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화창한 주말이라는데
그냥 보낼 순 없다
목요일부터 남편은 토요일에 갈만한 곳 물색 하란다
다음주부터 작은 넘 중간고사 시작이라
애들까지 동행하기엔 마음 편치 않을터
토요일 하루 일정으로 가까운 곳, 둘이서...
어디로 갈까?
인터넷 여행사이트 기웃거리며 물색중
날씨도 서늘해 지고 온천은 어떨까?
온천을 중심으로 근교에 볼거리도 있어야 할테고...
앙성온천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거리상으론 가깝다
국내 유일의 탄산온천 이라구...
근처에 월악산 미륵사지 답사하구
수안보의 올갱이 해장국으로 점심 해결하고
충주의 중앙탑 공원을 들러서
앙성온천에서 여독을 푼다면 대략 하루 코스 괜찮을듯.
토요일 일정대로 둘이서 길을 나섰지요
날씨 화창하고 바람도 서늘하고
충주호를 끼고 도는 월악산 가는 길은
너무나 좋더군요
봄날.. 벚꽃 흐드러지던 그 길이랑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구
조금씩 단풍지기 시작하는 월악산은 한적 하기만 하고
명경지수..유리알처럼 맑은 계곡물에선 햇살이 반사되어 튀어 오른다.
미륵사지
트레킹 코스로도 유명한 하늘재 바로 아래
맘 같아선 허적허적 하늘재나 넘어보고 싶더구먼
절터의 크기에 비해 남겨진 부속물의 웅장한 규모가 놀라웠고
미륵불의 화장한듯 뽀오얀 얼굴을 보거나
돌거북의 등 위로 기어올라가는 두 마리 앙증맞은 새끼거북이 새겨진 양각을 바라보며
석공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돌을 쪼았을까..아마도 가족 생각 아니었을까...ㅎㅎ
뭐 그런 상상도 잠깐 해보고...^^*
가을바람 소슬하니
후두둑 알밤 떨어지는 소리에 잠시 동심의 그 시절로 돌아가
풀섶에서 알밤 찾기도 해보며
일정대로 하루를 보냈지요.
내게 유적지 답사라는건..
별다른 안목이나 관심이 있어서는 아니고
거슬러 올라갔던 시간 여행에서 돌아서 내려올 때 느껴지는
나름의 여운(?)이 좋아서..
시간속에선..
사람이란 것이 참 어이없도록 보잘것 없구나 싶고
쇠락하는 여름나무에 매달린 한 닢 나뭇잎처럼 사람의 일상이란게 넘 위태롭고
순간적인 것이구나 ...뭐 그런 느낌들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지없이 무너지는 일상의 기대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래도...
더렵혀지면 다시 또 청소하듯 가끔 나를 비우는 시간
여름이면 여름 다웁고
가을이면 가을 다운
무심한 풍경속에 나도 한 점 풍경이 되어보는것
떠남은 그래서 언제나
새로운 것이 아닐런지요!
첫댓글 아기거북은 아직도 등을 오르고 있던가요? 사자빈신사탑과 덕주사는 안들려나요? 저도 맘 맞는 사람과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하늘재입니다. 좋은 글 감쏴!!!
사자빈신사지석탑은 송계계곡쪽으로 들어가야 있지요? 일일이 찾아다니는 일도 흥미가 있어야지..에궁..옆지기 한테 타박 받기 싫어서 같이 다닐땐 대충대충 다녀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