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날마다 새날 새마음 되게 하소서 / 안희두(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새해 새날 새아침
학교 운동장에
둥근 해가 떠오른다
날이면 날마다
웃음이 뛰노는 운동장에
둥근 해 품에 앉고 달려오는
보람이와 나래 그리고 …
3월에 입학하는 눈꽃과 새봄이도
삼배하며 그려본다
올해는 마주칠 때마다
한 움큼 사랑을 주자
때마다
한 아름 꿈을 주자
헤어질 때마다
가슴 가득 희망을 심어주자
서해, 서산이 아니어도
아파트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밉살스런 영수에게
앙증맞은 지혜에게
다 나누어주지 못한 사랑을, 꿈을, 희망을
첫 다짐을
낙조에 실어 보낸다
날마다 새날 새마음 되게 하소서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새해 아침 / 양현근
눈 부셔라
저 아침
새벽길을 내쳐 달려와
세세년년의 산과 들,
깊은 골짝을 돌고 돌아
넉넉한 강물로 일어서거니
푸른 가슴을 풀고 있거니
이슬, 꽃, 바람, 새
온통 그리운 것들 사이로
이 아침이 넘쳐나거니
남은 날들의 사랑으로
오래 눈부시거니
고지가 바로 저긴데 / 이은상
고난의 운명을 지고
역사의 능선을 타고
이 밤도 허위적거리며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
넘어지고 깨어지고라도
한 조각 심장만 남거들랑
부둥켜 안고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새는 날
피 속에 웃는 모습
다시 한번 보고 싶다.
새해 아침 / 오일도
한겨울 앓던 이 몸
새해라 산(山)에 오르니
새해라 그러온지 햇살도 따스고나
마른 가지에 곧 꽃도 필 듯하네.
멀리 있는 동무가 그리워요
이 몸에 병(病)이 낫고
이 산(山)이 꽃 피거든
날마다 이 산(山)에 올라
파―란 하늘이나 치어다볼까.
새해 인사 / 김현승
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굴러라.
건너 뛰듯
건너 뛰듯
오늘과 또 내일 사이를 뛰어라.
새옷 입고
아니, 헌옷이라도 빨아 입고,
널뛰듯
널뛰듯
이쪽과 저쪽
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
발굴러라 발굴러라.
춤추어라 춤추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