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스펙을 만드는 것과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잘 작성할 것인가 이다. 스펙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바탕으로 얻어지는 것이여서 ‘꾸준함’에서 승부가 나지만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합격과 실패를 좌우한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확대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도에서는 면접관들의 이목을 끌만한 자기소개서는 필수다.
아무리 좋은 성적과 스펙을 갖췄더라도 자기소개서에 작성된 내용이 대학(학과)이나 특목·자율고에서 원하는 인재 기준과 전혀 다르다면 합격을 장담하기 힘들다. 과연 면접관들을 사로잡을 만한 자기소개서는 무엇일까?
공주 한일고 최용희 입학 상담실장에게 서울대 등 명문대 진학을 꿈꾸는 수험생이 알아둘 대입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들어봤다.
-대입 자기소개서 첫 머리는 어떻게 시작하는게 좋나. 입학사정관들의 이목을 단번에 집중시키는 비법이 있다면.
“고사성어나 상징적 어휘를 사용한 함축과 요약이 필요하죠. 시각적 요소를 고려한 서두도 좋습니다. 지난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특기자전형에 합격한 학생의 경우 ‘over the multi- to the trans-’라는 제목의 자소서를 제출했어요. 스스로 문·이과 선택을 치열하게 고민했고, 서울대가 자유전공학부를 개설하면서 금융과 공학을 접목해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사전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피력한 내용이었죠. 서울대의 경우 글자 색깔에 제한을 두지 않아요. 과감하게 형광펜을 쓰세요. 작은 차이지만 이런 것이 합·불을 좌우합니다.”
-자기소개서에서 써서는 안되는 것이나 학생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가 있다면.
“입학을 구걸하는 자기소개서는 절대 안됩니다. 본인이 원하는 대학·학과와 관련성 없는 자료를 무질서하게 열거하는 것도 좋지 않죠. 근거없는 가능성이나 피상적인 우수성은 득이 아닌 독입니다. 왜 우수한지, 내 역량이 어떻게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지를 계량화된 자료로 보여주고, 주장해야 좋은 자소서가 됩니다.”
-자기소개서는 언제부터 준비해야 하나.
“당연히 빠를수록 좋습니다. 자소서는 대입을 위한 일종의 로드맵인 동시에 학창시절을 반성하는 평가자료예요. 매년 계획을 세우고 업그레이드하면서 완성해야 합니다. 대입 자소서에 초·중학교 자료를 중심으로 쓸수는 없지만 성장 환경, 관심을 가진 시기, 쏟아온 노력, 성취 자료에 대한 내용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게 아닙니다.”
-좋은 자소서의 형식이 있나. 이를테면 과거, 현재, 미래 순서로 쓰는게 좋은지 아니면 키워드를 요약하는 게 효과적인지.
“굳이 형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가진 역량과 준비한 내용을 어떤 형식과 구성을 통해 전달해야 좋을지는 판단해야 합니다. 평가자의 이해와 판단을 도울 수 있는 구성이 좋죠. 그런 면에서 문장의 완결성과 문단 나누기를 매우 중요합니다. 시간, 학년 등으로 전개하는 것도 좋지만 자소서 작성의 요구가 ‘선발 이유’ 또는 ‘전공 관련 우수성’ 등 구체적인 요구와 독서내용, 환경 극복 사례 등 큰틀을 구분하고 있는 만큼 항목을 간략하게 열거하는 방식을 강조하고 싶어요. 관련성과 역량을 성격과 내용별로 구분하고, 이를 문단을 통해 열거하거나 점층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이죠. 매 항목별로 평가자의 입장에 서서 좋은 평가와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반드시 검토해야 합니다.”
-대학마다 미리 자소서에 쓸 항목을 정해주는데 주로 어떤 유형인가.
“가장 흔한 질문은 지원동기와 진로계획을 중심으로 선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학업이나 특기 능력을 중심으로 모집단위와 관련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묻죠. 교내·외 활동(5가지)이나 큰 영향을 미친 책(3권 정도) 소개 등도 있어요. 특별한 성장과정이나 가정환경, 고교시절 겪었던 좌절과 극복 노력, 고교시럴 의미있었던 경험 가운데 택 1하는 질문 유형도 있습니다.”
-독서활동을 효과적으로 자소서에 쓰는 요령이 있다면.
“계통성이나 전공 관련성을 강조하고 싶어요. 흔히 문학서, 인문서, 교양서 등을 많이 제시합니다. 하지만 제시할 도서를 최소화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되도록이면 전공학과 관련 책을 중심으로 기술하는게 좋아요. 전공 교수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책을 읽으세요. 필독서나 학문적 가치, 전문지식을 갖춰야 읽어낼 수 있는 책이라면 평가자도 좋은 점수를 줍니다.”
-학생부 성적이 낮지만 빼어난 자소서로 명문대학에 합격한 사례도 있는지.
“자소서 하나로 당락이 결정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역량을 차별화하고 구 조화하는 자료인 만큼 왜 자신이 뽑혀야 하는지 설명할 수는 있어요. 추가로 제출하는 포트폴리오, 교사추천서와 함께 조화를 이루면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교과 성적의 우수성이나 스펙의 차이보다는 진학목적, 전공 관련성, 학습계획, 사회진출 등을 어떻게 전개하고 차별성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는 겁니다. 몇 년 전에는 학급 1, 2등이 떨어지고 11등이 합격하기도 했죠.”
-수상경력, 인증 시험 성적 등 학생부에 써 넣지 못하는 것을 자소서는 어필할 수 있다. 교외 수상 실적을 어떤 식으로 기술하는게 바람직한가.
“교과부나 대교협이 경시나 인증 성적을 반영하지 못하게 하면서 교육 현장도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반영여부를 떠나 학문을 깊이있게 천착할 학생이라면 당연히 경시나 인증시험에 도전할 필요는 있죠. 학생 스스로 이뤄낸 결과는 어떤 식으로든 반영될 것으로 봅니다. 물론 기록이 가능한 교내 대회를 확대 시행해 국가 시책에 부응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대입 자소서와 한일고 등 특목·자율고 자소서는 어떻게 다른가.
“다를게 없어요. 고교 3년을 위주로 쓸 것인가, 초·중학 시절의 내용이 주가 되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한마디로 대입 자소서 작성 요령을 그대로 특목·자율고 자소서에 접목시켜도 된다는 말입니다. 공주 한일고를 목표로 한 학생이라면 반드시 귀담아 들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