가 먹고 싶어 못견디겠으면
돈을 더 주고라도 자연산 광어를 먹어야 한다며
그 좋아하는 광어한테 눈길 조차도 주지 않고 있거든요.
그때만 해도 인체에 해롭다는 수은을 함유한 광어이야기가 보도되기 전이었지만
부산인근의 양식장에서 자란 광어들에게 특히 많이 검출되었다고 했었으니
부산과 가까운 포항에서 그 날 먹은 광어도 아마 수은성분을 품고있지 않았을까?
뉴스에 나온 광어를 매일 먹어서 사람의 체내에 수은이 문제가 될 정도로 축적되어야
수은과 관련한 질병이 발생하는 것이지 한 두마리 먹어서는 문제 될 것이 없다고,
그냥 좋아하는 광어나 싫컷 먹으라고 해도 요즘은 아예 손사래부터 칩니다.
와이프가 젤로 좋아하는 활어회가 광어거든요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가장 저렴하고 지천에 널린게 광어이니....ㅋㅋ
비싼 농어나 돔 같은거 좋아하지 않는게 천만다행이지요~
하긴, 반대의 생각도 듭니다.
고급어종을 좋아 했다면 덩달아 옆에서 같이 먹을 기회도 많았을터이니
불행한 일이 되는 건가요?
포항지역의 소주 이름은 "맛있는 참" 입니다.
요즘 소주들이 너무 약해서 물을 탄 것 같기도 하고, 병 뚜껑을 며칠씩 열어 둔 것처럼
톡~ 쏘는 맛도 없이 게심심하지만 어쩌겠어요.
지방에는 즐겨 마시는 빨강딱지 참이슬이 없었으니
이왕에 마시는 거 그 지방의 소주를 맛 보는 수 밖에는......
이름 밑에 "풀질제일주의" 라는 구호는 맘에 듭니다.
"이놈들아~ 말로만 외치지 말고 정말 품질제일이 되어봐라"
6.13지장선거를 열흘 남겨두고
"투표하는 당신이 참 좋다" 라는 선거독려 문구가 눈에 들어 옵니다.
소주 이름 "참"을 강조했군요.
술 한잔 하다가 문득 소주병에 문구를 발견하고는
"그래, 서민들의 삶은 아랑곳않고 쌈박질만 하는
이쌔끼들 꼴보기 싫어도 이번엔 투표 한 번 해볼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열에 하나만 생겨나도 성공한 홍보문구가 되겠지요?
포항이 울진, 영덕과 함께 게가 많이 나는 지방이라는 것은
길거리의 스레기통들이 말해 줍니다.
거리마다 게껍질과 다리로 가득하고
자동차가 달리는 아스팔트 위에도
선홍색 게 다리들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습니다.
저게 그냥 다 버리는 쓰레기들이라니...ㅎㅎ
자정이 넘은 시간부터 아침장사를 준비하는 상인들로 바쁩니다.
싱싱한 해산물을 받아 좌판을 정리하며, 오늘 하루도 손님으로 가득할 시장을 상상하면
밤잠을 설치는 것도 저들에겐 즐거운 노동입니다.
6월 4일, 일요일 아침입니다.
사람마다 중요한 일은 다릅니다.
누구는 어제의 늦은 술자리로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는 것이 우선이고
누구에게는 비릿내 가득한 바닷가 시장의 아침풍경을 스케치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바다의 지류와 접한 죽도시장 초입의 위판장입니다.
이 건물을 시작으로 활어와 선어, 회센터, 건어물시장과 농산물시장,
일반 공산품으로 구성된 소비재들까지.....
죽도시장의 엄청난 규모에 놀라고, 다양한 종류에 놀라게 됩니다.
시장구경 한 번 가 볼까요?
멀리 보이는 다리가 "동빈큰다리"입니다.
저 다리 아래를 지나면 영일만의 포항항과 연결됩니다.
지금은 현대식의 신항 건설로 포항구항이 되어 버렸지만....
승합차 옆으로 선착장 주변엔 아침 댓바람부터 술판이 벌어졌습니다.
싱싱한 안주거리들이 지천에 널렸으니
아무데나 터잡고 앉아 한 잔 하는 것도 이상할 일이 아닙니다.
지난 겨울 제주도의 서귀포항에서 보았던
그 은빛 갈치들이 이 곳 포항의 죽도시장까지 팔려 왔습니다.
이 갈치들은 또 어느 산간마을의 밥상에 까지 오르며
짭조름한 바다내음으로 누군가의 식욕을 자극하려는지....?
참 좋은 안주들입니다.
채반 가득 잘게 칼질한 가자미 세꼬시, 암갈색의 등줄기를 자랑하며 신선함을 뽐내는 오징어
이 모든게 초장 하나만 있으면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름 안주거리 들이네요.
바닷물의 염분으로 간이 딱 잡힌 전복이며, 해삼은 초장조차 필요 없겠고요.
이런 먹거리들을 보면 나는 왜 따듯한 밥 한 그릇이 생각나는 것이 아니며,
나는 왜 이가 시리도록 찬 소주가 생각나는 것이다냐?
도대체 나는 왜....?
5-6kg은 되어 보이는 방어입니다.
얼리지 않고 신선한 선어이지요.
횟거리라고 써 있는거 보이지요?
한 마리 15,000원이면 거저입니다.
바로 올라 올거면 얼음 채운 스티로폼 박스에 잘 포장해서
서울에 술꾼 친구들과 거칠게 썰어 걸판지게 한판 벌이는건데....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것이, 서울에 올라온 뒤에도
한동안은 저 방어가 눈에서 아른거리며 떠나질 않습니다.
한겨울이 제철이긴 하지만 저 정도 사이즈의 방어는
제법 찰지고 인절미처럼 쬰득하니 맛이 좋습니다....ㅎㅎ
전복 맛좋고 몸에 좋은 건 말해 무었하겠어요.
죽도시장엔 유난히 활전복이 많고, 저렴하기도 하답니다.
해삼인데요,
붉은 색을 띠는 놈은 동해안과 울릉도 주변에서 주로 서식하며
보통의 흔한 해삼들보다 고가입니다.
크기도 하지요?
얼음과 함께 놓여진 홍게들도 모두 죽은 놈들이 아닙니다.
다리를 꼬집어(?) 보면 꼼지락 거리는 놈들이 있는 걸 보면
살아있을 때 부터 얼음과 함께 신선함을 유지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쓰는 복은 다양하게 많은 종류들이 있는데
위에 보이는 놈들은 까치복입니다.
독도새우라고 불리는 꽃새우와 닭새우입니다.
도화새우, 닭새우, 꽃새우를 독도새우 3종이라 하는데요.
요놈들은 꽃새우가 대부분인데 닭새우도 한두마리씩 보이는군요.
위판장 뒤쪽으로는 활어와 각종 해산물, 게를 파는 작은 식당들이
말 그대로 다닥다닥, 오밀조밀 얼키며 자리잡고 있습니다.
수조와 고무다라마다 가득한 다양한 어종들을 골라 먹는 재미가 있지요.
재래시장의 재미중에 하나로 흥정하는 즐거움도 있고요.
포항지역이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물회도 빼 놓을 수 없겠지요.
난 특별히 즐기는 회도 없고 뭐가 맛이 좋은지 잘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이야 뭐
만만한 모듬회도 있으니까 걱정할 것이 없겠지요.
"그냥 니가 알아서 주세요" 한 마디면 만사가 해결이 됩니다.
지금은 자주 왕래하지 못하지만
포항은 개인적으로는 작은 아버지 세 분이 사시는 곳이기도 해서
어려서부터 자주 들리다 보니 익숙한 지방도시가 되었지요.
포항 남쪽으로 일출로 유명한 호미곳과 구룡포, 경주의 감포와 문무대왕 수중릉,
울산의 정자해변과 장생포, 기장군의 일광해수욕장과 대변항, 부산의
송도, 청사포, 해운대, 동백섬으로 이어지는 동해 남부의 여행코스는
멋진 곳들이 많아서 여행객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
첫댓글 해물 다 먹고 싶어 가족과 함 가야 할것 같아요....ㅎㅎ
그러세요....
서울에서 4시간 정도 거리이니 뭐 다녀올만 하지요~
포항은 해산물의 천국이기도 하지만 근교에 보경사라는 멋진 사찰도 있지요.
포항 울산 마산 창원 부산 이 도시들 이름만 들어도 그립고 반갑네요~
마산, 창원도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하지요~~
마산창원은 울산, 인천부천과 함께 노동자들의 조직력이 강한 곳이기도 해서
한 때 마창노련(마산창원노동조합총연합)하면 노동자들 사이에선 알아줬지요..ㅎㅎ
포항죽도 시장 5년전 한번 가봤는데 회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천국이지요.
물회는 속초물회, 제주 전복물회 중 포항물회가 최고 였어요
으~~~ 회가 쥑이네요.
모두 먹고 싶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