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처음이라
네이버블로그 http://blog.naver.com/calebcs/ 두 번이란 없다 / 쉼브로스카
두 번 일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는 연습 없이 태어나서
실습 없이 죽는다.
인생의 학교에서는
꼴찌라 하더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같은 공부는 할 수 없다.
어떤 하루도 되풀이되지 않고
서로 닮은 두 밤(夜)도 없다.
같은 두 번의 입맞춤도 없고
하나 같은 두 눈맞춤도 없다.
어제, 누군가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불렀을 때
내겐 열린 창으로
던져진 장미처럼 느껴졌지만
오늘, 우리가 함께 있을 때
난 얼굴을 벽 쪽으로 돌렸네
장미, 장미는 어떻게 보이지
꽃인가 혹은 돌은 아닐까
악의에 찬 시간 너는 왜
쓸데없는 불안에 휩싸이니
그래서 넌 흘러가야만 해
흘러간 것은 아름다우니까
미소하며, 포옹하며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방울의
영롱한 물처럼 서로 다르더라도.
―쉼브로스카, 〈두 번이란 없다〉 전문
시단의 모차르트라 불리며 간결하고 절제된 언어, 풍부한 상징과 은유, 적절한 우화와 페러독스로 유명한 폴란드의 여류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독일의 괴테 문학상, 헤르더 문학상, 폴란드 펜클럽 문학상, 1996년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이 시는 쉼브로스카 시집 ‘끝과 시작’ 중 〈The bucket list〉의 마지막 페이지에 소개된 시이다. 한 줄 한 줄 음미하며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진리를 포착해 내는 시. 매일 매순간 우리는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연습도 없고 실습도 없다.
우리 인생에는 두 번이란 없다. “두 번 일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는 연습 없이 태어나서/ 실습 없이 죽는다.” 우리가 흘려 버린 하루는 되돌아 오지 않는다. 매일 우리를 맞이하는 서로 닮은 두 밤(夜)도 두 번의 입맞춤도 하나 같은 두 눈맞춤도 없다.
그렇기에 시인은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고. 비록 우리가 함께하는 지금 이 시간이 다시 오지 않더라도 마음속에 감춰둔 사랑을 꺼내야 한다고.
인생은 어제도 내일도 아닌 지금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이 현재에서 우리는 인생의 모든 질문과 직면한다. 지금 현실이 중요하지 지난 과거나 다가올 미래는 지금 현재보다 중요하지 않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겪어야 하는 생의 모든 것이 바로 현실이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보람되고 가치 있는 삶을 위해서는 그리고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오늘의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의 꿈속에 살아간다. 불가에서는 이를 과거심불가득(過去心不可得), 미래심불가득(未來心不可得)이라 했다. 과거는 다시 얻을 수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헛된 가치에 마음을 두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마음을 현재에 온전히 머무르게 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에서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유익한 삶을 살아간다. 그 누구도 유한한 삶을 거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몇 백 년을 살듯이 마음을 미래에 두고 살아간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면 후회없는 삶이 되지 않을까. < ‘지치고 힘든 당신에게,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단 하나의 시(조서희, 아마존북스, 2019)’에서 옮겨 적음. (2023. 2.17. 화룡이) >
첫댓글 화룡이 시인님!
바쁘신데 전화까지 주시고
감사합니다
좋은 글, 좋은 시론
날마다 감사하면 잘 공부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의초 시인님!
오늘도 이른 아침에 카페를 찾아주셨네요.
저는 교학상장(敎學相長: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한다)이라는 말씀에
믿음을 갖고자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함께 공부해 나간다는 생각으로 받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도 복된 날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