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2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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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이 문화국장(연극배우)
현대 서구연극에 새로운 연극사상을 대입(代入)시킨, 중국 연극 ‘경극’!
독일 연극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에게 <서사연극>이 무엇인가를 각인시킨, 중국 연극 ‘경극’!
1,400개가 넘는 장대한 스토리 구성을 가진, 대 서사극 중국 ‘경극’!
세계적인 연극 구루, 그로토프스키와 피터 브룩을 열광시킨, 중국 연극 ‘경극’!지금도 서양 연극인들에게 끊임없는 연극 본질론
(本質論)의 화두(話頭)를 던지는 중국 연극 ‘경극’!
범(凡) 동양연극의 대표연극, 중국 ‘경극’을 모르면 연극인이 아니다!
필자는 1986년 첫 중국을 방문했고, 2015년 북경에 있는 중국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등, 중국 예술에 대한 관심이 끊임없어, 내 나라와 내 연극주의와 비견하고, 껍질 벗기는 뼈아픔으로 ‘가서, 보고, 파악하고, 넘어서’ 이젠 실행 앞.뒤의 과제로 떠안고 있는 연극창조의 모태(母胎)가 되는 경극(京劇)이다.
사진: 중국 경극1
‘경극’ 또는 ‘북경 오페라’로 불리는 이 장대하고 엄청난, 연극지상주의 연극은 연극예술의 복합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연기,음악,노래,마임,무술,곡예,아크로바트’를 모두 보여주는 지상 최고의 고전연극(古典演劇)이다. 청나라 중반기(1640년대)에 조금씩 만들어져, 19세기 중반에 완전체 연극으로 발전한 오로지 ‘중국인의, 중국적인, 중국식공연‘의 <총체종합공연예술>’이다.
사진: 중국 경극2
경극엔 장대한 중국 역사, 민속 생활, 정치, 전쟁 등의 소재를 중심으로 1,400개 이상의 레파토리로 구성돼 있다! 중국에서 만난 경극 배우의 말, “셰익스피어는 고작 38편의 연극이 있지만, 우리 경극엔 1,400편이 넘는, 단 하나도 똑같은 에피소드가 아닌 스토리와 연극구성과 수많은 캐릭터가 충만한 지구상 최대, 최상, 최고의 연극이요!”(필자는 듣고만 있을 뿐, 대꾸도, 대비도, 의문도할 수 없었다.) ‘경극’ 등장인물 또한 만만(滿滿)하다. 인간에서부터, 원숭이, 뱀, 봉황, 멧돼지, 혼령 등 그야말로 우주 전체 생명체 신비연극(神秘演劇)이다
사진: 중국 경극3
사진: 중국 경극4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
강단에서 난 ‘한국 연극이 중국의 장벽을 넘으려면 ’경극‘을 모르곤 어림없다!’를 냉정한 이성과 열광의 열정으로 외쳐 오길 20년이 넘는다. 나 역시 내게 남아있는 만만치 않은 숙제요 풀고 뛰어 넘어야 할 고단한 열쇠다.....!
사진: 중국 경극5
‘경극’은 극적구성 또한 매우 논리적이며 동시에 감성 충만 절정의 연극이다. 셩(신사), 단(여자), 징(거친남자), 초우(광대)의 4가지 유형 캐릭터들이 극 전체를 전개시킨다. 정교하고 화려한 의상에 얼굴 분장만으로도 이미 연극적(演劇的)이다.
인도의 전통연극이나 무용처럼 암시적인 기호(記號)의 무드라(MUDRA) 같은 움직임 동작으로, ‘첫째 움직임, 둘째 대사나 노래’로 엮어지는 종합예능이다.
사진: 중국 경극6 (1)
기록에 의하면, 청나라 중기에 발아(發芽)된 ‘경극’은 1790년 9월 25일 건륭제의 80회 생일 날, ‘안후이 4대 극단’이 황제 앞에서 선보인 공연으로 본격 시발됐다고 전해진다. 동양 연극이나 초창기 유럽 연극이 그렇듯이, ‘경극’도 남성배우와 남성관객들만이 향유하던 공연이었다.(여자 연희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870년대에 들어와서다)
사진: 중국 경극7
‘경극’은 움직임 가운데, 무술이나 무용, 아크로바트 곡예가 많아 전문 연희자가 되려면 어릴 때부터 훈련을 받아야 한다.(서구세계에 공연으론 ‘메이랑팡’이, 영화로는 ‘패왕별희’가 ‘경극’에 대한 각인이 돼줬다) 보통 7년 정도의 혹독한 훈련으로 진행되는데, 새벽 5시부터 시작해, 낮엔 연기와 전투 장면, 저녁엔 옥외극장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움직임 하나하나 대사와 노래 하나하나가 필사(必死)의 곡예예술처럼 빈틈없고 완벽을 기하는 기예연극이라, 간혹 연희자들이 틀리면, 가르치는 스승이 대나무나 몽둥이로 피가 나도록 구타(毆打)하는 혹독(酷毒) 이상(以上)의 도제(徒弟)교육 방식이다.
사진: 중국 경극8
연희자들의 교육 과정은 ‘(1)움직임/곡예/마임/무용 (2)대사/노래/음악 (3)무술/전투장면 연습’ 등의 순서로 매우 정제된 교육과정을 엄수한다. 연희자 최고의 덕목은 모든 동작과 노래 표현에 있어, 최고최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하는 것! 곧 예술의 근원적 임무가 아닌가? 스토리에 따라 움직임 등이 이뤄지지만, 인도 예술처럼 매우 중국식 양식화(樣式化)로 최고의 예술적 경지로 칭송 받게 만드는 엄정한 ‘양식의 공연예술’이라 하겠다!
사진: 중국 경극9
연희자가 무대에서 큰 원을 그리며 돌면 먼 거리 여행을, 채찍을 들고 있으면 말을 타는 장면, 노를 사용하면 배를 타고 있는 장면 등의 상징으로, 서구에서 행하는 사실적 움직임이나 마임이 결코 아닌, 매우 은유적이며, 암묵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어, 보다 연극적이고, 비사실적이어서 1차원을 뛰어 넘는 표현의 'Bigger Than Life'의 확대를 보여주는 탁월한 연극이다.
‘경극’에서 자주 보여 지는 둥근 동선(Blocking)은 서양의 직선적인 동선을 회피하는 ‘3차원적인 표현의 극대화(極大化)’라 하겠다.
사진: 중국 경극11
무대 역시 ‘정사각형 플렛폼’이어서 관객이 3방향에서 연희(演戲)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무대는 고대 서양의 ‘세미-서클’ 형 무대와는 다른, 경극만의 시각화(視覺化)에 따른 극적 효과를 드러내는, 슈퍼 고차원의 무대로 연희자나 관객들에게 서양 연극보다 이지적인 스마트한 관극(觀劇)의 이중적 묘미를 주는 것이라 하겠다. 소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의상과 움직임이 더욱 중요한 연극이다. 의상도 캐릭터를 암시하는 양식적 연극으로, 황제와 그 가족은 노란색, 고위 관직은 보라색, 덕이 있는 높은 사람은 붉은 색, 낮은 지위의 사람은 청색, 젊은 인물은 흰색, 노인 역할은 갈색이나 올리브 색을 입는다. 색깔에 대한 상징과 은유가 곁들여진 비쥬얼하며, 스타일리쉬 한 연극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사진: 중국 경극 공연장
‘경극’은 발성도 매우 고도화되어 있어 엄격한 훈련을 받는다. 노래 가사를 표현하는데도 통상 6가지 형식으로 분류되는데, ‘감정적,비난적,서사적,묘사적,논쟁적,공유적’인 각 단계의 표현을 해줘야 해서, 훈련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극히 정제된 연기양식의 표현법이라 하겠다. 서양 연기의 ‘Method Acting’이나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의 개인에 의존하는, 혹은 불분명하고 의타적이고 주관적일 수 있는 연기방법론과는 확연한 차별의 진정한 테크닉 훈련의 ‘배우연기법’을 지닌, 전문연기(專門演技)라 하겠다.
‘경극’은 철저한 음악극이다. 그러므로 영어로 ‘Peking Opera'다. 시종 음악이 연주되면서 ‘주제음악, 배경음악, 브릿지 음악’이 연극 전체를 리드하며 극적인 분위기를 고조(高操)시켜, 극적효과를 배가(倍加)시키는 것이다. 서양에 Opera와 Musical 그리고 Music Theater가 있다면 중국엔 ‘경극’ 하나로 모든 걸 이뤄 놓은 것! 바그너보다 훨씬 앞선, ‘총체음악연극예술’인 셈이다.
사진: 중국 북경 국립극장 로비에 걸려있는 _공자_연극 포스타 (1)
종합예술 연극을 통해 보면, 중국이 왜 지구상의 중앙국, 中國인지, 확연히 알수 있다. 필자가 북경이나, 타이페이 ‘경극학교’에서 그들의 훈련과정을 지켜보았고, 수차례 공연도 관람했지만, 파도파도 봐도봐도 얻고 느끼고 감수함에 끝이 없는 ‘무한연극(無限演劇)’의 비기연극(秘技演劇)이다.
70여개에 가까운 대한민국의 대학교 연극과와 전국 1,000여개가 넘는 우리 연기학원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필자 스스로 ‘경극’을 보며, 자성(自省)과 자각(自覺)의 순간들을 경험했고 체험했다. 십 수 년 전, 미국 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가 북경 국립극단 배우들과 <세일즈맨의 죽음>을 공연하고 돌아와, 뉴욕에서 중국 연기에 대한 세미나를 필자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중국 전통 배우들의 연기는 내게 최고의 연기 메소드였습니다!”
사진: 중국 북경 국립극장 앞에서 필자
북경 국립극장에 갔을 때, 로비에 걸려있는15미터가 넘는 <장자>, <공자> 포스타를 보고, 난 그 장대장엄(長大莊嚴)함에 놀랐다. 왜 우린 중국인들도 놀라마지 않았던, ‘장보고, 이퇴계, 이율곡’ 등 대가의 사상과 삶을 담은 총체연극은 아직 없는지....?
역사는 한 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천재도 수 백 년에 걸쳐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시작이 반이라던가? ‘京劇’에 반하는 ‘韓國國劇’의 ‘시작’과 더불어 ‘다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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