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유학을 보내려면 이런 나라에... : 최고보다 최초가 되어라
현대 히브리어를 한국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
나는 요즘 이스라엘 문화원에서 현대 히브리어를 배우고 있다. 10살 때 탈무드를 10번 읽고 나는 감동에 겨워 다음과 같이 결심했다. “나중에 이스라엘에 가서 살고 유대교로 개종해야겠다.” 하지만 이후 여러 가지 삶의 변수로 잊혀졌던 이 꿈이 나의 앞으로의 40년을 설계하며 다시 살아났다. 유대교로 개종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졌지만, 이스라엘에 꼭 가서 유대인의 교육과 가정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히브리어를 공부하기로 결심했고, 지금 볼 때마다 혼동되는 히브리어 알파벳과 씨름을 하고 있다.
히브리어는 가르쳐 주는 강사인 박대진 선생님은 30대 초반의 젊은 분이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이스라엘로 혈혈단신 조기 유학을 가서 15년을 이스라엘에서 살았다. 지금은 한국말보다 히브리어가 더 자연스럽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히브리어를 아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고어인 성서 히브리어 전문가이다. 이스라엘에서 유학한 교수나 목사님들을 중심으로 구약을 읽을 수 있는 히브리어 전문가들은 많지만 현지인들과 자연스럽게 교감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스라엘 전문가는 드물다.
박대진 선생님은 중고등학교를 이스라엘에서 다니고 히브리 대학에서 히브리어로 학사, 석사를 마쳤다. 거의 대학민국에서 첫 번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아버지가 유학을 가거나 사업차 이스라엘에 가서 초중등을 다니고 귀국한 아이들은 많고, 대학이나 대학원으로 유학 간 케이스는 많지만, 박대진 선생님 같은 케이스는 유일하다.
최고가 될 수 없으면 최초가 되어라
내가 대학생들을 코칭하면 줄기차게 이야기 해온 내용이 있다. “최고가 되기보다 최초가 되라”고 그 길이 훨씬 쉽다고...
영어 잘하는 아이들은 넘쳐난다. 내가 가르쳤던 재외 국민 아이들이 그렇다. 초중등 영어권이나 국제 학교를 다니고 영어를 잘 하는 아이들은 정말 많다. 중국어 잘하는 아이들도 많고, 일본어 잘 하는 아이들도 많다. 하지만 히브리어 잘하는 아이들은?
바로 이게 투자에서 말하는 저평가 우량주 아닌가? 이스라엘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가? 우리나라도 석유 때문에 중동 국가들의 압력에 굴복해서 이스라엘과 단교했던 적이 있다. 이스라엘은 천만도 안 되는 인구로 거의 전 세계와 맞서 싸워야 했지만 살아남았다. 나스닥에 상장한 벤쳐 기업 중, 미국계가 아닌 벤쳐 기업의 대부분이 이스라엘 회사들이다. Intel과 MS의 아웃 소싱 업체들이 이스라엘에 있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워런 버핏이 찾는 나라이다. (자세한 내용은 <<창업국가>>를 보라. 필독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진정한 이스라엘 전문가는 몇 명이나 될까?
오리진과 최초가 누릴 수 있는 특혜
박대진 선생님은 유창한 히브리어 덕분에 한국에서 취재진이 올 때 통역도 많이 했고, 이스라엘의 유명 인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시몬 페레즈 이스라엘 대통령, 이스라엘 최대 기업 사장인 이단 오퍼,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이스라엘 변호사와 함께 KOISRA Business 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삼성을 비롯한 15개 업체와 이스라엘 기업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 이게 블루오션을 개척한 특혜와 열매가 아닌가?
박 선생님을 삶을 보고 무릎을 쳤다. 바로 이거야! 이게 오리진이고 유니크(unique)한 나만의 스토리(story) 아닌가? 정말 미래를 내다보고 자식의 장래를 준비하는 현명한 부모의 진정한 ‘투자’는 이런 게 아닌가?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만약 자기 자녀가 한국의 경쟁 사회에서 평범한 중간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면 이런 투자를 하는 것은 어떤가? 여전히 이스라엘은 좋은 투자 대상이다. 교육 여건도 좋고 아직 이 가치를 알아챈 사람도 많지 않다.
가나의 청년 재벌 최승업 사장
조선일보에 소개된 가나의 나나텔 대표인 최승업 사장도 오리진이 된 좋은 사례이다. 최사장은 직원 수 200여 명에 작년 매출이 750억원이 되는 나나텔을 운영하고 있고, 가나의 한 시민단체는 그를 '가장 성공한 젊은 기업인 15인'에 꼽았다고 한다.
최 사장은 15세 때인 1992년 선교사 부모를 따라 가나로 갔다. 다른 한인 자녀는 국제학교에 다녔지만, 최씨는 집안 형편 때문에 현지 중학교에 들어갔다. 최씨는 처음에는 영어를 못해 몸으로 친구를 사귀었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농구·탁구 대표로 가나 전국체전에 출전했다. 낡은 봉고차 짐칸에 가나 선수들과 뒤엉켜 타고 다녔다. 현지 음식인 와치(매운 양념을 곁들인 팥밥)와 켄키(옥수수를 발효시켜 만든 떡밥)를 맨손으로 나눠 먹었다. 곧 가나 공식 언어인 영어뿐만 아니라 아칸족 말도 완벽하게 구사하게 됐다. 졸업반 50여 명 중 90%의 학생이 하버드·옥스퍼드 같은 미국과 영국 명문대에 장학금을 받고 갔지만, 최씨는 가나국립대를 택했다. 그는 "선진국의 수많은 한국 유학생 중 한 명이 되는 것보다 가나에서 대학을 마친 유일한 한국인이 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최 사장은 "하얀 피부색 때문에 차별을 받을 때도 잦았지만 오랫동안 신뢰와 우정을 쌓으면 오히려 장점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지갑 속에서 10년 넘은 대학 학생증을 꺼내 보여주며 "10년 뒤면 동기·동창들이 가나의 주역이 될 텐데 그때 그들과 같이 가나를 이끌고 싶다"며 "대한민국과 가나를 연결하는 민간 외교관이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파란눈을 가진 한국인 인요한
선교사의 자녀로 앞으로 성장할 나라에 가치 투자를 한 좋은 예는 인요한 박사이다. 한국 최초로 연세대학교 의대와 미국 의대를 나오고, 지금도 북한 의료 봉사를 하고 있는 인박사는 전라도 순천 촌놈이었다. 선교사인 할아버지,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와서 선교사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인짠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학교를 다녔다. 생긴것 만 미국인이지 완전히 한국 아이였다. 고등학교까지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외국인 자녀 전형의 특혜(?)로 연대 의대에 진학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되었다. 그리고 한국인보다 한국인을 더 잘 이해하는 미국인 1호가 되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한국에 왔을 때 한국은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되었다. 평범한 미국인이 되기보다, 독특한 한국인이 된 것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BRICs는 어떠한가?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런 아시아 아프리카 저 개발 국가에 갈 필요가 없다. 선교사적인 헌신과 결단이 없다면 가기 쉽지 않다. 하지만, 상황이 열악하지 않은 중요한 나라도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BRICs이다.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이들 국가 전문가가 부족하고, 위의 박대진 선생님이나 최승업 같은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동포(조선족)도 있고, 이미 교민도 많이 나가 있지만, Brazil, Russia, India에서 현지 학교로 중고등을 나오고 대학, 대학원을 나온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들의 언어를 완벽히 구사하고 정서적으로도 공감할 수 있는 한국인이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이 나라들은 앞으로 21세기의 주역이 될 나라들이다.
만약에 자기 자녀가 한국에서 그저 평범한 아이로 살기를 거부하고, 오리진이 되는 삶을 살기 원해서 조기 유학을 보내고 싶은 부모가 있다면 나는 BRICs 국가를 권하고 싶다. 영미권은 너무 많고 이미 영미 중심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매경에서 주최한 세계 리더십 대회에서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민이 “미국의 통화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미국이 달러는 더 찍어내는 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성급한 결론 일 수 있지만, 이미 미국은 경제적으로 패권을 잃은 상태이다. 이제 연착륙을 하느냐 경착륙을 하느냐의 문제만 남았다. 아시아의 시대가 오고 있고 중국과 인도의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 부모들은 수십만의 아이들을 영어권 국가에 유학 보내고 어학연수를 보내고 있다. 오히려 잘 되었다. 깨어 있는 부모라면, 투자(?)의 호기이다. 한국이 싫다면 이스라엘로 브라질로 러시아로 인도로 가보거나 아이를 유학 보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초등학교까지 몰입 독서와 정서적인 안정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시기는 중학교 1,2 학년 쯤이 적당하고, 아이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나는 분명히 한국에서 중상위권 학생이라고 했다. 하위권이 아니다. 한국에서 하위권이면 외국에 나가도 하위권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당연히 아닐 수도 있지만)
가치투자란?
텐인텐 아카데미를 들으며 박범영 주인장님이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사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대상은 이미 투자 가치나 메리트를 상실했다고 봐야 합니다. 진정한 고수는 사람들이 몰릴 때 팔고 나가죠. 주식, 부동산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사려고 하는 주식은 이미 가치적으로 고점에 다다른 것이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는 부동산은 이미 좋은 시절이 지난 것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투자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황무지이지만, 이곳에 빌딩이 올라가고 아파트가 올라갈게 보여야 합니다. 지금은 저평가 주지만, 5년 10년 뒤에는 우량주가 될게 보여야 하지요.”
자식이 투자의 대상만은 아니지만, 조기 유학정도까지 생각하는 부모라면 한번 생각해 볼 대목이다.
참고문헌
심정섭, 자식 농사는 장기투자다, 텐인텐 전문가 칼럼, 2011
김정태,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인요한, <<내고향은 전라도 내영혼은 한국인>>
조선일보, <[글로벌 영 파워] 가나국립대 나온 '아프리카 달인'>, 2011.1.3
패밀리 투데이, <한국내 작은 이스라엘을 만드는 청년 대표 박대진>
댄 세노르, <<창업국가>>, 다할미디어, 2010.
이스라엘 한인회 http://www.israelhanin.org/
글쓴이 심정섭은 텐인텐에서 사교육비 경감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항상 눈여겨 읽고 있어요.
이스라엘은 좀 위험하여서..^^;;;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제가 가기가 두려워서 아들을 내 보내는 것이 두렵습니다...
공감은 하겠지만 러시아의 경우는 고려인(까레이스끼)들이라고하져? 이분들이 중국의 조선족만큼이나 많이 있고 한국어도 잘하는경우가 많아 그리 선구자적인 케이스는 안될것 같네요...제가 러시아로 유학을 다녀와서 느낀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