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에 나서는 나들이 길인지 모를 정도로 꽤 오랜만에 편안한 복장으로 자그마한 가방을 메고서 길을 나선다...
부산에 일반 마실반으로 가는 길...
버스표를 끈고서...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며...가을하늘과 가로등을 쳐다 본다...
가로등은 이정표 마냥...촌눔이 가야할 방향을 가르키고 있고...오른쪽 팔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촌눔을 실은 버스는 흘러 간다...
차창가로 흐르는 풍경 하나 하나가 자주 보아 왔었던 익숙한 풍경들...
때때로 졸음에겨워 눈을 부치곤 하며...그렇게 그렇게 버스는 흘러 간다...
여타의 볼일을 보고서 지인들과 만나기로 한 서면으로 향하고....
약속장소인 서면의 영광도서 앞에 다다르고 보니...예전 책을 사고 구경하기 위해서 학창시절 자주 드나 들었던 오래된 서점 앞에 서니...예전의 그 무엇들이 떠 오른다...
학창시절의 열정...그 열정 속에서 몸을 분주히 움직여가며...지식의 동선을 그리던 곳...
한동안 서점에 들러 책구경과 사람구경에 정신이 없다...
한참을 보고 있으니...손에 들고 있는 책이 많아서...어느듯 광주리에 책을 담고 있는 촌눔...
묘한 것이 책방에 오면...이것 저것 읽고 싶은 욕심에 책을 사게된다...역시나 이번에도 광주리 한 가득 책을 담게 되고...그것을 다 사려고 보니...너무 많다는 생각에 다시 앉아서 광주리의 책들 중 반을 추려내고 있다...
욕심을 버리고...반만을 광주리에 넣은채 주문을 하고는...지인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나간다...
저녁 6시경부터 시작된 지인들과의 만남이 어느듯 시간이 훌쩍 지나가며...저녁 9시를 가르키고...몇몇 지인들과는 자정을 넘어가며 쇠주잔을 기울이며...담소에 빠져도 본다...
부산의 지인들을 만날 때면....항상 느끼는 것이...그렇게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고 있건만...만날 때에 지인들의 얼굴을 보면...학교 앞 문방구 아저씨처럼 구수한 표정들이다...
그리고...사회적으로도 성공하시고 자리를 잡으신 분들이건만...자신들이 가진 것에 표를 내지 않으며 다른 이들과의 대화에 겸손이 응하는 모습들...
예전에도 그러했건만...이번 만남에서도 촌눔은 그 무엇을 배워서 가게 된다...
따스한 지인들과의 만남...그리고...아침 해장으로 콩나물 국밥 한그릇...
역시 인심이 넉넉한 동네...
맛나게 콩나물 국밥을 먹는 촌눔을 보며...아주머니께서 밥 한공기를 그냥 가져 오셔서 더 먹으라고 하니...여분의 공기밥은 정중히 사양을 했지만...벌써 밥 한공기를 더 먹은듯한 포만감이 든다...
한낮의 서면...그리고...빌딩들...그리고 촌눔이 그 속에서 둥그런 동선을 그리며...두리번 두리번거리며 시간과 함께 가고 있다...
집으로 오는 길...지하철을 타고서...한 정거장 앞에 내려서 가을 하늘을 쳐다보며 걸어 간다...
푸른 하늘과 노오란 은행...그리고...뾰족한 석탑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길가의 은행나무들이 늘어선 거리에 서서...저 먼 꼭지점을 향해 한참을 쳐다 보고는...살포시 발걸음을 꼭지점 쪽으로 옮겨 간다...
길가에 흩날린 나뭇잎들...
어눌한 자세로...땅에 앉아...고개를 옆으로 해서...나뭇잎들을 쳐다도 본다...
길가 가로수 사이엔 어디서 왔는지 모를 노란 국화가 지나가는 촌눔의 눈을 끈다...빨강과 노랑...그리고 바탕의 녹색이 가을 일상의 색감들을 담고 있고...
푸르른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뾰족한 나뭇가지들을...포근한 하늘의 솜사탕이 쿠션처럼 감싸고 있다...
촌눔을 실어 갈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흥얼 흥얼 노래를 불러가며...가방속의 눈깔 사탕을 먹으가며...부산에서의 나들이 동선에 마침표를 향해 가고 있다....
돌아 왔던 길 돌아보니...서녘 하늘의 태양은 바알간 석양으로 변하려 한다...
몇개월만의 나들이...
인심 좋고...맘씨 고운 지인들이 있는 곳에서의 나들이와 만남...
꽤나 흐뭇한 마음으로 버스에 몸을 싣는다....
머리속엔 하나의 문구가 떠오으며...살포시 눈을 붙인다....
'인생이라는 삶속에...열정과 사랑이 있다면...살아 볼만한 삶이지 않은가...'
촌눔을 실은 버스는 해지는 가을 하늘 속으로 흘러 간다...
- 촌눔의 부산 나들이 중에서 -
첫댓글 인생이란 사랑의 연속극 드라마에서 나온는 문제와 답이 아닐까요. 아직은 저도 인생이란 것을 딱뿌러지게 말할수가 없습니다. 홍시씨 열정과 사랑이 있다면 좋은 인생의 삶을 창조 해낼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이 보입니다. 계속노력 하세요~~촌놈~님에게~~박상무~~
좋은 말씀과 격려...고맙습니다...^^
사진과 글을 보며 천천히내려 읽으니 재밌게도 어느덧 저도 버스을 타고 부산시가지를 스치네요 우리들이 지나치며 생각한것을 잠시 지나면 다 잊고 다른생각으로 넘어가는데 잠시의 생각들을 기억하고 읊어주시다니 ㅎㅎ삶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셔서 고마와요 ^^
사실은 모임에서...나이가 지긋하신 백발 노선배님을...뵈니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그런분들을 뵐 때마다 느껴지는게...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간혹...목적지 없이 버스에 몸을 싣고 다녀보는 것도 괜찮더군요...^^
늦은시간 잠이오지 않아 이래 앉아있다가 정말 멋진 사진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답니다. 따뜻한 지인들을 만나서 행복하셨다니 참 다행이구요. 더불어 함께 행복해짐을 느끼고, 따뜻한 감성을 느꼈답니다. 홍시님.....감사해여....
촌눔의 나들이 글을 읽고서 쬐매라도 잠시라도 행복해 지셨다니...저도 기분이 차말로 좋습니더...촌눔의 느낌에 햇살님께서도 주변의 따스한 지인들이 많으실것 같습니더...ㅎㅎㅎ...이거 촌눔의 나들이 글이 다른분들을 쬐매라도 기분이 좋게 했다니...저두 기분이 사알짝 좋아 짚니더...오늘도 행복한 하루 맹글어 가세요...^^
가는 가을을 만끽하게 하는군요~~ 님 따라 부산에 함께 간 느낌이네요....^^* 저도 촌눔이니~~~ㅋㅋㅋ
^___^
살다보니 열정도 사랑도 사라져 버린듯..누가 불 좀 질러줘유~~~
오름님께서는 맘속이 워낙 풍성한 분이시니...열정과 사랑이라는 큰 파랑들도 그 풍성함 속에 고요한 파랑의 모습을 보이는 잔잔함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노란은행나무길이 멋지네요..모르고 지나쳐 버릴뻔한 일상들을 느끼게 해주시니 감사하고 행복함다
어느날 문득...평상의 일상들이 가슴에 와 닿을 때가 있더군요...예전엔 왜 이런것을 못느꼈을까 하고...느끼는...그럴때엔 두가지더군요...가심이 따시해지거나...가심이 아리해지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