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1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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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년 전, 처음 중국영화를 봤을 때부터 그들은 자기네 나라 역사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것을 즐겨했다. 그 중에서도 특정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많았는데, 많은 인물을 이연걸 혼자 담당하는 바람에 황비홍이 방세옥이고 장삼풍이고 곽원갑이 됐다. 물론 그의 화려한 액션 때문에 인기는 많았지만, 그가 없는 인물사는 그만큼 액션이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작년에 <엽문>을 견자단이 맡고, 올해 2편 개봉이 예정되면서 중국역사의 한부분이 또 영화화되나 그리고 중국영화 특유의 땀냄새나는 액션을 볼 수 있을까 희망에 부풀었다. 먼저 들린 소식은 <8인:최후의 결사단>이었다. 8인으로 누구누구 나오는지 일일이 확인하진 않았지만, 이연걸, 성룡, 홍금보가 나오지 않는 이상 '견자단‘이란 이름 하나만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대신할 수 있었다.
혁명가 지도자를 위해 암살단에 맞서라!
1901년 1월 10일 양귀윤의 홍콩 최초 정치암살을 시작으로 청나라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회운동은 점점 더 커지고, 지도자 쑨원이 비밀리에 일본에서 홍콩으로 들어온다는 소식을 입수한 청나라는 반역가를 처단하기 위해 암살단을 보낸다. 이런 소식을 안 진소백을 중심으로 한 8인이 모여 쑨원을 호위하기 위해 모은다. 그들 중에서는 노름 때문에 아내와 이혼한 경관, 어렸을 때 한가닥 했다던 인력거, 덩치 큰 상인, 걸인, 장군의 딸 등이 포함되어 있고, 이들은 청나라 암살단에 맞서 쑨원이 홍콩에서 혁명가들과 회의를 하는 동안 시간을 벌어야 한다. 수백명이 쏘는 무자비한 화살밭을 피하고, 뒤쫓아오는 그들로부터 쑨원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은 목숨을 던지는데...
액션이 약한 드라마다. 포스터 보면 누가 봐도 강한 액션영화 같은데...
<8인:최후의 결사단>은 액션영화가 아니다. 솔직히 액션영화인 줄 알고 보러 갔는데, 8명 중에서 딱 4명만 싸우더라. 이 4명의 액션스타는 견자단과 여명, 그리고 웬 거인과 한 소녀다. 거인의 무지막지함, 소녀의 당찬 액션, 여명의 와이어 액션도 그럴 듯 했지만, 역시 진짜 무술을 하는 견자단에 비하면 그다지 맛은 영 살지 않았다. 특히 이 액션을 위해 차근차근 거사를 준비하는 중반까지는 약간 하품이 났다고 고백하겠다. 중국영화 리뷰를 많이 못 쓰고 있는 이유는 예전보다 개봉편수가 확연히 줄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고도 가깝지만 먼 중국이란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나 일본보다 액션의 질은 확실히 뛰어난데, 그걸 역사와 결부시키면 영화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무거워지고, 그게 아니면 완전 액션만 남아서 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굳이 따지면 개인적으로 후자가 더 나은데, 차라리 무거운 것보다는 가볍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내 생각을 풀어쓸 수 있고, 액션이라도 제대로 살기 때문이다. <8인:최후의 결사단>에 액션을 보러 가기 위해 택했다면 많은 부분에서 실망할 각오를 하고 가야한다. 40이 넘은 나이에도 토니쟈처럼 시장 한복판을 날렵하게 뛰어다니는 견자단은 화끈한 발차기를 선사하지만, <엽문2>를 보기 전 워밍업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여명은 너무 와이어에 의존하고 앞에서 활약한 견자단에 비해 동작이 느린 것이 티가 나 신선하지 못했으며, 그래도 견자단보다 전에 등장해 트롤같은 힘을 보여준 거인과 목숨을 바쳐 의를 행한 소녀의 권법은 기본은 했다고 말하겠다.
8인은 왜 협력하지 않고 다 따로따로 노는가!
<8인:최후의 결사단>의 영문 제목은 Bodyguards and Assassins 이다. ‘쑨원’이란 인물을 둘러싸고 죽이려는 자와 보호하는 자를 분명하게 나눈 제목. 그러나 도리어 쑨원 박사를 정확히 누군지도 모르고 목숨을 걸었다는 점에서 다른 의미의 ‘영웅’을 떠올릴만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청나라가 무너지는데 보이지 않는 희생을 한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비장한 최후의 순간에 [이름, 출생, 사망]을 일일이 보여주는 것은 감동의 강요처럼 보였고, 8인이 영화 속 큰 역할을 했다고는 하나 수십명에 맞선 다른 이들의 희생이 작아보인 것이나, 그걸 꼭 8인만 집어내는 한국식 제목도 아쉬웠다.
마찬가지로 결사단 쪽에서 많은 희생이 있었는데, 개개인이 따로 놀았다는 점은 그만큼 희생을 부추긴 것으로 보였다. 갑작스레 만들어진 결사단이라는 설정 하에 모두를 1:1 전투의 희생자로 남기기엔 실제 역사가 저랬다고 해도 충분히 영화적인 요소로 바꿀 수도 있었을텐데 그들이 너무 협력없이 따로따로 논다는 느낌을 막을 순 없었다. 비꼬자면 그렇게 각자 행동하니까 너네는 죽을 수밖에 없던 거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다. <8인:최후의 결사단>을 통해 중국영화의 새로운 도약을 보지 못한 것을 부디 <엽문2>로 회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