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윤성진입니다.
먼저 후기가 너무 늦어 죄송합니다. 게으른 탓에..
09년 해마다 찾아오는 슬럼프가 6월까지 이어지며, 하루하루를 지루하고 힘들게 보내다 7월에 다시 양재천
마라톤클럽을 찾게되었습니다.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시는 형님, 누님, 어르신들..지금도 감사합니다.
나름 재미를 붙여가며, 선듯 욕심에 10월 춘천에 도전할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할 수 있을거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제 시작한 내가 어떻게 감히 풀코스를 할 수 있겠어. 하는 마음도 들었습
니다. 운동에 점점 더 흥미를 느끼가며, 할 수 있을것 같다는 자심감이 10월 즈음에 생겨났습니다.
점점 빨라지고 몸이 가벼워지고 신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정도면 완주를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10월 춘천을 준비하며, 저의 하루하루는 정말 숨가쁘게 지나갔고, 잃었던 자심감도 회복하고, 직장에서 리더
로서의 모습도 만들어져 가고, 10월은 정말 09년 최고의 달로 가고있었습니다. 10월 25일의 완주는
그것의 완성, 절정의 날로 예상되었습니다.
10월 25일, 춘천, 그 날이 드디어 왔습니다.
전날 전 3개월만에 오후 6시 퇴근 후 바로 귀가하여, 미국으로 먼저 간 아내와 정원이가 없는 집에서 홀로
오랫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연락도 하고.
아침 그 어느 때 보다 몸이 가뿐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사람이 준비해 놓은 반찬으로 아침을
차려먹고혼자놀이를 하다가 조금늦어 총무님의 눈치를 살피며 차에 올랐습니다.
A~N까지 14개 조중에 전 13조, N 그룹이었습니다. 김경식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혼자되어, 언제 출발하나..
긴장도되고 화장실을 왔다갔다.
10시 40여분..드디어 출발, 오~호~ 몸이 정말 가쁜하구만, 그래도 진정해야지, 가장 위험한 건, 귀가
따갑게 들은 오버페이스..그래도 이러다 섭4를 하는건 아니겠지, 김주언 형님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께
죄송한데,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렇게 기다렸던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1Km를 6분30초로 11Km를 달렸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호반을 느끼며, 환상의 컨디션으로, 숨도 안
차고, 땀도 안나고..함께 뛰는 주자들과 정말 마라톤을 즐기며 행복하게 뛰었습니다.
12Km 에 접어들며,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순간, 어--이거, 전에 있었던 그 통증인가..
20대 초반 3년간 시멘트 바닥에서(검도는 마루바닥에서) 잘못한 검도때문에 오른쪽 무릎이 원래 안좋았는데
마라톤을 하며 가끔 그 무릎이 아팠습니다. 아픈날은 관문까지 가지 못하고 몸을 아꼈지요.
통증이 심해지면서, 정말 화가났습니다. 이러다가 끝까지 못 뛰겠구나싶은 생각에.
얼마나 이날을 기다렸는데, 완주를 못할수 있다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온몸을 눌렀습니다.
1Km 를, 100m는 걷고, 100m는 뛰고하니 시간은 8분 30초.
춘천 마감은 6시간, 남은 시간을 계산해 보니, 6시간 이내에 들어올 수 있는 샘이 나왔습니다.
야~호~ 할 수 있겠다!!! ㅎㅎㅎ...
다시 즐겁게 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35Km..를 가니 이제는 반만 뛰는 것도 통증이 너무 심해집니다.
체중을 왼쪽 다리에 실다보니 오른쪽 다리를 끌고가던 왼쪽다리도 너무 아픕니다. 눈물이 찔끔나네요.
또 그렇게 5Km...아 이제 거의 다 왔구나, 2.195Km 정도 남았구나.
그런데 사기가 하늘을 찌르던 내가, 모험을, 도전을 즐기던 내가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공포가 느껴졌습니다.
이러다 내 다리가 잘못되는게 아닌가 하는 무서움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무섭지만 포기는 더 싫었습니다.
정말 포기하기가 너무 싫었습니다.
너무 싫어서 마지막 2Km는 주로가 없어져 인도로 오른쪽 다리를 끌며, 완주를 마친 마라토너들의
격려를 받으며, 정말 다왔으니 조금만 참으라..끝이 저기 있다. 조금만 더 가라.
마지막 1Km는 거의 30분을 갔습니다.
6시간 14분 50초
ㅎㅎㅎ
해냈습니다.
형님, 누님, 어르신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완주를 하고 웃으며ㅋㅋㅋ, 배고파 빵을 먹고있는데 저에게 와서 제 가방을 들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를 끝가지 기다려 주신 양재천마라톤클럽!!!
다 떠나시고 혼자 서울 가는 줄 알았습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살겠습니다.
2010년에는 또 달리며 슬럼프에 빠지지 않을 자신을 얻었습니다.
제 삶에 다시 활기를 찾아준 양재천마라톤클럽 고맙습니다.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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