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분들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사실 쓸 말은 별루 없는데..겹치는 얘기도 있구요. 그런데.괜히 끼어서 얘기 쓰고 싶어지네요ㅎㅎㅎ
저두 애가 셋이나 되니 밥상 전쟁 얘기에서 빠질 수 없겠죠ㅋ
백두는 대체로, 천천히, 한가지 재료씩 음미(맛과 향과 질감)하면서 먹구요.
한라는 뭐든지, 먹을 거, 못먹을 거 상관없이 흡입-하구요. ㅡ,.ㅡ
온유는 아직 17개월이라 다 잘 먹네요. 가끔 뭘 거부하기도 하지만(손사래를 치며 입을 다물고)
특정한 음식이나 재료를 거부하진 않구요. 그때 그때 밥상에 따라 달라요.
시금치나물, 콩나물, 콩조림, 연근조림, 호박(말린애호박)나물, 죽순나물까지 집어먹으니....
아직까지 편식이 심하게 나타나진 않네요.
가끔은 콩을 빼고(거부) 먹기도 하고, 며칠 있다가는 같은 콩인데도 열심히 집어먹을 때도 있구요.
두 아이 어렸을 때보다 채소나 나물을 더 잘먹는데,
이유는 오빠들이 나물을 정말 잘 먹는 것도 있겠고,
온유도 한라(식신1.에 이어서 식신2.번이라 뭐든지 흡입하는 것도 한 이유겠고.
육식을 거의 안 시킨 것도 이유일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유식은 엄청 정성들인 건 아니지만, 신경 썼구요...
백두나 한라가 크면서 중간중간 안 먹는 음식들이 있었어요.
가끔 콩을 골라내기도 하고, 당근을 골라내기도 하고,
어떤 버섯은 좋아하고 어떤 버섯은 싫어하구요.
가지나물도 싫어했다가 이제 둘다 좋아하구요.
(아,,,수다가 길다...본론은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1. 즐겁게 먹기?!
밥 먹을 때...영양 중요하고....골고루 먹는 것도 중요하고...
인스턴트보다는 자연식, 육식보다는 채식을 잘 먹을수록 엄마 마음이 좋죠^^ㅎㅎ
어쨋든 제 생각엔, 중요한 거는요, 밥은 즐겁게 먹어야하는 거요.
사실, 저도 한동안 애들 밥먹을 때 잔소리를 많이 해서ㅠㅠ 당당하게 말할 처지는 못되지만 그래도 밥상에선 즐겁게 먹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백두는 너무 느리게 먹고, 한라는 뭔가 지적(!)을 했다하면 모든행동 멈춤!!이 되었던 시기가 있었거든요.입은 댓발 나오고...
밥먹을 때 뭐라고 하면, 애들 체한다고...밥은 즐겁게 먹어야한다고.....(친정엄마한테 욕먹고ㅠㅠ)
혼내거나 지적하기보단, 좋은 말로 구슬리고
밥먹다가 딴생각이나 딴짓으로 멈춤이되면, 입에 밥한숟가락 넣어주면서 다시 밥먹던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해요.
2. 먹기 싫어하는 거를 숨겨서 먹이지 않아요.
물론 저도 숨겨서 먹여본 적 있지요~ 없을리가 있나요ㅎㅎㅎ
근데 애들이 귀신같이 알아채기도 하구요.
숨겨서 먹었을 때 애들이 알아채지 못했다면, 애들이 꼭꼭 씹어먹지 않았다는 얘기구요--;
더 중요한 건, 애들이 엄마를 못믿게 되고(작은 불신이 생기기 시작...)
밥상이 즐거워지지 않게 되구요.
내가 싫다는데 싫은 걸 자꾸 주는 엄마가, 그 밥먹는 시간이 즐거워지지 않겠죠...
3.
애들이 먹길 거부하는 음식이 있을 때, 저는 억지로 안 먹여요.
대신 딱 한개. 딱 한번은 먹여요ㅋ
엄마가 너희들 건강하라고 열심히 만든거다. 이건 누가누가 농사를 짓고, 아빠가 일해서 돈벌어서 사고, 엄마가 요리를 하고,,,여러 사람이 고생해서 만든 거라고.....한개만 먹으라고 합니다;;
한개 꿀꺽.,하지말고, 꼭꼭 씹어서 무슨 맛인지, 어떤 느낌인지 느껴보고, 그래도 먹기 싫으면 안 주겠노라고 해요.
한 개 먹고보고서도 싫다고 하면 억지로 안 주겠노라고...
대부분 한개 먹고서도 거부했던 마음이 변하진 않지만, 한개를 꼭꼭 씹어먹고나서 더 먹을 때도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먹고 나선 다음엔 그 음식을 거부하는 횟수가 줄구요.
한개를 꼭꼭 씹어서 잘 먹었으면, 더 먹을 건지 물어보고, 안 먹는다고 하면, 안 먹여요.
대신에 한개 먹은 거 칭찬해주고. 억지로 먹지 않겠다고 약속한 거 엄마도 지키겠다고 말로 확인해줘요.
만약 시금치를 거부했다면, 아이가 약속한 시금치 하나 꼭꼭 씹는동안, 저도 시금치 하나 씹으면서 얘기해요.
느낌은 물컹하면서 부드럽고, 냄새는 참기름의 고소한 냄새와 시금치의 들큰한 냄새 어쩌구저쩌구,,
맛은 어쩌구저쩌구~들큰하고 고소하고 짭잘하고 살짝 쌉싸름한 맛도 나고....
꼭 단맛이 나야 맛있는 게 아니다. 한가지 음식, 한가지 재료에도 여러가지 느낌과 맛과 냄새가 들어있다.
첫느낌 첫맛과 끝맛 끝느낌이 다르지 않니.....
(밥상에서 수다 작렬이죠???ㅎㅎㅎㅎ)
4. 퀴즈도 해요.
잘 먹는 반찬, 안 먹는 반찬, 밥이랑 섞어서 한입 먹게하고.
무슨 반찬 들었는지 맞추기.
싫어하는 거였는데 정답 맞추면,
예를 들어,
애들 :"표고버섯~"
엄마 : "맞았음, 표고버섯! 으웩~"
애들 : 으웩~ㅎㅎㅎㅎㅎ
싫어하는 거였지만, 퀴즈로 할 땐 맛을 느끼기보다 퀴즈하면서 얘기하고 웃느라고 걍 먹더라구요ㅋㅋ
5. 확실히, 단거, 자극적인 거, 기름진 거, 육류를 많이 먹이면 반찬을 많이 가리게 되구요.
한 밥상에도 그런 반찬이 많을수록 골고루 안 먹게 되구요.
되도록, 양념맛에 원재료맛이 가려지지 않게 해줘요.
그리고 너무 물컹하거나 씹기 쉬운 것만 줘도 음식 가리구요.
(온유랑 비슷한 개월수인데, 애기가 음식도 많이 가리고, 과일조차 씹고 뱉어요. 엄마는 열심히 여러가지 해서 먹이는데, 밥을 너무 안 먹는 거예요...가만 보니, 밥을 제대로 안 먹으니, 밥상 끝머리에, 애기가 밥을 안 먹었다고 두유 한팩씩ㅡㅡ 그거 먹으면 배도 안 고프고, 늘 그렇게 주니까 밥상에서 굳이 힘들게 씹지 않아도 되는거고...과일도 단맛만 빼먹고 뱉고......)
적당히 배고프게 해주고.
단맛쓴맛짠맛...여러가지 냄새. 여러가지 질감 얘기하며. 엄마와 수다밥상이 되어도 좋지않을까요? (저만 너무 수다밥상을 먹나요?)
저희 애들도 뭐 썰고 있으면 그냥 못 지나쳐요. 오이, 배추. 양배추,,뭐든,,,,날것으로 달라고 해요.
이건 누가 준건데, 어디서 산건데, 단맛이 많이 난다. 저번에 산거는 하우스에서 자란 거라 그런지 색깔만 진하고 냄새도 거의 안 나고, 밍밍하더니, 이 당근은 밭에서 농약 안 주고 햇볕 많이 받고, 요즘이 나오는 때(제철이라) 냄새도 많이 나고 들큰하고 쌉쌀한 맛도 살짝 나고 아주 오독오독하면서..물도 많다.
이런 식으로 생채소를 먹으면서 수다를 떨면,
애들도 그 수다를 다 녹음&반복하더라구요.
날것은 이런맛, 이런 느낌인데, 익히면 이런맛이 더 나고, 이런 느낌으로 변한다...이렇게 얘기도 하구요...
한번에 편식을 고치기는 어렵고,,,,어차피 식성이 계속 바뀌는 거니까 거부감 안 들게, 천천히 하셔도 될 거라고 생각해요.
먹기 싫은 거 억지로 먹이는 거 고문이잖아요;;;
저는 가리는 거 볊로 없는데도, 먹기싫은 거 억지로 먹이면 밥맛이 뚝, 떨어져요.
애들도 마찬가지일거구요..
싫어하는 반찬과, 더 싫은 감정과 추억을 만들지 않게ㅋ 싫어하는 것은 그냥 스리슬쩍 넘어가고,
다음에 새로운 관계. 새로운 느낌으로 만나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요ㅎㅎㅎ
아, 6번,.
그리고 다음 키즈짱에 뽀로로동요에 "야채 삼총사" 노래 있는데. 그거 보여주고 같이 부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해요.
당근. 피망, 양파...나오거든요ㅎㅎㅎ^^
보기에도 질색이지만, 냠냠짭짭 먹어주면 더 예쁘고 튼튼해지지요~하는 노래예요.
7. 뱉는 거는 절~대 못하게 해요;
입에 들어갔는데, 먹기 싫어하면, 일단 "음식은 귀한 것이니 꼭 씹어서 삼키게 하고"
카레에 당근이 싫다고 하면, 다 골라빼주거나, 엄마아빠한테 달라고 해요.
그리고 "당근을 싫어하는구나"가 아니라. "오늘은 당근이 먹기 싫구나"로 최면을 살짝 걸어줘요.
아무리 먹기 싫어도 뱉는 것은 안된다고.....다음부터는 먹기 싫으면 뱉지말고, 미리 말하라고...
밥은 즐겁게 먹어요^^ 제가 한동안 밥상에서 버럭.한 적이 있어서,,,,정말 밥상은 즐거운 밥상이 되어야해요...
엄마, 아빠가 밥 맛있게 먹으면 잠깐은 음식 가려도 한달두달, 일년이년 지나면 편식 없이, 특히 자연식.. 잘 먹을 거예요.
쓸데없이 얘기가 길어졌어요....
쓰다가 온유 젖먹이고, 쓰다가 애들 퍼즐 맞추는 거 도와주고...또 뭐하고...
거의 두시간을 왔다갔다했어요;;;
얘기가 오락가락했어도 이해해주시고......^^;;.
요즘 카페 들어와서 글을 잘 못 남겨서, 오랫만에 수다한번 길게 떨어봤슴돠~아.ㅋㅋㅋㅋㅋ
첫댓글 우리 모임때 이튿날 아침 백두가 혼자 내려와서 (엄마 아빠 모두 자는데^^) 떡하니 자리잡고 아침을 씩씩하게 맛있게 먹는 걸 보고 어찌나 멋있어 보였던지요. 이런 비결이~~ 1번부터 7번까지 모두 공감하고 머리속에 새겨놓을 조언이군요. 특히 숨겨서 먹이지 않는거^^ ㅋㅋ 그리고 7번 맘에 와닿아요. 고마워요~~~
이야~~ 정말 종합 도움글이네요^^ 효재는 지금 뭐든 잘 먹지만 곧 싫고 좋은 음식이 나오겠지요..이글 명심했다가 여유를 가지고 대처해야 겠네요. 엄마가 음식 만들때 아이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한번씩 집어먹고 엄마랑 수다떠는거 상상만으로도 평화로워보이네요..저도 효재한테 그렇게 해주고 싶어요.
아,,, 글이 길어서 나눠서 읽어야겠어요. 염증에 좋은 음식이 무얼까 갑자기 궁금해져서^^
절감하네요^^ 즐거워야 할 밥상이 맴매와 훈계와 언성으로 얼룩지고 있으니^^& 분발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