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나무는 2천 년 전쯤 중국으로부터 왔다.
무릉도원에서 신선들이 먹었다는 천도(天桃)처럼 과일을 얻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도화는 홑으로 다섯의 꽃잎을 펼치고 피어난다.
꽃잎의 배색이나 모양이 색정을 충동한다 하여 도색(桃色)이니 도화살(桃花煞)이니
하는 말도 만들어졌다.
위의 사진에서처럼 후에 더 예쁜 꽃을 보기 위하여 바꾼 것이 만첩홍도이다.
만첩은 겹의 의미이다.
'홍도야 우지마라'라는 창가가 있다.
지난 36년, 동양극장에서 초연된 '사랑에 울고 돈에 속고'라는 신파극의 주제곡이었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누이 홍도를 통해, 가난하지만 정결했던 시대를 낭만적 감수성으로 떠올리게 하는
우리민족 정서의 부표와도 같은 연극이었다고 했다.
오빠의 학비를 벌기 위해 기생이 될 수밖에 없었던 홍도가 오빠의 친구인 대학생과
결혼하지만 시댁 식구의 박해로 쫓겨났다가 결국 살인미수까지 저지르게 된다는 이야기
'사랑에 울고 돈에 속고'
이제는 흘러간 옛이야기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울었고 돈에 속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란 게 대부분 누이들이었을 것이다.
흔한 게 사랑이라지만 예전에는 아니었다.
생존과 관습에 얽매여야 했기 때문이다.
'아쌀하다'라는 말이 있다. 화끈하거나 뒤끝이 없이 깨끗하다는 말이다.
앗싸리 ('あっさり라는 일어에서 유래되었으나 가끔 편하게 쓰기도 한다.
내가 그러하지 못하니 더 좋아하는 말이다.
발음이 비슷한 말로‘아싸리’라는 말이 있고 아사리 판이라는 말도 있다.
아싸리는 ‘그럴 바에는 차라리’라는 뜻이고
아사리판은 '질서가 없이 어지러운 곳이나 그러한 상태'를 말한다.
'아사리'는 덕망이 높은 스님을 칭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덕망이 높은 스님들도 여럿이 판을 펼쳐놓으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인가?
검사와 피의자의 관계로 만났다는, 연예인이라는 처자는 이름도 낯설었다.
그저 남의 일이었지만,
검사라는 대단한(?) 신분을 가진 이가 피의자로 만난 저자를 위해
성형외과 원장에게 협박을 했고 돈이 오갔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검사는 피의자가 되어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다.
검사와 여선생이라는 무성 영화 속에서 검사는 참 멋진 정의의 사도 같은 존재였는데,
요즘에는 흔한 게 사랑이라는데 사랑의 모습도 대지를 떠다니는 미세먼지 속처럼 흐릿했다.
돈도 마찬가지였다.
아쌀한 것을 좋아하기도 하는데 보여지는 모습은 그저 아사리판이다.
같은 남자의 입장으로, 또는 돈도 필요치 않을 일이니
검사여 우지마라 하고도 싶은데 딱히 전할 말이 궁색했다.
'사랑을 팔고 사는 꽃바람 속에~'
조금 답답한 심경으로 오랜만에 그 창가나 불러보았다.
첫댓글 아사리판 잘 알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복숭아꽃 사진 직접 찍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