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 아래서 무거운 못 주머니에 안전모 안전화까지 착용한 사내가
썬 크림으로 허옇게 범벅칠을 했지만 흐르는 땀에 씻겨 져서
얼룩덜룩, 맨 얼굴과 대비되는 그 꼴이 참 우스꽝스럽다.
오뉴월 땡볕에 검게 타는 얼굴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측은하지만- 나 역시
한 두번 얼굴에 칠갑을 했다가 눈도 따갑고 얼굴도 근질거리는 등 차라리
깜둥이를 택하고 말았다.
옛날에 쾌남이라는 로션과 스킨을 사서 한 두번은 사용했지만 10년이 지나도 그대로이다.
난 내 게으름을 탓 했지만 얼굴에 빙글빙글 도는 이질감 때문에 판매하는 아리따운
이들의, 피부 노화를 예방하고 ...어쩌고-이런 협박에 불안해 하면서도 세면 후에 그리고
이쁜 이를 만나러 가면서도 사용치 않았지.
그러다가 화장품에 계면 활성제가 보습과 윤활 기능을 위해서 사용되며 이것들이
화장품 샴푸 세제등을 통해서 체내로 흡수되고 축적되면서 유방암과 간암을
유발시킨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지.
그동안 나는 주인 잘못 만난 마이 페이스를 불쌍히 여겼지만 계면 활성제의
심각한 독성을 알게 된 즉시 건강에 유별난 내 자아의 자기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으로
판단하곤 스스로 저윽이 놀랬다.
고향 동네 초등 여친이 있다네.
지금 충청도 어느 성당의 사무장으로 헌신하고 있는데 총명하고 긴 생머리가 썩 어울리는
이쁜 이인데 내가 구미에 있는 줄 알고선 얼마전 자신의 휴가 중에 얼굴함 보자는 연락이
왔지만 내 호구지책 탓으로 시간을 내지 못한 게 가슴 아프네.
아직껏 미혼이지만 몇해 전에 유방암 치료를 받았는데 난 그 원인이 계면 활성제도 한 몫
했으리라고 뒤늦게 짐작한다.
치료 후 한동안 두문불출했었는데 그 상실감을 짐작만 할 뿐이다.
이제는 신앙으로 평온하리라 여긴다네.
얼마 전 내 마음을 뒤흔들었던 그 영롱한 목소리가 아직도 귓속에서 뱅뱅도네.
며칠 전 일과를 끝내고서 집 떠난 외로움을 달래며 바 텐에 앉아서 홀로 맥주를
기울이다가 지난 번에 만난 여인네를 또 만나게 되었지.
못난이네 집에서 처럼 홀로 마시는 자유를 즐기는데 그 날은 글을 쓰고 피아노 연주를
즐긴다는 그 여인과 맥주잔을 기울이다가 노래방까지 갔지요.
그 곳에서 그녀의 빼어난 음정에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마치 융단같으면서
하늬 바람처럼 다가와서 내 영혼을 휘감아 도는 독특한 그 음색에 넋을 잃고서
그렇게 두어시간을 그 여인의 목소리에 넋을 잃엇다네...
영혼을 어루만지는 그 목소리-
그리고 담 날 문자가 왔다.
글 쓰는 이 답게 "...파스텔 톤 바다가...어쩌고..."
두어 번 만난 외간 남자에게 나이에 걸맞잖은 표현이 더 읽기 거북해서 지워버렸지.
오늘 아침에 보니 새벽 2시에 시인으로 입력된 그 여인에게서 전화가 기록되었네.
그리고 조금 전 전화가 또 왔지만 받지 않았다.
왠 여자가 얻어 먹는 주제에 나랑 같은 걸 마시지 않고 만날 때 마다 비싼 흑맥주람...
그리고 언제 받다고 노래방까지 꾀어 가나?
이렇게 주절거렸지만 이것 역시 무의식적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제 그 집에서 맥주 3병 마시면서 쥔 여자더러 여기 와 있다는 거 절대 알리지
마라고 신신 당부했지.
하지만 그 여인네의 노래를 듣고 싶은 충동은 어쩔 수 없다네.
갱드기가 잘라 하는 아짐들 유혹을 벗어 난 것도 갱드기의 방어기제가 얼만큼
작동했겠지만 그 작동의 근원은 지난 날 한 눈 팔다가 혹독하게 댓가를 치뤘던 고초
즉 트라우마라고 하는, 외상 후 정신적 후유증으로 움추려지지 않았나 싶네.
인연을 지속하려면 내가 알고 있는 산중거사님 말씀처럼 "오는 이 막지 말고
가는 이 붙잡지 마라."
남녀 관계에 있어서 이보다 더 함축적인 가르침이 어디에 있으랴!
집착하고 몰입할 수록 님은 멀리멀리 달아날 뿐이라네.
프로이트와 그 딸에 걸쳐서 정립한 학설을 각색하는 경망함을 자성하지만 못생기고
배 나온 남편에 염증을 느끼다가 멋진 이로부터 유혹을 받게 되면 어떤 상황이 이어질까?
평소에 그려 온 상황이 닥쳤지만 순간 그 여인네는 멋진 상대 남자의 벗은 모습이
갑짜기 우스꽝스러워 지는 상상으로 일탈 직전에 벗어 나게 된다.
바로 무의식적으로 방어기제가 작동해서란다.
그렇지만 모든 이들이 다 이렇다면 문학도 음악도 영화도
사라져 버린 건조한 사막같은 인생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