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시적 상황과 이미지의 조화
현대시의 구성요소에는 그 시인이 창출한 이미지를 가장 중요시하는 경향을 대하게 되는데 이는 그 시인이 접맥(接脈)된 사물이나 관념의 형성과정에서 회상되거나 재생된 정한(情恨)과 조화를 이룰 때 한 편의 작품이 완결성을 가진다는 시법(詩法)의 정설(定說)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물과 관념이미지가 조화를 이루어서 작품이 발상되고 이제 한 편의 완성의 단계로 가지만, 언어의 조합이나 연결이 미흡하면 이 작품은 미완성인 채로 영원히 남겨지고 말 것이다.
이번에 응모된 작품들 중에서 본심으로 올려진 것은 조규희의 「새해」외 8편과 박병훈의 「단비」외 8편 그리고 이계순의 「연래행사」외 10편이었다. 이들은 우선 많은 습작기를 거쳤다는 유추가 가능하게 하는데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의 투영이 직접 사물과의 교감으로 이미지를 창출하는 시법(詩法)과 동시에 자신이 간직한 주제의식을 확고하게 정리하는 내면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그 중에서 조규희의 작품「새해」「아침 오는 소리」「생명」과 박병훈의 적품 「단비」「그리움」「2012년 부활」그리고 이계순의 작품「무화과 나무」「솎음질」「가을」을 당선작으로 선한다. 이들이 구현하려는 공통점은 바로 생명성이라는 고귀한 화두(話頭)를 전제로 하면서 시적 상황을 설정하거나 이미지의 조화를 적절하게 투영하는 언어의 표징이 흡인력(吸引力)을 가지게 한다.
조규희가 ‘착한 마음 가득 담은 신의 선물입니다’라든가 ‘아침 여는 창으로 / 하루가 찬란하게 등을 밉니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생명은 / 한없이 고귀한 목숨,’이라는 어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생명의 소리가 시적 주제로 형상화하고 있다.
박병훈 역시 ‘거대한 일상의 그림자는 너무 짙다’거나 ‘입김으로 지우고 쓰던 날’과 ‘이른 봄 다시 나는 모든 것은 거룩하다’는 ‘그리움’에 대한 절실한 언어가 던져주는 메시지가 공감을 유로(流路)하고 있어서 두 분 모두 앞으로 좋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다.
또한 이계순이 ‘무릇 생명체는 사랑 받으며 / 관심 속에 살고 자라는 것’과 ‘대지 뚫고 올라온 생명체들 / 자신의 놀라운 힘 자랑한다’는 생명체에서 주제를 창출하는 시법과 ‘시작과 마침은 / 태초부터 동일점 인 것’이라는 철학적인 개념의 이미지가 ‘가을’의 시간성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그가 창조하고자 하는 자연과 생명성의 융합이 돋보인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시는 언어의 예술이라는 기본 개념을 상기한다면 우리 시인들은 언어의 조탁(彫琢)에 많은 역량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물론 적합한 소재의 취택이나 참신한 주제의 투영과 새로운 이미지의 조화 등이 창작의 당면한 요건으로 대두되지만, 우선 합당한 언어로 표현하여 언어의 마력(魔力)에서 성립하는 현실과의 화해가 가장 중요한 관건(關鍵)이 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새로 출발하는 세 분의 신인들은 언제나 새롭고 참신한 창작의 활성화를 위해서 더욱 정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좋은 작품으로 대성하기를 기원한다.
심사위원 : 김송배(글) 임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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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작품 1
새해
조규희
붉은 해가 돋습니다
바다를 뚫고 나온
착한 마음 가득 담은 신의 선물입니다
해를 섬기는 이유로
누리엔 차곡차곡 햇살이 자랍니다
익어가는 곡식처럼
아름다운 시간
눈물 속에서 핀 얼음덩이 열고
살아가는 이유도 흙에 묻어 두라했습니다
다만
아침 이슬에 빛나는 찬란한 말들을
꽃으로 심어두라 했습니다
이별이 아쉬워도
봄이 오는 길목에 필
목련 한 그루로 자라라 했습니다
실하게 꿈꾸는 동안
첫 날이 숭숭 뚫린 가슴에
알알이 들어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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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오는 소리
조규희
여명 열리는 사이로
새벽 빛깔이 곱게 내려앉습니다
온통 밝게 채색하는 대지,
시큰거리는 발목으로 아득히 걸어 왔을 사유
시간을 지우고 또 지워가며
예 이르렀다 길게 눕습니다
색색으로 어울려 사는
나의 빛깔도 거기에 있습니다
어디로 들어와 물들어도
탓하지 않고
제 몫을 감당하며 걸어오는 소리 듣습니다
그저 눈망울에 들어오는 빛깔을 들으며
아침 여는 창으로
하루가 찬란하게 등을 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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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조규희
귀를 대 보세요
숨소리가 들리는가
불러보세요
다정한 목소리로
만져보세요
따뜻한 손길로
바라보세요
사랑스런 눈빛으로
이 세상 모든 생명은
한없이 고귀한 목숨,
그들이 지구에서 살아갈
신성한 권리가 있다지요
저도 사람들과 같이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어요
저는 버려진 아기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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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없음
조규희 약력
중앙대행정대학원 수료
J&P 커뮤니케이션 이사 역임
우진 투지경제연구소 실장
영등포신문 주부기자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471-6
핸드폰: 011-9704-1456
59년 4월 28일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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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작품2
단비
박병훈
아주 오랜 기다림 끝에
땅의 향연
그리운 그대를 맞이하듯
뛰듯이 촉각을 세우며
다가오는 빗줄기는 사랑
어지할 수 없는 그리움으로
이 땅의 하루를 시작하고
거대한 일상의 그림자는 너무 짙다
그대를 생각하는 마음
나를 태우고
그대의 숨결 한하나가 너무 고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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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박병훈
짙게 내리누르던
구름을 떨쳐내고
달은
거기에 있었다
찬 거울을 바라다보며
입김으로 지우고 쓰던 날을
기억하는 순간
별안간
내 품에 가득
물결 이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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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부활
박 병 훈
그래 봄에 피는
꽃은 자유다
마른 잎 하나까지도 다 떨구고
숨을 몰아내던 감나무
웅성웅성 새순이 돋고
꽁꽁 얼어붙어
토끼 발자국조차
허락하지 않던 연못가
줄기에 달려 흰 머리카락 날리며
할미꽃 달음질쳐 웃고 있네
이른 봄 다시 나는 모든 것은 거룩하다
새순도 꽃들도
봄에는 착한 상처 냄새가 나는가 보다
살아서 흔들리며
늘 아파하면서도 피어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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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박병훈고맙고 고마운일입니다도움주시고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에 살아갑니다.사랑하는 일, 사람이 이루는 일이기에 꿈꾸는 일을 계속하나 봅니다.이맘때면 아침 창가가 수런댑니다이제 막 좌우로 날아오르며 퍼득거리며 눈 조아리는 어린새는 홍시를 이미 입 안에 가득 머금고 날개짓 합니다.움츠려지려고만 하는 나는 창가에 바짝 다가서서 기지개를 펴고 차를 마시며 희망을 생각합니다.새는 쉼 없이 좌우를 날고 날아서 찻잔에 몸 뉘이고 이내 향기로 다시길 나서는 모습을 보며 아직 세상은 아름답고 넉넉함으로 따뜻해 집니다.'아이, 좋아라!'시를 쓰는 일은 늘 기도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부족한 것이 많은 저에게 지속적인 글쓰기를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일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해주신 심사위원님과 국보문학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박병훈 프로필*충북 진천 출생 (1964년 10월 6일)*수원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철학 석사*1996년 1월 사제서품*현재 인천교구 온수성당 주임신부*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삼랑성길 24 온수천주교회*hp:010-9125-0319
-사진 : 따로 보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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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작품 3
무화과 나무
이 계 순
땅속깊이 뿌리내려
비바람 햇빛 듬뿍 받아
튼실하게 자라야 하는데
너는 어찌 베란다 한 구석 화분에서
궁색한 모습이구나
진정 너의 소중한 꽃은 무시당한 채
너에게는 화려한 꽃도
매혹적인 향기도 없이
너는 원망대신
예쁜 열매를 올망졸망 달았구나
목마르고 배고프진 않을까, 덥지는 않니
너의 그 소중한 것이
행여 병약해 떨어질까 염려스러워
아침저녁 너를 들어다 본다
무릇 생명체는 사랑 받으며
관심 속에 살고 자라는 것
너를 보면서
대 자연을 마련하신 고마우신 분
그를 떠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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솎음 질
이계순
씨앗 껍질 머리에 인 채
대지 뚫고 올라온 생명체들
자신의 놀라운 힘 자랑한다
따뜻한 햇볕 시원한 바람 아래
배추밭 기름진 푸른 물결
튼실한 몸매로 좁아진 공간
지난 밤 가만히 왔다 간 봄비로
훌쩍 자란 저들
가깝타 아우성이다
솎음 당함도 남겨짐도
오직 님의 뜻에 따라
살고 죽음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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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을
이 계 순
조롱조롱 매달려
여름내 익어가던 은행
높고 푸른 하늘아래
가을색으로 탐스럽다
풀벌레 울음소리 커가고
아침 저녁 서늘한 바람속
은행잎은 생(生)의 마지막
거룩한 의식인 양 우아한 춤추며
사뿐히 땅위에 내려 앉는다
앙상한 나목 치장하는 눈꽃
봄은 어김없이 찾아와
연록색 잎을 재촉하겠지
시작과 마침은
태초부터 동일점 인것을
이제사 새삼스레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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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소감
이계순
학창시절부터 문예반에 들 정도로 문학에 관심이 많았으나
항상 마음속에는 표출하지 못한 그 무엇이 자리 잡고 있어서
이를 아름답게 가꾸어 내고 싶었습니다
먼저 부족한 저에게 더 노력할 기회를 주시고
저를 이끌어 주신 청송 김송배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시는 언어의 예술’이라는 선생님의 강론을 통해서
시가 표현하는 언어의 마력에 집중하기 위해서 더욱
언어의 탁마에 노력해서
보다 알찬 시 창작을 위하여 매진하겠습니다.
아직 덜 익은 작품에 대하여 영광을 안겨주신
국보문학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그 동안 옆에서 응원해준 남편과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많은 시간을 함께 시와 인생을 얘기해온
청송시인회 회원님들의 따뜻한 격려에 감사합니다.
*이계순 프로필
- 경기 김포 출생
- 서울수도여고, 성균관대 법정대 졸업
- 법무부 근무
- 청송시창작아카데미 수료
- 청송시인회 회원
주소: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169, 123동2001호
(잠실동, 레이크 팰리스)
전화: (02) 2147- 1599. 010-5224-5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