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야기 042 가을 41 튀밥 장시
시골에는 군것질 할 것이 별로 없었다.
점방이라는 곳이 있지만 눈깔 사탕을 뻬 놓고는 별로 먹을 것이 없었고
주로 막걸리를 파는 곳이었다.
가장 인기있는 것은 사계절 엿장시(장사? 장수?)였고
여름에는 아이스케끼장시였고
가을, 겨울에는 튀밥장시였다.
튀밥장시는 커다란 무쇠로 된 둥근 기계를 들고 동네 가운데 모종거리에 자리를 잡으면
동내 사람들은 쌀, 보리, 옥수수, 가래떡 등을 들고 와 줄을 서서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둥근통에 곡식을 넣고 20여분 불에 달구어 돌리고 난 뒤 둥근통을 쇠막대기로 열기 전에
“뻥이야!”라고 장사치가 크에 외치면 아이들은 후다닥 귀를 막고 뜨거운 압력에 달구어졌던
곡식들이 튀겨져 희뿌연 연기속에서 철망에 쏟아져나왔다.
그럼 들고갔던 자루에 튀겨진 튀밥들을 담을 때 한 줌 먹으면 뜨뜻하면서도 고소한 튀밥들이
어찌나 맛있던지 그날 저녁은 밥도 안 먹고 엄마가 배급해준 튀밥으로 배를 채우곤 하였다.
튀밥은 각각 곡식들의 특성에 제 맛이 있었다.
옥수수(강냉이) 튀밥, 보리 튀밥, 쌀 튀밥 그리고 가래떡도 튀밥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였다.
튀밥도 그나마 밥숟갈 뜨는 집이나 해 먹었지 가난한 집은 먹을 것이 없어
튀밥을 먹기도 어려웠고 추석, 설 무렵이나 한두 번 먹을 정도였다.
명절이나 집에 큰일이 있기 전에 튀밥을 미리 준비를 하였다가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서 오꼬시를 만들어 만들기도 하였다.
튀밥장시는 1년에 3~4번 정도 왔었는데 동네에 어떤 형이 튀밥기계를 사서
1년 365일 튀밥을 튀겨주는 바람에 튀밥은 많이 먹은 것 같았다.
튀밥은 곡식보다 보통 5배 정도 커지는데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아
형제들이 둘러 앉아 먹으면 어느새 다 먹어버리기 때문에 미리 덜어 놓고 먹어야만 했다.
둥그런 무쇠속에 달구어진 곡식들이 튀겨져 나올 때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3~4학년 시절에 뻥튀기가 나와 동네에서 뻥튀기를 만들어 팔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