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대녀가 한국을 다니러 온다면서 제일 먼저 알아본 것은 새남터에서 있을 성음악 축제 날짜였다.
17일(토)에 있음을 알고 얼마나 기뻐했던지...!
작년엔 나 혼자 성음악 축제를 즐긴것이 너무도 안타까워,
딸래미에겐 '너무 좋았으니 내년엔 꼭 같이가자! ' 약속하고
미국에 있는 대녀에겐 DVD를 보내주며,
"우리 언제쯤이면 같이 할 수 있을까?" 막연한 기다림을 가졌었는데...
대녀의 친정엄마 1주년 기일이 16일, 거기에 맞추어 한국에 오기로 하면서
성음악 축제에도 참석할 수 있었으니...이런 횡재가..!^^*
게다가 중3 졸업을 앞두고 방학을 맞은 딸래미 세실까지 같이 가기로 했기에
냉이꽃 아지매는 일주일 전 기차표를 예매해 놓고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전날 밤~
낮엔 서울에서 내려온 여고 창들을 9년만에 만나 수다를 떨고,
밤엔 마지막(?) 성가 연습을 하고 밤 10시나 되서 집에 들어온 탓에
새벽까지 종종거리며 남자끼리 먹을 반찬을 준비하고,,
코팅해온 책갈피에 금색실을 잘라 끼우고 가방을 싸놓으니 새벽 두시가 되었다.
"딸~내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빨랑 자!!"
잠이 안온다고 잠을 안자는 딸래미를 재촉하면서
정작 냉이아지매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지금 자면 두시간 반쯤자고 다시 일어나야 할텐데..아예 잠을 자지 말까..?' 생각도 했지만
새남터 성당에서 묵주기도를 해야하니 목소리 관리(?)차원에서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기로 했다.
알람을 몇번이나 확인하고,
편히잠들면 못일어날까싶어 방에도 못들어가고 거실에서 잠을 청했다...ㅋㅋ
새벽 4시 50분~
분명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났었는데,,,,?
남편이 깨우는 소리에 놀라서 일어났다.
"어머~큰일났네~내가 왜 다시 누워있는거야~!!"^^;;;
부랴 부랴~ 분장(?)을 하면서 비몽사몽인 딸래미를 깨우고,
휴일날 덩달아 일찍 일어난 남편은 미리 내려가 차에 시동을 걸어놓고
모녀간의 행차에 대기하고 있었다.
대전역 대합실~
"6시 15분에 출발하는 서울행 무궁화호는 타는 곳 3번~ 3번 홈에서 승차하시기 바랍니다~!"
썰렁한 대전 역 대합실에서 울려 나오는 방송을 들으며 3번 홈으로 부랴부랴 내려가는데
"...타는 곳 7번~7번홈에서 승차하시기 바랍니다.."
연신 또다른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어..? 7번홈이라고 했나..?"
"아냐~3번홈이라 했잖아~!"
"그치..? 그런데.. 기차가 어디간거야..? 기차가 왜 없어?"
모녀지간에 우왕좌왕하는 것이 이상했는지 승차 안내하는 아저씨가 물었다.
"어디가시는건데요?"
"서울요~서울가는 6:15분 무궁화호...요.."
"ㅎㅎ그건 7번 홈으로 가셔야지요~!"
"네에~? 감사합니다~!! 애구~ 빨리~ 빨리 다시 올라가~~!!"
뛰면서 2007년 성음악 미사때의 '사라진 무궁화호'사건이 떠올랐다.ㅎㅎ
'애휴~! 그때일을 또 반복하는건 아니겠지?'
못말리는 아지매는 그렇다해도 오늘은 똘방한 딸래미까지,,,우짜자고...ㅋㅋㅋ
"뭐야~3번홈이라고 했는데...?"
"아냐~엄마! 아까 7번홈이라고 하는것 같았잖아~"
"어휴~ 그건 다른데 가는거 아니었어? 몰라! 암튼 빨랑 뛰어~!!"
새벽부터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달리기를 하며
겨우 우리가 타야 할 기차를 제대로 찾아 타고서야 한 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애휴~ 이번에도 무궁화호야...이래가지고서야...새남터까지 잘 찾아갈려나 모르겠네..'
딸래미에겐 내색하지 못하고 혼자 속으로 걱정을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이노무 기차는 우짜자고 그렇게 온갖역을 다 쉬어가는건지...!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역까지 친절하게 다 쉬는 것이었다.ㅎㅎ
"어휴~무슨 무궁화가 이래~이건 옛날 비둘기호잖어~!"
"KTX는 왜 제 시간에 없는겨~!"
딸래미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난 탓에 비몽사몽~
어매는 마음이 조급하여 묵주알을 굴리면서도 안절부절~ㅋㅋ
그래도 군인들의 국방부 시계가 돌아가는 것처럼
비둘기호 같은 무궁화호 바퀴도 열심히 굴러갔고
우리의 목적지 영등포역까지 무사히 데려다 주었다.^^*
"엄마~졸려..배도 고프고...!"
"그래~ 뭐좀 먹고가자~!"
근처 샌드위치 가게에서 딸래미 허기를 채우고 나와 용산행 전철표를 끊었다.
길치인 냉이아지매는 1년만에 가는 길인지라 옳게 타고서도 연신 확인을 하고있는데
남편과 함께 오기로 한 지휘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 어디예요?"
"아~전철...가고 있어요. 지휘자님은 어딘데요?"
"전 새남터에 왔어요~ 이름표를 같이 찾아야 한다고 해서..."
"아~그래요? 빨랑 갈께요~!"ㅎㅎ
그러고 시계를 보니 벌써 9시였다.
"어머~언제 시간이 이렇게 된거야..?
큰일났다. 늦어도 9시까진 가야하는데.벌써 9시야~
샌드위치 먹지말구 싸가지고 가서 먹을걸..."
시간이 있다고 느긋하게 생각하다가 오히려 늦고 말았다.
대녀에게 전화를 해보니 용산역 근처라기에 같이 만나기로 하고
007 접선하듯 계속 전화를 해서 위치확인을 하고 겨우 만났으나, 밖으로 나가는 쪽이 어느쪽인지....ㅎㅎㅎ
보다 못한 대녀가 한마디 한다.
"아따~언니는 와봤담서 왜그라신댜~!"ㅎㅎㅎ
"글쎄말여~ 와봤는디도 내가 이려~"ㅋㅋㅋ
우왕~좌왕~ㅎㅎㅎ그래도 무사히 새남터까지 잘 도착했고
반가운님들과 돌아가며 인사하고 차 한잔을 나누니 그제사 실감이 났다.^^*
음악회가 시작되어 감동의 도가니탕(?) 속으로 빠져들즈음 문자가 왔다.
ㅎㅎ아들이다.
[엄마, 밥할 때 센불에 시작했다가 치익치익 소리나면 얼만큼 있다가 불 줄여야 되지?]
[아빠가 밥 하신다 했는데...니가 해?]
[응~아빠가 그러시는데,나 일어나면 엄마가 밥하라고 했다던데?]
[ㅎㅎㅎ아빠가 변심했나보다.ㅋㅋ]
ㅎㅎㅎ아들이 엄마 생일날 한상 잘(?) 차려낸 경력이 있다보니, 아빠가 아들을 시켰던 모양이다.
내게는 자기가 한다고 해놓고선...ㅎㅎㅎ
어쨌거나 누가하든 상관없지 머~ 이등병의 편지에서 그랬던가?
'집떠나와~열~차~타고,,,,'ㅎㅎㅎㅎ
이등병은 훈련소로 갔고, 난 새남터 성당으로 왔으니.. 집은 잊어버리는겨~ㅋㅋ
무대마다 출연자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니, 뒷머리가 쭈삣~서는 느낌이다.
'아~정말 어쩜 저렇게 고운 소리가 날까..?'
'아~ 우리 성가대도 저런 왕베이스 한사람만 있었으면...~'
'테너, 베이스 8명이 80명은 되는 듯 소리를 내네....정말 좋다...!ㅎㅎ'
'어머~ 테너 형제님 정말 흥겹게 부른다~ㅎㅎ'
'밝은 표정...어쩜 저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웃으면서 노래를 할까..? 예쁘다~!'
옆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딸래미가 조금 안스럽긴 했지만,
작년에 좋았던 성음악미사에 혼자 왔다 간것이 내내 너무도 안타까웠기에
올해는 기필코 같이 오자고 딸래미에게 말했고,
고등학교 들어가면 이런여유를 찾기 어렵다는걸, 오빠를 통해 알고 있었기에
딸래미도 이번엔 순순히 응했다.
그레고리안 성가 가사는 시립합창단에서 이미 접했었는지라 어려워하지 않았고,
발성연습은 오히려 미숙한 어매를 보고 살그마니 가르쳐주기도 하니
추위때문에 고생은 좀 했지만,그래도 나중에 떠올렸을 때,
분명 좋은 추억이 될 것을 알기에 크게 걱정되진 않았다.^^*
더구나 성음악 축제가 모두 끝나고 나서도, 여러분께서 세실을 찾아 격려해주실뿐만 아니라
이쁘다 하시며 뜻밖의 빨랑카도 주시니, 딸래미가 어찌 아니 기뻤겠는가~!ㅎㅎㅎ
하마터면 새벽부터 기차를 놓칠뻔 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려오는 기차는, 기쁨 가득~은총 듬뿍~ 받아 안고
넉넉한 가슴으로 여유있게 타고 왔으니, 한동안 그 느낌 그 가슴으로
오래 오래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엔 대녀도 없고, 딸래미도 함께 하지 못하겠지만...
또 다른 행복한 동행이 있을 것을 기대하며,
이제, 정초의 씁쓸한 기억을 모두 잊고
나는 그렇게 또다시 내년을 기다릴 것이다.
힘 팡팡 나는, 은총 가득한 성음악 축제를....!^^*
무대에 서셨던 고운 님들~멋진 분들~
냉동창고(?)같은 성당 안에서 공연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지기님~
그리고 운영자님들~
추운 날씨에 몇날 몇일 준비하시고, 오늘도 많이 애쓰셨지요? 감사드려요~!^^*
병나지 마시고,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래요.
눈 내릴 때마다 그 눈가루가 은총가루가 되어
님들 가슴에 하얗게 쌓이길 빌께요~*^_^*
ㅎㅎㅎ새벽부터 달리기하며 얼매나 불안했던지요.시골아지매는 영원히 어리버리를 면할 수 없나 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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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구...편히 앉아 들은 제가 미안해지네요..! 님의 봉사 덕분에 저희들이 편안했습니다. 추운데 고생많이 하셨어요. 감사합니다~^^*
고운 목소리의 묵주기도 주송정말 좋았습니다
곱다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목이 잠기는거 같아 여러분이 분심들까봐 조심스러웠답니다.^^*
아 묵주기도 주도하셨던 자매님이시군요.....성당 들어서는데 차분하고 낭낭한 목소리에 매료되었던 기억합니다....목소리라도 반가웠습니다...
아이~부끄럽게...ㅎㅎ 감사합니다. 클라라님 내년엔 목소리 말구 얼굴보고 눈맞추기로 해요~^^*
ㅋㅋ고생 하셨습니다^^* 후기 잼나게 손에 땀나가며 스릴 있게 읽었습니다.
하하~ 또 차 못타는줄 알고 순간 끔찍했답니다.올라가는건 다음차가 안되잖어요. 죽어도 그 시간에 타야하는데...ㅋㅋ수고 많으셨구요~ 감사했습니다.^^*
ㅎㅎ진짜 왕~ 고생 하셨구만요?ㅎㅎ 냉이꽃 언니~ 우수회원 등업..축하드리구요~ 열정으로 함께 하는 모습에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주님만을 위하여...주님을 향하여..... 오직 한 곳만 바라보며...열심히 뛰는 한해 되자구요~ 잠깐 나눈인사...너무 방가웠습니다...ㅎㅎ
룰라님~밝은 모습보며 제 마음까지 밝아졌답니다. 루꼬님과 아들래미까지 함께한 시간 행복하셨지요?저는 올 한해 열심히 충전하는 한 해가 되리라 생각되요! 다음에 만나면 찐하게 차 한잔 하며 담소 나누자구요~^^*
와우 냉이꽃님 글을 참 재미있게 쓰시네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냉이꽃님 목소리 예쁘신 것 같아요. 세실이 목소리가 누구 닮아 예쁜가 했더니 어머니를 닮아 예쁜 거였군요. 다음에도 또 뵐 수 있길 바래요.
아유~루치아님~감사합니다.^^* 뵙고 말씀도 못 나누고 와서 섭섭하고 미안했어요.^^* 다음엔 꼭 인사 나누기로 해요.^^ 건강하게 잘 지내시구 카페에서 자주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