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의 얼굴에 여드름이?

[바다]

연산군은 세자 시절부터 면창(面瘡, 얼굴에 생기는 종기)을 앓았다고 한다.
얼굴의 종기라고 되어 있는데 아마도 화농성 여드름을 심하게 앓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연산군의 면창이 오랫동안 낫지 않자 지방에서 처방을 구해오기도 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보인다.

 성종 24년(1493년) 8월 3일 기록 : 세자의 종기를 치료할 특효약을 구하게 하다

승정원에 전교하기를,
"세자의 얼굴에 종기가 있는데 오래 낫지 아니한다.
조지서의 말을 듣건대, 진주에 사는 한 부인이 있어서 능히 치료한다고 하니,
조지서를 불러서 자세히 물어 보라." 하자,
조지서가 와서 아뢰기를,
"신의 두 하인이 입 안과 귓가에 종기가 나서 구멍을 이루어 오래 낫지 아니하였는데,
신이 같은 마을에 상장군 이신생의 아내가 능히 이 병을 치료한다는 것을 듣고는
치료하기를 청하였던 바, 얼마 아니되어 모두 나았습니다.
다만 그 방법을 비밀로 하고 말하지 아니합니다." 하였다.
전교하기를, "조지서의 말로써 진주에 글을 내려서 처방을 자세히 물어 아뢰게 하라." 하였다.

성종실록의 기록 내용대로라면 연산군의 얼굴 여드름이 잘 낫지 않아
지방에 소문난 의원을 수소문하여 처방을 구해오라는 것이다.

과연 이 의원을 수소문하여 처방을 구하였는지 기록이 없어 알 수 없다.
하지만 연산군의 여드름은 당시 낫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연산군이 즉위한 1년 즈음에 여드름 약을 다시 구한다는 기록이 연산군실록에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산군 1년(1495년) 1월 20일 기록 : 면창이 나서 중국에 가서 약을 구해 오게 하고 조제법까지 물어 오게 하다

왕이 전부터 얼굴에 종기가 나서 의관으로 하여금 중국에 가서 약을 구하여 오게 하였더니,
웅황해독산(雄黃解毒散)과 선응고(善應膏)를 얻어 왔다.
마침 노비 만덕이 또한 이 종기가 있었으므로,
의원 송흠을 시켜 먼저 시험하게 하였더니, 자못 효험이 있으매,
불러서 물으니, 만덕이 말하기를
"지난해 4월에 얼굴에 종기가 나서 침을 맞은 뒤에
상회수로 씻고 또 한수석 가루와 호동루 가루와
웅황 가루를 발랐으나 효험이 없더니,
이달 11일에 웅황해독산을 온수에 타서 씻고 또 선응고를 붙이니
고름이 많이 나오고 조금 가려워서 긁고 싶더니 서너 번 갈아 붙이자 날로 나아가서,
두 개의 작은 구멍이 쌀알만하게 남고 단단한 덩어리가 개암 열매의 크기만 합니다." 하였다.
(중략) 승정원에서 아뢰기를,
"부고사를 따라가는 의원으로 하여금 많이 사 오게 하고
아울러 제조법까지 물어 오게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1493년에 언급되었던 얼굴 종기가 1495년까지 낫지 않았던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연산군은 중국에 좋은 약재가 있을 지 알아오게 한다.
그 결과 웅황해독산과 선응고라는 약재가 후보물망에 오르게 된 것이다.
외국에서 들여온 일종의 신약인 셈이다.
신약을 함부로 왕의 얼굴에 바로 바를 수는 없었다.
마루타가 필요했으리라. 비슷한 얼굴 종기를 앓았던 만덕이라는 노비에게 먼저 시험하게 하였다.
결과는 성공!
이에 승정원에서는 중국을 따라가는 의원으로 하여금 웅황해독산을 많이 사오게 한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연산군은 엄청난 꽃미남이었다고 한다.
꽃미남의 외모에 낫지 않는 화농성 여드름은 오랜 골치거리였을 것이다.
연산군이 왜 여드름이 계속 낫지 않았을까?
여드름이 생기는 이유는 기름진 음식, 심리적인 스트레스 등 여러가지이다.
연산군이 어머니를 늘 그리워하였다는 여러 일화들이 있다.
폐비윤씨의 얼굴이 공민왕의 비인 노국공주의 얼굴과 비슷하다하여
관공서에 노국공주의 초상화를 수집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소떼를 보고서 아버지인 성종에게 저 송아지도 어미 소가 있는데
왜 나는 어미가 없냐며 물었다고 한다.
아마도 어미 없이 자라는 외로움과 스트레스가 컸으리라.

웅황해독산을 바르고 연산군의 여드름은 말끔히 나았을까?
안타깝게도 얼굴 종기가 나았는지 안나았는지 실록의 기록이 없어 아쉽다.

[봉황]

그랬군요 신약개발을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