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cafeimg.hanmail.net/cf_img2/bbs2/scrap_bgm.gif)
달안개 피는 언덕길
김 어 수
너무도 고요하기만 합니다.
그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인간들이 모두 이제는 깊은 잠에 빠져버렸나 보군요.
바람도 그쳤는지 풍경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냇물도 자고 있는지 풀벌레들도 자고 있는지 그저 아무소리가 없습니다.
구름도 한 점 없습니다.
장지가 찧어질듯이 환하기만 하기에 왈칵 일어나 문을 열었습니다.
마당에는 달빛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건너편 언덕길 쪽에 뿌연 달안개가 한창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번뇌와 망상이 쉬어지면 지혜의 달이 비친다고 들었습니다.
가슴에 끊고 있는 오욕탐진(五慾貪嗔)이 가라앉으면
거기 바로 부처의 그 환한 얼굴이 나타난다고 알고 있습니다.
흔히 이런 밤이면 부처를 만나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피어오르는 달안개 저것은 분명 부처의 후광(後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책에서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번뇌가 다한 곳에 시름불이 꺼지고 인정이 끊어진 곳에 애욕물이 말라진다고 하였습니다.
바람 자고 고요하고 구름 걷힌 하늘에 달이 나타나는 것처럼
지금이라도 모든 망상과 분별이 활짝 걷힌다면
저보다 더 밝은 달이 가슴속에서 불끈 떠오를 것이 아니겠습니까.
달안개가 몸에 함뿍 젖어듭니다.
달도 나를 따라 언덕길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언덕 저 언덕.
길 환히 트인 길.
우리들은 항상 저 언덕을 동경하고 있습니다.
괴로운 이쪽에서 영원히 즐거운 저 언덕에 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고요한 다음 밝은 달빛 그리고 퍼지는 후광(後光)따라
저 언덕길을 달과 같이 밟아갈 때 모든 일은 완전히 끝날 것이 아니겠습니까.
길은 결코 나 혼자 걷기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나도 가고 남도 가고 소도 가고 말도 가는 커다란 길입니다.
달도 오늘밤만 비치는 달은 더구나 아닙니다.
영원한 달 무궁한 달일 것입니다.
흔히 이런 밤이면 몰아일체(沒我一體)가 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바깥바람이 자면 비바람도 잘런지 모르겠습니다.
허공에 달이 비치면 내 가슴에 달도 비칠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걷는 언덕길이 바로 우리들이 바라는 저 언덕일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가는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구름 걷히면 달이 바로 보이듯이 번뇌 없어지면 바로 거기 저 언덕일 것입니다.
가고 옴이 없는 자리
시간과 공간이 없는 자리
여기가 행여 저 언덕이나 아닐런지 모르겠습니다.
달안개 피는 언덕길 11~13쪽
1975년 2월 20일 한진문화사 발행
저자 김어수(金魚水)
1909 강원도 영월에서 출생
1938 중앙불교전문학교 졸업
1932 조선일보에<조사>로 데뷔
1937 안락구태자경 출판
1932 문예신문. 금강산. 조광. 동아일보. 자유신문. 현대문학. 월간문학. 민주신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국제신보. 자유민보. 주부생활. 시문학. 등에 작품발표
1939년 이후 교육계에 투신하여
금정중학교. 부산중학교. 부산사범학교. 강경상업학교. 함안농고. 울산일중.
통영중학교. 울여중고. 대현중학교 등에 교사 교감 교장 등으로 30 여년 근무
* <달안개 피는 언덕길> 문집은, 원주시 신림면 원창리 최희웅 선생(전 횡성 청일중학교 교장)께서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구입하여 2008년 2월 9일 부인이신 박희분 여사께서
정보화마을 인빌뉴스 전문기자 김원식을 찾아오셔서 기증해 주신 소중한 책입니다.
최선생과 박여사께서는 지난 2007년도부터 영월문협 동강문학회가
영월의 인물인 김어수 시인에 대한 제조명작업을 시작하였다는
인빌뉴스(http://news.invil.org) 인터넷 기사를 접한 후
소장하고 있던 김어수 시인의 문집인 <햇살 쏟아지는 뜨락>을 2007년 초가을에 기증하여 주신 바 있으며,
평소에 영월문인들의 노력에 많은 관심속에 지내오다
이번에 인터넷 경매에서 본 <달안개 피는 언덕> 책자를 구입하여 기증하여 주셨습니다.
최희웅 선생님과 박희분 여사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영월문협`동강문학회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영월의 문인" 발굴작업을 시작하여
김어수 시인에 대하여 집중적인 자료조사와 함께, 지난 세월동안 시인의 삶을 찾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어수 시인은, 지난 1909년 1월9일 영월군 상동면 직동리(현 상동읍 직동리)에서 출생하여
15세까지 거주하다 경남 부산으로 이주하여 1985년에 타계하신것으로 여러 문집에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시와 별 그리고 동강이 흐르는 영월',
시인의 마을이자 문학의 고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가운데
2007년 10월 6일에는 국내 시인 1200여분을 한자리에 초빙하여 "대한민국 시인대회"를 개최하여
문학계의 모든 분들을 한자리모셔서 교분을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바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시선 김병연 김삿갓 시인이,
현대시대에는 김어수 시인이
이승은 떠났으되 그 문학은 살아있는 문학의 고장 영월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월에 많은 관심과 배려 그리고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https://t1.daumcdn.net/cafefile/pds56/2_cafe_2008_02_16_17_30_47b69f1be82eb)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https://t1.daumcdn.net/cafefile/pds56/3_cafe_2008_02_16_17_30_47b69f204a2c0)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https://t1.daumcdn.net/cafefile/pds57/15_cafe_2008_02_16_18_35_47b6ae21010ee)
![](http://pimg.hanmail.net/blog/p_img2/img_bgm2.gif)
첫댓글 올려 주신글 잘보았습니다^^
좋은 자료 감사 합니다.
영월을 위하여 언제나 노력하시는 님께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표기중에 본 서적을 기증하신분의 존함은 최희웅 이 아닌 최희응 선생님 이시기에 바로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