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밀양의 山群 [가래봉∼금오산∼벼락덤이]
[산행요약]
"이번 저희 정기산행에 초대한번 하겠심다 놀려 오시이소!"
영남알프스산악회 황영주대장님의 갱상도식 초청말씀이다.
그는 밀양에 살고있으며 누구보다 밀양근교의 산을 사랑하는 한사람으로서 이번 정기산행코스에 대해 밀양근교 어느 산에도 볼 수 없는 영남알프스 최후의 청정산행지라며 자랑이 대단하시다.
그리고 그런 산줄기가 장장 22Km이상 이어져 있다기에 어디에 그런 곳이 있나 내심 흥미로웠다.
전체의 산행구간으로 볼 때 과연 때묻지 않은 오솔길의 연속 이였으며 특히 솔밭길이 압권 이였다. 거기에다 오르내림이 만만찮은 등반성을 가미하고있어 실컨 원대로 걷고싶을 때 적격인 것 같았다.
산행 중 탁탁 터지는 전망은 그리 많이 없고 거의 숲 속길 일색 이였으며 그런 관계로 지형도상의 현 위치파악이 잘 안돼 삼각점확인이 애매한 곳도 더러 있는 반면 간혹 출몰하는 암릉지대는 험한 곳도 있었다.
"U턴"식의 산행코스로서 금호산까지가 반환점이라면 되돌아가는 것 또한 온 거리와 대등했다.
내가 기획한 산행이 아니고 참여하는 입장에서 산행이다 보니 지도준비도 소홀했고 더구나 기능시계도 차고가지 않아 방향과 고도의 불편함은 물론, 시간도 몰라 휴대폰을 꺼내보는 등 많은 불편을 겪었다.
지형도를 보고 마루금을 긋는 등, 반듯이 예비지식을 숙지하고 산행에 임해야하는 것을...,
다소 안일하게 대처한 이번 산행에서 그 불편함을 절감하고는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를 가진 산행이다.
회원들의 산행에 임하는 집중력이 대단했으며 또한 상호협동심과 잘 짜여진 리더쉽이 인상적 이였다.
그리고 전체의 살림을 맡아보는 권총무님의 세심한 배려와 탁월한 역량이 또한 돋보였다.
13시간이나 되는 긴 산행시간에 비해 초반 시작시간이 다소 늦은 관계로 막판 어두운길을 감내해야 하는 불편이 있긴 했으나 한 분도 낙오 없이 무사히 산행을 마친데 대해 매우 만족한 산행이었다 생각한다.
▶ 산행일자 : 2002년 04월 07일(첫 일요일), - 날씨 : 쾌청, - 평균기온 약 18도
▶ 산행장소 : 경남 밀양시 단장면 소재(가래봉, 금오산, 벼락덤이, 취경산, 명필봉)
▶ 산행코스 : 홍재초교~가래봉~545.9봉~깨밭고개~이삭바위~당고개~금오산~약수암~첫바위봉~둘째전망봉~큰무명봉~벼락덤이~삼거리무명봉~취경산~명필봉~동화마을
◎ 총 산행거리 : 약 22Km(도상거리) ◎ 총 산행시간 : 약 12시간 30분(식사 휴식 포함)
▣ 참가인원 : 영남알프스산악회 회원 16명, 대구2명 포함, 총18명(남 12명, 여 6명)
[산행기]
집결장소 도착
일요일이면 으레 새벽부터 부산을 떤다.
언제부터인가 이것도 습관이 되어버렸는지 아내도 이젠 불평은 간데 없고 거의 공식적이다.
새벽을 달리는 싱그러운 공기, 나는 이것이 너무 좋다.
팔조령을 넘으면 청도, 다시 밀양 표충사 삼거리에서 5분 정도 달리니 '홍제초등교' 앞이다.
시간은 06시 50분, 대구에서 출발한지 1시간 10분만에 이곳에 온다.
오늘은 밀양의 '영남알프스산악회'의 정기산행 행사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산행들머리인 이곳에서 만나기로 하였으나 우리가 일찍 왔는지 아직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학교정문 앞에는 공간이 없어 건너편 길옆 공간에 주차를 시키고 시간을 죽인다.
잠시 후 용두산님과 이의규님, 김승곤님 등 용장 3명과 십 수명의 대원들 속속 도착한다.
오늘 같이 산행할 반가운 얼굴들이다. 몇몇 낯익은 얼굴들도 눈에 띄고...,
서로 간단한 눈인사를 나누고는 즉시 산행을 서두른다.
단장마을 단장교회, - 07시 33분
전체일행을 합류 단장마을 들머리입구에서 용두산님의 산행시작 인사와 함께 출발,
마을길을 따라 끝에 가면 시골민가에다 십자가를 세워놓은 단장교회가 눈길을 끈다.
대문 앞에다 단장교회 라고 쓴 작은 간판이 없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곳이다.
단장교회를 지나자 우측 논뚝 길을 지나 산기슭 들길을 가로질러 간다.
가래봉(506.7) 정상, - 08시 38분
경운기 길을 얼마간 따랐을 때 왼쪽으로 열려있는 들머리는 국제신문 팀이 올랐던 곳,
이곳을 외면하고 길 끝 막다른 곳, 논뚝을 올라서면 바로 오솔길이 이어진다.
엊그제 내린 비로 촉촉해진 산길이 기분 좋다. 얼마안가 산 오르는 본격적인 등산길,
산자락을 타고 한동안 올려치자 주 능선안부에 '광주안씨지묘'가 제일먼저 눈에 띈다.
안부도착 08시 24분, 단장교회를 출발한지 약 50분만에 이곳에 오른 셈이다.
잠시 후미를 기다려 합류한 뒤 봉우리를 향해 15분 정도 더 오르면 가래봉 정상이다.
에게...? 정상이래야 아무 표식하나 없는 그저 볼 폼 없는 봉우리에 불과했다.
그래도 지형도상에 족보까지 올려져있는 봉인데..., 뭔가 상징물하나 없는 게 내심 아쉽다.
묘지 있는 어느 무명봉, - 09시 14분
가래봉 정상에서 산길은 직진하는 하산길이 있고, 종주 길은 우측으로 꺾인다.
두터운 솔밭길이 이어지는 전형적인 오솔길이다.
때묻지 않은 청정산길이랄까...? 걷고싶은 산길, 밟고싶은 산길이 이런 곳 아닌가싶다.
한 비탈 내려치자 7분만에 묘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서고 다시 뚝 떨어지며 추락한다.
신나게 내려빠지는 길, 급경사 길이지만 갈비가 두툼히 쌓여 그리 미끄럽지는 않다.
추락을 멈추고 다시 가파르게 올려친다. 음~, 산새가 만만찮구먼...!
내려온 것만큼 올라가는 것 같다. 몸이 무거운 건지....? 제법 땀을 흘리며 등정,
앞전 묘지봉에서 약 30분만에 다시 묘가 편안하게 자리하고 있는 어느 무명봉 정상이다.
이곳에서 잠시 한숨을 돌리면서 후미들과 합류, 휴식을 취한다.
오늘따라 왠지 배도 고픈 것 같고..., 막걸리한잔을 나누어 마시며 빵 조각도 얻어먹는다.
작은 케른이 있는 봉우리, - 10시 14분
약 10분간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움직인다.
임의규님이 선두를 나서고 그 뒤를 따라나선다.
김승곤님이 중간을 맡고 용두산님이 후미다. 잘 짜여진 역할분담으로 대원들을 유연하게 이끈다.
짙은 숲길이라 시원한 조망은 없지만 새순이 파릇파릇한 싱그러운 숲 속 길이다.
찹찹한 공기의 기운이 마치 온몸을 감싸는 듯 기분이 상쾌하다. 완전한 자연산 공기청정기 랄까...,
진분홍색 진달래꽃송이가 온통 길가에 흩어져 있다.
아마 어저께 내린 비로 이토록 낙화한 모양이다. 이 고운 꽃잎을 밟고 지나려니까 너무 미안타.
545.9봉의 삼각점을 확인도 못하고 흔적이 확연한 사거리안부 한곳을 내려선다.
좌측 내무릉마을과 우측 노상마을 넘나드는 안부정도로 추정이 된다.(확실치 않은 곳임)
안부를 지나 완만한 고개를 올라서다 다다른 곳이 작은 케른하나가 있는 무명봉이다.
뒤따르던 임대장과 장수씨 두릅나무 몇 그루를 발견하고 마구마구 즐거워한다.
이곳에서 후미를 기다리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삼각점(592봉) 있는 억새봉, - 11시 15분
미흡한 두릅농사를 끝내고 다시 출발이다.
계속되는 솔 숲길, 굴곡은 잦아들고 한결 잘 빠지는 길이 이어진다.
이따금씩 날등에 노출되면서 좌우로 마을전경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우측의 제법 큰 감물저수지가 유난히 잘 보이고 좌측 이름 모를 마을들이 즐비하다.
모처럼의 전망이 터지면서 임대장은 위치확인에 분주하다. 아마? 전망대 위치라는 짐작...,
오늘 수니와 아내가 상태들이 좋은지 둘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계속 잘 따라온다.
키다리 진달래나무들이 유난히 많다. 진달래 꽃길이라고나 할까...,
한 나무 가득 핀 진달래꽃송이가 너무나 탐스럽다며 그녀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들이다.
발걸음도 가볍게 신나게 내달리는 순간, 느닷없이 임도 고갯마루에 내려선다.
우측에 크다란 고목 한 그루가 서있는 널직한 안부, 임대장은 국제신문자료에 언급한 당나무를 지목하면서 '당고개'가 아닌가 추정했지만 지금 와서 정리해보니 이곳이 '깨밭고개' 가 맞는 것 같다.
이곳을 통과, 가파른 오르막 올라가면 약 20여분 완만한 능선을 타다가 봉우리에 올라선다.
너절한 잡목사이 사각 돌의 삼각점이 박혀있다. 이곳이 592봉으로 확인된다.
금오산(金烏山 760.5) 정상, - 12시 39분
감물저수지가 우측 뒤로 멀어지고 산길은 서서히 내려간다.
완만한 굴곡을 오르내리는 길, 발걸음에 가속을 붙여도 전혀 무리가 없는 좋은 산길이다.
약 25분 남짓 걸음품을 팔자 억새밭이 나오면서 펑퍼짐한 봉우리에 당도한다.
묵은 폐 헬기장 흔적이 있고, 이곳에서 몇 걸음 내려간 곳에 바로 멋진 바위가 나타난다.
바위아래 양철조각으로 세워놓은 간판, 하얀 바탕에 빨간 글씨로'이삭바위'라고 쓰여있다.
산행시작하고 안내판이라고 생긴 것은 처음 대한다. 그리고 이 귀한 바위도 그렇다.
바위가 제법 그럴싸한 규모에다 전망도 좋고 올라앉아 보니 쉬어가기 그만인 곳이다.
바위에는 일행 서너 분이 쉬고 있었고 누군가가 뜻밖에 인사를 건네 온다.
'홀로걷는자' 이런 닉네임을 가진 분, 언젠가 문복산 능선에서 맞닥뜨린 적이 있었다고 설명 한다. 부산에서 주로 홀로 산행을 하신다했으며 오늘도 우연히 같이 산행을 하게되어 반가움은 더한다.
바위에서의 전망은 발아래 임도가 보이고 저만치 가야할 금오산이 우뚝하게 솟아있다.
이삭바위에서 내려와 갈대밭길로 내려가자 기도원안내판이 있는 임도를 만난다.
임도는 당고개까지 이어져있었으나 얼마 가다가 임도를 버리고 능선으로 붙는다.
잡목을 헤치고 가는 별무신통한 길이다. 숲도 없는 능선길이라 꽤 덥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은 바위지대를 통과하고 봉우리하나를 올라서고 다시 곧바로 내려오니 당고개 안부다.(12:26)
임도길이 좌우 마을로 넘고 약수암에서 올라온 듯 차량 몇 대가 서있는 넓은 안부이다.
안부에서의 산길은 직진, 가파른 산길을 조금 오르자 길은 곧 두 갈래로 갈라진다.
좌측 트래버스길은 약수암길, 곧장 오르는 길이 정상 가는 길이다. 갈림길에서 홀로걷는자님은 약수암으로 간다며 이곳에서 헤어진다. (나중에 만날 줄 알았는데 작별인사인줄 몰랐음)
가파른 비탈길을 약 15분 정도 오르면 마지막 근사한 바위 위의 금오산 정상이다.
부산 중,고교 둘둘(22회)산악회서 세운 정상석이 있고 주위전망과 일대의 경관이 일품이다.
정상에서의 점심식사, - 13시 50분 식사 끝(약 1시간 20분)
후미를 20분 남짓 기다려 산상의 식사 판을 벌린다
정상 바로 옆 20여명 둘러앉아도 너끈한 공터가 있어 식사하기 그만인 장소다.
산행도중 잠시 뜯은 나물과 두릅들을 살짝 대치고 족발, 돼지수육, 그리고 쭈꾸미까지...,
각양각색의 메뉴를 선보인 초 호화판 식단을 벌여놓고 화기애애한 식사 판을 벌린다.
주거니 받거니 오가는 술잔에 격의 없는 정담들이 화창한 산정의 분위기를 가득 메운다.
용두산님과 김승곤님 그리고 권총무님..., 대원들을 생각하는 세심한 준비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첫 바위봉' 정상, - 14시 51분
점심식사를 끝내고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서 약수암으로 향한다.
임도길로 내려서 산허리 길을 따르자 얼마안가 잘 단장된 약수암 절 집에 들어선다.(14:07)
절을 찾아온 차량들과 산객들도 여럿 보이고 최근 공사진행중인 곳들이 다소 어수선해 보인다.
바위아래 절묘하게 자리잡은 법당과 칠선당 건물이 운치를 안고있는가 하면 그 옆에는 바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신령한 석간수가 눈길을 끈다. 이름하여 약수암 약수, 그 물맛은 과연 최고였다.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다는 이 신령한 약수, '약수암'이란 절 이름도 이에 의해 지어졌다 한다.
약수암을 떠난 산길은 금오산에서 높다랗게 보이던 그 봉우리를 향해 이어간다.
아늑한 숲 속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정겹고 의외로 완만한 산길이 친근감이드는 길이다.
거의 정상부위가 보일 때까지 완만하던 산길이 마지막에 10여분 격하게 올려친다.
정상주변에는 의외로 바위라는 복병들이 숨어있었으며 이곳 전망 또한 속이 후련한 곳이다.
'둘째 바위전망봉', - 16시 10분
무심코 선두에 나서서 봉우리를 내려간다. 길은 잘 나있었고 그 뒤 임대장도 따라온다.
한 비탈 내려오자 임대장이 스톱! 이 길이 아니라면 돌아가잰다. 뭐야! 알바(?)를 했나...?
그랬다! 왼쪽 어깨너머로 주 능선이 달아나는 것이 확연히 보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동쪽 '매봉'으로 뻗은 산길이 잘 발달되어있고 자칫 이 길로 들어서기 십상인 곳 같았다.
우리가 되돌아오자 일행들이 보고서 "아니? 벌써 매봉 다녀오시는 길입니까?" 하고 놀린다.
북쪽 방향으로 비탈을 내려서자 완만한 산길이 평행을 유지하며 이어진다.
얼마안가 봉우리인 듯한 바위 날 등에 작은 삼각점(718)하나 통과하고 또다시 부드러운 육산 길이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별 특징 없는 산길을 40여분 달리면 까다로운 바위지대를 만난다.
암릉을 오르내리다가 올라선 곳, 이곳 봉우리에서 바라보는 일대의 경관이 또 다른 맛을 제공한다.
우측으로 밀양댐이 발아래 보이고 상 하류 마치 강을 연상케 하는 단장천이 흐르는가하면 저 깊은 골짝 배내골과 그 아래 영포천이 낙동강에 이르고 있다. 북쪽으로 정각산 산군, 그리고 멀리 1시 방향으로 향로봉 넘어 대찰 표충사를 품고있는 수미봉과 사자봉의 모습도 한눈에 관망된다.
벼락덤이(599.9m) 정상, - 17시 34분
암릉지대를 벗어나자 이후의 산길은 다시 아늑한 숲길로 접어든다.
어찌된 노릇인지? 산행시작한지 근 9시간째를 육박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황대장도 서두르는 눈치다. "자! 부지런히 갑시다. 앞으로도 네댓 시간은 더 가야합니다."
지형도를 보니 남은 거리가 만만찮다. 어물쩡하다가는 꽤 어두워서야 내려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시 선두에 나서서 가속을 붙여본다. 아내와 수니는 여전히 잘 따라오는 것 같고..., 신경뚝!
456.9봉을 지나 20여분을 신나게 달리다가 잔디가 너무 좋은 아늑한 묘지한곳에서 걸음을 멈춘다.
푹신한 잔디밭이 쉬어가라고 유혹을 해서다. 여기서 잠시휴식, 뒤따라온 선두일행들을 만나 서 오이하나 나눠먹는다. 이제 봉우리 두세 개정도 넘으면 된다는 임대장의 말에 힘입어 다시 출발,
지금까지 순조롭던 산길이 서서히 오르막을 향한다.
계속 올려치는 가파른 비탈길, 힘든 고비라고 느낄 만큼 큰 봉우리하나를 씩씩거리며 올랐지만 아무 것도 없다. "아니 이럴 수가...?" 이정도 봉우리면 분명 뭔가 있을 법한데... 괜히 서운하다.
그러나 내심 이곳이 '벼락덤이' 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기록을 찍어둔다.(17:25)
봉우리를 살짝 내려서자 약 10여분만에 다시 봉우리에 올라선다.
조금 전 봉우리에 비해 조금 넓고 뚜렷한 삼각점이 박혀있다. 그나마 인물 나는 봉우리다.
어설픈 지도를 꺼내본다. "아하! 여기가 취경산 이겠구나..." 확신은 안 섰지만 이렇게 또 찍어둔다.
다시 산길은 잠시 떨어지고 약 15분 뒤, 또 한번 불분명한 봉우리에 올라선다.(낮은 무명봉)
뭐가 뭔지...? 답답하다. 배낭을 내려놓고 한참 고민에 빠져있을 때 임대장이 올라온다.
방금 지난 삼각점이 취경산 맞느냐고 묻자 취경산이 아니라 바로 '벼락덤이' 정상이란 대답이다.
그럼 그 앞에 높은 봉은 족보 없는 '무명봉'이고, 그렇다면 취경산은 또 어드메란 말인가....?
나침반도 없고 고도계도 없고 지도마저 부실하니 원.., 시계도안차고 온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취경산(562.9m) 정상, - 18시 51분
잠시 헷갈렸던 부분을 제대로 수정하여 정리해 놓는다.
벼락덤이를 지나 낮은 무명봉에 올라와 있는 이 봉우리가 능선이 갈라지는 곳이다.
잠시 후 이 봉우리를 내려서면서 엉뚱하게 좌측 봉으로 올라서고서야 현 위치를 파악한다.
내려서자마자 우측으로 붙어야 제 능선으로 가는 것을 눈에 보이는 날등을 따르다보니 다른 능선을 타버린 것이다. 이곳에서 약 20분의 알바를 한 뒤 바른 능선을 갈아타고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아내와 같이 뒤따르던 수니가 길을 잘못 들어 까닥했으면 이뿐 처자하나 잃어버릴 뻔했다.
좌측능선과 우측능선이 갈라지는 중간 사면 쪽에 성지골로 이어지는 듯한 희미한 산길이 보인다.
17시 50분, 갈림길 봉우리에서 이래저래 약 한시간이란 시간이 흐른 후 취경산에 오른다.
나의 기록에는 알바를 하고 난 뒤 올랐던 봉우리를 취경산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형도를 보아 추정만 할뿐 현장에서의 '취경산'은 그 어느 것도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동화마을 버스정류장, - 19시 58분
해는 뉘엇뉘엇 서산에 넘어가고 이제 곧 어둠이 깔리기 일보직전이다.
멀리서 육안으로 봤을 때의 몇 개 안 되어 보이던 봉우리가 막상 와보니 의외로 많다.
시간은 이미 11간 째를 넘기고 이제 마지막 봉인 듯한 허름한 봉우리하나를 내려서려 한다.
취경산에서 약 20분거리, 지형도상에 있는 명필봉(541.6m, 일명: 뒷목산)이 위치한 지점이다.
이 봉우리를 내려서면 이제 더 이상 봉우리는 없다.
어둠이 완전히 깔리고 랜턴불빛을 밝히며 진행하다 마지막 만나는 바위지대다.
암릉을 타고 오르자 전방에는 낭떠러지, 좌측 바위벽을 아슬아슬하게 타고 내려야했다.
맨땅에 내려선 뒤 잠시 진행하다 좌측 급사면 길로 방향을 틀어 길을 찾아나간다.
거의 길 아닌 수준의 길을 잡고 급 비탈길을 치고 내려온다.
랜턴 불을 비추며 조심스레 내려오지만 잔돌에 미끄러지고 나뭇가지는 자꾸만 내려가지 말랜다.
근 20분 가까이 내려왔을까? 좋은 길을 만나고 마을길을 따라오니 이내 동네에 들어선다.
어둠이 깔린 동네는 외등만 불을 밝힌 채 바깥은 조용한 산골마을의 초저녁 그 모습이다.
마을 앞 도로를 건너 버스 승강장에서 일행모두가 합류하면서 오늘산행을 조용히 접는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