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I. 1960년대를 대표하는 현대사진가들
1. 현대사진가들(Contemporary Photographers)
1960년대라면 아직 구시대라 할 수 있지만, 어떤 미국의 저널리스트는 “그 옛날 빛나는 이상과 꿈으로 가득 찬 60년대가 있었다”고 회상한다. 다른 사회에서는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주적인 사회에서는 작가, 음악가, 미술가의 최고의 의무는 자기 자신에게 진실해야 하며, 내면의 목소리가 명령하는 대로 창조하는 것이다. 자신의 진실에 대한 비전에 봉사함으로써 예술가는 나라에 봉사하는 것이다.
이것은 헤밍웨이가 말했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지만, 실은 케네디 대통령의 발언이다. 뉴 프론티어의 슬로건을 내세우지 않아도 케네디 대통령의 무지개같은 아름다운 말로 막을 연 60년대는, 그러나 격동의 시대였다. 공민권운동, 흑인 폭동, 베트남 전쟁의 장기화, 반전운동, 히피, 반문화(counter culture)의 출현, 성해방, 여권신장운동 등 어느 것 하나도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당연히 이시기의 미국의 기성 가치체계는 소리를 내며 붕괴하였다. 반면에 이만큼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시대도 없었다. 진보적인 꿈이 현실성있는 꿈으로서 이야기되었던 시대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기성의 정치나 문화에 이의신청을 한 시절이기도 하다.
이러한 격동은 당연히 미국의 사진에도 영향을 주었다. 미국의 가치관이 도전을 받고 붕괴하기 시작했을때, 젊은 사진가들은 지금까지의 사진들과는 달리 공론적으로 사물을 보던 것을 그만두고 개인적인 시점에서 외계(外界)를 보기 시작했다. 이 시점은 50년대에 로버트 프랭크에 의해 시도되었던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60년대의 사진을 말하려면 한 권의 사진집 「현대사진가들(Contemporary Photographers)」에서 시작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 사진집은 1866년 이스트만 하우스에서 개최된 ‘현대사진가들’사진전의 사진집으로 같은 해에 간행된 것이다. 디렉터는 이스트만 하우스의 사진차장 나탄 라이언스(Nathan Lyons)가 맡았다. 제1회 전시는 1966년, 제2회 전시는 67년, 제3회 전시는
68년, 총 3회에 걸쳐서 사진전이 개최되었고, 이때마다 사진집이 간행되었다. 특히 68년에 간행된 제1집 「사회적 풍경을 향하여(Towards a Social Landscape)」는 명쾌하게 60년대의 새로운 사진의 동향을 시사함으로써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ds33.cafe.daum.net%2Fdownload.php%3Fgrpid%3D17zKS%26fldid%3D3Z0Y%26dataid%3D2%26fileid%3D1%26regdt%3D20061121151533%26disk%3D45%26grpcode%3Dgallerybresson%26dncnt%3DN%26.jpg)
리 플리들랜더 브루스 데이비슨, 브룩클린 갱
제1집에 선출된 사진가는 브루스 데이비슨(Bruce Davidson), 리 프리들랜더, 게리 위노그랜드, 대니 라이언(Danny Lyon), 듀안 마이클(Duane Michals)등 다섯 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포토 다큐멘터리를 추구하며, 로버트 프랭크가 개척한 개인적인 시점에서 일상적인 정경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다만 프랭크의 어두운 미국의 일상적 정경에는 각각 내용과 의미가 있었지만, 이 다섯명의 작가들은 개인적인 내면을 반영할 뿐 대상의 의미를 찾아낼 수 없었다. 각 작가에게서 각기 약 10점의 사진이 선정되어 있다. 듀안 마이클은 인기척 없는 도시의 풍경을, 리 프리들랜더는 유리창과 유리창에 비친 인물을, 대니 라이언은 평범한 젊은이들을 주제로 하여 약간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감도는 분위기는 비슷하다. 작가의 역량도 같은 수준이라 말해도 좋을 것이다.
나탄 라이언스는 이 사진집의 서문에서 “사진의 본질은 스냅 숏이다. 왜냐하면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직접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스냅 숏의 유효성을 강조하고, 「사회적 풍경을 향하여」는 “우리들이 끌어안고 있는 환경과 풍경에 대한 대응 방법을 확대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2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뒤에 바라보았을 때 ‘환경이나 풍경에의 대응의 확대’라고 하는 중심과제는 그대로이지만, 과연 ‘사회적 풍경’이라는 제목이 적절한 것이었던가, 스냅 숏 사진이 본질이었던가 하는 것은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이 다섯 사람의 사진가들은 60년대, 70년대의 사진을 이끌어 나간 작가들이 된 것은 사실이고, 나탄 라이언스의 정확한 통찰력에는 탄복할 수 밖에 없다.
제1집 「현대사진가들」이 간행된 다음해인 1967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뉴 다큐멘트(New Documents)」라는 사진전이 개최되었다. 뉴욕 현대미술관의 사진부장 존 사코우스키가 기획한 이 사진전에는 리 프리들랜더, 게리 위노그랜드와 함께 다이안 아버스가 추가되어 세 명의 사진가가 선정되어 참가했다. 앞에 소개한 사람들과 아버스를 포함한 여섯 사람의 작가가 60년대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라 말해도 좋을 것이다. 더욱이 196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 이들 사진가들은 제각기 독자적인 전개를
보이며 활동하여 하나의 공통점에서 그들을 논하기가 불가능하다.
2. 게리 위노그랜드의 "사회적 풍경
현대 사진가들 중에서도 60년대부터 70년대에 미국 사진이 정도를 추구한 사람은 게리 위노그랜드와 리 프리들랜더이다. 이 두 사람은 대조적인 면을 지니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네거티브와 포지티브같은 동질의 문제를 전개하고 있다. 우선 위노그랜드부터 살펴보자. “위노그랜드는 과거 20년간 미국 사진계의 중심으로서 활동한 사진가이고 그 존재는 뛰어나고 거대하다”고 현대미술관에서 1978년에 개최된 대규모 사진전 「거울과 창(Mirrors and Windows)」의 사진집 속에서 사코우스키는 말하고 있다.
위노그랜드는 1928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중 공군에 입대하면서 사진을 시작했다. 대전 후 뉴욕의 시티 칼리지와 콜롬비아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다시 뉴 스쿨(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정식으로 사진을 배웠다. 그 후 1953년부터 프리랜서 보도사진가로서 「라이프」,「룩」,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등 많은 화보 잡지 일을 했고, 그 당시의 사진 중 두 점이 1955년에 하나의 사건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일반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진전 「인간 가족(The Family of Man)」전에 뽑혔다. 위노그랜드도 다른 사진가들과 마찬가지로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에 영향을 받아 사진을 시작했다. 1969년에 간행된 첫 번째 사진집 「동물들(The Animals)」에는 프랭크의 문맥에서 인용됐다고 생각되어지는 이미지가 몇 군데 보인다.
그러나 프랭크를 넘어서 그 문맥은 더욱 지적이고 조직화한 방법을 갖고 있다. 현재 역설적인 사진집이라 불리고 있는 「동물들」은 43점의 사진으로 이루어진 얇은 사진집이다. 동물원의 동물과 관람객인 인간이 얼핏보면 조작되지 않고 취급되고 있는 것 같지만 각각의 사진들은 동물과 인간을 향한 관찰과 비평으로 채워져 있다. 이 사진집에는 기묘하게도 동물이 관람객인 인간과 비슷해 보이고, 관람객의 표정이나 동작은 동물처럼 심하게 다뤄지고 있다. 위노그랜드는 사진은 현실과는 다른 것이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현실을 사진으로 바꿔놓는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이 점에 대해 사진은 생생한 현실 이상의 어떤 것이 아니면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들은 1975년에 간행된 「여성은 아름답다(Women are Beautiful)」에서 구체화되었다. 이 사진집에서는 셔터 찬스가 무엇보다 우선하고, 과연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인가 생각될 정도로 산만하고 즉물적인 시점에서 여성들을 영상화하고 있다. 여기에 찍혀진 여성들은 주로 길거리에서 소위 퀵 테이크스(Quick Takes:신문사의 은어로서 피사체를 순간적으로 빨리 포착하는 것)로 찍은 것들이다. 왼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화면에 여성들의 희노애락을 포착하고 있다. 그러니 이 사진들에는 설명하는 듯한 사진은 한 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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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위노그랜드,여자는 아름답다 게리 위노그랜드, 동물원
카메라의 특성에 의해서만 엿볼 수 있는 한순간의 비전이다. 소설이나 미술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사진의 본질이 표현되어 있다. 어떤 여자는 큰소리를 내며 웃고, 어떤 여자는 자기도취에 빠져 환희의 표정으로 거리를 걸어가고, 어떤 여자는 남자밖에 취할 수 없는 동작을 취하며 유유자적하고 있다. 여성들이 더 이상 남성의 감상물이나 애완물이 될 수 없다는 여성해방운동 직후의 사회적 상황을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이 사진들이 여성의 슬픔이나 독립을 찍은 경우라도 개인적인 세계는 아닌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위노그랜드는 ‘사회적 풍경’을 찍은 사진가라는 말이 가장 적당할지도 모른다. 여기에는 현대의 경험의 확실한 감촉이 있다. “현실이 보다 재미있는 경우가 많지만 사진은 현실이상으로 재미있는 것, 현실 이외의 무엇인가가 되어서 나타나 주면 좋다”고 위노그랜드 자신은 말하고 있다.
그는 현실을 복사 이상의 이미지로 만들면서 여자들의 환경인 사회구조의 무게를 나타내고 있다. 즉 그것들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다. 1977년에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위노그랜드의 개인전 「공공 유대(Public Relations)」는 같은 시기에 사진집도 간행되었지만, 주로 1960년대의 갖가지 집회에 모인 군상이 찍혀져 있다. 데모, 정치집회, 유명인의 파티, 문화 강연회, 미술관의 오프닝 등 카메라만이 포착할 수 있는 비전이 임기응변으로, 빠른 변화가 자유자재로 영상화되어 있다. 그것들은 설명과 해석을 피하고 사실만이 찍혀져 있는 듯이 보이면서 미국의 체제와 문화에 이의신청을 낸 60년대의 상황이 훌륭하게 처리되어 있다. 이들 사진들은 디렉터인 토드 파파조지(Tod Papageorge)와 위노그랜드에 의해서 7천 점 중에서 선별된 것이지만, 언뜻 이미지의 혼란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진과 현실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명쾌하게 결론짓는 그의 이론에 뒷받침되어 지적으로 조직화된 위트와 아이러니로 뜻하지 않은 사진전이 되었다. 토드 파파조지는 「공공 유대」를 ‘격언, 우화, 충격이다’고 단적으로 말하였다. 평론가 더글라스 데이비스는 알렉산더 칼더의 현대미술관 개인전 오프닝에서 찍은 사진을 다음과 같이 평
하였다.
연로한 백발의 칼더를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젊은 목사가 서 있었고, 어떤 빛의 장난인지 칼더의 머리 위에 빛의 고리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 코믹한 우연의 순간은 카메라만이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는 것은 카메라 뒤에 있었던 사진가인 것이다. 미술 평론가 바바라 로즈는 미국 미술의 특색을 “솔직?정직?직접성을 목표로 한 건전한 활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게리 위노그랜드는 전형적으로 이러한 특색이 적용되는 가장 미국적인 사진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