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 院落深沈杏花雨/원락심침행화우 그윽한 뜨락에 봄 비가 내리고 流鸎啼在辛夷坞/유앵제재신이오 목련 핀 언덕에선 꾀꼬리가 우네 流蘇羅幕襲春寒/유소라막습춘한 수실 늘어진 비단 휘장으로 봄 추위가 스며드는데 博山輕飄香一縷/박산경표향일루 박산 향로에선 한 줄기 향연기가 하늘거리네 美人睡罷理新粧/미인수파이신장 미인이 잠에서 깨어나 새 단장을 매만지니 香羅寶帶蟠鴛鴦/향라보대반원앙 향그런 비단띠에는 원앙이 수 놓였네 斜捲重簾帖翡翠/사권중렴첩비취 겹발을 걷고서 비취이불도 개어 놓고 懶把銀箏彈鳳凰/라파은쟁탄봉황 시름없이 은쟁을 안고 봉황곡을 타네 金勒雕鞍去何處/금늑조안거하처 금굴레에 안장 타신 님은 어디 가셨나 多情鸚鵡當窓語/다정앵무당창어 정다운 앵무새는 창가에서 속삭이네 草粘戱蝶庭畔迷/초점희접정반미 풀섶에 날던 나비 뜨락으로 사라지더니 花罥游絲阑外舞/화견유사난외무 난간 밖 아지랑이 낀 꽃에서 춤추네 誰家池館咽笙歌/수가지관인생가 뉘 집 연못가에서 피리 소리 흐느끼는데 月照美酒金叵羅 /월조미주금파라 금술잔에는 달이 비치네 愁人獨夜不成寐 /수인독야불성매 시름겨워 밤새 홀로 잠 못 이뤘으니 曉起絞绡紅淚多 /효기교소홍루다 새벽에 일어나면 명주수건에 눈물자국만 가득하리라 夏 槐陰滿地花陰薄 /괴응만지화음박 느티나무 그늘이 뜨락에 깔리고 꽃 그늘 엷은데 玉簞銀床敝珠閣 /옥단은주폐주각 대자리 평상에 누각이 시원하네 白苧衣裳汗凝珠 /백영의상항응주 새하얀 모시 적삼엔 구슬 같은 땀방울 엉켰고 呼風羅扇搖羅幕 /호풍라선요라막 부채를 부치니 비단 휘장이 하늘거리네 瑤皆開盡石榴花 /요개개진석류화 계단의 석류꽃은 피었다가 모두 졌는데 日轉華簷簾影斜 /일전화첨염영사 햇살이 추녀로 옮겨가면서 발 그림자도 비꼈네 雕梁晝永燕引雛 /조량주영연인추 대들보에 낮이 길어 제비는 새끼와 놀고 藥欄無人蜂報衛 /약난무인봉보위 약초밭 울타리엔 사람이 없어 벌이 장을 보네 刺繡慵來午眠重 /자수용래오면중 수놓다가 지겨워 낮잠을 못 이기고 錦因敲落钗頭鳳 /금인고락차두봉 비단 방석에 쓰러지며 봉황비녀를 떨구니 額上鹅黃賦睡痕 /액상아황부수흔 이마 위에 땀방울은 잠 잔 자국이 끈적이는데 流鶯喚起江南夢 /유앵환기강남몽 꾀꼬리 소리가 강남 꿈을 깨워 일으키네 南塘女伴木蘭舟 /남당여반목난주 남쪽 연못의 벗들은 목란배를 타고 采采荷花歸渡頭 /채채하화귀도두 연꽃을 따서 나룻터로 돌아오네 輕桡齊唱采菱曲 /경오제창채릉곡 천천히 노를 저으며 채롱곡을 부르자 驚起波間雙白鷗 /경기파간쌍백구 물결 사이 갈매기 한쌍이 놀라서 날아가네 秋 纱幮寒逼殘宵永/사주한핍잔소영 비단 장막으로 추위가 스며들고 아직도 밤이 길게 남았는데 露下虛庭玉屛冷 /로하허정옥병냉 텅빈 뜨락에 이슬이 내려 더욱 차가워라 池荷粉褪夜有香 /지하분퇴야유향 연꽃은 시들어도 밤새 향기가 퍼지는데ㅡ 井梧葉下秋無影 /정오엽하추무영 우물가 오동잎이 져서 가을 그림자가 없네 丁東玉漏響西風/정동옥루향서풍 물시계 소리만 똑똑 하늬바람에 들려오고 簾外霜多啼夕蟲 /렴외상다제석충 밭 바깥에 서리가 짙게 내려 밤벌레 소리 구슬프구나 金刀剪下幾中素 /금도전하기중소 베틀에 감긴 무명을 가위로 잘라낸 뒤에 玉關夢斷羅惟空 /옥관몽단라유공 옥문관 님의 꿈 깨니 비단 장막이 쓸쓸하네 裁作遠裳寄遠客 /재작의상기원객 님의 옷 지어내어 먼 길에 부치려니 悄悄蘭燈明暗壁 /초초난드명암벽 등불이 쓸쓸하게 어두운 벽을 밝히네 含啼寫得一封書 /함제사득일봉서 울음을 삼키며 편지 한 장을 써서 驛使明朝發南陌 /역사명조바남맥 날이 밝으면 남쪽길 가는 역인에게 부치려네 裁封已就步中庭 /재봉이취보중정 옷과 편지 봉해 놓고 뜨락을 거니노라니 耿耿銀河明曉星 /경경은하명효성 반짝이는 은하수에 새벽별이 밝구나 寒衾轉展不成寐 /한금전전불성매 찬 이불 속에서 뒤척이며 잠도 못 이루는데 落月多情窺畵屛 /월락다정규화병 지는 달만이 다정하게 병풍 속을 엿보네 冬 銅壺滴漏寒宵永 /동호적루한소영 구리병 물시계 소리에 차가운 밤은 깊어가는데 月照紗慰錦衾冷 /월조사위금금냉 휘장에 달이 비치니 비단 이불이 싸늘하네 宮鵝驚散辘鱸聲 /궁아경산록허성 궁궐의 갈까마귀는 두레박 소리에 놀라 흩어지고 曉色侵樓窓有影 /효색침루창유영 동이 터오자 다락 창가에 그림자가 어른거리네 簾前侍婢瀉金甁 /염전시비사금병 발 앞에서 시녀가 길어온 금병의 물을 쏟으니 玉盆手澁臙脂香 /옥분수삽연지향 대야의 물이 손에는 껄그러워도 연지 분내는 향그럽네 春山描就手屢呵 /춘산묘취수루가 손을 자주 불면서 눈썹을 그리니 鸚鵡金籠嫌曉霜 /앵믄금롱혐효상 새장 속의 앵무새가 서리를 싫어하네 南隣女伴笑相語 /남린여반소상어 이웃집 벗들이 웃으며 말하기를 玉容半爲相思瘦 /옥용반위상사수 옥 같은 얼굴이 님 생각에 핼쓱해졌다네 金爐獸炭暖鳳笙 /금노수탄난봉생 숯불 핀 화로가 따뜻해 봉황 피리를 불고 帳底羔兒薦春酒 /장저고아천춘주 장막 밑의 고아주를 춘주로 바치네 憑瀾忽憶塞北人 /빙란홀억새북인 난간에 기대어 변방의 님을 그리워하니 鐵馬金戈靑海濱 /철마금과청해빈 말 타고 창 잡으며 청해 물가를 달리시겠지 驚沙吹雪黑貂弊 /경사취설흑초폐 휘몰아치는 모래와 눈보라에 갗옷도 해졌을 테고 應念香閨淚滿巾 /응념향규루만건 향그런 안방을 그리워하며 눈물이 수건에 가득할 테지 (고아주-염소새끼를넣어만든술) (춘주-겨울에빚어서봄에익는술) (청해-중국 청해성에 있는 큰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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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대방
許蘭雪軒의四季
사랑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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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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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세상에서 가장 맛난 비빔밥처럼
잘 어우러진 사계에
인생의 향기가 묻어 나는 한시
즐감 합니다....^^
지독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4수로 비볐군요ㆍ
개인적으론 月下獨酌을 좋아합니다ㆍ술과는 오작교 건너는 칠석만큼이나 멀지만 술의 예찬하는 이백시인의 시심에 풍덩했답니다ㆍ
특히 1수의 시어에서 큐피트 화살이 제 심장에 꽂혀 버렸지 뭣이옵니까ㆍ
중국에 사계를 음미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호돌이님
許蘭雪軒은
조선시대 여류시인으로
중국에서도 인정받은
우리나라의 여류시인이지요
두아이를 일찍 보내고
꽃다운 나이 27살에
생을 마감한 비운의 시인
한생을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몸부림치다
세상을 등진 여인
생각만해도
가슴 저리는 아픔입니다
방문 고맙습니다
휴일 즐겁게 보내시길
38세에 출근 배웅 한 후~
30년이 다 되도록 님은 오지 않습니다ㆍ
이승과 저승의 길은 루비콘 강이 었나요ㆍ
이승과 저승
경계가 어디일까요
내마음속이
이승이며 또한 저승일진데
헤어짐 또한 없는 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