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오염감소 국제법: 플라스틱 수명 감소 위해 노력해요

[이윤배]

플라스틱의 획기적인 도입

1955년, 미국의 <라이프 매거진>의 표지는 일가족이 웃으면서 일회용품들을 던지는 장면이 장식했습니다, 사진 제목은 ‘쉽게 버리는 삶(Throwaway Living)’, 부제는 ‘일회용품이 집안일을 줄이다’. 플라스틱, 종이컵 등 일회용품 덕에 가사 노동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생활이 편리해졌다는 당시의 시각을 담은 표지였습니다. 플라스틱은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생각한 그대로 만들다)’에서 유래되었는데요, 그 이름처럼 다양한 모습을 쉽게 만들 수 있고 가볍고 값이 싸며 튼튼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으로 축복받은 삶은 그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막대한 폐기물을 생성했고, 이는 곧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었습니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00만 톤에서 2015년 4억여 톤으로 200배 이상 늘었습니다. 재활용은 전체 폐플라스틱의 20% 미만이고, 나머지는 소각되거나 그대로 매립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생산량은 크게 줄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통계 사이트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0년 플라스틱 생산량은 3억 6,700만 톤으로 집계되었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한 배달음식 증가로 플라스틱 사용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에 의한 환경오염

육지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에서도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합니다. 오래된 쓰레기는 수십 년 동안 바다 위에 떠다니면서 결국 미세플라스틱으로 서서히 분해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러한 거대한 쓰레기 섬인 ‘태평양 쓰레기 지대’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플라스틱 환경오염 전문가 중 한 명인 찰스 무어입니다. 그의 저서 ‘플라스틱 바다’에서는 태평양에 떠도는 플라스틱의 수가 동물성 플랑크톤보다 많으며, 독성 화학 물질을 흡수하여 해양 먹이사슬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바다거북의 배 안에서 비닐, 폐그물 등이 나오는가 하면 플라스틱 쓰레기로 배 속이 가득 차 죽어 있는 새끼 앨버트로스 등 고통 받는 생태계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 2018년 6월호 표지에는 ‘지구 혹은 플라스틱?(Planet or Plastic?)’ 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거꾸로 뒤집어진 비닐봉지가 마치 바다 위의 빙하 같이 떠 있는 이미지가 실렸습니다. 이렇게 60년 만에 바뀐 플라스틱에 관한 잡지 표지는 편리함을 강조하다 환경 문제를 얻게 된 현실을 반영합니다. 

플라스틱의 분해 수명

그렇다면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플라스틱이 분해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요? 폴레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는 가장 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 유형으로, 주로 탄산음료나 물병 용기로 사용됩니다. 이 소재를 재활용할 경우 의류나 자동차 범퍼, 가구 등에도 사용할 수 있지만 식품이나 물병으로 재활용해서는 안 됩니다. PET는 완벽한 조건 하에서 분해되는 데 약 5~10년이 걸립니다.

폴리에틸렌(PE)은 고밀도 PE(HDPE -2) 및 저밀도 PE(LDPE -4)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PE는 분해될 때까지 최대 50년이 걸립니다. HDPE는 비교적 중량이 있는 우유나 샴푸 용기로 사용되고 있으며 장난감이나 파이프, 트럭 내장재로 재활용할 수 있고, 분해되는데 약 100년이 걸립니다. LDPE는 얇고 탄력성이 있는 플라스틱으로 주로 비닐봉지 같은 포장 용기로 사용되지만 내구력 때문에 재사용할 수 없습니다. 플라스틱 유형 중 가장 얇고 연성이 높은 LDPE가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500년에서 최대 1,000년인데요, 심지어 이 유형은 빛이 없는 곳에서는 무한대로 존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폴리프로필렌(PP -5)은 가장 수요가 높은 플라스틱 용기나 접시로 사용되며 현지 지역 규정에 따라 재활용됩니다. 내구력이 좋은 PP도 광분해에 내성이 높아 1,000년 동안 분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로 용기나 컵으로 사용되는 폴리유산(PLA)은 석유보다는 바이오매스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존의 플라스틱보다는 빠르게 생분해 됩니다. PLA는 분해되는 데 45~90년이 걸려 바다에 떠 있는 페트병보다 4배나 빠르게 분해됩니다. 노출되는 햇빛 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모든 플라스틱 유형 중 옥수수로 만든 PLA가 가장 효율적으로 분해된다고 하네요!

이렇게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이 동일한 방식으로 분해되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생산업체나 소비자 모두 이 정보를 토대로 생활에 적용하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재활용 효율성을 최대화하는 방법은 재활용할 수 있는 생산 기준을 설정하거나 빠르게 분해되는 생분해성 소재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플라스틱 수명 줄이는 국제법

이러한 플라스틱 수명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법 마련이 촉구되고 있는데요, 미국‧독일‧호주‧스위스‧뉴질랜드‧르완다 등 세계 6개국 8명의 과학자가 최근 ‘사이언스’ 지에 특별 보고서를 게재하고 “오는 2040년까지 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는 플라스틱의 수명 주기를 관리하기 위해 구속력 있는 국제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고서 제목은 ‘플라스틱 수명 주기를 다루기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 조약(A binding global agreement to address the life cycle of plastics)’입니다. 보고서는 1차적인 원인으로 플라스틱 생산량이 줄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에 따른 오염이 해양뿐만 아니라 육상 생태계, 대기를 포함한 지구 상공 등 모든 영역에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언급합니다.

보고서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플라스틱의 전체 수명주기(entire life cycle of plastics)를 관리하는 일인데요, 이를 목표로 하면 국가 간에 국경을 넘나드는 전 세계 가치 사슬에서 플라스틱으로 인한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폐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특별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폐기물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포장재로 전체의 47%이며, 이어서 섬유가 14%, 불법 폐기물이 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세계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중 3%가 매년 바다로 배출되며 해양 등에 축적되고 있다고 합니다.

집필자 중 한 명인 독일의 싱크탱크 아델피(Adelphi)의 닐스 시몬(Nils Simon) 박사는 2일 ‘가디언’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수명 주기 관리를 통해 근본적으로 오염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먼저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고 생산 이후에도 오염을 막을 수 있는 안전한 플라스틱 순환을 위해 혁신적인 조치를 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 다음으로 국제 협약에 따라 2040년까지 새로 만든 플라스틱 또는 순수 플라스틱 생산을 단계적으로 감소해야 하며, 플라스틱의 재사용과 리필을 기반으로 하는 순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여러 노력

이렇게 세계 각국의 플라스틱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의 인식도 바뀌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탈플라스틱’ 대책을 하나 둘 내세우고 있습니다. 일회용품 소비량이 많은 패스트푸드 업체인 한국 맥도날드는 전국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있던 자리를 없애는 ‘빨대 은퇴식’을 진행했습니다. 환경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으로 플라스틱 빨대가 필요 없는 음료 뚜껑 ‘뚜껑이’를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도입했는데요, 이로 인해 월 평균 약 4.3t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감축했다고 합니다. 맥도날드는 3R(Reduction, Reusable, Recycling)을 실천하며 친환경 경영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환경보호를 위해 술병을 종이로 만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조니워커’ 위스키, ‘기네스’ 맥주 등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주류회사 ‘디아지오’는 내년 초 종이 병에 담은 조니워커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위스키는 대개 병에 담겨 있어 재활용이 비교적 쉬운 편이긴 하지만, 제조·운송 과정에서 종이보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고 합니다. 종이 병을 비롯해 지속가능한 포장 개발을 위해 포장 업체인 ‘펄펙스’를 설립한 디아지오는 성명에서 “(조니워커가 담길) 종이 병은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재활용이 가능하다”며 “유니레버, 펩시코 등과 협업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식품 업계에서는 라벨을 제거한 상품이 하나 둘 출시되고 있는데요,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라벨로 차별점을 뒀던 생수 업체들이 과감히 포장재를 벗어 던진 것입니다. 롯데칠성음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라벨 없는 페트병 생수 ‘아이시스 8.0 에코’(1.5ℓ)를 올해 초 선보였습니다. 제품명은 페트병에 음각으로 새기고, 상징색인 분홍색은 병뚜껑에만 적용했습니다. 또한 탄산수도 라벨을 벗고 있는데요, 지난 1월 코카콜라는 '씨그램 라벨프리'를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라벨 제거와 플라스틱 경량화를 통해 연간 445t의 플라스틱을 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롯데칠성음료도 지난 5월 라벨을 없앤 '트레비 에코'를 선보였습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무라벨 생수 상품으로 인해 연간 130t 이상의 라벨 포장재를 절감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밖에도 환경 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폴리프로필렌(PP) 소재 용기를 사용한 CJ제일제당의 '햇반', 남양유업의 빨대 없는 '맛있는우유 GT 테트라팩' 등 식품업계 전반에서 친환경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