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수 시인은... 시조 생활사 신인상, 한겨례문학 시 부문 신인상, 너른고을문학회 회장, 초우문학회 회장 ------------------------------------------------- 그 시절 구들장이나 업어주던 긴긴 농한기 겨울 따끈한 사랑방을 내어주고 밤참까지 챙겨주던 그런 시절이 있었던 거야 김서방 늦둥이 영식이 잔칫날 잡힌후 어떤 집은 콩나물시루를 안치고 숙주나물을 안치는 이웃이 있는가하면 국수관을 부주하고 막걸리통을 부주하는 집도 있고 옷가지를 사다주고 스텐 요강도 사다줬지 장작을 나눠 국수 삶는 화목으로 쓰게 하고 서로가 어우르는 시골잔치 돼지를 잡고 순대국을 끓여 하루 전 날 부터 마을은 축제 분위기로 들뜨는거야 동리 어귀에 가마가 들어오면 벌써 꼬마들이 파발을 전 한다 초례청 뒤엄 자리가 질퍽해지고 첫날밤 신방 차린 방문은 침구멍에 뚫리고 마을 처녀총각들 달뜨는 밤이 깊은데 이듬해 가을 쯤엔 고추잠자리 앉은 바지랑대 빨래줄엔 무명 기저귀 펄럭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