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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데 참고한 것은 한문의 문법이나 특징에 관한 책이나 인터넷의 문서들이다.
국어나 언어 일반적인 특성에 대한 것들도 참고했다.
그리고 참고한 고전은 논어, 공자가어, 맹자, 논형, 예기, 열녀전, 염철론, 순자, 한비자, 한시외전, 설원, 상군서, 열자, 여씨춘추, 사기 등이다.
여기에 쓰인 예시는 원문 그대로를 쓴 것도 있으나, 이해하기 쉽게 원문의 단어나 구절을 바꿔 변형한 것도 많다.
아래 내용에 관한 문의나 이의 제기는 메일 wordair@hanmail.net
§ 한자와 한문
§ 단어상의 특징
§ 어조사
§ 기타 어조사
§ 문장 구조
§ 어순
§ 도치문
§ 까다로운 문형
§ 문장의 내용
§ 흔히 쓰이는 어구나 표현
§ 해석의 노하우
§ 실전 독해
한자(漢字)와 한문(漢文)
한자는 무엇이고 한문은 무엇인가.
우리가 보통 한자(漢字)를 보고 한문(漢文)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한자가 한문이고 한문이 한자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한문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즉 한문은 ‘한자로 이루어진 문장’이란 의미가 있다.
그래서 한자와 한문을 굳이 구분하자면, 둘을 구분할 수도 있다.
한자(漢字)는 고대부터 중국에서 쓰이는 문자이다.
한자는 대략 은(殷)나라 때부터 만들어졌다고 한다.
현재 알려진 한자는 수만 자이나, 실제 쓰이는 한자는 만자 이내이고,
상용자 천자 이내가 90% 이상의 빈도로 쓰인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중국에서는 많은 한자가 간략하게 한 간체자가 쓰이고 있고, 기존의 한자는 번체(繁體)라고 하고 잘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통상 말하는 한문(漢文)은 중국의 지금의 현대문(現代文)이 아니고 예전에 쓰이던 고문(古文)을 말한다.
그런데 고문이 어느 시점을 말하는지 애매하기는 한데, 고문은 대략 춘추전국 시대와 진(秦)ㆍ한(漢) 시대가 근간이 되는 듯하다. 시대가 후대일수록 어휘와 문법에서 이 고문과는 차이가 심해져, 그래서 지금의 중국인들도 한문을 잘 몰라, 이를 공부해야 잘 알 수 있다고 한다.
한자 빨리 익히는 방법
한자는 국어에 쓰이는 한자어의 이해를 위해서나 한문 공부를 위해서나 알아두면 모르는 것보다는 이로움이 많다.
수많은 한자를 다 알 수는 없고, 기본적으로 최소한 교육부에서 선정한 1800 한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듯하다.
그런데 한자를 빨리 익힐 수 있는 특별한 비법이 있을까. 뾰족한 수는 없다.
꾸준한 반복 학습이 최고의 방법이다.
그러나 한자가 구성되거나 만들어진 원리에 대한 이해를 하는 것도 약간 한자를 암기함에 조금 득이 될 듯도 하다.
그리고 한자를 공부하는 데 요령을 부리자면, 가장 기본적인 한자부터 익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다른 한자를 배우기가 그냥 마구 한자를 익히는 것보다는 쉽게 한자를 암기할 수도 있다. 왜인고 하니 한자의 8, 90 퍼센트는 형성자(形聲字), 회의자(會意字) 같은 기존의 있던 한자나 그 일부가 합하여 이루어진 합성자(合成字)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수가 아니어도 가령 呵, 哥, 柯, 訶, 軻, 何, 河 자는 ‘可’자가 공통으로 일부로 쓰였고, 假, 暇, 瑕, 蝦, 遐, 鰕 자는 ‘叚(가)’자가 공통으로 쓰이는데, 이렇게 여러 한자에 부분으로 적잖게 쓰이는 한자가 있다.
이런 한자와 부수 같은 것이 기본적인 한자가 된다.
부수는 총 214 자인데, 처음부터 이 214 자를 다 익히려 하는 것은 무리이다.
쓰이는 빈도가 높거나 쉬운 水(氵), 木 같은 부수부터 먼저 익혀 간다.
부수 214 자 중에서 대충 절반 정도는 익히기가 쉬운 한자이고, 나머지 반은 생소하여 어려운 편이다.
부수는 주로 한자에서 뜻 역할을 하므로 음(音)보다는 뜻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부수 말고 여러 한자에 부분으로 쓰이는 한자는 대개 형성자에서 음의 역할을 하므로, 음 위주로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형성자 중에서 일부는 음이 변형된다. 가령 瓜자는 음이 ‘과’인데, 弧ㆍ狐에서 瓜자가 음 역할을 하지만, 弧ㆍ狐의 음은 ‘과’가 아니라 ‘호’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주의하기 바란다.
또 高-下나 强-弱 같이 서로 의미가 반대되는 한자나, 成-就, 恩-惠처럼 비슷한 개념의 한자 끼리 서로 연관되어 학습하는 것도 그냥 한자를 따로 하나하나 배우는 것보다 더 효율적으로 한자를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한자만 많이 알면 한문을 알 수 있을까.
한자는 본인이 직접 알고 있지 않아도,
옥편이나 ‘한글’ 같은 문서(워드) 프로그램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대부분의 한자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자를 잘 모르는 이도, 한자를 잘 알고 있는 셈이 된다.
그렇다면 본인의 실제의 실력이든 옥편에 의존하든지, 한자를 많이 알면, 한문을 알 수 있을까. 한자(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알면, 이를 토대로 대충 문장도 해석을 할 수 있는 듯하나, 이는 거의 어렵다고 보면 된다.
그 이유는 한문의 문법이나 특성이 우리말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래를 보라.
1) 舜, 堯之壻也.(순임금은 요임금의 사위이다.)
春來, 則燕復歸.(봄이 오면, 제비가 다시 돌아온다.)
2) 金氏讀論語.(김씨는 논어를 읽었다.)
小人敏於利.(소인은 이익에 민첩하다)
2-a) 金氏讀論語.(김씨가 읽은 논어.)
小人敏於利.(소인은 민첩하고 이익에서)
3) 樹欲靜而風不止.(나무는 고요하자고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않는다.)
3-a) 樹欲靜而風不止.(나무는 고요하자고 해서, 바람은 그치지 않는다.)
예문 1처럼 한문 문장이 해석 순서가 우리말과 비슷하게 되는 경우엔, 한자만 알아도 대강 문장의 의미를 알 수 있을 듯도 하다.
그러나 예2처럼 어순이 우리말 해석과 다르면, 생초보라면 2-a 같이 어색한 해석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엔 한문의 문법을 알아야 해석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예3처럼 한자(단어)만 알아서는 안 되고 문맥을 잘 판단해야 제대로 된 해석을 하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엔 예시 3-a처럼 다소 엉뚱한 해석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한자만 알아서는 한문 문장을 해석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단어(한자)가 모여 문장을 이루니, 문장을 해석하려면 단어를 많이 알면 쉽게 문장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된다.
단어가 모여 문장을 이룬다기보다는 문장이라는 틀 안에 단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즉 먼저 문장에 많이 익숙해져야 단어를 쉽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자 자체를 아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한문 문장을 해석하는 것이 목표라면, 한자 단어 공부보다는 문장 공부에 주력해야 한다.
문법만 알면 한문을 알 수 있을까
문법을 독해의 지름길로 알고, 문법을 잘 알면 한문을 쉽게 빨리 터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그렇지는 않는 것 같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한문에 관한 문법 공부를 많이 한 자가 어렵지 않은 한문 문장 하나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경우를 간혹 본다.
그런데 한문을 제법 잘 해석할 줄 아는 자 중에는 한문 문법 공부를 거의 하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런 것을 보면, 문법에 능통한 것이 한문 공부에 핵심적인 요소가 되지 못하는 듯하다.
물론 한문의 문법을 알면 한문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먼저 문법을 알고 한문을 알 수도 있지만, 거꾸로 먼저 한문을 아니까 문법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문법 공부를 하여 문장 구조를 파악하는 것하고, 문장 읽기를 많이 하여 자연스레 여러 문장 구조에 익숙해지는 것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가 있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한문을 문법을 통해 분석적으로 아는 것보다 우리말처럼 익숙함에 의해 조건반사적으로 아는 것이 훨씬 빠르고 능률적으로 독해할 수 있다.
그리고 문법적으로 따지고 이해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도 있겠지만, 이런 것을 싫어하는 이에겐 문법을 공부하는 자체가 고역일 수가 있다.
문법을 싫어하거나 배우고 싶지 않다면, 꼭 문법을 깊게 공부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래서 한문을 배움에 있어 문법 공부는 개인의 취향대로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문법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고, 문법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편하다면, 문법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된다.
반면에 문법을 한문 공부에 참고 사항 정도로만 여긴다면 문법을 대충 공부하거나 등한시해도 해도 된다.
한문 빨리 배우는 방법
한자를 금방 익힐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한문을 금방 터득할 요령은 더욱 더 없다.
그래도 한문을 빨리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자면, 문장 위주로 공부하라는 것이다.
문장 위주로 배운다는 것은 즉 논어나 맹자 같은 경전을 공부함을 의미한다. 우선 한자를 많이 알고, 또 한문 문법에 대하여 자세히 알고 난 뒤에 문장 공부를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하는 이도 많다.
기본적으로 한자를 많이 알고 문법을 자세히 알면, 문장 공부함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 됨은 사실이나, 한자를 많이 알고 문법을 자세히 알기가 쉽지 않은 일이고, 또 이러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아쉬운 대로 기초적인 한자만 알고 기본적인 문법 지식만을 알고 있어도, 문장 공부함에 크게 지장이 없으니, 과감히 문장 학습에 착수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한문 문장을 공부하면서, 한자나 문법을 병용하여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단어(한자)를 따로 떼어 그것만을 외울 때보다 단어를 문장을 통해 익히는 것이 더 효율적인 학습 방법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장 공부를 안 하고 문법서를 읽을 때엔 이해되지 않던 것이, 문장 공부를 많이 하고 문법서를 공부하면 확실히 그 전보다 이해가 잘 됨을 실감할 것이다.
문제는 초학자가 처음부터 문장 단위로 공부하기가 쉽지는 않아, 문장을 한 번에 읽어내기도 벅찰 것이다.
그러나 한문을 빨리 정복하려면, 문장이나 구절 단위로 빨리 해석이 되어야지, 난해한 문장도 아닌데, 한자(단어) 하나하나씩을 따로 떼어가지고 천천히 해석을 해서는 한문 해석은 물 건너갔다고 보면 된다.
또 하나 문제가 초학자가 문장 공부하기에 이해하기 쉽고 흥미로운 텍스트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기초 교재로 소학, 사자소학, 명심보감 등이 주로 쓰이는 것 같은데, 저 개인적으론 여씨춘추, 열녀전, 설원, 한시외전, 전국책, 열자, 심팔사략, 사기 세가, 삼국사기 열전 등도 기본 교재로 삼아 읽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이것들은 대개 글의 단락이 짧고 글의 내용도 주로 구체적인 서사 위주로 이루어져, 초보가 공부하기에 지루하지 않고 흥미를 가질 것 같다.
더러 해석하기가 어렵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이런 부분은 과감히 그냥 건너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초학자에겐 문장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보다는 여러 문형이나 한문 표현 수법에 익숙해지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단어(單語)상의 특징
한문이 가지는 단어상의 특징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로 추릴 수 있다.
하나는 한문이 우리말과 달리 용언(동사, 형용사)이 활용을 하지 않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 단어가 여러 가지 품사로 쓰인다는 것이다. 이에 관하여 알아보자.
▶ 용언이 활용이 없다.
먼저 활용이란 ‘용언(동사나 형용사)의 어간이나 서술격 조사에 변하는 말이 붙어 문장의 성격을 바꿈’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는데, 쉽게 말해 ‘먹다’라는 단어가 ‘먹-’이라는 어간에 ‘먹어라, 먹냐, 먹고, 먹음’ 등의 어미가 붙어 ‘먹다’라는 단어의 형태가 변하는 것을 ‘활용’으로 알면 된다. 그런데 한문에는 이러한 용언의 형태 변화가 없다.
이러한 용언의 무활용(無活用)은 한문 같은 고립어(孤立語)의 특징이다.
한문에서 용언이 변함이 없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다. 한문에서 용언이 활용하지 않으니, 가령 영어 같으면 동사 활용인 동명사, 분사, 진행형 등을 공부해야 하지만, 이런 학습할 거리가 없어서 수고를 더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대신에 그 용언의 의미를 눈에 보이는 어미나 접사의 형태가 아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문맥에 주로 의존하여 해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吾昨日食冷麵. (나는 어제 냉면을 먹었다.)
梨與沙果, 孰食. 速擇. (배하고 사과하고 무엇을 먹을래. 빨리 골라라.)
欲壽, 則食魚類. (오래 살려면, 생선을 먹어라.)
위의 예문에서 보듯이 각각 食자는 형태 변화가 없는데, 상황에 따라 ‘먹었다’, ‘먹을래’, ‘먹어라’ 등으로 형태가 변하여 해석이 된다.
이것은 食자가 겉으론 형태의 변화가 없지만, 평서문뿐만 아니라 의문, 명령 등에 두루 쓰인다는 것이다. 食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문맥에 의존하여 판단해야 한다.
위에서 食은 아직 다른 품사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한문에선 용언이 다른 품사로 전환되어 쓰이는 품사 전성(轉成)도 용언의 형태 변화 없이 이루어진다.(품사 전성은 형태는 다른 품사로 쓰이지만, 기능은 본래의 품사 기능을 하는 것으로 기능까지 바뀐 파생어와는 다르다.) 우리말은 용언이 명사나 부사로 전성할 때는 물론이고, 형용사가 수식하는 용도(관형어)로 쓰일 때에도 전성해 쓰일 때도 그에 따른 어미가 단어(어간)에 붙어서 단어의 모양이 변한다.
한문에서 용언이 품사 전성이 되는지 의아스럽기도 하지만, 우리말로 해석하다 보면 한문에서 품사 전성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역시 한문에서는 용언이 활용이 없으니까, 품사 전성이 일어나는 때에도 용언의 형태에는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석을 할 때에는 모양은 동사(용언) 형태이지만, 명사 등으로 품사를 바꿔서 해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자.
a) 百聞不如一見. (백번 들음이 한번 봄보다 못하다.)
a-1) 所百聞不如所一見. (백번 들은 것이 한번 본 것보다 못하다.)
a-2) 所柔勝所强.(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b) 有聞人, 無見人.(들은 사람은 있어도 본 사람은 없다.)
b-1) 有聞龍之人, 無見龍之人.(용을 들은 사람은 있어도 용을 본 사람은 없다.)
우리말은 용언이 활용하여, ‘먹다’가 ‘먹음’처럼, 어간에 ‘-음(ㅁ), -기, -한 것’이 붙어 명사형이 되고, ‘먹는’처럼 ‘-는’이 붙어 관형사형이 된다.
그런데 한문에서 동사가 활용이 없으므로 문맥에 따라 동사를 다른 품사로 전환하여 적절하게 해석을 해야 한다.
위의 a 문장에서 본래 동사인 聞, 見자가 형태는 변화가 없지만, 명사형으로 전환되어 해석이 됨을 볼 수 있다.
a-1처럼 어조사 所자가 용언 앞에 와서 용언이 명사적으로 전성되어 쓰임을 명료하게 나타낸다.
여기서 所자는 기능이나 성질이 우리말의 의존명사 ‘바(것)’와 비슷하고, 활용하는 어미로 보기는 힘들다. 그런데 a-2처럼 所자가 형용사를 명사로 바꾸는데 간혹 쓰이기도 하지만, 동사에 비하면 잘 쓰이지 않는다.
위 b 문장에서 聞, 見자는 뒤 단어를 수식하는 관형사로 전성되어 해석이 된다. 그런데 보통 「동사+명사」 구조는 ‘서술어+목적어’로 해석이 많이 되어, 동사가 관형사로 전성되어 쓰일 경우와 잘 구별해야 한다. b-1처럼 수식하는 단어와 수식을 받는 단어 사이에 之자를 쓰기도 하는데, 수식하는 단어가 동사로 한 단어일 때는 之자는 잘 쓰이지 않는 듯하다.
▶ 한 단어가 여러 품사로 쓰인다.
한 단어가 여러 품사를 겸하는(一單語 多品詞) 것도 우리말과 다른 한문의 특징이다.
물론 한문에서 어떤 단어가 어떤 품사로 쓰였는지 구분하기 모호한 경우도 있고, 굳이 무슨 품사로 쓰인다는 것까지 알지 알아도 된다.
그리고 한문에서 한 단어가 여러 품사로 쓰이는 사실도 한문 공부를 조금만 하다보면 금방 저절로 알아낼 수 있다.
우리말은 대개 하나의 단어가 하나의 품사로 쓰인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말에도 명사나 부사를 겸하는 단어가 더러 있다.
그러나 이는 한문에 비교하면 한 단어가 두 품사로 쓰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 동사나 형용사 중에 명사에서 파생한 것이 있는데, 이런 동사나 형용사에는 대개 뒤에 접사가 붙어서 명사와는 약간 다른 형태를 띠어, 서로 다른 단어로 간주된다.) 그리고 국어에서 한 단어가 명사로도 쓰이고 동사로도 쓰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영어를 보면 rain(비[명사] 비가 내리다[동사]), show(보이다[동사] 쇼[명사]), water(물[명사], 물을 끼얹다[동사]) 등의 단어가 명사, 동사 등을 겸하여 두 가지 품사 이상으로 쓰임을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한문에서도 한 단어(한자)가 두 가지 품사 이상으로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간단히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ㆍ食 - 먹다(동사), 밥(명사)
ㆍ衣 - 옷(명사), 입다(동사)
ㆍ雨 - 비(명사), 비가 내리다(동사)
ㆍ之 - 가다(동사), 그것(대명사)
ㆍ輕 - 가볍다(형용사), 가벼이 여기다(동사)
ㆍ遂 - 드디어(부사), 이루다(동사)
ㆍ已 - 이미(부사), 그치다(동사), 뿐(어조사)
ㆍ若 - 만약(부사), 너(대명사), 같다(형용사)
이렇게 한자가 한 품사에 고정되지 않고, 여러 품사로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이렇듯 하나의 한자가 두 가지 품사 이상으로 쓰이기 때문에, 간혹 어떤 한자가 어떤 품사로 쓰였는지 구분하기가 까다로워 해석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a) 風聲耳於耳耳, 不亦耳犬吠. -바람소리가 귀에 들릴 뿐,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b) 夫夫妻妻, 家不和乎. -남편이 남편답고 아내가 아내다우니, 집이 화목하지 않겠는가.
不王之王王, 豈國盛哉. -왕답지 않은 왕이 왕을 하니, 어찌 나라가 번성하겠는가.
c) 王素好酒, 無日不飮焉. -왕이 평소에 술을 좋아하여, 마시지 않는 날이 없었다.
欲登山, 會降雨乃止矣. -등산하려고 했으나, 마침 비가 내려 그만두었다.
위 예시 a에서 耳 자가 ‘귀’, ‘들리다’, ‘뿐’으로 각자 다른 의미로 쓰였고, 또한 품사가 각각 달리 쓰였다.
예문 b에서 夫, 妻, 王이 의미는 비슷하나, 품사가 달리 해석되었다.
이렇게 의미는 비슷하나, 품사가 달리 해석되는 경우도 은근히 해석함에 헤맬 수 있다.
예문 c에서 보듯이, 일부 한자는 주된 의미로는 유추하기가 쉽지 않은 부사적인 의미로 쓰인다.
사실 적지 않은 한자가 이런 용도로 쓰인다. 이런 부사는 단순히 단어를 수식하는 것이 아니고 문장 전체를 수식하는데,
이것은 국어의 문장 부사와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
a) 東行.(동쪽으로 가다) 入城.(성에 들어가다)
b) 男與花(於)女也.(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주었다.)
腕長(乎)手, 脚長(乎)足.(팔은 손보다 길고, 다리는 발보다 길다)
한자가 명사처럼 보이지만, 부사로 해석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말도 어떤 단어가 형태의 변화 없이 명사와 부사를 겸하는 경우는 흔하다.
위 a에서 東, 城은 앞에 어조사 於가 없지만, 於가 있는 것처럼 부사적으로 해석이 되었다.
이렇게 한자가 명사 같은데, 부사적으로 해석이 되는 경우는 예문 a에서 보듯이, 대개 그 한자 의 의미가 처소와 상관이 있을 때나 결합하는 동사(한자)의 의미가 처소와 상관을 가질 때이다.
특히 단어(한자)가 부사와 용언(동사, 형용사)이나 명사를 겸하는 경우에 이런 혼란이 더 심하게 된다.
예문 b처럼 어조사(개사)가 생략됐다고 볼 수 있는 상황도 명사가 부사로 해석이 된다.
어조사(語助辭)
한문에서 실질적인 의미가 없이 다른 한자를 보조하여 우리말의 조사, 어미, 의존 명사 같은 역할을 하는 한자를 어조사(語助辭)라고 한다. 대표적인 어조사로는 於, 也, 而 등이 있다.
어조사에 대하여 처음부터 옥편이나 허사(허자) 사전에 있는 많은 어조사의 의미나 기능을 샅샅이 자세히 알고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니 우선은 주요한 어조사의 주된 의미나 기능을 대충 안 뒤에, 문장을 통해서 단어(한자)를 익히는 것이 효율적이듯이, 어조사도 문장 공부를 하면서 차츰 배워 가면 된다.
그리고 어조사는 말 그대로 보조하는 것이니, 문장을 해석할 때에 어조사만 따로 떼어 해석하기보다는, 어조사가 보조하는 실사(實辭)나 문맥을 바탕으로 하고, 그 위에 어조사는 부수적으로 참고하여 문장을 해석해야 한다.
◆ 어조사의 종류
於나, 于처럼 명사 앞에 위치하여 뒤에 오는 명사와 결합하여, 마치 영어의 전치사 비슷한 노릇을 하는 어조사를 개사(介詞)라고 한다. 그리고 영어의 전치사구 비슷하게 개사와 그 뒤에 오는 명사(대명사, 수사, 명사구 포함)와 합하여 개사구(介詞句)를 이룬다. 개사에는 於, 于, 乎, 以, 與, 自, 從, 由, 道 등이 있다. 또 어조사 중에서 국어의 의존명사 ‘것’처럼 대개 동사를 명사로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이런 어조사는 所, 攸, 者 등이다. 그 외 어조사는 대개 문장이나 단어 뒤에 쓰이거나, 문장 중간에 쓰이는 것들이다. 문장, 단어, 구절 뒤에 쓰이는 어조사는 也, 矣, 哉, 乎, 兮, 耳, 焉, 之, 止, 邪(야), 耶, 與, 歟, 夫 등이다. 문장이나 구절 중간에 쓰이는 어조사로는 而, 則, 乃, 及, 與, 曁 등이 있는데, 일부는 어조사로 볼 것인지 애매한 것도 있다. 乎, 與 같은 어조사는 단어 앞에서 쓰이기도 하고 단어 뒤에 쓰이기도 하고, 또 적지 않은 어조사가 실사(實辭)적인 의미를 갖는 경우도 있다. 이점이 때로 해석에 혼란을 주므로, 주의해야 한다. 여기서는 주요 어조사의 허사적인 주된 의미나 기능만을 간단히 정리한다. 보다 자세한 것은 옥편이나 한한(漢韓)대사전, 허자사전 등을 보기 바란다.
ㆍ於 (=于, 乎)
於는 의미나 기능이 대단히 광범위하여, 이것을 몇 개로 정리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다행히도 於는 대개 우리말로 ‘-에, -에게, -에서’ 등으로 해석된다. 于, 乎는 於와 그 쓰임이 비슷하나, 乎는 단어나 문장 뒤에도 쓰이기도 한다.
○ ‘~에, ~에서, ~로’ (장소, 공간, 방향)
生於鄕, 長於京.(촌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라다.)
晝耕於野, 夜讀於家.(낮에는 들에서 농사짓고, 밤에는 집에서 책을 본다.)
○ ‘-에게, -에, -한테’ (상대)
孔子問禮於老子矣(공자가 노자에게 예를 물었다.)
王賜米百石於姜將軍也.(왕이 쌀 백석을 강 장군에게 하사했다.)
○ ‘-에, -를’ (대상. 목표)
醫攻於病.(의원은 병을 다스린다)
務於本, 不務於末.(근본에 힘쓰고 말단에 힘쓰지 마라)
○ ‘-에서는, -은, -에 대하여’ (기준. 방면)
君子敏於義, 小人敏於利.(군자는 의에 민첩하고, 소인은 이익에 민첩하다.)
聰明者厚於智, 薄於德. (총명한 자는 지능은 좋으나, 덕은 박하다.)
賢珠敏於數學, 鈍於英語.(현주는 수학에는 민첩하나, 영어에는 둔하다)
○ ‘~에, ~에게’ (수동, 피동)
日本敗於韓國矣. (일본은 한국에게 패했다.)
將見禽於敵.(장수가 적에게 사로잡혔다.)
○ ‘~과(와), ~보다, ~에’ (비교)
我國之語異於中國.(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다르다.)
夏暑於春, 冬寒於秋.(여름은 봄보다 덥고, 겨울은 가을보다 춥다)
地異山之高不及於白頭山.(지리산의 높이는 백두산에 미치지 못한다.)
○ ‘~에서, ~에’ (발단, 유래, 원인)
佛敎發於印度.(불교는 인도에서 발생했다.)
福生於淸儉.(복은 청렴하고 검소함에서 생긴다)
○ ‘~에게는(한테는), ~에는’
白頭山於我國, 若母也. (백두산은 우리나라에는 어머니와 같다.)
良藥苦於口.(좋은 약은 입에는 쓰다.)
ㆍ自
○ ‘-에서, -부터’ (시간이나 공간에 쓰임)
自古至今, 海未嘗竭.(예로부터 지금까지 바닷물이 마른 적이 없다.)
京釜線發自京, 到於釜山也.(경부선은 서울에서 출발하여 부산에 이른다)
自金氏得橫財, 未嘗勞矣.(김씨는 횡재를 하고부터 일한 적이 없다)
○ ‘-에서’ (발단. 원인)
禍福自己出也. (화복은 자기에게서 나온다)
○ ‘자기, 스스로, 저절로’
ㆍ以
以가 이끄는 개사구는 대개 부사어로 쓰인다.
○ ‘까닭, 이유’ (명사로 해석이 됨)
○ ‘로써, -를 가지고, -를 데리고, -로써 하다’ (수단. 도구. 방법)
以卵投石.(달걀로 돌을 친다.)
以夷制夷.(오랑캐로써 오랑캐를 제압하다)
交友以信.(미더움으로 친구를 사귀어라)
聽不以目, 以耳也.(듣는 것은 눈으로 하지 않고 귀로 한다)
○ ‘-를, -로써’ (목적. 기준)
兄以黃金授弟也.(형이 황금을 동생에게 주었다)
姜太公以釣爲事矣.(강태공은 낚시로 일을 삼았다)
○ '~때문에(-때문이다), -이므로, 까닭이다' (이유. 원인)
勿以小利, 失大利哉.(작은 이익 때문에 큰 이익을 놓치지 마라)
富者爲富, 貧者爲貧, 以八字也.(부자가 부유하고 가난한 자가 가난한 것은 팔자 때문이다.)
○ ‘-해 가지고서, -해서(-하여)’ (연결. 상태)
殺身而以成仁(몸을 희생하여 인을 이루다)
滿醉以歌舞.(만취해 가지고서 노래하고 춤추다)
○ ‘그것을, 그것으로써, 그래가지고서, 그것 때문에’ (받는 말)
甲授乙酒, 乙以授丙.(갑은 을에게 술을 주었고, 을은 그것을 갖고 병에게 주었다)
兄打弟, 父以責兄也.(형이 아우를 때리니, 아버지가 그것을 가지고 형을 꾸짖었다)
甲夢抱豚矣. 甲以告乙也.(갑이 돼지를 안는 꿈을 꿨다. 갑이 그것을 을에게 고했다.)
○ '-로서' (자격. 지위. 신분)
王待吾以國士.(왕이 나를 국사로서 대접했다)
先生雖非親父, 以子事之.(선생이 친부는 아니지만, 자식으로 그를 섬겼다)
○ ‘~에’ (시점)
以三月甲子日 虎出市焉.(삼월 갑자일에 호랑이가 저잣거리에 나타났다)
○ (어기사로)
ㆍ與
○ ‘주다, 참여하다’ (실사로 쓰일 때는 이외에도 뜻이 많다.)
○ ‘-과(와), ∼과(와) 더불어’ (개사. 접속사)
與民同樂.(백성과 같이 즐긴다).
國語與日本異矣.(우리말은 일본과 다르다)
富與貴 是人之所欲也.(부와 귀는 이는 사람이 원하는 것이다.)
○ ‘-에 따라’
與時行也.(때에 따라 행한다)
○ ‘-하냐, -하랴’ (의문. 반어)
父謂男曰, 汝知我心與.(아버지가 아들에게 ‘너는 내 마음을 아느냐’고 말했다.)
猫不勝犬, 況勝虎與.(고양이가 개를 이기지 못하는데, 하물며 호랑이를 이기겠는가.)
○ ‘-하는가 보다, -한 것 같다’ (추측. 의심)
ㆍ由
○ ‘말미암다(말미암아). -로써, 기인하다’ (원인. 기인)
由此觀之, 必我國勝矣.(이로써 보건데, 반드시 우리나라가 이긴다)
○ ‘-를 거쳐, -를 통하여’ (경유)
白頭大幹, 發自白頭, 由太白, 到地異.(백두대간은 백두산에 발하여 태백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른다.)
○ ‘-에서’ (시작. 발원)
○ ‘-와 같다’ (=猶)
ㆍ所 (=攸)
○ ‘-하는 바(것)’ (동사나 형용사를 명사로 전환시킴)
己所不欲, 勿施於人(내가 원하지 않은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
不敢請, 固所願(감히 청하지는 못하나 본래 원하던 바이다.)
○ ‘-하는’ (동사를 관형사로 전환시킴)
王所好女, 非妃也.(왕이 좋아한 여인은 왕비가 아니다.)
王脫其所履鞋也.(왕이 신고 있던 신을 벗었다)
今者所謂麒麟, 非昔者所謂麟.(지금 말하는 기린은 옛날에 말하던 기린이 아니다)
○ ‘-하게 되다. -함을 당하다’ (피동)
高麗爲李成桂所滅矣.(고려는 이성계에게 멸망 당했다)
ㆍ者
○ ‘-하는 사람(자), -하는 것(경우)’
來者不拒, 往者不追.(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쫓아가지 않는다)
魚, 大者至於數丈, 小者不過一寸.(물고기는 큰 것은 수 장에 이르고, 작은 것은 일촌이 되지 않는다.)
○ ‘-하면, -하는 자(것)’ (가정)
積善者, 必受福.(선을 쌓으면 반드시 복을 받는다)
順天者存, 逆天者亡.(하늘을 따르는 자는 살아남고, 하늘을 거스르면 망한다)
○ ‘-하는 것’ (구절을 명사로 전환)
弱人制强獸者, 智也.(약한 사람이 강한 짐승을 제압하는 것은 지력 때문이다.)
夫不勞而欲得者, 怠者望之也.(일하지 않고 얻으려고 하는 것은 게으른 자가 바라는 것이다.)
○ ‘-라는 것(사람)’
農者 天下之大本也.(농사라는 것은 천하의 큰 근본이다.)
夫富貴者 人之所欲也.(부귀란 사람이 원하는 것이다)
初伏者, 謂夏至以後三庚日.(초복이란 하지 이후에 세 번째 경일을 말한다.)
朝鮮有洪吉童者矣. (조선에 홍길동이란 사람이 있었다)
張吉山者, 朝鮮之義賊也.(장길산이란 자는 조선 시대 의적이다.)
○ ‘-에’ (시간 뒤에 붙여 쓴다)
昔者(옛날에) 古者(옛날에) 乃者(접때)
今者之人(지금 사람)
○ (어세를 강하게)
ㆍ之
○ ‘가다(go)’ (동사)
孔子自魯之齊也.(공자가 노나라에서 제나라로 갔다.)
○ ‘그(그 사람), 그것, 그런 것, 그일’
효경) 身體髮膚, 受之父母(몸과 수족, 터럭과 살갗은 (그것을) 부모에게 받았다)
사기) 楚之亡臣伍子胥來奔, 公子光客之.(초의 도망나온 신하 오자서가 도주해 오니, 공자 광이 그(오자서)를 객으로 들였다.)
敬人者 人恒敬之(남을 공경하는사람은 남이 항상 그를 공경한다)
○ ‘(막연한) 어떤 것’ (※형식적인 목적어로 쓰일 때의 영어의 it의 용법과 비슷해 보이며, 딱히 해석을 하지 않아도 된다.)
知之不如行之. (아는 것은 행함만 못하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논어] 아는 것은 좋아함만 못하고, ~)
愛之重之.
○ ‘~을(를), ~에게’ (※之자가 이 용도로 쓰일 경우, 어순이 도치됨.)
有言曰神出鬼沒. 汝之謂也. (신출귀몰이라고 하더니, 바로 너를 두고 말한 거구나.)
○ ‘그(=其)’
爲人後者 爲之子也.(남의 후사가 된 자는 그 사람 아들이 된다.)
○ ‘~의(of), ~중에, ~하는’ (수식. 관형격)
誰知烏之雌雄.(누가 (겉만 보고) 까마귀의 암수를 알아보겠는가.)
사기) 禹之父曰鯀, 鯀之父曰帝顓頊.(우임금의 아버지는 곤이고, 곤의 아버지는 임금 전욱이다.)
회남자) 父無喪子之憂 兄無哭弟之哀.(아비는 자식을 여의는 걱정이 없고, ~)
회남자) 霜雪降 然後知松柏之茂也. (서리, 눈이 내린 연후에 소나무, 잣나무의 무성함을 안다.)
選兵之善射者. (병사 중에서 활을 잘 쏘는 자를 뽑다.)
○ ‘~이(가)’ (주어)
논어) 富與貴, 是人之所欲也, 不以其道得之, 不處也.(부귀는 이는 사람이 원하는 것인데, ~)
맹자) 寡人之於國也, 盡心焉耳矣.(과인이 나라에 마음을 다했다.)
○ 기타: =而(연결 어조사로 사용시), =也(종결 어조사로 쓰일 때), ‘-에’(=諸)
ㆍ也
也자는 단어나 구절, 문장 뒤에 쓰이는 대표적인 어조사이다.
也는 쓰임이 매우 넓어서, 평서문, 감탄문, 반어문, 의문문, 명령문 등에 두루 두루 쓰인다.
이것은 마치 우리말의 종결어미 ‘-어(아)’가 문맥에 따라 평서문, 의문, 감탄 등에 두루 쓰이는 것과 흡사하다.
○ ‘-이다, -하다, -한 것이다’ (평서형)
周公 文王之子也.(주공은 문왕의 아들이다)
虎與獅鬪, 則不知孰勝也.(호랑이가 사자와 싸우면 무엇이 이길지 알 수 없다)
邦無道, 富且貴焉, 恥也.(나라에 도가 없는데, 부유하고 귀함은 부끄러운 것이다.)
○ ‘-하구나, -이여’ (감탄)
天也. 靑哉.(하늘이여. 푸르구나.)
○ ‘때문이다, 한 것이다’ (이유)
强者敗於弱者, 輕之也.(강자가 약자에게 패하는 것은 얕봤기 때문이다.)
○ ‘-한가, -하랴’ (의문. 반어)
日本富强於我國, 何也.(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부강한 것은 왜인가)
雖飢, 何以盜也.(아무리 배고프더라도 어찌 도둑질하겠는가)
○ ‘-함에(-할 때), -함이, -하여, -한데, -하면, -하니’ (구말이나 문중에서)
君子食也 無求飽.(군자는 먹음에 배부름을 구하지 않는다)
朴氏爲人也 優柔不斷.(박씨는 사람됨이 우유부단하다)
親愛子也, 厚于子思親也.(부모가 자식을 아낌은 자식이 부모를 생각함보다 더하다)
○ ‘-는, -이, -란’
金氏有二子, 一也善歌, 二也善畵.(김씨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는 노래를 잘 하고, 둘째는 그림을 잘 그렸다.)
義也者 與財不可易焉.(의란 것은 재물과 바꿀 수 없다.)
○ (부사 뒤에 붙이어 쓰인다)
必也(반드시)
ㆍ矣
矣가 문장 끝에 쓰이는 경우에 也와 대개 그 쓰임이 비슷한 것 같다.
둘의 차이는 矣자는 也에 비해 조금 더 단호한 어감이 있어 단정적, 주관적, 의지적인 것 같다.
○ ‘-하다(-이다), -하구나’ (평서문(단언), 감탄)
朝聞道, 夕死可矣.(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다)
靑矣. 天乎.(푸르구나. 하늘이여)
好仁而害人者, 鮮矣.(인을 좋아하고 남을 해치는 자는 드물다.)
不恐其死, 可謂勇矣.(죽음을 무서워하지 않으니, 용감하다 할만하다.)
○ ‘뿐이다, -따름이다’(=耳, 而已矣) (한정. 단정)
○ ‘-하겠다. -할 것이다’ (의지. 추측)
背信者, 佛不欲再見之矣. (배신자는 부처도 다시는 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甲謂乙曰 ‘貸錢, 吾必償之矣.’ (갑이 을에게 ‘돈을 빌려주면, 내가 반드시 갚겠다.’라고 했다)
勤勞而節用, 則致富矣.(부지런히 일하고 절약하여 쓰면, 부를 이룰 것이다.)
○ ‘-하냐. -하랴’ (의문. 반어)
○ ‘-하니, -하지만(-하나), -한데’ (문장 중간에)
王娶七年矣, 未得子也.(왕이 장가든 지 칠년이 됐는데, 아직 아들을 얻지 못했다.)
旱五月矣, 洑幾竭焉.(가뭄이 다섯 달 가니, 봇물이 거의 말랐다)
ㆍ乎
○ ‘-에, -에서’ (개사로 쓰일 때는 於자와 쓰임이 거의 비슷하다.)
○ ‘-하냐, -하랴’(의문. 반어)
甲問於乙曰 汝嘗讀淮南子乎.(갑이 을에게 ‘너는 회남자를 읽은 적이 있냐’고 물었다)
人無禮, 則與禽獸有異乎.(사람이 예가 없으면, 금수와 다름이 있으리오)
○ ‘-하구나, -하다’ (감탄)
美乎. 彼女.(예쁘구나. 저 여자.)
○ ‘-하게’ (대개 형용사나 부사어 뒤에 접사처럼 쓰인다)
食此藥, 則庶乎愈矣.(이 약을 먹으면, 거의 나을 것이다)
惡乎
落雷折木. 若是乎霹可强也.(벼락이 떨어져 나무를 부러뜨렸다. 이렇게 벼락이 세구나.)
○ ‘-이야’ (강조)
不知論語, 況周易乎.(논어를 모르는데, 하물며 주역이야)
○ ‘-하면(=也, 而)’ (가정)
今有人睹金塊乎, 則卽拾之矣.(만약 지금 어떤 사람이 금덩이를 보면, 즉시 주을 것이다.)
ㆍ哉
哉자 단독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다른 어조사와 어우러져 ‘乎哉, 也哉, 矣哉’ 등으로 쓰이기도 한다.
○ ‘-하구나, -하도다’ (감탄. 영탄 )
高哉. 無等山乎.(높구나. 무등산이여)
速哉. 飛行機也. (빠르구나. 비행기여.)
○ ‘-하리오. -하랴’ (반어)
牛安追馬哉.(소가 어찌 말을 (속도가) 따라가겠는가.)
豈忘恩哉.(어찌 은혜를 잊으리오).
○ ‘-한가, -하냐’ (의문)
○ ‘-하라’ (명령)
卽速來哉.(즉시 빨리 오거라)
ㆍ焉
○ ‘어찌’ (대개 반어에 쓰임)
焉敢生心.(어찌 감히 그런 마음이 생기리오)
刀不利, 焉用乎.(칼이 예리하지 않으면, 어찌 쓰리오)
○ ‘(=之, 於之) 그것(이것), 그에, 그보다’ (대명사)
年有二十四節氣, 端午不與焉.(한 해에 24절기가 있는데, 단오는 그것에 들어가지 않는다)
過而能改, 善莫大焉.(허물이 있되 능히 고친다면 선이 이보다 큼이 없다)
○ (종결 어조사로 문미에 평서문. 의문. 반어 등에 쓰임)
父與母, 奚好焉.(아버지와 어머니 중에 누구를 더 좋아하냐.)
○ ‘(=乃, 則) -하니, -한데’ (구말이나 문중에)
光州之東南有山焉, 名曰無等山.(광주의 동남쪽에 산이 있으니, 무등산이라고 한다)
千里馬不致千里, 是無他焉, 無能御之者也.(천리마가 천리를 가지 못 하는 것은 이는 다른 것은 없고, 그것을 부릴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 ‘-하게, -하다’ ((=然)의태어에 접사로 쓰인다)
○ (시간 뒤에 쓰인다)
少焉, 月出於東山之上(조금 뒤에 달이 동산 위에 뜨다)
ㆍ而
○ ‘-하고, -하면서, -하고서, -하여, -하자마자, -하다가’ (순접. 연결)
夫鳥飛天而魚泳水.(새는 하늘을 날고, 물고기는 물에서 헤엄친다.)
開門而入室. (문을 열고서 방에 들어가다)
無生而可言者矣. (태어나자 말할 수 있는 자는 없다)
飮燒酒而至於三甁也.(소주를 마시다가 세병 째에 이르다)
○ '-하나, -하되, -한데, -하지만, -해도' (역접)
樹欲靜而風不止(나무는 고요하려고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
人不知己而不慍.(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
○ ‘-하면, -해야(-한 후에), -하여, -하니’ (가정)
飢而欲食, 寒而欲煖, 是人之常情.(배고프면 먹고 싶고 추우면 따뜻해지고 싶은 것은 이는 인지상정이다.)
樹成蔭而衆鳥息焉. (나무가 그늘을 이뤄야 뭇 새가 거기에 쉰다.)
○ ‘-에’ (시간을 의미하는 한자 뒤에)
朝而往 暮而歸(아침에 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다)
十五而志于學, 三十而志于財.(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고, 삼심에 돈에 뜻을 두었다.)
始而(비로소), 久而(오랫동안), 今而(이제), 已而(이윽고)
○ ‘-히, -하게’ (형용사나 부사 뒤에 붙어 쓰인다)
幸而李氏免禍矣. (다행히 이씨는 화를 면했다.)
俄而轟轟降雨. (갑자기 쿵쿵 천둥이 치고 비가 내렸다.)
○ ‘그것으로써’ (=以)
ㆍ則
○ ‘~하면 즉, ~하는 때(경우에), ~은’ (가정. 조건)
春來, 則開花.(봄이 오면, 꽃이 핀다.)
人壽則過百歲.(사람이 오래 사는 경우엔 백세를 넘긴다)
○ ‘~하려 하면(欲~則))’ (의도. 계획)
死則生, 生則死.(죽으려고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 ‘-하디(-하고)’ (강조)
天高則高, 地廣則廣.(하늘은 높디 높고, 땅은 넓디 넓다)
○ ‘즉, 곧(卽), ~은’ (동등. 부연)
我國則大韓民國間於中日.(우리나라 즉 대한민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다.)
沙果則大邱, 梨則羅州.(사과는 곧 대구이고, 배는 나주이다.)
詩則李白, 文則韓愈. (시는 이백이고 글(산문)은 한유이다.)
○ ‘-한지는, -한가는, -함은’ (불확실. 측면)
泰山高, 則吾不知.(태산이 높은지는 나는 모르겠다)
誰作春香傳, 則未詳.(누가 춘향전을 지었는지는 자세하지 않다)
○ ‘-해 보니, -했는데, -하다가’ (결과)
使人量犬, 則不下百斤也.(사람을 시켜 개의 무게를 재니, 백 근이 안 되지 않았다)
人掘地而索金, 則金不見也.(사람들이 땅을 파서 금을 찾아보니, 금은 보이지 않았다.)
기타 어조사
앞에서 다루지 않은 어조사와 허사(虛辭)나 허사 비슷한 기능을 하는 한자들에 대하여 간단히 의미만 싣는다. 허사는 주로 실사(명사, 동사, 형용사)를 제외한 한자를 의미한다. 주의할 것은 많은 한자가 허사와 실사를 겸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탄사. 차사(嗟詞)
噫(아(아아. 오)), 烏(아아), 嗚(오), 嗟(아), 惡(아), 於(아), 咄, 嗚呼, 嘻, 于
감탄에 쓰이는 어조사
哉(-하구나. -하네), 乎, 矣, 也, 歟, 夫, 也哉, 也夫, 矣夫, 矣乎, 兮, 來
의태어ㆍ의성어 뒤에 붙는 한자
然(-하다. -하게), 焉, 爾, 如, 若, 爲, 乎
발어사. 어기사
夫(그. 저), 伊, 蓋, 唯(=惟. 維), 案, 於, 思, 載, 式
其, 也, 焉, 矣, 則
‘대략. 보통’의 의미를 갖는 한자
凡(무릇), 夫(무릇), 蓋(대략)
한정(限定)
已(-뿐. -할 뿐(나름)이다. (=爾, 耳, 而, 而已, 而已矣, 也已矣))
단어 앞에 쓰이는 어조사(개사)
於((=于, 乎) -에. -에서. -로), 自(-에서), 從(-에서), 道(-에서), 由(-에서. -에를 거쳐)
부정(否定)에 쓰이는 한자
不(아니. 못. ~하지 않다. 없다. 아니다) :弗(=不) :否(아니다. ~하지 않은지) :負(~하지 않다) :未(아니다. 아직 ~하지 않다) :非(아니다) :微(=非) :匪(=非) :無(없다. ~하지 마라) :毋(=無) :靡(없다) :莫(없다. 아무도 ~ 없다. 마라.)
받는 말(代詞)
此(이(이것, 이사람, 이일). 그), 之(이. 그(그것, 그사람, 그일)) 是(이. 이것. 그. 그것), 其(그. 그것), 諸(그(그것 (=之)), 그에(그것에(=之乎, 之於))), 厥(그. 그것), 焉(이. 그), 斯(이. 그), 爾(이. 그(=其). 그렇게), 伊(저. 그), 彼(저(저것, 저사람). 그(그사람)), 以(그것으로써(그것을 갖고). 그리하여.)
我(나), 吾(나), 僕(저), 朕(나), 汝(너), 子(너. 당신), 爾(너. 그사람), 而(너), 若(너. 그대), 吾子(그대),
관형사 ‘그’의 의미를 갖는 한자
其(그), 之, 爾, 厥
구절, 문장 사이를 연결하거나 구문을 받는 한자
乃(이에(=於是, 于是). 이리하여(-하여)), 爰(이에), 斯(이에), 曾(이에), 因(그로 인하여. 그리하여(이리하여)), 是(이는), 此(이는)
조사로 해석되는 한자
之(-이(가). -를), 是(-를), 也(-는)
의문(疑問). 반어(反語)
何(어찌(왜, 어떻게). 어찌하다. 어떠하다. 무엇. 무슨. 어느. 누구. 어디. 얼마), 何以(어찌. 무엇으로), 何爲(어찌(=曷爲. 奚爲)), 甚麽(무엇. 무슨), 奈(어찌. 어찌하다(=如)), 奈何(어찌), 如何((何如. 若何)어찌. 어찌하다) 豈(어찌) 曷(어찌) 惡(어찌) 寧(어찌) 害(어찌) 那(어찌) 遽(어찌) 詎(어찌) 誰(누구) 孰(누구. 어느. 무엇) 孰與(어느 쪽인가. 어느 쪽이 더 -한가) 幾(얼마(=幾何. 幾許)),
주의) 의문에 쓰이는 한자가 대개 反語(반어)적으로도 쓰이고, 그리고 주로 반어적으로만 쓰이는 것도 있다.
주로 반어에 쓰이는 한자
盍(어찌 -하지 않으리(=何不~)), 安(어찌), 豈(어찌), 之有(-함이 있으랴)
의문. 반어에 쓰이는 어조사
乎(-하냐. -하리오), 哉, 也, 邪, 與(-하냐. -한지), 耶, 矣,
가정(假定). 조건(條件)
若(만약. 연후에), 如(=若), 假(가령), 使(가사. -로 하여금 -하게 하면), 設(설령), 爲(가령), 假令(가령), 假使, 如使, 今(지금 ~한다면), 苟(진실로 만약 -하면), 審, 信
則(~하면 곧), 便(곧. 문득), 輒(문득), 必(-하면 반드시), 者(-하는 자는. -하면), 乃(~하니. ~해야), 斯(=則), 此(=斯),
동등. 동격
則(곧. 즉), 卽(=則), 乃(곧)
가능성. 개연성
可(가히 ~할 수 있다. ~하기에 가능하다. ~할 수도 있다), 能(능히 ~할 수 있다), 得(~할 수 있다. -해 내다), 足(족히 ~할 수 있다), 克(능히)
得而, 可得而
당위(當爲). 의무. 타당
當(마땅히. 마땅히 ~해야 한다), 宜(=當), 可(가히 ~해야 한다. ~할 만하다), 合(합당히 ~해야 한다), 須(모름지기. 마땅히), 如(=當)
예정. 계획
欲(-하려고 하다), 將(장차 -하려고 하다), 將欲(=將), 定(-하기로 정해지다)
원인. 이유(理由). 목적. 연유
故(고로. 때문이다), 以(때문에. 때문이다), 以~故(=以), 爲(위해서. 때문에(때문이다)), 由(-에서. -에서 말미암다), 緣(-에 연유하여), 因(-에 인하여)
추측. 짐작. 판단
蓋(아마. 대략), 恐(생각하건데. ~듯하다), 必(반드시 -일 것이다), 當(=必), 殆(거의 ~듯하다), 庶幾(거의 -할 것이다), 危(하마터면 -할 뻔하다), 近(-하는 듯하다), 疑(-함이 아닌가 싶다)
意(~라고 생각하다), 意者(생각하건데), 以爲(~라고 생각하다(=謂, 爲)), 欲(~할 것 같다)
경험.
嘗(일찍이. ~한 적이 있다.), 曾(일찍이)
시간이나 상황 당면
當(-함에. -하게 되니. 때에), 至(-에 이르다), 及(-에 이르러), 比(-할 쯤에), 値
※ 그 외 기타
ㆍ每(매양. 늘), 常(늘), 頻(자주), 素(평소에), 或(간혹), 數(자주), 屢(자주. 매양), 秩(항상),
ㆍ初(그전에), 昔(예전, 아까), 乃(접때(저번에, 아까, 예전에)), 疇(접때), 向者(접때(=鄕者, 乃者))
ㆍ旣(이미. 이윽고), 已(이미. 아까), 預(미리), 暫(잠시), 乍(잠깐), 間(잠시), 頃(잠시, 요새), 姑(우선, 임시로)
ㆍ將(장차. 이제 곧), 且(장차), 當(장차), 方(이제 막. 한창), 已(이윽고(=旣, 旣已)), 幾(거의 ~하려 한다.), 垂(거의),
ㆍ唯((=惟, 維)오직. 다만), 只(다만), 特(단지), 徒(단지. 그냥)
ㆍ遂(드디어. 마침내. 결국), 終(끝내), 竟(마침내), 會(때마침. 우연히), 偶(우연히(=遇)), 適(마침)
ㆍ卒(갑자기), 尋(갑자기. 얼마 안 있어), 忽(갑자기(=忽然)), 遽(갑자기), 旋(갑자기), 雜(갑자기)
ㆍ苟(진실로), 誠(진실로), 眞(진실로), 固(진실로), 實(실로), 果(과연, 실제로), 信(진실로)
ㆍ敢(감히), 竊(외람되이), 果(과감히)
ㆍ皆(다. 모두), 相(서로), 全(모두), 擧(다), 盡(다), 咸(다), 悉(다), 歷(두루. 다), 餘(죄다), 勝(다)
ㆍ猶(오히려), 尙(오히려(=尙猶)), 反(도리어), 倒(거꾸로), 還(도리어), 顧(도리어), 却(도리어), 寧(차라리)
ㆍ可(대략 ~쯤), 許(쯤), 所(쯤)
ㆍ益(더욱. -할수록), 愈(더욱), 彌(더욱), 滋(더욱), 尤(더욱. 더구나), 況(더구나)
ㆍ且(또), 又(우)
ㆍ與(-와), 及(및. 와), 曁(및)
ㆍ雖(비록. 비록 ~하더라도), 繞(비록), 縱(비록)
ㆍ甚(심히. 매우. 그다지(부정문에서)), 泰(심히), 差(조금), 少(조금)
ㆍ必(반드시. 틀림없이), 審(틀림없이), 信(틀림없이)
ㆍ微(몰래), 密(비밀히), 陰(속으로)
문장 구조(文章構造)
문장은 주어, 서술어 같은 문장 성분(成分)으로 이루어진다. 문장 성분 중에서도 주어, 서술어, 목적어, 보어 같은 주된 것을 국어에서 주성분이라고 하고, 관형어, 부사어 같은 다른 것을 수식해 부수적으로 쓰이는 것을 부속성분이라고 한다.
문장 구조는 대개 주성분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문장 구조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으니, 문장 구조도 해석을 위한 일종의 참고 도구에 불과할 뿐임을 명심하고 가볍게 여겨도 된다. 우리가 우리말에 대한 문법을 잘 모르고도 우리말을 잘 알고 있듯이, 이런 한문 문법을 잘 아는 것이 한문을 터득하는 데에 절대적이라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설하는 문장 구조의 분류는 한문의 특징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두다보니, 전문적인 정확성이 다소 떨어져 오류의 가능성이 많을 수도 있다. 아래 예시한 것 중에서 주어가 생략된 것이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 주어+ 서술어 (주술)
어떤 문장에서 설명하는 말(서술어)이 나타내는 동작(동사), 상태(형용사) 등의 주체가 되는 단어를 주어(主語)라고 하고, 주어의 동작, 상태, 상황 따위를 설명하는 것을 서술어(敍述語)라고 한다.
한문은 주어가 앞에 오고 술어가 뒤에 오는 [주어+서술어] 구조로, 줄여 ‘주술’이라고 한다. 우리말도 주어+ 서술어 형태로 한문과 비슷하여, 한문의 주술 구조는 상대적으로 이해하기가 쉽다.
주술 구조에서 주어가 될 수 있는 단어는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이고, 서술어가 될 수 있는 것은 용언(동사, 형용사)과 체언이다.
1) 春 來.(봄이 오다) 鷄 鳴.(닭이 울다)
1-a) 開 花.(꽃이 피다) 降 雨.(비가 내리다)
1-b) 花 開.(꽃이 피다) 雨 降.(비가 내리다)
梧葉 落.(오동잎이 지다)
1-c) 有 人.(사람이 있다) 無 力.(힘이 없다)
위 예1은 서술어로 동사가 쓰인 경우이다. 간혹 1-a 같은 서술어+ 주어 형태로 보이는 것이 있다.(이것이 1-b 같이 주어+ 서술어 형태로도 쓰여서, 주어+ 서술어 구조의 도치인지, 그냥 서술어+ 주어 구조인지 모호하다.) 이런 경우에 서술어로 쓰이는 단어는 주로 출현, 생성, 소멸 등에 의미를 갖는 出, 發, 現, 開, 落, 降, 立 등이 있다. 이런 경우에 주어로 쓰이는 한자는 대개 자연물, 식물, 기후 현상인 경우가 많고, 가령 雨가 ‘비가 오다’, 花가 ‘꽃이 피다’는 의미를 갖듯이 그 자체로 동사의 의미를 갖는 경우도 있다. 1-c에서 보듯이 有, 無는 거의 결합하는 명사 앞에 온다. 여기서 有, 無가 동사인지 형용사인지 결합하는 명사가 주어인지 보어인지는 구분하기가 아리송하기는 하다.
1) 山 高.(산이 높다) 地 廣.(땅이 넓다)
1-a) 多 福.(복이 많다) 薄 福.(복이 없다)
1-b) 甲乭 多 福.(갑돌이는 복이 많다.)
1-c) 甲乭 多 於福.(갑돌이는 복이 많다.)
2) 堯 長, 舜 短.(요임금은 키가 크고, 순임금은 키가 작다.)
2-a) 象 長 鼻, 短 脚. (코끼리는 코가 길고 다리가 짧다.)
3) 我國 大卒者 多, 好學者 少.(우리나라는 대졸자는 많으나 배움을 좋아하는 자는 적다.)
위 예1은 형용사가 서술어로 쓰인 경우이다.
우리말처럼 한문에서도 형용사가 단독으로 술어로 쓰인다.
그런데 1-a처럼 형용사(술어)가 앞에 오고 주어(주어인지 보어인지 애매하나, 임시로 주어로 간주함)가 뒤에 오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이것은 1-b의 多처럼 술어로 쓰이는 형용사가 명사(주어)를 두 개 취하는데, 앞의 명사(주어)가 생략되면, 1-a 같은 술어(형용사)+ 주어 형태가 생기는 듯하다.
1-b처럼 주어가 두 개인 듯한 경우엔 형용사(술어) 앞에 오는 명사(甲乭)는 하나의 개체나 집단이고 뒤에 오는 명사(福)는 그것에 포함되는 일부인 듯하나, 개체(집단)나 부분을 확실히 구분하기도 까다롭고 해서, 이것이 확실하지는 않다. 1-c 같은 형태도 간혹 쓰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예시 2와 2-a를 더 참고하기 바란다. 예3처럼 뒤의 명사가 길 때엔 명사가 연달아 나오고, 맨 뒤에 술어가 놓이기도 한다.
1) 我 韓國人也. (나는 한국인이다)
2) 色 卽是空, 空 卽是色.(색이 즉 공이고, 공이 즉 색이다.)
위 예문은 명사(체언)가 서술어인 경우로, ‘~은 ~이다.’는 식으로 해석된다. 예1처럼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아무것도 없이 명사 자체만으로 서술어로 쓰일 때는 어조사 也가 잘 쓰인다. 또 예2처럼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是자 같은 한자가 쓰이는 경우가 있다.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쓰일 수 있는 한자는 是, 乃, 則, 卽 등이다. 예2처럼 주어나 서술어를 바꾸어도 의미가 같은 동격(同格) 구조가 될 때에는 則, 卽, 卽是, 乃가 是나 명사 자체만으로 쓰인 것보다는 동격의 의미를 더 강하게 갖는 것 같다.
1) 天高於山 必也.(하늘이 산보다 높은 것은 틀림없다)
1-a) 天必高於山也.(하늘이 틀림없이 산보다 높다)
2) 我國兩分 六十年也.(우리나라가 양분된 지 60년이다.)
2-a) 母呼子 五.(어머니가 아들을 부른 것이 다섯 번이다.)
주어와 술어를 갖추어 문장을 이루나 독립하여 쓰이지 못하고 다른 문장의 한 성분으로 것을 절(節)이라고, 주어가 절이 되면 주어절이 된다. 한 문장에 문장이 하나면 단문(單文)이고, 절이나 문장이 둘 이상이면 복문(複文)이라고 한다. 위 예문들은 한문 자체로는 어떠한지 확실하지 않으나, 우리말로 해석하면 절(節)이 있는 복문 형태로 주술 구조가 확장된 것처럼 보인다.
예1은 주어는 절 형태이고, 술어는 형용사이다. 이 경우에 1-a처럼 간명하게 단문으로 바꿀 수 있다. 예2처럼 주어가 절이고, 술어가 숫자가 들어가는 명사일 때도, 1-a처럼 단문으로 바꿀 수 있는 듯하다. 그런데 2-a처럼 주술 구조대로 직역하면 어색하여, ‘어머니가 아들을 다섯 번 불렀다.’로 문장 구조를 바꿔 해석하는 것이 나은 경우도 있다.
1) 美女, 男所欲也. -미녀는 남자가 바라는 바이다.
1-a) 男所欲, 美女也. -남자가 바라는 것은 미녀이다.
위 예문은 주술 구조는 아니나, 주술 구조가 확장된 것처럼 해석해도 무방한 듯하다. 예1에서 ‘美女’는 본래 목적어이지만, 주어처럼 앞에 위치해 있고, ‘男所欲也’는 마치 서술어절처럼 해석된다. 자세한 것은 ‘도치문’편을 보라. 1-a처럼 주어를 절(節)로 길게 바꾸어 표현해도 비슷한 의미가 된다.
◆ (주어)+ 서술어+ 보어 (주술보)
주어와 술어만으로 뜻이 불완전한 문장에서 그 불완전함을 보충해 주는 것을 보어(補語)라고 한다. 한문에선 서술어가 앞에 위치하고 보어가 뒤에 오는 [서술어+ 보어] 형태이지만, 우리말은 이와 반대로 보어+ 서술어 형태이다. 한문의 보어 중에는 국어나 영어의 보어와는 다른 것이 있다. 아래 예문 중에는 주어가 생략된 것도 있으니, 착오 없기 바란다.
1) 芽 爲 花, 花 爲 實. -싹이 꽃이 되고, 꽃이 열매가 된다.
無虎洞中狸 作 虎. -호랑이가 없는 굴에 너구리가 호랑이가 된다.
1-a) 我軍 爲 敵所敗. -아군은 적이 패배시키는 바가 되었다.
2) 我 非 汝. -나는 네가 아니다.
2-a) 我 是 我. -나는 나다.
국어에서 ‘되다, 아니다’만이 보어를 취하는 것으로 본다. 이것을 한문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면, 한문에서도 위 예문처럼 爲, 作, 非 등은 보어를 취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보어는 ‘~이(가)’로 해석된다. 1-a처럼 爲가 피동적인 의미로 쓰이고 뒤에 所가 오는 爲~所 구문도 주술보 구조로 보인다. 그러나 爲~所 구문을 너무 문장 구조를 의식하여 직역하면 1-a의 해석처럼 어색하니, ‘아군은 적에 패하였다.’로 한문 문장 구조에 구애받지 않고 의역하는 것이 의미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예2처럼 非가 보어를 취하는 것으로 본다면 2-a의 是도 그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爲는 이런 구조보다는 목적어를 취하는 문장 구조에서 훨씬 많이 쓰이고, ‘~이다’라는 의미로도 쓰이기 때문에 문장 구조보다는 爲자의 의미를 잘 살피는 것이 해석에 더 편할 듯하다. 非자도 목적어를 취하는 동사로도 쓰여, 이런 술보 구조만으로 쓰이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1) 登 於山.(산에 오르다)
1-a) 登 山.(=)
2) 甲 言 於乙.(갑이 을에게 말했다)
我軍 敗 於敵.(아군이 적에게 패했다.)
위 예시들은 술어는 동사이고, 보어로는 개사구(개사+ 명사)가 쓰인 경우다. 한문의 개사구는 영어의 전치사구나 국어의 명사+조사 형태와 비슷한데, 전치사구나 명사+조사 결합은 영어나 국어에서 보어로 간주하지 않는다.
보어로 쓰이는 개사구를 이끄는 개사는 대개 於(于, 乎) 등이고, 특히 以가 이끄는 개사구는 보어가 되지 못하는 듯하다. 위의 예1처럼 동작의 대상이 되는 장소, 공간, 방향 등을 의미하는 개사구가 보어가 쓰인다. 1-a 같이 개사 於가 없이도 쓰이기도 한다. 이것이 개사가 생략된 것 같기도 하지만, ‘山’이 그 자체로 명사보다는 부사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도 같다. 예2처럼 주체의 동작의 상대, 대상, 목표 등이 되는 개사구가 보어로 쓰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도 개사는 생략될 수 있다.
1) 雪 滿 於山野.(눈이 산야에 가득하다.)
國語 異 于中國語也. (국어는 중국말과 다르다.)
能 於數學, 不能 於英語. (수학에 능하고 영어에는 능하지 않다.)
我國 多 於山, 少 於野.(우리나라는 산으론(산은) 많고 들로는 적다.)
위 예시는 술어가 형용사이고, 보어는 개사구가 쓰인 경우이다. 이 경우에 쓰이는 개사구는 장소, 공간, 방면, 분야, 비교 대상 등으로 가진다. 또 이 경우에 개사는 생략되는 수가 있다.
◆ (주어)+ 서술어+ 목적어
주어가 생략됐다고 가정하면, 한문은 술목(술어+ 목적어) 구조로 국어의 ‘목적어+ 술어’ 형태와 반대이다. 그러나 영어도 술목(述目) 구조이므로, 우리가 영어를 조금만 알고 있다고 하면, 술목 구조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술목 구조에서 술어가 될 수 있는 품사는 동사이고, 목적어가 될 수 있는 것은 체언이다.
1) 讀 書.(책을 읽다)
閉 門.(문을 닫다)
投 石.(돌을 던지다)
2) 勿務 末, 務 本.(말단에 힘쓰지 말고 근본에 힘써라)
識者 矜 人 以識也.(식자는 남들에게 지식으로 뽐낸다)
위 예문들은 술목 구조들이다. 술목 구조에서는 대개 목적어가 예1처럼 조사 ‘~을(를)’을 취하여 우리말로 해석되는데, 예2처럼 문맥이나 목적어를 취하는 동사에 따라 ‘~에’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1) 君子 重 義, 小人 重 利. -군자는 의를 중시하고, 소인은 이익을 중시한다.
1-a) 君子 重 義, 小人 重 利. -군자에겐 의가 중하고, 소인에겐 이익이 중하다.
2) 我國 雪 汚名. -우리나라는 오명을 씻었다.
重자는 기본적으로 ‘무겁다’는 의미로 목적어를 취할 수 없는 듯한데, 예1에서 重은 ‘중시하다(중하게 여기다)’는 의미로 목적어를 취하는 동사처럼 해석이 된다. 이것은 한문이 우리말과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말은 대개 한 단어가 다른 품사로 쓰이려면 어미나 접사가 붙어서 형태가 변하니, 대개 한 단어가 한 품사로 쓰인다. 이에 반해 한문에서는 한 단어가 형태 변화 없이 다른 품사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런데 예문 1은 예 1-a 에서와 같이도 해석이 가능해서, 重자를 동사가 아닌 형용사로 쓰였다고 볼 수도 있다. 예2에서도 雪자는 본래 ‘눈’이란 의미로 명사인 것 같은데, 여기에서는 ‘씻다’는 동사로 쓰였다. 이처럼 한자 중에는 언뜻 보기에 목적어를 취하는 동사(타동사)로는 쓰이지 않는 것 같지만, 목적어를 취하는 한자가 있다.
예1) 我 聞 忠臣不事二君. -나는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고 들었다.
子 曰 過猶不及. -공자가 ‘과함은 모자람과 같다.’라고 말했다.
三尺童子 亦知 我國語異乎美國. -삼척동자도 우리말이 미국과 다름을 알고 있다.
위는 영어의 목적어절(目的語節) 비슷하게, 서술어(동사)가 목적어나 목적어 비슷하게 취급할 수 있는 것을 길게 절(문장)을 취하는 경우이다. 이런 형태에서 동사(서술어)로 쓰이는 한자는 視, 聞, 覺, 知, 憂, 曰 등이고, 해석이 될 때에 목적어의 끝이 꼭 ‘~ㅁ을’로 해석되지 만은 않고, 쓰이는 동사에 따라 ‘~ㄴ다고’, ‘~라고’등으로 해석된다. 이런 경우에 서술어가 어디까지 목적어를 취하는지 구분하기가 까다로울 수 있다.
◆ (주어)+ 서술어+ 간접목적어+ 직접목적어 (4형식)
목적어를 두개 취하는 이런 구조를 영어에서는 4형식 문형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간단히 4형식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한문의 문장 구조 중에도 영어의 4형식과 비슷한 것이 있다.
1) 兄 授 弟 黃金也. -형이 동생에게 황금을 주었다.
1-a) 兄 授 黃金 於弟也. -형이 황금을 동생에게 주었다.
1-aa) 兄 授 黃金 弟也. -형이 황금을 동생에게 주었다.
1-b) 兄 以黃金 授 弟也. -형이 황금으로써(황금을) 동생에게 주었다.
授처럼 4형식을 이끄는 한자는 수여, 증정, 발송, 기탁, 위임, 임대, 지도, 탈취 등의 의미를 갖는 與, 遺, 予, 賜, 贈, 稟, 受, 讓, 借, 寄, 囑, 敎, 奪 등이다. 4형식 문형은 1-a처럼 직접목적어를 앞으로 빼고 간접목적어는 개사를 취하고 뒤로 위치시키는 형태로 한문의 5형식 비슷하게 바꿔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1-a에서 개사(어조사) 於는 아래 예시 1-aa처럼 생략되기도 한다. 또 4형식은 1-b와 같이 직접목적어에 개사 以를 취하는 형태로 변형되기도 한다.
이때 개사구(개사+ 명사)는 위치가 자유로워, 1-b에서 ‘以黃金’은 꼭 兄과 授 사이에 고정되어 놓이지 않고 다른 자리에 놓일 수 있다. 1-b 같은 문장 형태에 쓰이는 한자(동사)는 授, 遺, 賜, 妻 등이다.
◆ (주어)+ 서술어+ 목적어+ 보어 (5형식)
이런 구조를 영어에서는 5형식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앞으로 이런 문장 구조를 간단히 5형식으로 약칭하여 쓰겠다. 영어의 5형식은 한문과는 다른 것도 있고 유사한 것도 있다.
1) 孔子 問 禮 於老子. -공자가 예를 노자에게 물었다.
投 石 於窓門. -돌을 창문에 던지다.
1-a) 投 石 窓門. -( = )
2) 孔子 問 於老子 曰禮何也. -공자가 노자에게 ‘예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위 예문은 보어가 개사구로 영어에서는 보어로 간주하지 않아서 5형식이 아니나, 한문에서는 보어로 본다. 여기에서 보어로 쓰일 수 있는 개사구나 명사(부사적인 의미를 가짐)는 위 예문에서 보듯이 주체의 동작이 미치는 상대, 대상, 목표, 방향, 장소 등이 된다. 1-a처럼 보어 자리에 어조사가 없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예 2처럼 전하려는 내용 앞에 曰자가 있을 때(직접 화법)는 목적어는 뒤에 나오고 보어는 뒤에 놓여, 도치 비슷한 형태를 띠기도 한다.
1) 人 謂 沈淸 孝女. -사람들은 심청을 효녀라고 한다.
1-a) 人 沈淸之 謂 孝女. - =
1-b) 人 謂 興夫 善. -사람들은 흥부를 착하다고 한다.
2) 孔子 使 子路 彈琴. -공자는 자로에게 거문고를 타게 했다.
위 예문은 영어의 5형식과 유사해 보인다. 예1에서 동사 謂는 ‘~라고 하다’라는 의미는 갖는데, 이런 의미를 갖는 한자가 5형식을 이끄는 듯하다. 謂자 말고도 爲, 謂~曰 등이 이렇게 쓰일 수 있다.
그리고 예1은 목적어와 그 다음 보어가 둘 다 명사로 명사가 연달아 있는 형태인데, 이는 한문에서 조금 꺼리는 형태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1-a처럼 목적어가 서술어 앞에 오는 도치되는 형태가 많이 쓰인다. 이때 대개 도치되는 목적어 뒤에 之가 붙는다. 1-b처럼 보어로 형용사가 쓰일 수 있다. 예2는 서술어 使가 시키거나 부리는 사역의 의미를 갖는, 이른바 사역(使役) 동사이다. 使와 비슷한 기능을 하여 이런 구조에 쓰일 수 있는 한자는 命, 令 등이다.
어순(語順)
단어가 모여 문장을 이루는데, 여기에서 단어들이 어떤 순서대로 모이느냐를 어순(語順)이라고 한다. 한문은 국어처럼 조사나 어미 같은 문법적인 요소가 많이 발달하지 않아서, 한문 문장의 의미를 해석함에 국어보다 훨씬 어순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한문의 어순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문장 구조는 주성분 위주로 따지다보니, 이것만 가지고서 미처 설명할 수 없는 한자의 결합 형태가 많으니, 여기서는 품사 위주로 이런 것들을 짚어보자. 여기서 말하는 명사는 단순히 명사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수사(數詞), 대명사, 명사구 등 명사에 상당하는 것을 다 포함한다.
부사어 + 용언(동사, 형용사)
1) 大 勝.(크게 이기다) 强 打.(강하게 때리다)
頻 發.(자주 일어나다)
2) 極 寒.(몹시 춥다)
甚 大.(심하게 크다)
부사어와 용언의 결합 형태는 앞에 부사어는 뒤 단어를 꾸미는 수식어(修飾語)로 뒤에 동사, 형용사는 그 꾸밈을 받는 피수식어로 쓰인다. 우리말과 해석 순서가 같아 앞에서 뒤로 순서대로 해석하면 된다. 예1은 앞 단어는 부사어이고 뒤에는 동사이고, 예2는 뒤 단어에 형용사가 위치해 있다.
명사 + 명사
1) 天 地(하늘과 땅) 禽 獸(짐승) 江 山(강과 산)
不辨 日 月.(해와 달을 분별하지 못하다)
無 男 女, 欲富嫌貧.(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부를 원하고 가난을 싫어한다.)
2) 山 鳥 棲山.(산새는 산에 산다)
土 城 易築, 易壞.(흙성은 쉽게 쌓지만, 쉽게 무너진다)
위 예문에서 ‘명사+명사’ 형태에 해당하는 한자(단어)에는 밑줄을 그어 표시했다. 이하로도 이것은 마찬가지이다. 예1은 명사와 명사가 서로 대등하게 이어져 같은 문장 성분을 가지고, 대개 명사 사이는 조사 ‘-과(와), -나’로 풀이되거나 구두점(,)이 찍힌다. 이런 것 중에는 천지(天地), 금수(禽獸), 강산(江山) 같이 이미 국어에서도 일상적으로 쓰여, 문맥에 따라서는 단어(한자)를 하나하나 해석할 필요 없이, 두 단어를 그 자체로 한 단어로 그냥 해석해도 된다. 예2는 앞의 명사가 관형사처럼 뒤의 명사를 꾸며주는 형태이다. 그런데 ‘명사+ 명사’ 결합이 이렇게 앞의 명사가 뒤의 명사를 수식해 주는 경우는 예1처럼 대등하게 이어진 구조와 구분하기가 때론 모호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1) 夫 與 婦 膳物. -남편이 아내에게 선물을 줬다.
王 賜 貧民 米一石. -왕이 빈민에게 쌀 한 석을 하사했다.
1-a) 父授劍(於)子矣. -아버지가 검을 아들에게 줬다.
2) 人 謂 世宗 名君. -사람들은 세종을 명군이라 한다.
명사가 두개 연달아 있는 명사+ 명사 결합은 해석하기가 쉬워 보이지만, 위 예문처럼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예1은 앞의 명사는 간접 목적어가 되고 뒤의 명사는 직접 목적어가 되는 영어의 4형식 문형과 비슷한 구조이다. 이런 구조에서 대개 앞의 명사는 ‘~에게’로 해석되고, 뒤의 명사는 ‘~을(를)’로 풀이된다. 여기에 쓰일 수 있는 동사는 授, 與, 遺 등이다. 예시 1-a는 ‘명사+ 명사’ 결합인 것처럼 보이지만, 뒤의 명사(子)는 개사(어조사)가 생략된 것인지 아닌지는 모호하나, 어쨌거나 개사구(於子)로 해석이 된다. 예2는 앞의 명사는 목적어이고 뒤의 명사는 보어(목적어에 대한 보어)가 되는 영어의 5형식과 비슷한 구조이다. 이런 경우에는 앞의 명사는 ‘~을(를)’로 해석되고, 뒤의 명사는 ‘-라고, -로’로 풀이된다. 이런 구조에 쓰이는 동사는 謂, 爲 등이다.
1) 君子 唯義 是從也. (군자는 오직 의를 따른다)
師之妻 之 謂 師母也.(스승의 아내를 사모님이라고 한다)
2) 財, 人所欲也.(재물은 사람이 원하는 것이다)
3) 君子 老 老 少 少.(군자는 노인을 노인으로 대하고, 연소자를 연소자로 대한다)
예1은 ‘명사+ 명사(대명사)’ 결합처럼 보이지만, 뒤의 단어는 앞의 단어에 붙여서 한 단어처럼 해석이 된다.
예2는 두 명사가 연달아 있지만, 둘 사이는 결합된 것이 아니고, 이 문장은 이른바 ‘화제(話題)’가 쓰인 특수 형태의 문장으로, 따로 끊어져 해석이 된다. 예 3에 밑줄 친 부분도 명사+ 명사 형태처럼 보이나, 그렇지 않다.
명사 + 용언(동사, 형용사)
명사와 용언이 결합한 형태는 대개 ‘주어+ 술어’ 구조로 쓰이기에, 해석이 우리말과 비슷하게 앞에서부터 하면 되니까, 비교적 이해하기에 쉽다.
1) 犬 吠.(개가 짖다) 鳥 鳴.(새가 울다)
烏 飛, 梨 落.(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진다)
2) 地 廣.(땅이 넓다)
女 弱, 母 强.(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
3) 天 地 玄 黃.(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
3-1) 天 玄, 地 黃.( = )
위 예문에서 밑줄 친 것 중에 전자는 명사이고, 후자는 용언이다. 예1은 앞의 단어가 명사이고 뒤의 단어는 동사이고, 예2는 뒤의 단어가 형용사이다. 위와 같은 경우엔 앞의 명사는 조사 ‘-이(가), -은(는)’ 등을 취하는 주어로 뒤의 용언은 술어로 해석하면 된다. 해석 순서도 우리말과 같아서, 앞부터 뒤로 차례대로 해석하면 된다.
그런데 간혹 예문 3처럼 문장이 단문(單文)이 아닌 경우에 주어가 앞에 연달아 놓이고, 뒤에 술어가 연달아 놓이는 특이한 형태가 쓰이기도 한다.
1) 人 (如)雲 集 廣場.(사람들이 광장에 구름처럼 모였다)
1-a) 身 兒 小, 心 山 大.(몸은 아이처럼 작으나 마음은 산처럼 크다)
2) 南 向.(남쪽으로 향하다) 上 行.(위쪽으로 올라가다)
위의 예시처럼 겉으론 ‘명사+ 용언’ 결합처럼 보이나, 앞의 단어가 명사(주어)로 해석되지 않는다.
예시 1은 雲자 앞에 如 자가 생략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如 자가 생략됐다고 치고 해석하면 그 의미가 자연스러워진다.
雲集(운집), 霧散(무산), 瓦解(와해) 같은 굳어진 표현(관용구)은 如 같은 비유를 나타내는 한자가 없이 그 자체로 비유적인 의미를 갖는다.
1-a처럼 관용구가 아니어도 비유를 나타내는 한자가 생략됐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예2에서 보듯이 방향의 속성이 있는 한자(東, 西, 南, 北, 上, 下 등)는 동사 앞에 쓰이는 듯하다. 그리고 이렇게 뒤에 결합하는 동사가 방향, 공간 등과 관련이 있으면, 앞의 한자는 명사처럼 보이지만, 해석은 부사어로 취급된다. 이외에도 명사처럼 보이지만, 명사로 해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용언(동사, 형용사) + 개사구
용언과 개사구(개사+ 명사)의 결합은 해석 순서가 우리말과 반대이다. 이런 형태는 대개 ‘술어+ 보어’ 구조로 간주된다. 용언+ 개사구 결합이 적지 않게 나타나는 형태이므로 이것에 관심을 가져 보자.
1) 我國小 乎日本也.(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작다)
君子敏 於義, 小人敏 於利.(군자는 의에 예민하고 소인은 이익에 예민하다)
先生出 於鄕, 長 於京.(선생은 시골에서 나서, 서울에서 자랐다)
1-a) 指 小 手, 手 小 臂.(손가락은 손보다 작고, 손은 팔보다 작다)
2) 甲歸 自釜山也.(갑이 부산에서 돌아왔다.)
2-a) 甲自釜山 歸也.( = )
위에서 보듯이 개사구는 부사어로 해석이 되나, 한문에서는 개사구를 보통 보어로 취급한다. 이런 경우에 1-a처럼 개사구의 어조사(개사)가 생략됐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흔하므로 해석함에 주의해야 한다. 개사가 於(于, 乎)가 아닌 때는, 용언+ 개사구 형태가 2-a처럼 개사구+ 용언 형태로도 쓰인다.
동사 + 동사
동사와 동사가 결합하는 형태는 대개 해석 순서가 우리말과 같으므로, 비교적 해석하기가 쉽다. 그러나 간혹 주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1) 見 聞.(보고 듣다) 食 飮.(먹고 마시다)
1-a) 捕 食.(잡아 먹다) 打 殺.(때려 죽이다)
2) 蛇 捕 食 蛙.(뱀은 개구리를 잡아 먹는다)
2-a) 汲而用水.(물을 길어 쓰다)
3) 父 往 見 子, 而不得也. -아버지가 아들을 만나려고 갔으나, 만나지 못 했다.
예1처럼 동사와 동사가 대등하게 연결될 때엔 동사 사이를 ‘-고’ 등의 어미를 취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1-a처럼 동사+ 동사가 연속적인 행위로 연결되면, 앞의 동사의 어미를 ‘-아(어)’로 풀이한다. 예 2처럼 동사 + 동사 연결에서 두 동사가 한 명사를 동일하게 목적어를 취할 때에, 목적어는 동사 앞보다는 뒤에 더 위치하는 듯하다. 이런 형태에서 2-a처럼 동사+동사 사이에 而가 쓰이는 경우도 많다. 예3 같은 경우엔 동사+ 동사 결합이 뒤 단어부터 해석이 된다.
1) 食 死, 飢 生, 何也.(먹으면 죽고 굶으면 사는 것은 무엇인가)
1-a) 食則死, 飢則生, 何也.( = )
2) 食 無 聲.(먹을 때는 소리 내지 않는다)
2-a) 於食也, 無聲.( = )
위 예문처럼 동사 사이가 종속적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형용사+ 동사 결합도 이렇게 쓰일 수 있다.) 앞 동사 어미가 ‘-하면, -해도, -함에, -할 때, -해서는’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므로 문맥을 잘 파악하여 의미 파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1-a나 2-a처럼 표현했다면, 독해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동사 + 명사
동사+명사 형태는 여러 가지 문장 구조를 겸하기에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동사+명사’ 결합은 ‘서술어+목적어’, ‘서술어+주어’, ‘서술어+보어’, ‘관형어(수식어)+명사’ 등의 구조로 간주하여 해석할 수 있다. 동사+ 명사 결합을 구분하기 힘든 예문에는 동사+ 명사 형태에 해당하는 단어(한자)에 밑줄을 그었다.
1) 讀 書. -책을 읽다.投 石. -돌을 던지다.
食 言. -말을 먹다.(약속을 안 지키다.)
위의 예1은 동사+명사 결합이 ‘서술어+ 목적어’ 구조로 취급되어 해석된다. 동사+ 명사 형태가 술목 구조가 될 때엔, 우리말로 해석은 뒤의 명사(목적어)를 먼저 하고, 앞의 동사(술어)를 나중에 한다. 동사+ 명사는 이렇게 술목 구조로 쓰이는 경우가 제일 흔하다.
1) 開 花. -꽃이 피다.
發 福. -복이 피다.
2) 轉 禍, 爲 福. -화가 바뀌어 복이 된다.
위 예1는 a 예문들처럼 ‘동사+명사’ 결합에서 동사를 목적어를 받지 못하는 자동사로 간주하여 ‘서술어+주어’ 구조로 취급하여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동사가 서술어로 쓰이면서 특이한 어순을 갖는 한자는 ‘見, 現, 發, 生, 出, 降’ 등으로 주로 ‘존재, 출현, 자연 현상’ 등에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위 예2 문장은 동사+명사 결합이 서술어+보어 구조로 쓰였다. 그런데 서술어+보어 구조에서 서술어로 쓰이는 한자가 거의 爲, 化 등 몇 개뿐이고, 의미는 주로 변화와 관계가 있다. 그런데 동사+ 명사 조합을 ‘술어+ 주어’인가 ‘술어+ 보어’인가를 구분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둘 다 뒤의 명사가 조사 ‘-이(가)’를 취하는 것으로 해석이 되기 때문이다.
1) 金氏投 讀 書 而殺蜚. -김씨가 읽던 책을 던져 바퀴를 잡았다.
1-a) 金氏投 其所讀 書 而殺蜚. - =
2) 來 者 不拒, 去 者 不追.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쫓아가지 않는다.
위 예1 문장에서 앞의 동사 讀자가 뒤의 명사 書자를 수식하여 수식어(‘읽던’)와 피수식어(‘책을’) 구조로 해석이 된다. 그리고 1-a에는 讀자가 수식어(관형어)로 쓰임을 명료하게 하기 위해 앞에 어조사 所가 쓰였다. 所 말고도 之자가 이런 기능으로 쓰이는데, 所와 之는 약간 쓰임에 차이가 있다. 예2처럼 앞의 동사가 수식어로 쓰이는데, 之자 같은 것이 없이 동사가 자체로 수식하는 기능으로 쓰였다.
형용사 + 명사
형용사와 명사가 결합하는 형태도 약간은 까다로운 조합이다. ‘형용사+ 명사’ 결합은 형용사가 서술어로 쓰이느냐 아니면 뒤의 명사를 꾸미는 것(수식어)으로 쓰이느냐 둘 중 하나이다. 아래 예시에서 알아보기 힘든 ‘형용사+ 명사’ 결합에는 밑줄을 쳤다.
大 國 (큰 나라)
大 國 輕 小 國.(큰 나라는 작은 나라를 얕본다)
馬 有 大 耳也. (말은 큰 귀를 가졌다.)
貪 小 利 而 失 大 利. (작은 이익을 탐하다가 큰 이익을 놓치다.)
위 예문은 형용사+ 명사 결합이 앞의 형용사가 뒤의 명사를 꾸미는 ‘수식어+ 피수식어’ 구조이다. 이렇게 쓰이면 해석을 우리말과 같이 앞에서부터 하면 되니까, 이해하기가 쉽다.
1) 大 耳 者 多 福. (귀가 큰 사람은 복이 많다.)
1-a) 財 難 得, 易 失. (재물은 얻기는 어렵고 잃기는 쉽다)
2) 博 學, 多 識.(배움이 넓고 아는 것이 많다)
2-a) 博 學, 多 識.(널리 배우고 많이 배우다)
예1에서 형용사인 大, 多가 뒤 단어를 수식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해석하면, ‘큰 귀 사람은 많은 복’으로 다소 어색하게 해석된다. 이것을 서술하는 것으로 보면, 뒤의 명사를 먼저 해석하여 ‘귀가 큰 자는 복이 많다’로 바른 해석이 된다. 이렇게 ‘형용사+ 명사’ 형태에서 형용사가 뒤의 명사보다 나중에 해석되는 경우는 초학자에겐 다소 생소하여, 해석하기가 쉽지는 않다. 예문 1-a에서 명사는 동사에서 전성된 것인데, 이것도 뒤의 명사를 먼저 해석하고 앞의 형용사는 뒤에 풀이한다. 그런데 예문 2는 형용사+ 명사 형태로 간주하여 해석했고, 예문 2-a는 부사어+ 동사 형태로 해석했는데, 의미는 비슷하다. 이렇게 형용사(서술어)+ 명사 형태가 다른 형태로 해석해도 의미가 비슷해지는 경우가 있다.
구절 사이
한문은 구절이나 문장을 분명하게 구분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그래서 여기서 말하는 구절은 우리말 해석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구절 사이에서 앞 구절의 용언의 어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종종 만만치 않은데, 이에 대해 설명한다.
1) 構木而作室.(나무를 얽어 집을 짓다)
家貧, 不學.(집이 가난하여, 배우지 못 하다)
2) 天高, 地廣.(하늘은 높고, 땅은 넓다)
3) 至誠, 感天.(지극히 정성스러우면 하늘을 감동시킨다)
讀書百遍, 義自見.(책을 백 번 읽으면, 뜻이 저절로 나타난다)
4) 樹欲靜, 而風不止.(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림이 그치지 않는다)
左右數諫, 王不聽也.(좌우에서 자주 간했으나, 왕이 듣지 않았다)
위의 분류는 내 임의대로 한 것으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예문 1은 구절 사이가 일반적인 경우이다. 이때는 구절 사이가 순접, 연결 등의 의미를 지니고, 구절 사이 해당 단어는 ‘-하니, -해서, -하고서, -하여’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으니, 다른 경우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 2는 구절 사이 단어가 병렬의 의미를 가져, ‘-하고, -하며’ 등으로 해석된다. 예 3은 가정으로 구절 사이 단어가 대개 ‘-하면’으로 풀이된다. 예 4는 역접이 되는 경우로 으로 구절 사이는 ‘-하나, -해도, -하지만’ 등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구절 사이 단어가 꼭 네 가지 중에 하나로 분명하게 구분하여 해석하기가 모호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도치문(倒置文)
어순이 평소와는 다르게 바뀌어 쓰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도치(倒置)라고 한다. 한문에서 도치가 어떠한 경우에 일어나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 의문사(疑問詞)가 쓰일 때
1) 誰怨誰咎, 萬事由我.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랴. ~ .
1-a) 怨誰咎誰, 萬事由我.
2) 汝何所行乎. -너는 어디로 가느냐.
3) 誰與圖此事. -누구와 이 일을 도모할까.
4) 誰知烏之雌雄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알겠는가.(시경)
何, 誰 같은 의문을 나타내는 의문사나 이를 포함하는 어구가 쓰일 때, 정상적인 어순과는 다르게 도치되어 쓰인다.
의문사가 주어가 아니고 예1, 예2에서 밑줄 친 것처럼 목적어, 보어, 부사어 등으로 쓰일 때는 결합하는 서술어 앞에 위치하여 도치되고, 이런 경우엔 의문사가 반어적으로 쓰여도 상관없이 도치된다.
그런데 예1처럼 주어가 생략되고 의문사가 쓰일 때엔 의문사가 주어로 쓰이는 경우와 구분하기 모호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대개 도치는 선택적이어서 정상적인 어순으로 표현해도 된다.
그런데 의문사가 도치될 때는 선택적이 아니라 거의 절대적인 듯하여, 1-a 같이 정상적인 어순으로는 별로 쓰이지 않는 것 같다. 예3처럼 개사구(개사+ 명사)도 명사가 의문사가 쓰이면, 명사가 먼저 오고 개사(어조사)가 뒤에 ‘명사+ 개사’ 형태로 도치된다.
예4처럼 의문사가 주어일 경우는 어차피 의문사인 주어가 서술어 앞에 위치하므로 도치될 일이 없다. 정리하면 영어하고 비슷해 보이는데, 영어의 도치와는 차이가 있다.
영어에서는 의문사가 주어 앞으로 나오지만, 한문에서는 술어 앞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 부정사(否定詞)가 쓰일 때
1) 不患人之不己知.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마라.(논어)
1-a) 不患人之不知己. =
2) 未嘗忘讐. -원수를 잊은 적이 없다.
2-a) 嘗未忘讐.
3) 勿以小利失大利. -작은 이익 때문에 이익을 잃지 마라.
3-a) 以小利 勿失大利.
不, 未 같은 부정(否定. 금지 포함)을 나타내는 부정사가 동사, 형용사 앞에서 쓰이는 부정사+동사(형용사 포함) 형태에서 도치가 되는 경우가 있다. 위 예1에서 己자가 본래는 1-a처럼 知자 뒤에 쓰일 텐데, 부정사 不과 이와 결합하는 동사 知 사이에 삽입되어 도치되어 쓰였다. 이런 도치는 선택적이어서 1-a 같은 정상적인 어순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예1 같은 형태에서 부정사+ 동사 사이에 낄 수 있는 단어는 명사나 대명사인데, 대명사일 경우에 명사일 때보다 더 자주 도치되어 쓰이는 듯하다.
예2는 부정사+ 동사 사이에 부사어 ‘嘗’이 삽입되어 쓰였다. 이것이 도치인지 애매한데, 우리말 해석으로 비춰 생각하면 마치 도치된 것처럼 보인다. 2-a 같은 부사어가 부정사 앞에 나오는 정상 어순 같은 형태도 가능한데, 예2 같은 형태가 더 많이 쓰이는 듯하다. 그리고 이것이 부정사가 어디까지 거치는지 부정사의 범위를 2-a 같은 형태보다는 더 명확하게 해주는 듯하다.
예3도 부정사+ 동사 형태에서 동사 앞에 쓰이는 以가 이끄는 개사구는 부정사와 동사 사이에 삽입되어, 예2와 비슷한 양상을 띤다. 그리고 우리말 해석대로 하면 3-a 문장이 될 것 같은데, 3-a 같은 以 개사구가 부정사 앞에 나오는 모양은 잘 쓰이지 않는 듯하다.
1) 非爾所知. -네가 알 바가 아니다.
1-a) 爾非所知. =
2) 無日不忘. -잊지 않은 날이 없다.
2-a) 無不忘之日. =
2-b) 無日和暢. -화창한 날이 없다.
非자가 간혹 예1처럼 주어를 제치고 문장 맨 앞에 놓여 도치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非가 도치되는 것은 선택적인 듯하여, 1-a 같은 정상적인 어순으로 쓰는 것도 가능하다. 예2처럼 無~不 형태에서 그 사이에 쓰이는 단어(日)가 그 뒷구절의 수식을 받아 도치될 때가 있다.
이처럼 뒤에서 꾸며주는 후치(後置) 수식(修飾)을 받는 所, 攸 같은 어조사가 있기는 하지만, 어조사가 아닌 일반 한자가 통상적으로 후치 수식을 받는 경우는 없다. 예2가 정상 어순인 2-a를 도치한 것인가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일단 그렇다고 간주한다면, 예2 같은 도치 형태가 절대적은 아니어도, 2-a 같은 형태보다는 흔하게 쓰이는 듯하다.
2-a 같은 형태는 無가 不忘에 걸리는지 日에 걸리는지 모호한데, 예2 같은 형태는 어순은 특이하나 이런 측면에서 모호함은 덜해 보인다. 이것이 이런 후치 수식을 하는 독특한 형태를 갖게 된 한 가지 이유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2-b처럼 ‘無+ 명사’ 형태에서 不자 같은 부정사가 없이도 후치 수식을 받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예2 같은 ‘無~不’ 표현처럼 흔하게 쓰이지는 않는 듯하다.
¶ 화제(話題)가 쓰일 때
예1) 富貴, 人皆好之也. -부귀는 사람이 모두 좋아한다.
비고1) 人皆好富貴也. -사람은 모두 부귀를 좋아한다.
예2) 女可失, 友不可失. -여자는 잃어도 되지만, 친구는 잃어서는 안 된다.
위 예1에서 ‘富貴’처럼 어떤 단어가 그 문장에서 주로 주어가 아닌데, 문장의 주제가 되어 문두에 위치하여 조사는 ‘은(는)’을 취하고, 뒤에 오는 구절은 이를 설명할 때, 이런 단어를 국어에서 화제(話題)라고 한다. 한문에도 이와 비슷한 것이 있다. 예1 같은 화제어가 쓰인 경우가 꼭 비고1 같은 통상적인 어순을 도치해 놓은 것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정상적인 어순과는 다른 형태를 보이므로 여기에서 다룬다.
이것은 영어에서 특정 단어를 It is 다음에 두고, that 이하에 이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 It ~ that 강조 구문과 기능이 비슷하게 보인다. 예1처럼 화제어 뒤에는 구절이 아니지만 구두점을 표기하기도 한다.
예2처럼 화제어만 있고 주어가 없는 경우엔 女, 友 같은 단어가 화제어로 쓰였는지, 단순히 도치된 것인지, 아니면 주어로 쓰였는지 구분하기가 모호한데, 다행히도 화제어로 쓰이든지 도치되든지 양자간에 의미상에 별로 의미에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女, 友가 주어로 쓰였다면, 예2의 의미가 ‘여자가 잃을 수는 있으나, 친구가 잃을 수는 없다.’로 되어, 의미가 사뭇 달라지므로 화제어로 쓰였는지 주어로 쓰였는지 유념하여 구분해야 한다.
¶ 술어 + 목적어일 경우
1) 君子義之求, 凡夫利之貪也. (군자는 의를 구하고, ~ .)
1-a) 君子求義, 凡夫貪利也. ( = )
1-b) 渴者唯水是欲, 飢者唯食是願. (목마른 자는 오직 물을 원하고, ~ .)
2) 人李浣用之謂賣國奴. (사람들은 이완용을 매국노라고 한다.)
2-a) 人謂李浣用賣國奴. ( = )
한문에서 목적어가 평소 어순인 [서술어+ 목적어] 구조와는 다르게, 목적어+ 서술어 형태로 위치가 바뀌어 쓰이는 경우(도치)가 생기기도 한다. 도치된 목적어에는 밑줄을 쳤다. 예1 문장은 평소 어순 형태인 1-a 문장을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인지, 하여간 1-a 문장을 도치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목적어가 우리말 어순과 비슷하게 서술어 앞에 위치하는 도치가 일어난다. 이때 단어(한자)가 도치됐음을 극명하게 표시하게 위함인지, 도치된 목적어 뒤에 之자나 1-b 문장처럼 是자가 붙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한자가 붙지 않을 때도 있다. 예2는 정상 어순 2-a를 도치한 것이다. 정상 어순 형태의 2-a는 영어의 5형식 문형과 비슷한데, 예2는 목적어(李浣用)를 술어(謂) 앞에 위치시켜 도치되어 있다. 역시나 도치된 목적어 뒤에는 之가 붙어 있다. 그리고 2-a 같은 정상적인 어순 형태는 서술어 뒤에 명사가 두개 연달아 오는 모양이라서 다른 문형과 헷갈릴 여지도 많아서인지, 형태상 비교적 더 간명해 보이는 예2 같은 도치된 형태가 2-a 같은 정상적인 어순 형태보다 더 독해하기에 간명해 보인다.
¶ 기타
1) 漠漠乎. 西海.(막막하구나. 서해가.)
高於山矣. 父心乎.(산보다 높구나. 부심이여.)
靑哉. 天乎.(푸르도다. 하늘이여.)
2) 我聞之, 脣亡齒寒也.(나는 그런 말을 들었다. 이가 없으면 이가 시리다고.)
我聞諸父, 曰勿恥所不知.(나는 아버지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예1은 감탄문인데, 술어가 먼저 나오고, 주어가 나중에 도치가 쓰였다. 감탄문에 이런 도치가 자주 쓰인다. 예2처럼 인용문이 쓰이는 경우에 앞에 인용 부분을 우선 대명사로 간단히 받고, 뒤에 긴 인용 부분을 두는 특이한 형태의 도치가 쓰이는 듯하다.
까다로운 문형
아래는 우리가 한문 문장 패턴 중에서 익숙해지기 어렵거나 이해하기 까다로운 것을 단순히 예시로만 묶은 것이다.
아래에서 爲는 동사를, 如는 형용사를, 數는 숫자를 대신하여 썼는데,
단 그 문형에서 동사 자리에 자주 대표적으로 쓰이는 한자는 爲를 대신하고, 명사 자리에 자주 쓰이는 한자는 甲, 乙 등을 대신하여 쓰이기도 했다.
# 爲-甲 (갑이 ~하다)
降雨.(비가 내리다)
開花.(꽃이 피다)
# 甲-如-者 (갑 중에 ~한 자가(것이) ~하다)
人多求僥倖者也.(사람 중에 요행을 노리는 자가 많다.)
人希一月不食而活者矣.(사람 중에 한달을 먹지 않고 살아남는 자는 드물다.)
馬之有一日千里者焉.(말 중에는 하루에 천리를 가는 것이 있다.)
# 甲-爲(如)=如. (갑이 -함이 어떠하다(갑이 어떠하게 -하다))
母愛子大也.(어미가 자식을 아낌이 크다. => 어미가 자식을 크게 아낀다.)
君擧足高也.(임금이 발을 듦이 높다)
鳥害果樹不少.(새가 과수에 해를 끼침이 적지 않다.) => ~ 적지 않게 해를 끼친다.)
我去故鄕久矣.(내가 고향을 떠난 것이(지가) 오래되었다.)
目大於瞳孔, 明矣.(눈이 눈동자보다 큼은 분명하다)
我非汝, 必也.(내가 네가 아닌 것은 틀림없다.)
犬聰人遠也.(개가 사람보다 귀가 밝음이 월등하다. => 개가 월등히 사람보다 귀가 밝다.)
# 甲-爲=數 (갑이 ~를 한 것이(지가) 얼마이다)
先生斷食二十日.(선생이 단식한 지가 20일이다.)
大師黙言三年.(대사는 3년 동안 묵언했다)
# 甲-如-乙 (갑은(-에는) 을이 -하다)
兎赤目.(토끼는 눈이 빨갛다)
牛短脚.(소는 다리가 짧다)
我國多松.(우리나라에는 소나무가 많다)
# 甲-有-乙 (갑엔(~은) 을이 ~하다)
濟州道無鐵道.(제주도에는 철도가 없다)
天池有怪物也.(천지에 괴물이 있다)
致富有道也.(부를 이루는 데에 방법이 있다)
# 甲-乙-爲 (甲이 乙을 ~하다)
牛草之食也.(소는 풀을 먹는다)
凡夫唯利是從也.(범부는 오로지 이익을 좇는다)
君子富亦好, 貧亦不好.(군자도 부를 역시 좋아하고, 가난함을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 甲-爲 (갑은(~을) ~하다)
成敗未可知.(성패는 알 수가 없다)
果任於天.(결과는 하늘에 맡긴다)
財不可近, 不可遠.(재물은 가까이 해서도 안 되고 멀리 해서도 안 된다)
不意之利, 不取.(뜻밖의 이익은 취하지 않는다)
羹嘗而不食.(국은 맛만 보고 먹지는 않는다)
# 甲=乙-爲 (갑은(-에는) 을이 ~하다)
生鮮, 猫好也.(생선은 고양이가 좋아한다)
美女, 男皆所欲也.(미녀는 남자가 모두 원하는 바이다)
積善之家, 福至也.(선을 쌓은 집안에는 복이 온다)
花, 蜂蝶集矣.(꽃에는 벌, 나비가 모인다)
# 甲-所爲-乙 (갑이 -한 을)
人所有餠, 大乎吾餠.(남이 가진 떡이 내 것보다 크다)
兄所服之衣, 弟再服之.(형이 입던 옷을 아우가 다시 입다)
# 不-以甲-爲 (갑으로써 ~하지 마라(않는다))
勿以小利失大利.(작은 이익으로 큰 이익을 잃지 마라)
不以富輕貧者, 不以强蔑弱者.(부유하다고 빈자를 얕보지 말고, 강하다고 약자를 업신여기지 마라)
不以花美而折之.(꽃이 예쁘다고 꺾지 마라)
# 甲-以乙-爲-丙 (갑이 을을(을로) 병에게 ~하다)
兄以膳物授弟.(형이 선물을 동생에게 주었다)
金氏以女妻富者也.(김씨는 딸을 부자에게 시집보냈다)
# 甲-謂-乙 (갑을 을이라고 한다)
我國謂大韓民國.(우리나라를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不知爲不知.(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한다.)
婿之謂百年之客.(사위를 백년 손님이라고 한다)
妻之父曰丈人.(처의 아버지를 장인이라고 한다)
# 甲-謂-之-乙 (갑을 (그것을) 을이라고 한다)
父之四寸, 謂之堂叔.(아버지의 사촌을 (그를) 당숙이라고 한다)
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也.(희노애락이 아직 발하지 않은 것을 그것을 중이라고 한다.)
二月二十九日, 謂之閏日.(2월 29일을 윤일이라 한다)
# 謂-甲-乙 (갑을 을이라고 한다)
謂父之四寸堂叔.(아버지의 사촌을 당숙이라고 한다)
문장의 내용
문장을 내용이나 표현 수법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이런 것은 때론 문법 같은 외형적인 분석보다 문장의 의미를 파악함에 더 효과적일 수가 있다. 이에 대하여 설한다.
비유(譬喩)
어떤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다른 것에 빗대어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비유(譬喩)라고 한다. 한문에는 비유가 참 흔하게 쓰인다. 비유는 주로 추상적이거나 모호한 것을 구체적이거나 분명하게 알기 쉽게 설명하거나, 직접적으로 표현하기에 제약이 있는 것을 넌지시 우회적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에 쓰인다.
1) 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猿登木, 如反掌.(원숭이가 나무를 오르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다)
士之仕也, 猶農夫之耕也.(선비가 벼슬을 하는 것은 농부가 농사짓는 것과 같다)
2) 人之就利, 譬若蜂蝶集花.(사람이 이익에 나아가는 것은 비유하면 벌, 나비가 꽃에 모여듦과 같다)
學譬之猶, 登山也.(배움은 (그것을) 비유하자면 산을 오름과 같다.)
3) 人雲集廣場.(사람들이 광장에 운집했다)
父心山高, 海廣.(아버지의 마음은 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넓다.)
예문 1에 若자 같은 한자가 비유를 나타내는 데에 쓰였다. 이처럼 쓰이는 한자는 若, 如, 猶, 由, 似 등이다. 예2에는 어구가 쓰였는데, 이런 어구로는 譬猶, 譬之猶, 譬諸, 譬若, 譬如, 無異 등이다. 예 3에서 보듯이, 若자 같은 한자가 없는 채로 비유가 쓰이기도 한다. 이렇게 쓰이는 것 중에는 ‘雲集’처럼 관용화된 표현도 있는데, 이런 것으로는 霧散, 瓦解, 蟻附 등이다.
1) 夫義 路也, 禮 門也.(의는 길이고 예는 문이다)
男天, 女地.(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다)
2) 父謂子曰, “有言曰, 七顚八起, 汝何故已之甚早乎.”(아버지가 아들에게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째에 일어선다는 말이 있는데, 너는 어째서 너무 일찍 포기하느냐.”라고 했다.)
위 예시 1에는 은유(隱喩)가 쓰여 명시적으로 비유를 나타내는 若 자 같은 한자가 쓰이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비유 비슷하게 쓰였다. 또 예 2처럼 속담이나 격언, 명언 등은 그 자체로 비유로 쓰였다고 볼 수 있다.
◆ 비교(比較). 선택(選擇)
비교는 한문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 방식이다. 비교에도 단순 비교가 있고, 우열(優劣) 비교가 있고, 최상 비교가 있다.
1) 禽獸好飽惡飢, 與人同也.(금수가 배부름을 좋아하고 배고픔을 싫어함은 사람과 같다)
我國語異乎中國.(우리나라 말은 중국과 다르다)
1-a) 習漢字, 如此其難矣.(한자를 익히는 것은 이렇게 어렵다)
2) 百聞不如一見.(백번 들음은 한번 봄만 못하다)
或者曰 老子過孔子.(혹자는 노자가 공자보다 낫다고 말한다)
3) 山莫如金剛山也.(산은 금강산만한 것이 없다)
福莫大於知足也. (복은 족함을 아는 것보다 큰 것이 없다)
詩不如李白.(시는 이백만한 것이 없다.)
비교에 쓰이는 어조사(개사)는 於, 于, 乎, 與 등이다. 예1은 양자를 비교하여 단순히 같거나 비슷하거나 다른가를 나타내는 단순 비교를 하고 있다. 이런 데에 쓰이는 한자에는 同, 侔, 擬, 異, 似, 類, 如, 若, 無異 등이 있다.
1-a에서 如자는 동등보다는 강조의 의미로 쓰였다.
예2는 둘을 비교하여 우월이나 열등의 의미를 나타내는데, 이러는 데에 쓰이는 한자나 어구는 出, 過, 不如, 不如~愈, 不及, 無如, 不若, 與其 등이 있다. 열등을 나타냄에는 不자 같은 부정사가 쓰이어 부정 어구를 이루는 형태가 많다.
예시 3은 언뜻 보기에 서로 비교가 불가한 다른 부류의 양자를 비교해 후자가 전자의 부류 중에서 최고임을 나타내는 이른바 최상급 표현이 쓰였다. 최상의 의미를 갖는 표현은 莫如, 莫甚, 莫過 등처럼 대개 앞에 莫자나 不, 未 등이 들어가는 어구가 쓰인다.
◆ 부정(否定). 금지(禁止)
한문에서 부정을 나타내는 한자(부정어)는 제한되어 있다. 부정어로 쓰이는 한자는 不, 弗, 無, 莫, 未, 非, 匪, 微, 否 등이다. 또 부정 어구 내에서 더 자주 쓰이거나, 긍정문에 쓰일 때와는 의미가 달라지는 한자들이 있는데, 肯, 勝 등이 그러하다.
부정(否定)이 쓰인 부정문(否定文)에서 부정을 나타내는 한자(부정사)가 어디에 걸려 부정하는지가 다소 구분하기 애매할 때가 있다. 아래를 보라.
1) 不利.(이롭지 않다)
我非汝.(나는 네가 아니다)
2) 君子不以利棄義.(군자는 이익 때문에 의를 버리지 않는다)
財非求而可得之也.(재물은 구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 不必然. (반드시 그러하지는 않다.)
3-a) 必不然. (반드시 그러하지 않다.)
예문 1은 부정어가 바로 뒤 단어에 짧게 걸려서 해석하기가 쉽다. 그런데 예시 2는 부정어가 바로 뒤 단어에 걸리지 않고 몇 단어 뒤까지 길게 걸린다. 이런 경우는 해석에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예문 3처럼 본 용언(然)을 수식하는 한자(必)의 위치에 따라 구절(문장)의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렇게 본 용언을 수식하는 단어(부사어)의 위치에 따라 그 구절(문장)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렇게 쓰일 수 있는 한자는 必, 常 등이다. 그런데 간혹 예시 3이 ‘반드시 그러하지 않다.’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1) 人無不好財.(사람이 재물을 좋아하지 않음이 없다)
一言莫非僞言.(한 마디도 거짓말이 아닌 것이 없다)
2) 見美女, 男不可不動.(미녀를 보면, 남자는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3) 素英非但美, 又善也.(소영이는 예쁠 뿐만 아니라 착하다)
위 예시 1에서 보듯이 부정어가 서로 맞붙어 어울려 어구로 쓰여, 더 강한 긍정의 의미를 갖는다. 이렇게 쓰이는 것은 無不(=莫不. 毋不. 亡不. 靡不), 無非(莫非), 非非~, 非不~ 등이다. 예시 2처럼 두 부정어가 상관 어구처럼 어떤 단어를 사이에 끼고 쓰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도 강한 긍정의 의미를 갖는다. 이런 것에는 不~不, 不~無, 未~不 등이 있다. 예시 3처럼 부정어가 ‘단지’를 의미하는 한자와 어울려, 어떤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것까지 포괄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렇게 쓰이는 어구로는 非但, 非獨, 非徒 등이다.
不使敵知我死(적으로 하여금 내가 죽음을 알지 못하게 하라)
魚不可出水.(물고기는 물 밖을 나올 수 없다)
위 예문 1에서 보듯이 不 자 같은 부정어(否定語)는 대개 사역이나 가능 등을 나타내는 한자보다 가장 앞에 쓰인다.
◆ 의문
의문문(疑問文)은 대개 대화문이나 자문자답 형태로 쓰인다. 그리고 의문은 반어와 혼동이 되니, 유의하여 구분해야 한다.
1) 師謂弟乙曰, ‘汝何以知之乎.’ 弟曰, ‘學而知之.’(스승이 제자에게 ‘너는 그것을 어떻게 알았느냐.’라고 하니, 제자가 ‘배워서 그것을 알았습니다.’라고 했다.)
1-a) 師謂弟乙曰, ‘人誰不學而知之乎.’(스승이 제자에게 ‘사람 중에 누가 배우지 않고 알겠느냐’라고 했다.)
예1은 스승의 말만 있다면, 의문문인지 반어문인지 가리기가 혼란스럽지만, 제자의 대답을 미루어 보아 의문문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예시 1-a는 반어문으로 쓰였다. 의문사로 자주 쓰이는 어구는 何以, 何由, 何爲, 何所, 何故, 奚爲, 奈何(柰何), 如何(何如), 若何, 孰與 등이다.
◆ 반어(反語)
반어는 실제 의중과는 달리 거꾸로 말을 표현하는 것을 反語(반어)라고 한다. 반어문은 한문에 상당히 자주 쓰이는 표현 수단이다. 문제는 반어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적잖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1)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때로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男好女, 不亦宜哉.(남자가 여자를 좋아함이 또한 마땅하지 않은가)
1-a) 百年河淸.(백년이 된다고 황하가 푸르겠는가)
2) 燕雀安知, 鳳凰之志.(제비, 참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 알랴)
예 1은 반어 문장이 쓰였는데, 이게 반어가 아니고 그냥 일반 문장이면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는 ‘배우고 때로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하다’로 정 반대의 의미가 되니, 문맥을 잘 파악하여 반어인지 아닌지 주의 깊게 구분해야 한다.
예 1에서 보듯이 반어문에 乎, 哉 같은 종결 어조사가 쓰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런 어조사는 의문문에도 쓰이고, 1-a처럼 어조사 없이도 반어가 쓰이기 때문에, 어조사만 가지고 반어인지 구분하기는 대체로 힘들다. 그래서 어떤 구문이 반어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려면, 주로 문맥에 의존해야 한다. 예문 2처럼 의문사를 동원하여 반어가 쓰일 때가 흔한데, 이런 경우도 반어문인지 의문문인지 혼동의 가능성은 있으니, 잘 판단해야 한다. 반어에 쓰이는 한자나 어구로는 豈, 安, 何以, 何爲, 何用, 惡乎, 之有 등이다.
◆ 피동(被動). 수동
국어에서 주체의 행위가 자발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다른 것에 의하여 된 것을 피동(被動)이라고 한다. 한문에도 이와 비슷한 것이 있다.
將軍見擒於敵也.(장군은 적에게 사로잡혔다.)
王爲天下所笑.(왕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위 예시는 見자 같은 한자가 쓰이어, 문장이 피동의 내용임을 명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쓰이는 한자나 어구는 見, 被, 受, 爲, 所, 爲~所, 蒙 등이다.
金公寵於王, 乃衆臣猜之焉.(김공이 왕에게 총애를 받으니, 뭇 신하가 시기했다.)
我國分, 以外勢也.(우리나라가 분단된 것은 외세 때문이다.)
李氏多識, 號博士也.(이씨는 아는 것이 많아, 박사로 불린다)
위 예문에는 見자 같은 피동을 나타내는 한자가 쓰이지 않았지만, 위 예문에서 밑줄 친 단어는 피동으로 쓰였다. 이런 경우에는 문맥에 의존하여 피동으로 쓰였는지 아닌지 파악해야 한다.
◆ 사역(使役)
1) 夫使其妻閉門.(남편이 그 처로 하여금 문을 닫도록 했다)
母使女掃房也.(어머니가 딸에게 방을 쓸게 했다)
王令民捕虎.(왕이 백성들로 하여금 호랑이를 잡게 했다)
2) 食牛水而賣之也.(소에게 물을 먹여 팔다)
兵醉將, 而殺之也.(병사가 장군을 취하게 하고 죽였다.)
위 예문 1에서 보듯이 사역에서 무생물이 주어로 쓰이는 경우는 별로 없다.
사역을 표하는 데에 쓰이는 한자는 使, 令, 敎, 詔 등이다. 예문 2는 使자 같은 사역을 나타내는 한자가 없지만, 사역의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
◆ 이유(理由). 원인(原因)
이유의 내용이 들어 있는 문장은 대개 ‘A의 이유는 B이다’나, ‘A의 이유로 B하다’의 형태를 이룬다.
泰山成其大, 不辭一壤故也.(태산이 그 큼을 이룬 것은 하나의 흙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虎不捕鳥, 以無翼.(호랑이가 새를 잡지 못하는 것은 날개가 없기 때문이다)
着眼鏡, 爲善見也.(안경을 쓰는 것은 잘 보기 위해서이다)
위 예시들은 故, 以 같은 한자가 쓰이어서, 문장의 내용이 이유나 원인임을 명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1) 醜男婚與美女, 富也.(추남이 미녀와 결혼하는 것은 (미남이) 부유하기 때문이다)
1-a) 醜男婚與美女, 富也.(추남이 미녀와 결혼하고 부유해졌다.)
醜男婚與美女, 富也.(추남이 미녀와 결혼하는데, (미녀가) 부유했다)
위 예문은 내용이 이유와 연관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게 나타내는 한자가 없다. 이런 때에는 의미 파악이 쉽지 않아, 1-a 같은 어색한 해석을 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가정(假定). 조건(條件)
가정하는 문장은 대개 앞에 가정하는 구절이 있고, 뒤에는 이 가정과 연계되어 있는 추측이나 결의를 나타내는 구절이나 문장이 흔히 쓰인다.
水至淸, 則無大魚.(물이 너무 맑으면 큰 물고기가 없다)
若爾得數十億, 則爾將如之何乎.(만약 네가 수십억을 얻는다면 너는 장차 어찌하겠느냐)
嘗肉而後, 可知其味.(고기를 맛본 이후에 그 맛을 알 수 있다)
위의 예문들은 若, 則 같은 한자가 쓰여서, 문장이 가정, 조건 등의 내용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가정에 쓰이는 한자는 가정문 안에 쓰이는 것과 그 뒤 문장에 쓰이는 것이 있다. 가정문 안에 쓰이는 한자는 若, 如, 使, 令, 設, 假, 假使, 假令, 苟, 信, 今 등이다. 그 뒤에 쓰이는 것은 則, 便, 斯, 此, 是, 必, 將, 然後, 而後(=而后), 乃 등이다. 주의할 것은 若, 如는 비교의 의미로 使, 令 등은 사역의 기능으로 斯, 此, 是는 대명사 기능으로도 자주 쓰이니, 구분을 잘 해야 한다. 또 若~則 같이 상관 어구처럼 쓰이는 것도 있다.
有備無患.(대비가 있으면 후환이 없다.)
一笑一少, 一怒一老.(한번 웃으면 한번 젊어지고, 한번 화내면 한번 늙어진다)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생긴다)
위 예시는 則자 같은 가정(假定)의 의미임을 명시해 주는 한자가 없지만, 위 구문들은 가정이 쓰였다. 이렇게 겉으로 보기에 아닌 것 같지만, 가정이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에 해석을 문맥에 의존하므로 해석이 쉽지 않다.
◆ 추측. 판단. 짐작
若虎與人戰, 必虎勝矣.(만약 호랑이가 사람과 싸우면, 반드시 호랑이가 이긴다)
虎煙草, 殆虛言.(호랑이가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거의 빈말인 듯하다.)
小心者恐見拒, 不言所欲語.(소심한 자는 거절당할 까봐, 말하고 싶은 것도 말하지 못한다.)
鵲鳴, 蓋客將來也.(까치가 우니, 아마 손님이 오려나 보다.)
위에서 보듯이 추측을 나타냄에 恐, 必 같은 한자가 쓰인다. 추측이나 생각을 나타내는 한자는 여럿 있는데, 추측을 나타내는 정도에 차이들이 있다. 必, 當, 幾, 殆 등은 강한 추측을, 蓋, 恐, 似, 疑 등은 보통이나 약한 추측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것은 문맥에 따라 추측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古之人以爲日回地球也.(옛날 사람들은 해가 지구를 돈다고 생각했다)
甲謂乙曰, ‘吾意者, 男不强乎女.’(갑이 을에게 ‘내 생각에 남자가 여자보다 강하지 않다.’라고 했다.)
以爲, 意者, 不如는 생각이나 판단을 나타낸다.
◆ 대화(對話). 인용(引用)
본래 한문에는 인용부호가 쓰이지 않았는데, 요새 발행되는 책이나 문서 파일에는 대화 내용에 「 」, “” 같은 인용부호를 사용하여 대화 부분이 어디인지 명확하게 해줘 독자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그런데 주의할 것은 간혹 그 인용부호의 범위가 잘못 설정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대화문의 특징을 알아보자.
1) 孔子問於老子曰, ‘道, 何也.’(공자가 노자에게 ‘도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兒歎曰, ‘歲月若流水哉.’(아이가 탄식하며, ‘세월이 유수 같구나.’라고 말했다)
1-a) 孔子問道於老子.(공자가 도를 노자에게 물었다)
2) 甲問乙曰, ‘汝何年乎.’ 曰, ‘不知.’(갑이 을에게 ‘너는 몇 살이냐’라고 물었다. (을이) ‘모른다’고 했다.)
甲問道也. 乙曰 ‘不知.’ 曰, ‘信不知乎.’(갑이 도를 물었다. 을이 ‘모른다’라고 했다. (갑이) ‘진실로 모르냐’라고 했다.)
예1처럼 직접 화법에는 대화 부분 앞에 曰자가 주로 쓰이고, 云자도 간혹 쓰이는 듯하다. 1-a 같은 간접 화법에는 曰 자가 쓰이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曰자에 상관없이 직접 화법인지 간접 화법인지 구분하기가 애매할 때가 있다. 예2 예문에서 曰 자 앞에 주어가 생략되었다. 이렇게 화자(주어)가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을 때는 화자가 종종 생략되는데, 이에 주의해야 한다.
1)孔子曰, ‘己所不欲, 勿施於人.’ (공자가 ‘자기가 원하지 않은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마라’라고 말했다.)
孟子曰, ‘有恒産者, 有恒心.’(맹자가 말하길 ‘꾸준한 소득이 있는 자는 한결같은 마음이 있다.’라고 했다.)
2) 周易云, ‘積善之家必有餘慶.’
諺曰, ‘一言償債千兩.’(속담에 ‘한 마디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예문 1은 사람이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인용에는 역시 曰, 云이 쓰인다. 예2처럼 책, 속담 등을 인용하는 데에도 曰, 云자가 쓰인다. 간혹 인용문이 긴 경우에 인용문의 끝에 云자를 써서 인용 부분을 명확하게 하기도 한다.
흔히 쓰이는 어구나 표현
한자가 다른 한자와 결합하거나 호응을 하여 공식처럼 자주 쓰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들을 통째로 많이 알고 있을수록 한문 해석이 쉬워지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 중에서 빈도가 높거나 익숙해지기 까다로운 것들을 살펴보자.
○ 旣~又~ ((이미) -하고, 또 -하다)
비슷한 표현은 旣~且~, 且~且, 亦~亦
○ 聞之~ ( -라고(-라는 말을) 들었다)
비슷한 유형은 聞諸(之於)~曰.
-我聞之, 人命在天.(나는 사람 목숨은 하늘에 달려있다고 들었다.)
-我聞諸先生, 曰貧富在天.(나는 이런 말을 선생에게 들었다. 빈부는 하늘에 달렸다고.)
○ 非但~ (단지 -할 뿐 아니라)
비슷한 표현은 非獨, 豈徒, 何但
煙草非但不甘, 又害於身也.(담배는 맛도 없을 뿐 아니라, 또 몸에도 해롭다)
○ 非~不~ (-이(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
비슷한 표현은 非~無~, 不~非~
君子非路, 不行.(군자는 길이 아니면 다니지 않는다)
君子不行非路.( = )
非肉不食.(고기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
○ 非~誰~ (-이 아니면 누가)
비슷한 표현은 非~孰~, 非~何~
非我, 誰守汝乎.(내가 아니면 누가 너를 지키랴)
非鳥, 孰飛天哉.(새가 아니면 무엇이 하늘을 날겠는가)
○ 非~則~ (-이 아니면 -이다)
비슷한 유형은 非~必 이다.
○ 所以~ (-한 것(까닭. 도구. 방법))
비슷한 표현은 所以~者
鼠所以恐猫, 何也.(쥐가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雨傘所以避雨.(우산은 비를 피하는 것(도구)이다)
○ ~也者(-라는 것은. -이란)
비슷한 의미는 ~者, 夫~者, 所謂~者
義也者 易言難行.(의란 말하기 쉬워도 행하기는 어렵다)
○ 與其~寧~ (-할 바에는 차라리 -하겠다)
與其牛後, 寧爲鷄口.(소 꼬리가 될 바에는 차라리 닭의 머리가 되겠다)
與其斷髮, 寧斷頸矣.(머리카락을 자르느니, 차라리 목을 자르겠다.)
○ ~爲~所 (-하게(하는 바가) 되다)
高麗爲朝鮮所滅也. (고려는 조선에게 멸망을 당했다)
○ 謂~曰 (-에게 -라고 하다. -를 -라고 하다(=謂~爲))
비슷한 유형은 說~曰, 問~曰 등이다.
老謂少曰 ‘不顧已往之事.’
人謂興夫曰無能.(사람들은 흥부를 무능하다고 한다)
○ 有~曰 (-라는 말이 있다)
○ 有~者 ((중에) -하는 것(사람)이 있다. 어떤 -이)
추가된 표현은 ~之有~者 이다.
有洪吉童者也.(홍길동이란 자가 있었다)
朝鮮有洪吉童者矣.(조선에 홍길동이란 자가 있었다)
我國人有不食百日而生者.(우리나라 사람 중에 백일을 먹지 않고 산 자가 있었다)
我國人有見龍者也.(어떤 우리나라 사람이 용을 봤다)
○ 以爲~ (-라고 생각하다(말하다))
古之人以爲日動也.(옛날 사람들은 해가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求利者以爲莫重於此.(실리를 추구하는 자들은 이것(실리)보다 중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말한다))
○ 以~爲~ (-를(-로써) -라고 하다(생각하다), -를 -로 삼다(대하다))
추가된 표현은 以~爲事, 以~爲樂
-中國以野球爲棒球.(중국은 야구를 봉구라고 한다)
-我國以無窮花爲國花也.(우리나라는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삼는다)
-人以漢文爲難學也. (사람들은 한문을 배우기 어려운 것으로 여긴다)
-以登山爲樂也. (등산을 낙으로 삼다)
○ 知~不知~ (-를 알고 -를 알지 못하다)
비슷한 유형은 聞~不聞~, 見~不見~
-知一而不知二.
○ 至於~ (-에 이르다. -하게 되다. -에 관해서(-는))
貧益甚, 至於負債.(가난이 더욱 심해져 빚을 지게 되었다)
今者知漢文者少, 至於英語, 知之者多.(지금 한문을 아는 자는 적지만, 영어는 자가 많다)
○ ~之於~也 (-는 -에게(-에게 있어), -과 -의 사이는, -가 -에 대하여)
冊之於學生也, 猶銃之於兵士也.(학생에 있어 책은 병사에 있어 총과 같다)
近者之人之於英語也, 有所欲學焉.(요새 사람들은 영어에 대하여 배우려고 하는 것이 있다)
○ ~之謂~ (-를 -라고 하다)
비슷한 표현은 ~之爲~, 추가된 표현은 此之謂~, 是之謂~.
-天命之謂性.(천명을 성(性)이라고 한다)
-月掩日, 此之謂日蝕.(달이 해를 가리는 것을 일식이라고 한다)
○ ~之有 (-함이 있으랴)
男兒何以一口二言之有乎.(남자가 어찌 한 입으로 두 말을 함이 있으리오)
○ 何謂~ (무엇을 말하는가, 무엇(누구)이라고 하는가)
비슷한 의미는 奚謂, 曷謂, 孰謂 등이다.
何謂天道.(천도는 무엇을 말하는가)
社稷者, 何謂也.(사직이란 것은 무엇인가)
○ 況~乎(하물며 -이야)
해석의 노하우
한문을 안다는 것은 한문 문장을 해석할 줄 아는 것을 말한다.
많은 한자도 알고 한문 문법도 상당히 알아도 한문 해석이 그냥 쉽게 되지만은 않는다.
문장을 해석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들에 대하여 알아보자.
뜻이 많은 다의자(多義字) 해석하기
뜻이 많은 한자를 다의자(多義字)라고 한다.
아마 한문을 풀이함에 다의자를 제대로 해석하기가 가장 어려운 듯싶다.
모르는 사람은 몰라서 틀리고 아는 사람은 알아서 틀리는 것이 다의자이다.
모르는 사람은 해석할 때 주로 그 한자의 ‘주된 의미’만을 대입하여 해석하기 때문에 그 한자가 ‘생소한 의미’로 쓰이면 틀리게 된다. 반면, 한문을 제법 아는 사람은 그 한자의 ‘생소한 의미’를 대입해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어, 그 한자가 ‘주된 의미’로 쓰일 때에 틀리는 경우가 생긴다.
1) 孟子去齊而之趙矣.(맹자가 제를 떠나서 조로 갔다.)
全國時代去今二千餘年.(전국 시대는 지금과 사이가 뜸이 2천여 년이다.)
不如去禍根.(화근은 제거함이 낫다)
2) 孟子過門而入室.(맹자가 문을 지나 방에 들어갔다)
好視人之過, 不視己之過.(남의 허물은 잘 봐도 자기의 허물은 살피지 못한다)
聖人過凡人, 猶鳳凰出衆鳥.(성인이 범인보다 뛰어난 것은 봉황이 뭇 새보다 뛰어남과 같다)
3)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때로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제때에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
위 예문 1에서 去자가 각각 ‘떠나다’, ‘사이가 뜨다(때가 벌어지다. =距)’, ‘없애다(=除)’로 다른 의미로 쓰였다.
예 2도 過자가 각기 다른 의미로 쓰였다. 그러나 이런 뜻이 많은 한자(다의자)에 그리 겁먹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아무리 뜻이 많은 한자라도 대개 서내 개 이내의 의미가 주로 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의자의 의미를 다 알 수는 없어도, 주된 의미로 쓰이는 것은 잘 알도록 해야 한다.
예문 3에서 時자는 ‘때로’로 해석해도, ‘제때에’로 해석해도 둘 다 말이 된다.
이처럼 한 한자가 각각 다른 의미로 해석해도 다 그 문장의 의미가 통하는 경우가, 다의자를 해석하기가 아주 애매해진다.
이렇게 주된 의미가 두세 개 이상 되고 빈도가 높은 한자는 可, 去, 擧, 見, 經, 故, 寧, 道, 果, 過, 幾, 當, 得, 令, 亡, 無, 反, 發, 方, 便, 使, 傷, 說, 相, 上, 所, 勝, 是, 惡, 焉, 若, 如, 與, 說, 易, 爲, 猶, 以, 已, 子, 者̌, 將, 適, 足, 從, 之, 至, 致, 何, 乎, 會 등이다.
1) 崔氏有子, 曰永植也.(최씨에게 아들이 있는데, 영식이라고 한다)
無男女老少, 人皆好財.(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람은 모두 재물을 좋아한다)
2) 乘船則不可泳, 而可絶海.(배를 타면 수영을 하지 못해도, 바다를 건널 수 있다)
童聞惡臭, 掩鼻.(아이가 악취를 맡고 코를 가렸다)
예문 1에서 曰자가 ‘라고 하다’는 의미로, 無자는 ‘할 것 없이’라는 의미로 쓰였는데, 이것들의 기본적인 의미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고, 의미가 약간 다르게 변형됐다. 이렇게 문맥에 따라 의미가 약간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예문 2에서 絶자가 ‘건너다’는 의미로 쓰였는데, 絶자의 기본적인 의미인 ‘끊다’에서 ‘건너다’를 유추하기는 쉽지 않지만, 앞뒤 문맥을 잘 살피고 어학적인 센스가 있다면 굳이 옥편을 안 보고도 絶자가 ‘건너다’는 의미도 있음을 알아낼 수도 있다.
1) 我聞雨聲而閉窓門.(나는 빗소리를 듣고 창문을 닫았다)
1-a) 諜者審敵陣, 以具聞將也.(첩자가 적진을 살피고는, (그것을) 장군에게 자세히 들려줬다.)
위 예문 1에서 聞자가 ‘듣다’의 의미로도 쓰였지만, 한편으론 1-a에서는 聞자가 ‘들려주다(말해주다)’는 의미로도 쓰여, 聞자가 서로 상반되는 의미로 쓰였다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서로 반대, 대비되는 의미를 갖는 한자는 聞(듣다. 들려주다), 反(돌아가다(따르다). 거꾸로 하다(반대하다)), 等(동등. 차등), 舍(머무르다. 버리다) 등이다.
옥편에 있는 다의자의 의미를 모두 다 암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이보다는 문장을 많이 접하여, 다의자의 여러 의미를 자연스레 터득하되, 주된 의미 위주로 학습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결론적으로 다의자의 정복도 많은 문장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석하기 곤란한 다의자는 옥편을 보고 각각 그 의미를 대입해 보고, 그 중에 문맥에 맞는 의미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그 문맥에 대하여 전혀 감을 못 잡고, 이렇게 대입하여 해석하는 것은 엉뚱할 풀이가 될 가능성이 많으니, 신중해야 한다.
품사가 다양하게 해석되는 경우
많은 한자가 두 가지 이상의 품사로 해석되는데, 우리는 대개 이런 한자의 의미를 한 가지 품사로만 해석하다 보니, 해석에 곤란을 겪게 된다. 이런 경우도 다의자의 범주에 속하기도 하나, 여기에서 따로 다룬다. 앞의 과정 ‘단어상의 특징’도 이것과 관련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1) 立則欲坐, 坐則欲臥.(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
1-a) 無立錐之地也.(송곳을 세울 땅도 없다)
2) 好酒者飮酒若飮水.(술을 좋아하는 자는 물 마시 듯 술을 마신다.)
2-a) 惡人飮牛水而賣之也.(악덕한 사람은 소에게 물을 먹여 판다)
예문 1에서 立은 ‘서다’는 의미로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로 풀이가 되는데, 1-a에선 ‘세우다’로 목적어를 취하는 타동사로 해석이 되었다. 이렇게 알고 보면 아무 것 아닌 것 같지만, 立자를 ‘서다’라는 의미에만 구애되어 이것을 자동사로만 해석하려 하고, ‘세우다’는 타동사로 해석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이런 한자에는 立(서다. 세우다), 來(오다. 오게 하다(부르다), 入(들다. 들이다), 先(앞서다. 앞세우다) 등이다. 예문 2에서 食자가 ‘먹다’라는 일반 동사로 쓰였지만, 2-a는 ‘먹이다’는 상대에게 강제로 시키는 사역의 의미를 갖는 동사로 쓰였다. 이렇게 쓰이는 한자는 食, 飮 등이 있다.
1) 春猶山頂有雪.(봄엔 아직 산 정상에는 눈이 있다.)
大事始於小事.(큰 일은 작은 일에서 시작한다)
1-a) 金氏遂雪其辱.(김씨는 드디어 그 치욕을 씻었다.)
忠臣不事二君.(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
예문 1에서 명사로 쓰이던 단어가 1-a에서는 동사로 해석이 되었다. 이렇게 명사로만 쓰이는 듯하나 동사로도 해석이 되는 주요 한자는 事(일. 섬기다), 法(법. 본받다), 則(법칙. 본받다), 質(바탕. 묻다), 言(말. 말하다), 王(왕. 왕 노릇하다), 道(길(도). 말하다), 賞(상. 상주다), 雪(눈. 씻다) 등이다.
1) 石重於木.(돌은 나무보다 무겁다)
1-a) 君子重義, 小人重利.(군자는 의를 중하게 여기고, 소인은 이익을 중하게 여긴다.)
重자가 본래 형용사 같은데, 위 1-a에서는 ‘중하게 여기다(중시하다)’로 동사로 풀이가 된다.
이렇게 기본적으론 형용사 같은데, 이것에서 파생된 의미를 갖는 동사로도 해석이 된다.
이런 한자는 輕, 惡, 善, 好, 近, 遠 등이 있다.
1) 日就月將.(날로 나아지고 달로 발전한다.)
1-a) 日就月將.(날이 나아지고 달이 발전한다.)
2) 東行.(동쪽으로 가다)
3) 七顚八起.(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째 만에 일어나다)
百取九十, 不多乎.(백 중에서 90을 취하니, 많지 아니한가)
위 예문 1처럼 시간과 관계되는 의미를 갖는 한자 ‘日’, ‘月’이 부사어로 자주 해석이 된다. 이것을 1-a처럼 명사적으로 풀이하여 어색한 해석을 할 수도 있다. 예문 2처럼 장소와 관련된 의미를 갖는 한자도 문맥에 따라 부사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예문 3처럼 수를 나타내는 한자도 문맥에 따라 명사로가 아니라 부사로 해석해야 하는 때가 생긴다.
이 외에도 단어가 명사처럼 보이지만, 명사가 아닌 다른 품사(주로 부사어)로 해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차, 통자, 동자, 약자, 오자, 속자
가차(假借)는 어떤 한자가 다른 한자와 뜻은 다르나, 음(音)이 같은 경우에, 다른 한자의 뜻을 빌려 쓰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통자(通字), 동자(同字), 약자(略字), 속자(俗字) 등도 다른 한자로 통용되어 쓰인다.
오자(誤字) 중에서 단순히 일부가 아니라, 다수에게 특정 한자의 오자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시제 구별하기
한문에는 국어의 어미처럼 시제를 명확하게 나타내 주는 것이 거의 없어, 시제를 구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했다’인지, ‘-하려고 하다’인지, ‘-하고 있다’인지, ‘-할 것이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럴 경우엔 전후 문맥을 잘 따져, 시제를 잘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역시 한문에도 우리말처럼 간접적으로 부사적으로 쓰이어 시제를 알게 해 주는 將, 嘗 같은 한자가 쓰인다.
과거를 나타내는 한자는 嘗(일찌기), 曾 등이다. 미래를 암시하는 한자는 將(장차), 欲 등이다.
내용이 어려울 때
보통 사람에겐 주역 같은 책은 한문 원문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말 해석을 봐도 도통 무슨 말인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이렇게 내용 자체가 전문적이거나 난해한 것은 단순히 한문 해석 실력 가지고는 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주역처럼 그 책의 내용 전부나 상당 부분이 난해한 경우도 있고, 독해하기 쉬운 책이라고 해도 일부 구절이나 단어가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그 방면에 관한 지식까지 갖추어야 그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속뜻을 모를 때
문장의 표면적인 의미만 알고, 그 속뜻을 모른다면 이는 의미를 잘 모르는 것이다.
특히 속담이나 격언, 운문, 우회적인 표현 등은 속뜻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두 단어인가. 한 단어인가.
간혹 한 단어인지 두 단어인지 단어 사이를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또 한문 원문에는 두 단어로 표현됐어도 한 단어로 해석해도 괜찮은 경우도 있다.
해석이 어려운 단어
해석이 까다롭거나 주의가 필요한 한자는 曰, 有, 者, 爲 등이다.
문장 형태(구조)가 모호한 경우
한문은 용언이 활용하지 않는 점, 한 단어가 여러 품사로 쓰이는 등의 자체의 특성으로 인하여, 문장 구조가 모호함을 유발하는 경우가 다른 언어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아래 예시는 밑줄 친 부분이 겉보기엔 똑같은 단어나 구절이지만, 다른 문법적인 구조를 갖고서 다른 의미를 갖는 경우를 실었다.
甲謀殺乙, 不得也.(갑이 을을 죽이기를 모의했으나, 실패했다)
甲謀殺乙, 乙之子欲讐.(갑이 을을 모의하여 죽이니, 을의 아들이 복수하려고 했다)
吉童誘女以歌.(길동이는 노래로 여자를 꾀였다)
趙氏滿醉以歌.(조씨가 만취해가지고서 노래를 불렀다)
王頻變國之法矣.(왕이 자주 나라의 법을 바꿨다)
害國之法, 宜廢.(나라를 해치는 법은 의당 없애야 한다)
人無不好財也.(사람이 재물을 좋아하지 않음이 없다)
近者無不讀文者也.(요새 글을 읽지 못하는 자는 없다)
先義而後利.(의를 먼저 생각하고 이익을 나중에 생각한다)
衣食足而後知禮.(의식이 풍족한 이후에 예를 안다)
賞善罰惡 則誰不爲善也.(선한 자에 상을 주고 악한 것에 벌을 주면, 누가 선을 행하지 않으리오.)
知賞善罰惡, 不知所以受賞避罰也.(상이 좋고 벌이 나쁜 것은 알지만, 상을 받고 벌을 피하는 방법은 모른다)
범위, 끊어 읽기
한문을 읽다보면 아래 言자처럼 길게 구문을 취하는 한자는 어디까지 구문을 취하는지 문제가 생긴다.
이런 것에 대하여 알아보자.
a) 言孝者不行焉.(효를 말하는 자 효를 행하지 않는다)
b) 靑出於藍, 言弟過於師.(청출어람은 제자가 스승보다 나음을 말한다)
위 a 문장에서 言은 뒤의 孝까지만 짧게 걸리는데, b는 구절 ‘弟過於師’가 길게 걸친다.
言자처럼 뒤에 걸치는 범위가 애매할 수 있는 한자는 曰, 明, 見, 聞, 爲, 計, 欲 등이다.
또 한문에서 非, 不 같은 부정어가 어느 단어, 구절에까지 걸리는지, 즉 부정어의 범위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밑줄 친 것은 부정어에 걸리는 범위를 나타낸 것이다.
1) 誰不學而知之乎. (누가 배우지 않고 않겠는가.)
1-a) 非鈍才, 誰不學而知之乎. (둔재가 아니라면, 누가 배우고 알지 못하겠는가.)
1-b) 非鈍才, 誰學而不知之乎. ( = )
2) 非孝不知而不行之, 不欲行而不行之也.(효는 몰라서 행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행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2-a) 親所欲於子非孝也.(어버이가 자식에게 원하는 것은 효가 아니다.)
위의 1, 1-a 문장에서 보듯이 ‘不學而知’가 부정어인 不자가 어디까지 걸치는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짐을 알 수 있다.
1-a 문장은 ‘둔재가 아니라면 누가 배우지 않고 알겠는가.’로도 잘못 해석할 여지가 있는데, 정확한 의미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문법보다는 문맥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생략
한문에서 주어, 목적어 등의 주요한 단어가 생략되는 일이 흔하다.
또 어조사 같은 보조적인 단어가 생략됐다고 볼 수도 있는 경우도 흔하다. 한문 문장 안에서 어떤 단어가 생략이 됐다고 볼 수 있는 경우나 단어를 보충하면 그 문장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말한다.
1) 生卽死, 死卽生.(살려하면 죽을 것이고, ~ )
視黃金若石.(황금 보기를 돌처럼 하라)
2) 甲問於乙曰, 汝何歲. 乙對曰, 不知. 曰, 何謂名乎. 曰不亦知.(갑이 을에게 ‘그대는 몇 살인가’라고 물었다. 을이 ‘모르네’라고 대답했다. (갑이) ‘이름이 무엇인고’라고 물으니, (을이) ‘또한 모르네’라고 했다.
위 예문 1처럼 막연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문장에서 ‘우리, 사람’ 등이 주어가 될 수 있는 경우나 마땅히 주어가 있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 주어가 대개 생략된다.
대화문이나 전후 문맥으로 주어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는 경우에도 한문에서는 주어가 생략되는 일이 많다.
우리말도 이와 흡사하게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주어나 목적어 같은 주요 단어도 자주 생략된다. 예문 2처럼 대화문의 경우엔 처음에 한번 언급되면, 그 뒤 대화문부터는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럴 때는 잘 화자가 누구인지 가려내야 한다.
1)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
1-a) 人不知我而我不慍, 不亦君子乎.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이에 성내지 않으니, ~.)
2) 謙者卑人.(겸손한 자는 남에게 낮춘다)
2-a) 謙者卑己於人.(겸손한 자는 자기를 남에게 낮춘다)
위의 예문 1문장은 처음 봐서는 ‘남이 알지 못하는 것’(人不知)이 나인지 무엇인지 알기 쉽지 않고, ‘성내지 않은 것’(不慍)의 주체가 나인가 남인가도 구별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a-1처럼 표현되었다면 상당히 1-a 문장보다는 쉽게 의미를 알 수 있다. 예문 2, 2-a도 마찬가지이다.
a. 一石二鳥. -돌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는다.
a-1. 以一石得二鳥 ( = )
위 a 문장만을 처음 보고 ‘돌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는다.’라는 의미임을 알기에는 다소 힘들다. 읽는 이가 이해하기 쉽게 하려면 a-1 문장처럼 표현해야 할 것이다. a 문장처럼 이른바 한자 성어에는 의미를 함축하고 자수를 맞추다 보니, 상당히 생략이 많아 그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a-1 예문처럼 생략이 됐다고 볼 수 있거나 보충이 가능한 단어에는 밑줄을 쳤다. 아래로도 마찬가지이다.
a. 孔子自衛反魯. - 공자가 위나라에서 노나라로 돌아갔다.
a-1. 孔子自衛反於魯. ( = )
b. 龜先兎來此也.
a 문장은 자칫하면 ‘공자가 위나라에서 노나라를 뒤집었다.’고 오역할 가능성이 있는데, a-1처럼 어조사 於자가 있으면, 훨씬 쉽게 문장 의미를 알아낼 수 있다.
품사나 구조가 바뀌어 해석이 되는 경우
우리는 품사나 문장 구조에 얽매이어 그것을 그대로 쫓아 해석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한문의 품사나 구조 그대로 해석해도 해석은 되나, 품사나 구조를 바꾸어 해석해도 되거나 더 나을 때가 있다. 이것도 일종의 의역(意譯)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1) 父以寶劍授子也.(아버지가 보검으로써 아들에게 주었다.)
=> 父以寶劍授子也.(아버지가 보검을 아들에게 주었다)
男兒以義爲重.(남자는 의로써 중한 것을 삼는다)
=> 男兒以義爲重.(남자는 의를 중한 것으로 삼는다)
=> 男兒以義爲重.(남자는 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王妃薄於福, 厚於德.(왕비는 복에는 박하나 덕에는 후하였다.)
=> 王妃薄於福, 厚於德.(왕비는 복은 박하나, 덕은 후하였다)
2) 我欲見汝久矣.(내가 너를 보고 싶은 지가 오래이다.)
=> 我欲見汝久矣.(나는 오랫동안 너를 보고 싶었다.)
王寵奸臣極甚.(왕이 간신을 총애함이 극심했다)
=> 王寵奸臣極甚.(왕이 간신을 극심하게 총애했다)
위 예문 1에서 보듯이 以자가 개사(어조사)인 것에만 구애되어 ‘-로써’로만 풀이하는 것보다, ‘-을’로 해석하면 문장 의미가 더 매끄러워진다. 아래 於자도 마찬가지이다.
예문 2에서는 명사절로 쓰였던 ‘我欲見汝’를 주술절로 바꾸어 해석했는데,
이렇게 구조를 바꾸어 해석해도 되고, 오히려 더 문장의 의미가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고유명사인가. 아닌가.
어떤 단어가 인명(人名)이나 지명(地名) 같은 고유명사인지 아닌지가 구분하기 곤란할 때가 더러 있다.
언뜻 고유명사로 보이지 않는 이상해 보이는 것들이 간혹 있으니, 문맥을 잘 살펴야 한다.
요(堯)나 순(舜)은 성군을 상징하고, 걸(桀)이나 주(紂)가 폭군을 상징하는데, 이렇게 고유명사 중에는 어떤 부분에 거의 대명사가 되어 상징적으로 쓰이는 것도 있다. 이렇게 대명사나 상징이 되다 싶은 단어는 泰山(높은 산), 西施(미녀), 李白(명시인), 孫子(병법가), 羿(명궁수) 등이다.
전문 용어인가. 아닌가.
어떤 단어가 전문 용어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운 때도 있다. 이런 경우는 한문 해석 실력 외에 그것에 관한 배경 지식까지 있어야 제대로 된 해석을 할 수 있다.
역접(逆接)
구절이나 문장 사이가 서로 상반되거나 모순 되게 접속되는 것을 역접이라고 한다. 명료하게 역접을 나타내는 한자가 없을 때엔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1) 泰山雖高, 無不可登也.(태산이 아무리 높아도, 오르지 못할 것이 없다.)
2) 樹欲靜而風不止.(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
欲視而不見, 欲聽而不聞.(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고, 들으려고 해도 들리지 않는다)
3) 王終日飮酒不醉也.(왕이 종일 술을 마셨으나, 취하지 않았다)
王求不老草, 不得也.(왕이 불로초를 구했으나, 구하지 못했다)
예시 1은 雖 자 같은 역접을 명료하게 하는 표현이 있어, 그 문장이 역접의 의미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예문 2는 구절을 연결하는 어조사 而가 쓰였는데, 而자는 순접으로도 쓰여서 역접인지 아닌지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예문 3처럼 而자도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一知, 二不知.(하나는 알고(알지만), 둘은 모른다)
無者餓死, 有者飽死.(없는 놈은 굶어죽고(-으나), 있는 놈은 배불러 죽는다)
대개 역접은 어미가 ‘-하나, -하지만, -해도’ 등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위 예문처럼 앞뒤 구절이 내용상 반대, 대조를 이루는 경우에는 ‘-하고’로 해석해도 된다.
간접적인(구체적인) 표현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더 효과적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데, 한문에 이런 것이 자주 쓰인다.
少年見蛇, 一色不主.(소년이 뱀을 보고는, 한 가지 색이 주된 것이 없었다. => 소년이 뱀을 보고 놀라, 안색이 한 가지로 일정하지 않고 여러 가지 색으로 울긋불긋함을 나타낸다)
連日降雨, 及牛肩也.(연일 비가 오더니, 소 어깨에 이르렀다. => 비가 소의 어깨 높이에 이를 정도로 많이 옴을 의미한다.)
將揮劍於敵軍, 手足異處.
단어를 받는 대사(대명사)
단어나 구절을 대신하여 받는 역할을 하는 之, 是 같은 단어를 대사(代詞)라고 한다.
대사가 대신하여 받은 단어나 구절을 선행사라고 한다.
1) 氷水爲之, 而寒於水.(얼음은 물이 그것(얼음)이 됐으나, 물보다 차갑다)
牛不亦好鷄, 鷄不亦好之.(소도 닭을 좋아하지 않고, 닭도 그것(소)을 좋아하지 않는다)
1-a) 有言無行, 凡人亦惡之.(말만 하고 실천이 없는 것을 범인도 (그것(有言無行)을) 싫어한다)
冬往則春來, 莫能止之也.(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을 아무도 그것(冬往則春來)을 막을 수 없다)
兄之妻, 謂之兄嫂也.(형의 처를 형수라고 한다)
子路問於孔子曰, 舜之父欲殺舜,有之乎.()
2) 欲富嫌貧, 是人之常情也.(부를 원하고 가난을 싫어함은 이(欲富嫌貧)는 인지상정이다.)
女壽乎男, 此何也.(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데, 이(女壽乎男)는 어째서인가.)
2-a) 欲富嫌貧, 人之常情也.(부를 원하고 가난을 싫어함은 인지상정이다.)
예문 1에서 之자가 앞에 나온 단어를 대신하여 쓰였다. 之자는 대개 주어 자리에 쓰이는 일은 별로 없고, 목적어나 개사의 뒤에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단어를 주어 자리에서 받아 쓰이는 대사가 잘 쓰이지 않는 것은 한문의 특징인데, 우리말도 이와 비슷하다.
예시 1-a에서처럼 한문에서 문장의 처음에 나온 구절이나 단어를 그 문장 내에서 대개 목적어 자리에서 之자 같은 대사로 받는 모양이 적잖게 눈에 띈다. 우리말에선 이런 표현 방식은 잘 쓰이지 않고, 이런 형태를 해석할 때에 뒤의 대사는 해석하지 않아도 무방한 경우가 많다.
之와 비슷한 기능으로 쓰이는 것은 諸, 焉 등이다.
그런데 예문 2에서 보듯이 대사가 앞의 구절을 받아 주어 자리에 쓰인다. 이때 쓰이는 대사는 대개 是, 此 등이고, 2-a처럼 대사가 안 쓰이기도 한다.
대사로 쓰이는 한자에는 之, 焉, 其, 此, 諸, 斯, 玆, 然 등이다.
대구문
한문처럼 대구(對句)가 자주 쓰이는 언어가 또 있을까. 왜 이렇게 한문에선 대구가 흔할까. 한문은 확실히 다른 언어에 비해 문법적인 요소가 빈약한 언어이다. 이러다 보니까,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문맥을 쉽게 파악하게 하기 위한 특징을 갖게 된 듯하다.
이런 한문의 문맥 지향적인 성향은 주로 대구나 자수 맞추기, 짧은 문장 등을 통해 나타나는 듯하다.
1) 聞僧去寺, 不聞寺去僧也.(중이 절을 떠난다고 들었어도, 절이 중을 떠난다고 듣지 않았다.)
女弱, 母强.(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
1-a) 富者憂失其富, 貧者憂脫其貧.(부자는 그 부유함을 잃을까 걱정하고, 빈자는 그 가난을 어떻게 벗어날까 걱정한다.)
2) 井蛙不知江河, 夏蟲不識冬節.(우물 안 개구리는 강을 알지 못하고, 여름 벌레는 겨울을 모른다)
위 예문 1들은 앞뒤 두 구절이 서로 대조, 반대되는 양상이다.
1-a 같은 대구는 간혹 오역을 초래할 수 있다.
‘貧者憂脫其貧’를 ‘빈자는 그 가난을 벗어나기를 걱정한다.’로 해석하여, 가난을 원한다는 의미로 잘못 풀이할 수도 있다.
사실 1-a는 내용이 반대가 되는 대구 형태여서 ‘貧者憂脫其貧’에서 憂자는 의미상 잘못 쓰인 것이나 일종의 언어 유희 비슷하게 쓰였다고 볼 수 있는데, 대구 형태이기 때문에 이런 단어의 오용도 가능해 보인다.
대가 되는 앞 구절을 잘 고려하면,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예시 2는 두 구절이 비슷한 내용이 대를 이루는 구조이다.
男好美女, 女善富男.(남자는 미녀를 좋아하고 여자는 부유한 남자를 좋아한다)
積德者必興, 爲惡者定亡.(덕을 쌓는 자는 반드시 흥하고, 악을 행하는 자는 반드시 망한다.)
위 예문은 대구를 이루는데, 구절 好자에 대를 이루는 善이 ‘좋아한다’로, 定이 必에 힌트를 얻어 ‘반드시’란 의미로 쓰임을 유추해 낼 수 있다.
그러니까 이처럼 대(對)를 이루는 형태에서는 잘 모르는 단어를 대구를 참고하여,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 묘미가 있다.
연쇄문
문장이나 구절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연쇄문(連鎖文)이라고 한다. 한문에 연쇄문이 잘 쓰이는 편이다.
1) 鼠恐猫, 猫恐犬, 犬恐虎, 虎恐人, 人恐鼠.(쥐는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고양이는 개를 무서워하고, 개는 호랑이를 무서워하고, 호랑이는 사람을 무서워하고, 사람은 쥐를 무서워한다.)
2) 身修而後家齊, 家齊而後國治, 國治而後天下平.(몸이 닦인 후에 집안이 가지런해지고, 집이 가지런해진 후에 나라가 다스려지고, 나라가 다스려진 후에 천하가 다스려진다.)
예문 1은 단순 연쇄문이다. 그래서 상호간에 직접적으로 언급된 것에 한해서만 단순하게 의미상 관련이 있다. 그러나 예문 2 같은 경우는 맨 처음부터 마지막 언급된 것까지 복잡하게 서로 간에 의미상 관련을 갖게 된다.
표현의 다양성
실전 독해
한문 공부에 무엇보다 중한 것은 실제로 한문을 읽는 것이다. 아래 글들을 읽고 실전 독해 감각이 늘었으면 한다. 하나하나 풀이는 하지 않고, 해석이 어려워 보이는 단어나 구문에 대해서만 간단히 설명해 놓았다.
# 모순(矛盾)
「한비자」
楚人有鬻楯與矛者, 譽之曰: ‘吾楯之堅, 物莫能陷也。’ 又譽其矛曰: ‘吾矛之利, 於物無不陷也。’ 或曰: ‘以子之矛陷子之楯,何如? ’ 其人弗能應也。夫不可陷之楯與無不陷之矛, 不可同世而立。
# 오십보백보
「맹자」
梁惠王曰: 「寡人之於國也, 盡心焉耳矣. 河內凶, 則移其民於河東, 移其粟於河內. 河東凶亦然. 察鄰國之政, 無如寡人之用心者. 鄰國之民不加少, 寡人之民不加多, 何也? 」 孟子對曰: 「王好戰, 請以戰喩. 塡然鼓之, 兵刃旣接, 棄甲曳兵而走. 或百步而後止, 或五十步而後止. 以五十步笑百步, 則何如? 」 曰: 「不可, 直不百步耳, 是亦走也. 」 曰: 「王如知此, 則無望民之多於鄰國也.」
# 새옹지마
「회남자」
近塞上之人 有善術者, 馬無故亡而入胡. 人皆弔之. 其父曰 此何遽不爲福乎. 居數月 其馬將胡駿馬而歸, 人皆賀之. 其父曰, 此何遽不能爲禍乎. 家富良馬 其子好騎 墮而折其脾 人皆弔之. 其父曰 此何遽不爲福乎. 居一年, 胡人大入塞, 丁壯者引弦而戰, 近塞之人, 死者十九. 此獨以跛之故, 父子相保, 故福之爲禍 禍之爲福. 化不可極, 深不可測也.
# 문전성시
「전국책」
鄒忌脩八尺有餘, 身體昳麗. 朝服衣冠, 窺鏡, 謂其妻曰: “我孰與城北徐公美?” 其妻曰: “君美甚, 徐公何能及公也!” 城北徐公, 齊國之美麗者也. 忌不自信, 而復問其妾曰: “吾孰與徐公美?” 妾曰: “徐公何能及君也!” 旦日, 客從外來, 與坐談, 問之客曰: “吾與徐公孰美?” 客曰: “徐公不若君之美也.” 明日, 徐公來, 孰視之, 自以爲不如, 窺鏡而自視, 又弗如遠甚. 暮, 寑而思之, 曰: “吾妻之美我者, 私我也; 妾之美我者, 畏我也; 客之美我者, 欲有求於我也.” 於是, 入朝見威王曰: “臣誠知不如徐公美, 臣之妻私臣, 臣之妾畏臣, 臣之客欲有求於臣, 皆以美於徐公. 今齊地方千里, 百二十城, 宮婦左右莫不私王, 朝廷之臣莫不畏王, 四境之內莫不有求於王. 由此觀之, 王之蔽甚矣.” 王曰: “善.” 乃下令: “羣臣、吏民能面刺寡人之過者, 受上賞; 上書諫寡人者, 受中賞; 能謗議於市朝, 聞寡人之耳者, 受下賞.” 令初下, 羣臣進諫, 門庭若市. 數月之後, 時時而閒進. 期年之後, 雖欲言, 無可進者. 燕、趙、韓、魏聞之, 皆朝於齊. 此所謂戰勝於朝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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