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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스크랩 1/2-4 신어산(냉정고개-영운리-고암나루)구간종주-낙남6차(완)
배슈맑 추천 0 조회 82 09.08.28 14:48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산행  시간표)

1/2   00:00     서울 강남터미널   출발

       05:00     김해 장유    도착

       06:00     냉정고개    출발

       07;17     불티재                                  3.0km

       07;53     황새봉                                  2.5km

       09:10     금음산 (쇠금산,10분 산제)       3.5km

       10:00     낙원공원묘지

       11:00     (식사후 사고 발생)

                     5시간  

1/3  11:30    낙원공원묘지 출발

       12:30     망천고개                               3.5km  

       13:12     상리고개   

       14:15     나밭고개                               2.5km

       15:50     영운리고개                            3.0km 

                4시간20분                        18km

 

1/4  06:40    영운고개출발

      08:00    신어산 서봉

      08:35    신어산                                     3.0km

      09;18    (43분 알바 후 신어산 정상 복귀)

      09:26    신어산 동봉 

      09:45    생명고개                                  1.5km

      10:05    임도(20분간 식사)

      11:34    478봉                                       3.5km

      12:40    동신어산(20분간 휴식)               2.0km                        

      13:40    고암나루                                  2.0km

                7시간                               12km

 

   (불티재 일출)

(2009/01/01 23:00)기축년 새해 첫날을 낙남마지막 구간을 위한 배낭꾸리기로 하루를 보낸다. 설레는 마음은 사실이다. 단지 1+9정맥의 그 여

섯번째 행보를 마무리 짓는다는 의미 외에도, 보름 전 지난 구간에 창원을 거쳐 고향땅 어귀를 찾아들었고, 이번구간에 김해 땅의 한 가운데

를 가로지르며 내 고향 땅을 내려다 보며 걸어 갈 수 있음에 벅찬 감회를 느끼고 있음이리라..선영을 마주 바라보며 절을 할 수 있다는 오랜

기다림이 제수 과일을 싸는 손에 보이지 않는 저림을 느끼게 한다. 언젠가 내가 영원히 잠들기 위해 돌아가야 할 그 곳을 향해 절을 하리라..

새해 첫날의 자정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김해장유 신도시 정류장에 도착하기까지 잠도 들지 못한 채 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1/2 03:50)

어린시절 불모산 아래 대청계곡의 가재잡이 추억만이 황량한 들판에 창원공단의 배후 주거도시로 급성장한 아파트들만 새벽을 차지한 채 도

로는 아직도 한밤중이다. 인구 10만이 넘은 면소재지의 밤치고는 매우 조용하고 깔끔해 보인다. 콩나물 국밥에 이슬이 해장으로 아침을 기다

린다.  

 (황새봉)

(06:00)지난 구간 날머리인 창원 가는 길 냉정고개 전경부대 입구에서 택시를 내려 복장을 점검하고, 절개지로 잘라진 고속도로 굴다리까지

는 마주하는 야산을 생략하고 오른쪽 냉정마을 동네를 가로질러 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하여 양동리로 넘어간다. 58년전 동네 어귀 고갯길에

서 장고개,단고개로 넘어가는 뒷산 너머에서 벌어지던 엄청난 비극들을 기억하는 걸까 새벽 마을길의 멍멍이 마저 숨을 죽이고 적요하다.

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 국악연수원 방향으로 난 포장길을 따른다. 본래 고속도로 갓길을 따라 장고개까지 이어지는 절개지를 따르고, 훼손

된 능선이나마 골프장까지 이어진다고 들었으나, 밤길 고속도로 갓길이 매우 위험하고 요란한 차량들의 굉음이 싫어 힘들지만 골프장 중간

불빛을 향해 마루금을 찾아 오르기로 한다.'산소가는길'이란 표지를 따라 왼쪽으로 꺾어나가 논두렁을 가로지르며, 오른쪽 매봉산을 기준삼

아 반대방향의 가시덤불을 헤치고 희미한 숲길을 따라 오르니 골프장 도로에 올라선다.(06:20) 마루금 한가운데가 골프장 진입로로 바뀌었으

니..맥길 귀신은 뭣하나..터벅거리며 골프장 끝지점에서 마루금 들머리를 찾으려해도 잘난 골프장 직원들은 모두 모른다고..리본도 전부 사라

지고..대충 어림잡아 송전탑을 표지삼아 길도 없는 능선길 사면을 치고 오른다.

 (덕암묘원-정병산,대암산)

10여분을 길도 없는 능선 사면길을 헤치고 올라 가시덤불 속의 능선 마루금을 찾아 내리니 단고개로 보이는 임도를 따라 송전탑쪽 오르막을

향한다.(06:40) 두개의 송전탑을 지나고 묘역들이 있는 잡목 숲을 길게 지나, 큰 묘역이 있는 임도에서 왼쪽 오르막을 오르면서 통나무계단을

거치니 338봉 양동산성 갈림길 운동시설에서 배낭을 내린다. (07:10) 오른쪽으로 비슷한 고도를 유지하며 뻗어나간 고지에 가야시대의 오래

된 토성이 자릴하고 있으니, 산성은 지명에 따라 내삼성,가곡산성등으로도 불린다. 잠시 목을 추기고 왼쪽 내삼저수지 방향으로 통나무 계단

길을 밟고 내리니 불티재를 지난다. 역시 통나무가 박힌 계단길을 오르면서 일출을 담고 396봉을 넘어 내삼저수지 갈림길을 지나고, 호젓한

솔숲길을  걸어면서 송전탑과 332.9봉을 거친 후 오늘의 최고봉이며 고향땅 선영의 남쪽 座向으로 바라보던 황새봉에 올라선다.(07:53) 솟아

오른 햇살 속에서 기념을 남기고, 무성한 잡목으로 조망이 좋질않아 선영을 향한 간단한 제를 금음산에서 지내기로 하고 오른쪽 덕암방향으

로 걸음을 옮긴다.  

 (김해 한림면 선영/진영읍 봉하마을)

황새봉 정상에 초소가 있다고 했었는데..철거된 모양이다. 별로 사용하진 않은 듯한 운동시설을 지나 내삼계곡 삼거리에서 왼쪽 덕암길로 이

어진다.아주 편한 걸음으로 잡목 숲을 이어나가 임도를 지나고 묘역에서 90도 오른쪽 왼쪽을 조심스럽게 표지기를 확인하면서 오르내린다.

개암넝쿨의 가시밭길을 헤치면서 묘역을 지나 내리니 덕암묘원 포장도로에 내려서고,왼쪽 가건물 뒤의 계단길을 이용하여 '추모의집' 앞 도

로에 올라선다. 계속 이어지는 계단과 도로를 따라 묘지 상단부 임도를 지나고, 왼쪽 잡목 숲으로 들어서서 잠시 된오름을 거쳐 금음산 정상

에서 배낭을 내린다.(09:10) 정상표지석엔 '쇠금산'이라..철의 왕국 가야의 도읍지로서 철기문화의 고장답게 김해 곳곳에 '쇠실' '쇠골' '생철'

'쇠내'라는 지명이 많듯이 이 산정의 이름도 쇠금산이 참 정겹게 느껴진다. 고향 선영을 마주보며 준비한 제수를 차리고 절을 올린다. 낙남길

내내 서부경남을 두루 거쳐 그토록 그리웁던 당신들의 걸음을 떠올리며.. 오늘 이렇게 서 있는 당신의 막내 아들보다도 젊은 모습을 그리워하

며 여기까지 밟아 왔나이다..부디 해방 후 험하고 외롭던 시대를 살아 말문마저 닫아야 했던 힘없는 지식인의 한들을 뒤로하고 양지바른 그

곳에서 편한 잠 이루소서..

 (금음산)

추운 바람과 아침의 싸늘함에 ?기어 간단한 음복 후 배낭을 추스리고 이어지는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고, 낙원묘원길까지 길게 가시밭 잡목

숲을 헤친다. 오른쪽 덕암묘원 너머 커다란 골프장이 주주봉까지 산마루를 갉아 먹은 채 화려한 놀음을 펼친다. 그래 '개같이 벌어 개같이 쓰

는 것'이 너희들이 그토록 바라던 이 체제의 영원한 바램과 덕목이리니, 대통령 정도야 돈주고 살 수도 있겠지..불쌍한 이 땅의 대통령들이여.

묘원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선 후 오른쪽 건물 텃밭을 지나고 묘역 관리사무소 앞에 닿는다.(10:10) 큰 매형 사돈댁 어르신의 묘소를 찾

아 절을 올리려하나 하도 오래전의 기억이라 그 위치를 찾기가 쉽질 않다. 대원들이 점심찌개를 끓이는 동안 관리사무소에서 묘소번호를 확

인하고 점심 식사후에 다시 찾기로 한다..대원이 따라주는 만병초 약술이 달콤하게 느껴진다..간단한 식사와 20여분의 휴식 후 배낭을 꾸리

고 다시 묘소번호를 들고 위치를 확인하려 오르내리지만 왠지 힘만 들고 숨이 가빠온다. 대원들에게 미안하여 그냥 다음으로 미루고, 들머리

를 찾아 이어가려던 순간..온통 세상이 하얗고 심한 경련을 동반하여...결국 3인의 대원 모두가 119 신세를 지고, 24시간 김해 조은금강병원에

서 하루를 입원하는 사고가 발생했다.(11:00)(주의:'만병초'는 독성이 강하므로 전문가와 상의하여 소량의 치료제로만 쓸것..)

 

 (낙원묘원)

 (1/3 11:30)담당의사에게 서울로 가서 진료를 받겠다고 퇴원허락을 득하고, 24시간만에 추어탕 한그릇으로 몸을 가늠해 보니 그런대로 회복

을 느낀다. 다시 전날 못다한 4시간 정도의 짧은 구간에서 체력을 점검하기로 결의를 모은다. 부산 형님의 염려스런 당부를 뒤로하고 낙원묘

원 정문앞 매점 왼쪽으로 이어지는 숲속으로 발을 올린다. 작은 돌들로 이루어진 잡목 숲 너덜 된비알을 지그재그로 힘겹게 올라 10여분만에

송전탑을 지나고 271.9봉 삼각점을 확인한다.(11:50) 전날의 사고로 인해 평생 잊지 못할 낙원묘원의 전경을 담아보고 가시밭길 잡목 숲을 헤

쳐 내려오니 임도를 만난다.짧게 임도를 따른 후 왼쪽 잡목 숲으로 오르니 송전탑을 지나면서 오른쪽으로 희미한 능선이 휘어진다.왼쪽 농장

철망을 따라 내리던 숲속길이 폐기물처리 공장이 있는 도로에 내려선다.(12:20) 먼지속을 뚫고 마루금을 찾아 이어갈 엄두가 나질 않아 선답

자들의 충고대로 왼쪽 도로를 따라 망천고개로 이어지는 국도까지 긴 거리를, 오가는 차량들의 이상스런 눈초리와 함께 걷는다.(12:40) 명절

때 마다 산소를 찾는길에 오가던 휴일의 釜馬국도엔 생각보다 꽤 많은 차량들로 붐빈다. 왼쪽 신천리 망천 마을엔 이팝나무(立夏木)로도 유

명한데..가구단지를 지나 김해쪽 산마루에 도착하니 신천리로 이어지는 임도 마루턱에 리본들이 나부낀다. 1시간여의 워밍업에서 체력적인

큰 문제는 없음을 확인한다.  

 (392봉-한림면 상리방향)

망천고개에서 왼쪽 신천리쪽으로 감아도는 포장임도가 마주하는 작은 봉우리를 생략하게 만든다.짧게 돌아드니 정맥 내림길과 만나 왼쪽 마

루금 숲속으로 급한 들머리를 올라선다. 만만치 않은 잡목 급경사길을 힘겹게 오르내리며 계속 이어지는 서너개의 송전탑을 길머리 삼아 두

어개의 봉우리를 힘겹게 넘어선 후 급한 내리막을 미끄러져 상리고개 포장도로에 내려선다.(13:12) 좁은 차도에 꽤 많은 차량들이 바삐 지나

다니니 매우 위험하다. 김해읍내 삼계동에서 翰林面(二北面) 공장지대로 통하는 지름길이 된 모양이다. 도로 건너 급한 경사길을 코가 땅에

박힐만큼 가파르게 지쳐 오르고, 계속되는 송전탑과 임도를 지나 로프까지 설치된 급경사가 계속 이어진다.392봉 꼭대기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한다.(13:30) 선영이 있는 退來里와 봉하마을이 왼쪽으로 펼쳐진다. 옛부터 신의와 지조를 지키며 공직을 버리고 돌아와 머물렀다는 퇴래

마을과 인접한 봉하마을이 오늘날 아이러니다. 돌아와 앉은 그양반은 과연 어떤 모든걸 버리고 그곳에 돌아와 앉았는가..오른쪽 내림길을 밟

고, 송전탑들을 따라서 그런대로 편한 걸음으로 347.4봉 직전 갈림길에 닿아 오른쪽으로 나밭고개를 향한 급한 사면을 타고 내리기 시작한다.

 (나밭고개 직전 없어진 288.7봉..채석장 깊은 웅덩이로 변해버렸다.)

김해읍/생림면 나전리 경계면을 지나는 마루금이 채석장으로 인해 봉우리(288.7봉) 하나가 통째로 없어지고, 멀리 길건너에 영운리로 이어

지는 378봉만 우뚝하다. 옛 가야의 고도로서 많은 유적지를 복원하고 있지만 늦게 깨달은 정맥 마루금이야 이미 복원할 정도가 아니다. 부디

이제 파먹을 만큼 파먹었으니 옛날 사진과 함께 정맥 표지석이라도 세우고 맥혼들의 소통에 지장이 없도록 꾸며줄 수 있기를.'生鐵'과 '鳳林' 

의 生林땅에는 내 외가의 선영도 자릴하고 있건만..급경사 잡목 숲을 지그재그로 미끄럽게 지쳐 내리니 채석장 절개지 위에 닿는다.(14"05)

오른쪽 김해수련원 입구쪽 도로까지 절개지 가장자리를 타고 푸석한 공사장길을 걸어 내린다.넓은 신도로와 옛날 구도로가 맞닿는 지점에서

길을 건너 구도로를 타고 나밭고개 들머리까지 걸어 오른다.(14:17) '生林洞天'이라 이젠 점점 사라질 산천이 되겠지..천리교 건물 못미쳐 오

른쪽 들머리를 찾고, 왼쪽 밭을 끼고 점점 가파르게 오르는 지점에서 잠시 배낭을 내리고 간식으로 원기를 보충한다. (14:25)

 (영운고개-신어산서봉)

 오늘의 마지막 오름길로 여겨지는 378봉 사면길이 다시금 코를 땅에 박을 정도다.급사면 된비알을 길게 오르며 3시간 정도의 산행에도 벌써

피로감을 느끼는게 전날의 영양보충이 결핍한 탓인가..의사는 당분간 많이 먹질 말랬는데..암릉지대를 만나 얇은 로프들과 작은 나뭇가지들

을 손잡이로 가까스로 전망바위에 올라섰으나, 왼쪽 김해시가지의 환한 멋 보다는 지나온 채석장의 아픔이 더욱 선명하여 서둘러 마루금 정

상을 향해 자리를 뜬다. 378봉 삼거리에 올라서서(14:50) 오른쪽 남쪽으로 향하는 편안한 능선길을 따른다. 편백 숲의 향내가 코끝을 자극하

며, 온몸의 독소들이 빠져 나가도록 심호흡으로 숲을 즐긴다.오른쪽 삼계동 하산길을 지나고 억새 능선을 올라 337봉 공터에서 기념을 남긴

다. (15:05) 돌무더기와 낙남정맥 표지목이 앙징스럽다.바로 가까이에 있는 402.9봉 삼각점을 지나고 묘역들을 거친 후 가야대 갈림길을 지나

높지 않은 봉우리를 두어번 오르내리니 만장대(천문대)-분성산으로 이어지는 김해시내 동쪽능선길을 헤어지면서 왼쪽 골프장 방향을 향해

내림길이 서서히 시작된다. 분성산은 가락국 허황후 전설속의 乘岾고개로 여겨지고, 산경표상의 낙남 마지막 산으로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본래 계획은 어제 저곳 분성산 쪽으로 내려가서 김수로 왕릉을 구경할 계획이었는데..발 아래는 온통 하얀 골프장 잔디밭이 펼쳐지기 시작한

다.(15:35) 

 (영운리 가야골프장)

내림길 임도를 건너 송전탑 숲길을 왼쪽 골프연습장 방향으로 내려서니 티샷 박스를 지나고,그린홀에 집중하는 골퍼들에게 미안하게도 바로

그린 옆을 지나 골프장 카터 통로인 영운리 육교에 내려서서 오늘 구간을 마무리한다.(15:50) 왼쪽 골프연습장 부근에 있는 식당에서 초등학

교 친구가 마련한 저녁을 잘 대접받고 모텔에서 일찍 잠을 청한다. 덕호야 고맙다..전날의 악몽같은 사고를 잊을 수 없어 양껏 들이키지 못한

이슬이 탓인가..다음날 낙남길의 마지막 걸음에 대한 설레임인가..쉽게 잠이들지 못하는구나..남쪽 활천고개로 내려가는 어방동 길엔 아직도

포도넝쿨 우거진 무서운 산길이 넘실대고,분성산 아래 시청이 차지한 옛날 공동묘지 아래 미나리밭에는 미꾸라지가 꿈틀대고,남문밖 외가집

정미소 딸기밭을 걸어가는 걸음걸이가 아직도 아장거리는데..김해 합성초등학교 옆 담과 이어지는 수로왕릉 공원 뒷담을 넘나들고, 한없이

넓은 고목 숲속을 뛰노는 초등학생이 집에 갈줄을 모른다.든다. 금관,금평의 김해에서 하룻밤은 그렇게 설치고 마는구나.. 

 (신어산서봉-김해공항)

(1/4 06:40) 드디어 낙남의 마지막 구간을 밟는 날이다. 계획보다 하루가 늦어졌지만, 미련남기지 않고 마무리를 할 수 있음에 다행이다. 전날

병원에서 받은 약을 챙겨먹고 장도를 위한 체력유지를 위해 모텔방에서 찌게를 끓여 배를 든든히 채운다.아직은 어두운 길을 빠져나와 식당

건너 골프장 옆 절개지를 치고 오르고, 페어웨이를 지난 후 클럽하우스를 향하는 도로를 찾아 다시 절개지를 내려선다. 길게 도로를 따라 올

라 클럽하우스 직전에 선답자의 표기대로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마지막 9번홀 티박스를 찾아 걷는다. 어둠속에서 어디 물어볼 수도 없다보니,

Par 5홀이 이상하게 Par 4로 나타나도 그냥 지나친다. 30여분을 엉뚱한 홀에서 들머리를 찾다보니 어느새 여명이 밝아 온다. 왼쪽의 412봉을

가늠하며 길도 없는 잡목 사면길을 뚫고 왼쪽 능선을 찾아 오르니 Par5 9번째 홀이 산마루에 나타난다. 클럽하우스 직전의 9번홀이 윗쪽에 또

있는줄을 모르고 너무 일찍 오른쪽으로 꺾은 탓이다.(07:20) 마루금을 차지한 골프장에서 정맥길 산꾼들이 뭐 대수이랴만은 밤길에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으니 뭔가 이정표 정도는 세워둘 수 없을까..배려가 아쉽다.  

 (신어산서봉-경남서북쪽)

신어산 서봉(641봉)을 향한 들머리에서 부터 시작되는 급한 된비알에 코를 박기 시작한다. 소나무 숲길을 지그재그로 힘겹게 오르면서 자주

멈추면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넓은 골프장 너머로 어제 지나온 김해 분성산에서 시작되는 동북쪽 산능선이 햇살을 받기

시작한다. 그 너머로 김해읍내 수로 왕릉이 있는 시가지가 잠을 깨려고 기지개를 편다.유난히 김씨, 허씨, 배씨가 많았던 어린시절 친구들..

내 어머님의 성씨인 김해 김씨(김수로 왕 첫째 아들 후손), 김해 허씨(김수로왕 둘째 아들 후손, 인천 이씨(허기 10세손 이허겸 후손) 3성이

가락종친회를 이루고 서로 일가 친척으로 혼인이 금지되어 있기도 하다.30여분 남짓에 가느다란 로프가 매어져 있는 암릉지대에 도착하여

힘겹게 직벽 암릉을 올라서서 전망대에 닿는다.시원하게 펼쳐지는 삼방동 신도시가 왼쪽 돗대산으로 솟아 오르는 햇살 속에 빛난다.(07:50)  

 (신어산서봉-김해시내/장유/정병산,대암산)

 신어산 서봉 마지막 오름길은 빤히 올려다 보이면서도 좀처럼 그 모습을 나타내질 않는다. 몇개의 큰 바위로 이루어진 암릉을 급하게 치고

오른 후에야 서봉 돌탑과 정상석을 만난다. 사실상 오늘의 최고봉이다.(08:00)이미 밝게 솟아 오름직한 아침 해는 운무속에 가려진 채 멀리

부산의 낙동길 너머에서 붉게 물들고 있다.그 아래로 펼쳐지는 김해 평야의 절반이 도시로 변한 느낌이다.수로왕과 始皇后 許수로(黃玉)의

큰 무덤들을 놀이터로 삼아 놀던 어린시절의 대성동 뒷골목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神漁山..바다가 가까운 탓만은 아니다. 인도에서 건너

왔다는 허황후를 더욱 신비스럽게 꾸미는 설화들과 연관이 있겠다. 인도 불교의 雙漁 개념들이 절간 추녀 끝에 풍경으로 매달리듯..기념을

담고 편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즐기며 왼쪽 신어산 정봉을 향해 나아간다. 군데 군데 암릉지대도 있지만, 첫 오름의 피로를 풀어 줄 만큼

전혀 힘들지 않은 걸음으로 남쪽 헬기장까지 나아간다.(08:20)

 

 (신어산서봉) 

 

 (헬기장-부산 낙동정맥)

은하사 천진암 길에서 올라오는 휴일 등산객이 가끔 눈에 띄기 시작하는 헬기장에서, 남으로 시원하게 펼려지는 김해평야와 부산서부를 가로

지르는 낙동정맥의 끝자락을 오랫동안 감상한다.불모산 장유사와 더불어,'달마야 놀자' 영화 덕분에 꽤 알려진 은하사 앞마당엔 가락국의 장

유화상이 그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을까..동쪽으로 이어지는 편안한 능선길을 따라 내리니 멋지고 큰 바위를 오른쪽으로 돌아 오르고, 별로 효

용이 없어보이는 구름다리가 멋을 내고 있다. 큰 계곡을 지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안전 로프정도로 꾸며도 될것을..한번 흔들고 지나간다.은

하사 영구암 갈림길 헬기장에 올라서니 바로 앞으로  신어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넓은 억새길이 황량하게 펼쳐진다. 정자를 향하는 등로가 겨

울 가뭄에 먼지를 일으킨다. 지난 구간에서 만났던 남도의 눈발이 그립다. 오늘같은 졸업식날은 겨울 눈이 제격이다. 정자를 거쳐 싱어산 정

상 조망대에 올라선다.(08:35)

  (신어산 억새광장)

정상석 곁에서 먼길을 걸어 온 마지막 정상이라는 환희를 느끼며 플랭카드를 꺼내고 휴일산객에게 기념촬영을 부탁한다.5분여 흥분된 기분

으로 사위를 조망하고 생명고개 내림길을 물어보고, 리본들이 즐비한 왼쪽 급경사 내림길로 하산하기 시작한다. 10여분 후 부터 리본들이 사

라지고 아무래도 묵방리 장척골로 빠지는 기분이다. 결국 급경사 오르내림 40여분을 헛걸음치고 다시 신어산 정상으로 복귀하여 반성하니,

정상을 동봉으로 착각하여 미리 왼쪽 내림길을 택한 실수를 하고 말았다. 고향길 뻔히 내려다 보면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에 다리힘이 빠진다.

(09:18) 동봉으로 향하는 남쪽 내림능선이 이렇게 환히 바라보이는 곳에서 어처구니가 없다. 철쭉광장을 지나고, 선암다리쪽 돗대산 갈림길

을 지나 부드러운 능선을 걸어 동봉에 올라선다.(09:26) 남쪽으로 산마루를 파헤친, 몇해전 중국민항기 추락장소가 선연히 드러나 보인다.

 (신어산 정상) 

 (신어산 동봉)  

동봉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북쪽 능선 내림길은 매우 가파르긴 하지만 길은 뚜렷하다. 단지 가뭄이 가져다준 흙먼지가 미끄럼타는 등산화에

실려 오르니 만만치가 않다.지도상의 대문/탕건바위는 어디에 있는지 찾을길도 없이 20여분만에 생명고개 포장임도에 내려선다.(09:45) 좌우

에 농장들이 조성되어 있고 차량들이 통행할 수도 있겠다. 오른쪽 주중천 따라 오르던 독지곡 마을 위에는 숯골이 있었다는데..전쟁 발발 후

전국 각지역에서 부산교도소로 수용되었던 보도연맹원들의 마지막 매장터가 되었으니..그들은 무엇을 피해 부산 땅까지 내려와서 타향 땅 이

름모를 계곡에서 한스런 생명을 끝내야 했을까..생명고개라는 이름이 아이러니로 남는다.자신들이 차지하고 싶은 국가권력을 위해,어리석은

민중들의 투쟁을 이용하는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으되, 국가자본주의 민주체제나,잔인하고 사악한 사회주의 관료체제나 민중들을 때

리고 짓밟는 일에는 스스럼이 없거늘..오늘도 국회라는 신성의 큰 방 속에서 '국민을 위한 사랑'의 법을 놓고 싸우는 그들이 과연 누구에게 사

랑을 줄것인가..부자와 특권을 위한 사랑을 줄것인가..민중을 위한 배고픔을 겨뎌내는 교육적인 시련을 줄것인가..

 (481봉-서례저수지/백두산방향)

생명고개 포장길 삼거리에서 임도 오르막 오른쪽 숲길로 접어들어 임도를 번갈으며 405봉을 넘어서니 왼쪽으로 올라오는 백두산 방향 임도

길에 다시 내려선다.(10:05) 자리를 펴고 남은 누룽지와 식량으로 낙남길 마지막 회식을 즐긴다. 사정상 이슬이를 함께 못함은 아쉽지만 20여

분의 휴식으로 원기를 회복한다. 임도 건너 백두산 방향 표지를 따라 453봉 능선에 힘겹게 올라서고, 장척산 갈림길에 닿는다.(10:45) 이어지

는 오른쪽 사면길을 따라 522.2봉을 올라서니 드디어 마지막 동신어산이 499봉과 함께 어서 오라 반긴다.드디어 580리 남도길의 끝을 보게 되

는가..유난히도 힘들었던 6차의 원정길이 주마등 처럼 스친다. 쉬지 않고 내달려 암봉 전망대에서 남쪽 대동면의 시례저수지가 보이는 예안

리 계곡을 내려다 보며 잠시 걸음을 멈춘다. 멀리 낙동하구의 붉은 아침이 아직도 을숙도의 추억을 간직한 채 안개 속에 수줍다. 

 (478봉-구포화명지구/백양산)

481봉을 지나면서 왼쪽 사면길로 지름길이 감천고개로 나있지만, 오른쪽 진달래 급한 숲길을 힘겹게 치고 올라 478봉 백두산 갈림길을 확인

한다. 왼쪽 감천고개로 내려가는 낙남길을 조금 벗어나 정상 전망대까지 나아가니, 강건너 물금땅이 발 아래로 보이면서 사라진 나루터 뱃머

리에서 처녀같이 젊은 울 어머님이 어린 아이를 보듬고 삼랑진 병원길을 서두르고 있구나..삼거리로 되돌아 나와 편안한 걸음으로 감천고개

내림길을 밟는다. 낙남길 마지막 고개를 넘어 오른다. 참 수많은 봉우리 마다 건너야 했던 고갯길이 그 몇이드뇨..높은 봉우리보다 싫었던 고

갯길들,..오르면 내림길이 기다린다지만, 고갯길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올라서는 된비알은 정말 힘겹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긴 하

겠지만 뉘라서 바닥인생을 즐겨 찾을까..부디 마지막 남은 길처럼 내 인생도 이젠 마지막 바닥을 쳤으면 좋으련만..

 (499봉/동신어산)

고갯길 건너 암릉을 오르고 마지막 암릉 맨 꼭대기엔 499봉의 멋진 장관이 기다린다. 마주하는 동신어산을 내려다 보며 남도길의 마지막 걸

음을 또 붙잡는다.(12:20) 내림길이 시작되는 큰 바위를 넘어 왼쪽 으로 우회하여 동신어산을 향해 바삐 걸음을 옮긴다. 이미 매리에서 만나

기로 한 벗들이 도착한 모양이다. 두번의 헛발길로 이미 계획된 시간보다 한시간이 지체되었으니..마지막 정상을 몇걸음 앞에 두고 자꾸만 흘

러 내리는 눈물을 애써 감추려 하지만..드디어 낙남정맥의 시작과 종점을 알리는 동신어산(459.6) 정상석에 발길이 닿는다. 뒤 따르던 백대장

이 참아 오르던 눈물의 울음을 터뜨린다.(12;40)스스로의 고집에 엮인 채 걸어온 열사흗날이 그리도 서러웠을까...지리산 산죽 터널에서 산죽

가지에 손톱 밑을 찔렸던 그 아픔이 다시 되살아 난것일까..하루전 마지막 까지 가보았던 아찔했던 하얀 세상이 눈앞을 가린걸까..점심식사

이후 부터 절룩이는 무릎이 아무래도 뭔가 탈이 난걸까..그래 이제 마지막 한시간이다..드디어 우리는 사라진 고암나루터에서 보듬고 짊어지

고 달려온 한많은 영혼들과의 고별을 맞을 것이다..기념을 남기고 배낭을 꾸린다.(13:00) 

 

 

 (동신어산 정상)

이어지는 암릉 내림길을 조심스레 밟아 내리며 말년 병장 처럼 걸음을 늦춘다. 마지막을 조심해야지..상동 매리를 향한 내림길은 급한 마음과

는 달리 좀체 그 끝을 보여주질 않는구나..작은 봉우리들을 넘어 서고 마지막 267봉까지 거쳐서야 고속도로 절개지 상단에 도착하여 계단을

타고 굉음으로 두렵기만 한 고속도로 밑을 통과한다. 이어지는 잡목 숲에서 마지막 76m봉우리 사막점을 확인하고 수직 암릉을 타고 내려 매

리2교 구도로에 내려선다(13:40)...유난히도 길게 느껴졌던 긴 여정의 남도 길 여행을 마친다. 형님께서 준비한 제수를 차려 놓고 산신께 무사

도착을  고하고 함께 동행했던 무거운 걸음의 영혼들을 낙동 하구를 거쳐 태평양으로 떠나 보낸다. 삼랑진에서 잉어회를 차려 놓고 기다리는

초등학교 벗들을 향해 가는 길이 참 빠르고 가볍다...

(매리 종점) 

 (고암나루)

그 동안 10/2 부터 시작하여 오늘 1/4에야 끝을 맺는 낙남길에서 큰 힘이 되었던 친구들..항상 걱정스레 지켜 봐 주신 형님, 사랑하는 물푸레

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무엇보다도 긴 여정에서 힘든 내색 없이 함께 걸어 온 우리 백대장, 황대장 두 동지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부디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 나라 내 땅의 맥길 탐사에서 또다시 후회 없는 발길이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 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삼랑진 낙동철교,낙동인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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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8.28 17:02

    첫댓글 정성들여 마드신 자료에 어찌 온다간다 말이 없네요. 글과멋진 사진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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