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성인표 |
2007-07-22 00:00:00 |
페낭 (Penang) 방문기
한 주일 동안 말레이지아 페낭을 다녀 왔다. 내가 하는 조그만 사업 산업용내시경을 공급하는 독일 회사 (Schoelly) 사의 아세아-태평양 전략 세미나가 4일간 독일, 호주, 인도, 중국, 태국, 말레이지아, 파키스탄 등 각국 관계자가 모여서 사업전략과 친교를 다지는 회합 이였다. 마침 금년은 “Visit Malaysia Year- 2007!”해 인지라 의미도 있다.
말레이지아는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지만, 페낭은 처음. 흔히들 “동양의 진주”라고 불리는 말레이지아 제2의 항구 도시다. 우선 바다를 좋아 하는 나로서는 바닷가 옆에 위치한 호텔이 딱 마음에 든다. 사업도 지지부진 어려운 판에 또 외국행 이냐는 친구의 핀찬을 뒤로 하고, 새로운 학습과 구상 겸, 나중 저녁이라도 제대로 먹으려면 안사람에게 가끔씩 여행 상납도 해야 하기에 동반출장을 겸했다.
페낭은 제법 규모있는 섬과 인접 지역으로 구성된 아름다운 섬 도시로, 인구 백만 정도에 중국인이 7할 가까이 된다고 한다. 비즈니스 모임 마치고는 한 2-3일 휴식 겸 시내 관광을 할 때, 시내중심가는 백 여년 됨직한 중국인 거리, 인도인 타운을 걷기도 하고, 무슬렘 성당도 자주 눈에 뛴다. 영국 지배를 상당히 받은 결과, 서구풍과 중국문화가 믹스된 풍광이 이색적인 인상을 준다. 바닷가 주위로 고층 맨션이 치솟고 있다. 열대 식물원 가는 길에 몇 년전 쓰나미 해일이 휩쓴 안벽 지대가 꽤 보인다. 아직도 그때 받은 상처를 치유한다고, 주택공사가 한창인 곳도 많다. 말레이지아 여인들 얼굴을 두른 천 사이로 얼굴이 곱상하다.
호텔에는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완전히 검은 천으로 뒤집어 쓴 여인들이 눈에 많이 띈다. 사우디 등 중동에서 부부 혹은 가족 단위로 온 여행객들이란다. 찔끔찔끔 훔쳐 보면 눈매가 곱고, 피부가 뽀얏다. 바닷가에 와서도 가리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덮어 쓰고 있는 사람도 답답하고, 훔쳐 보는 나는 더 답답하다. 예쁜 얼굴 남에게 공개 좀 하지! 호텔 수영장에서 보아도 자기 애들은 수영하는데 물가에서 역시 몸 전체를 검은 천으로 뒤집어 쓰고 있다. 저녁식사 모임을 단체로 Golden Sand resort라는 최고급 호텔 앞뜰에서 하는데, 여기에서도 중동인 다른 그룹을 보니까, 얼굴 가린 커튼(?)을 살짝 내리고 식사는 잘도 한다. 사우디에서 나만큼 쳐다 보았다면 아마도 잡혀 갔을 거라 생각된다. 세상이 변하는데, 중동 여인들 이제는 좀 벗고 살자!. 독일 국적으로 페낭이 좋아 아에 주저 앉아서 10년 째 이 곳에 독일 지점 겸업하며 살고 있는 Hans씨 가로대, 자기는 머리, 눈까지 다 가린 여인들 공항에서 다 벗어 던지고, 진 청바지로 갈아 입고, 속 시원히 지낸 후, 귀국편 공항 화장실에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중무장하고 사우디로 향하는 경우도 몇 번 보았다나?
밖에 나와 보면 우리나라 물가가 얼마나 비싼지 실감한다. 여기 5성급 호텔에, 신라호텔 정도의 시설인데도 하루 숙박비가 우리 돈으로 6만원 약간 상회하고, 호텔 근처 대형 씨푸드 집에서 둘이서 바다가재, 새우, 게 요리 실컷 먹어도, 5만원 전후다. Sea Food 집 이름이 Bali Hi 인데, 집의 별명이 재미 있다. “If it swims, we have it”(헤엄치는 것은 다 있다)는 자랑이다. 명동에서 30만원 한다는 바가지 요금 전신 마사지가 여기서 1시간 반 코스가 3만4천원.(무려 다섯번 받았으나 아깝지 않을 정도). 택시비는 한국의 1/4 수준. 모임 마치고 혼자서 퍼블릭 골프장에 가서 대통령 골프를 이틀간 one man rounding 했는데, 18홀에 약 3만5천원 정도에 캐디피까지 해결된다. 혼자서 더운 날씨에 극기 훈련 겸 라운딩하는 맛도 그런대로 괜찮다. 이러다 보니, 왜 우리나라가 관광객이 감소하는지 이유를 알 만하다.
여기 대졸 엔지니어 첫 직장 급여가 약 50만원 이라고 하며, 한국에 외국인이 와서 들어 갈 회사 없느냐고 내게 질문이 쏟아 진다. 우리나라는 너무나 각박하고, 치열한 삶을 살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 일본을 자주 다닐 때, 개미처럼 일하고 겨우 살아가는 그네들 모습이 경제강국이라는 부러움 보다는 측은한 느낌이 앞서던 기억이 생각난다. 우리나라도 어느 듯 이런 모습으로 변모한 것일 거다. 요즈음 노후에 생활비가 적게 들고, 삶의 치열함을 잊고, 노후를 보내는 곳을 찾는 사람이 많아 졌다.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지만, 내가 본 곳으로 점 찍어 둘만한 곳이 필리핀의 몇 도시, 태국의 후아힌, 그리고 말레이지아 페낭 이나 코타 키나바루 정도가 그 범주에 든다. 은퇴한 서구인들도 따뜻하고 맑은 날씨, 그리고 저물가를 찾아 이 곳에 정착하고 자체적으로 community를 형성하고 있다. 망가진 우리당, 경선 흠찝내기, 엉터리 지도자의 얼굴 안 봐도 되는 특권도 누릴 수 있다.
세계 인구인 1/4이 중국인 이지만, 여기서도 중국의 파워를 느낄 수 있다. 영어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우리나라의 엉터리 교육에 비하면, 젊은 중국인들 해박한 엔지니어링 지식과 유창한 영어를 접하면 말로만 국제화를 부르짖는 우리 젊은이들 실상에 섬뜩한 느낌이 든다. 말레이지아가 오랜 영국 지배를 받아서인지 주변 식당 종업원까지 영어를 곳잘 한다. 페낭에서 페리로 약 2.5시간 거리에 랑카위 라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다. 이번에는 공식행사 등 바쁜 일정 때문에 다음 기회로 미루었지만, 요즈음에는 한국 신혼부부나, 가족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 중의 하나다. 깨끗한 해변, 골프 천국, 스쿠바, 낚시, 좋은 호텔과 자연 풍광, 그리고 했볕과 맑은 공기가 사람을 유혹한다. 노트북 하나 차고 다니면 현지에서 업무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다.
페낭은 4월-10월 중순까지 대한항공 직항이 중단되어, 현재는 약간 불편하지만, 겨울철에 다시금 페낭-랑카위 묶어서 다시 오고 싶다. 그 동안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고민하고!!!
2007.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