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님 자녀 결혼식을 다녀오며...
블루버드님의 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 시간을 가늠하려고 얼마전 전해 받은 모바일 청첩장을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예식장 이름이 익숙하게 다가왔다. 생각해보니 몇 년 전 제자의 주례를 섰던 곳이어서 찾아가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시설이 아주 좋은 곳이다.
조금 서둘러 집을 나섰다. 경험상 이런 행사에 시간이 바듯해지면 인사를 제대로 전하지 못할까봐서 조급해 질 수 있어 조금 여유롭게 가는 게 좋다.
예식장에 조금 일찍 도착해 예식장 입구로 다가가니 버드님이 신부와 함께 서 있었다. 평소에도 핸섬한데 정장을 한 모습을 보니 더 젊고 멋있어 보였다. 신부는 청첩 사진에서 느낀 대로 선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 앞쪽으로 다가가며 축하말씀을 전한 후 새 신랑 같다고 하니 밝게 웃었다.
잠시 후 안으로 들어가 맨 뒤쪽에 서서 시작을 기다렸다. 예식장 천정은 통로 중앙부분에서 양측 벽쪽으로 경사가 지워져 있다. 그리고 그 천정은 목재 마감되어 있고 벽은 거친 돌을 잘 맞대어 격조 있게 쌓아 놓았으며 단상 이외의 조명은 약간 어둡게 하여 장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예식의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이 곳 단상에서 했던 주례사를 떠올렸다. 제자로부터 결혼식이 있기 보름전쯤 주례 부탁을 받은 다음 어떤 말을 할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며 매일 가다듬어나갔다. 주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고 전에 하객으로 참석하며 들었던 갖가지 주례사도 떠올려 보았다. 옛날에는 주례사가 너무 길고 고답적인 인상을 받을 때도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진솔한 생각을 짧게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 생각했던 것은 결혼 이후의 부부의 사랑은 결혼전 청춘남녀의 매력에 이끌린 불같은 사랑이 아니라 그야말로 헌신적인 사랑이 우러나야 된다는 생각이었다. 한 인간으로서 아플때나 좌절감에 사로잡히거나 나약한 모습일 때 사랑으로 감싸 안아서 인생의 자신감을 불러 일으키고 마음의 평안을 얻게 해줄 수 있는 사랑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현재의 위치에 서로를 가두어 두려고 하지 말고 각자의 잠재된 역량을 모두 발휘하고 꽃피울 수 있게 서로서로 항상 북돋아 주며, 무엇보다 인간의 바른 도리를 지켜가는 삶이 되기 바란다고 했다.
잠시 후 사회자가 늘 하는 순서대로 신랑신부 어머니들의 점화와 신랑 입장을 안도했다. 양가 어머님들이 환한 표정으로 단상으로 가서 화촉을 밝힌 후 하객을 행해 인사를 했다. 신랑은 걸음걸이가 아주 씩씩하고 절도가 있어 보였다. 평소 운동으로 근력이 다져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오늘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하면서 신부 입장이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밖에서 그 말을 듣고 신부가 아버지 팔을 잡고 환하게 웃으며 들어섰다. 정말 식장이 훤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연습을 해 보았는지 차분한 걸음으로 단상 쪽에서 기다리는 신랑 쪽으로 걸어갔다.
신랑이 다른 때 보았던 것 보다 더 멀리 마중을 나와서 신부 아버지가 잡았던 딸의 손을 신랑 손에 넘겨주었다. 평소 버드님의 성품을 알아서인지 오늘따라 그 순간이 매우 극적인 순간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딸의 손을 놓고 신랑의 손에 넘겨주는 것이 부모의 품을 떠나 새 가정을 이루게 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순간 부모로서 만감이 교차하고 있을 것 같았다.
어어서 단상에 오른 신랑신부가 맞절로 정식 부부의 인연을 맺는 예를 정중히 갖춘 다음 혼인서약서를 낭독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매우 생기발랄하고 현실적인 것이어서 하객석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신랑의 말 중에는 “남자로서 멋진 매력을 유지한다... 아내가 사는 물건 값을 절대 묻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다.
다음 순서로 신부 아버지인 버드님의 성혼선언문 낭독과 덕담이 이어졌다. 특히 덕담은 정말 애지중지 키운 금지옥엽 같은 딸을 출가시키며 부모로서 애틋함과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진솔하게 배어났다. 덕담 중에는 “부모에게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딸이 평생 남편의 사랑을 많이 받으며 살기 바란다”는 말도 했다.
성혼선언으로 조금전 부부가 되기 위해 예식장 안으로 각각 입장했던 두 사람은 이제 정식 부부가 되었다. 물론 교제 기간중 서로의 굳은 약속과 양가 부모의 허락 등 모든 준비를 미리 마친 후의 형식적 절차의 매듭을 짓는 일이지만 결혼식이라는 것이 갖는 의미가 새삼 크게 와 닿았다. 친구들이 결혼을 많이 하던 나이에는 하객으로 참가하면서 아는 신랑 신부의 상대가 얼마나 잘 생기고 능력이 있는지가 가장 먼저 갖게되는 관심이었다. 그런데 점차 참된 마음과 올바른 인성에 따른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부부가 되고 자녀를 얻어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인생 그 자체로서 결혼식의 의미가 한 인간의 인생행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성혼선언에 이어서 신부의 절친이 나와 축사를 했다. 자신이 신부의 초등학교 1년 선배인데 어릴적 신부가 언니라고 부르며 정을 나눴던 추억으로부터 성인이 되어 여기에 선 신랑을 만난 인연을 맺는데도 관여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나 신부를 마음속으로 위하며 지나왔는지 말을 하는 도중 감격에 벅차서 몇 번을 울먹이자 사회자가 너무 울면 오해 받는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축사 다음으로 축가를 부르는 순서가 되었다. 축가는 신부 아버지인 버드님의 동생이 나와 불렀다. 그런데 축가를 들으면서 정말 가수가 와서 부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서 듣던 축가보다 훨씬 전문가적인 노래 솜씨여서 신랑신부와 관객 모두가 조용히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축사를 들은 다음 신랑신부가 양가 부모에게 절을 올렸다. 먼저 신부 부모 앞으로 다가가서 신랑이 바닥에 넓죽 엎드려 큰 절을 하고 일어서자 버드님 부부가 다가가 새로 탄생한 부부를 번갈아가며 끌어 안아주었다. 다음으로 신랑의 부모님께 같은 순서로 인사를 올렸다. 다음 순서는 행진과 하객 인사, 촬영 순서로 마무리 될 것 같았다. 다른 약속이 있어 예식장을 나와 같은 층에 마련된 식당으로 가서 뷔페식으로 식사를 했다. 자리도 넓고 음식도 다양하게 잘 차려져 있었다.
버드님은 ‘하얀나비 김정호 팬 카페’에 가입해 알게 되었다. 그 후 카페의 여러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그가 사회를 보았는데 수려한 외모, 유창한 말솜씨와 세련된 매너로 아주 진행을 잘 해서 행사를 격조 있고 즐겁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전시를 열 때마다 찾아와서 축하를 해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 보니 버드님 부부가 식당 안으로 들어서서 다시 인사를 나누었다. 자식을 출가시킨 부부의 밝은 표정에서 자녀 부부와 더불어 행복한 앞날을 언제까지나 누려갈 것 같았다.
(20220924)
첫댓글 아. 다녀 오셨군요.
전 맘만 갔다오고
축의금으로 대신 했습니다.
블루버드님 다시금 축하 드립니다...
이거 한방울 해야 하는데....ㅜㅜ
신랑신부가 선남선녀 같았습니다.
그리고 매우 축복된 분위기였습니다.
버드님 부부의 환한 표정에서 행복이 느껴졌습니다.
석환님을 뵙지 못했는데
오셨다 가셨군요?
얼굴 뵐수 있었는데 못 뵈어서 아쉽습니다
지기님이 예식장에 오셨는데
뵙지 못한것 같습니다.
아쉽습니다.
늘 좋은날 되시기 바랍니다.
좋은일이 계셨군요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