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사이에(출 20:3)
이집트에서 해방되어 자유민으로 광야의 길을 걷던 이스라엘이 시내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그 땅을 거룩한 땅이라 선포하시고 모세를 시내산으로 부르시고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셨습니다. 두 개의 돌판에 하나님이 직접 쓰신 십계명을 주시며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되시고,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습니다. 열 개의 말씀(계명)은 구원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땅)의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십계명은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살아가는 이스라엘의 삶이어야 했습니다.
하나님(2절)은 먼저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3절)’고 명령하셨습니다. 첫째 계명은 십계명의 원칙 선언입니다. 우리 법의 근거가 되는 헌법 1조 1항처럼 십계명의 첫계명은 일계명으로부터 시작하여 십계명까지의 명령의 원리를 담아내는 명령입니다. 일계명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인정할 수 없다면 나머지 계명들은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계명의 ‘너’라는 단어는 ‘너희(복수)’가 아닌 ‘너(단수)’로 사용되었습니다. 한 분이신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는 명령임에도 전체 복수가 아니라 개인으로 부르시고 언약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무리 가운데 숨기어지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구체적인 명령으로 선포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리고 언약의 주체인 ‘나’를 소개합니다. 하나님은 누구십니까? 하나님을 어떻게 알고 있는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미 이스라엘을 구원하신 하나님을 소개했습니다. 스스로 있는 자(I am who I am 출 3:14)라고 모세에게 나타나셨던 하나님은 유일하신 하나님(신 6:5)이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다양한 신들과 신화 그리고 신전 앞에서 살았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하나님이 약속한 땅이었지만 가나안에서 많은 신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다른 신들(אֱלֹהִים)이란 단어는 하나님의 복수형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신화에 혹은 우상에 등장하는 신들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그들과는 구분되는 분이십니다. 하나님만이 오직 유일하신 하나님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는 자칫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이나 우상을 만들지 않았다고 스스로 변명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보다 사랑하는 것을 두지 말라고 명령하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면서도 우리는 돈과 명예, 힘과 권력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교회와 목사 혹은 신앙의 유물까지도 신성시하며 우상처럼 만드는 신앙의 흔적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가족과 자녀 그리고 부모가 하나님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살아가는 우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다른 신들은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거나 혹은 하나님과 동시에 두고 있는 우리의 욕망과 탐심을 가리킨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나와 너 사이에 다른 신들(부와 권력 등)을 두지 말라고 강력하게 명령하시면서 십계명을 시작하셨습니다. ‘나 외에는’이라는 원문의 의미는 ‘내 얼굴 앞에서’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 앞이란 ‘Coram Deo’를 의미합니다. 이스라엘과 언약을 체결하면서 하나님은 오직 하나님의 얼굴을 바라보기를 명령하신 것입니다. 성경에서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신랑과 신부의 관계로 비유하면서 신랑이신 하나님을 바라보는 이스라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신랑이 신부만을, 신부가 신랑만을 바라보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부부의 의무입니다.
소요리 문답에서 일계명이 명령하는 것은 ‘하나님이 유일하고 참되신 하나님이시고 우리의 하나님이심을 알고 인정하며, 그에 합당하게 하나님을 경배하고 영화롭게 하라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으뜸의 계명으로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마 22:37)’고 가르치셨습니다. 하나님이 ‘나와 너 사이에 다른 신들을 두지 말라’고 명령하신 것은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알고 오직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우리의 마음과 목숨과 뜻과 힘을 다하여 그를 사랑하며 예배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