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병태(八病態)와 여덟 체질 장부구조(臟腑構造)와의 관계.

[인덕]

동의수세보원에는 사체질(四體質)의 장부대소는 언급돼 있지만 이를 다시 한열로 나눈 여덟 체질의 장부대소(臟腑大少)구조에 관해서는 전혀 문헌근거를 찾을 수 없다.

즉 소양인이 비대신소(脾大腎小)하다 라는 말은 있지만 그 중에서 위수열이열병론(胃受熱裏熱病論)을 가진 열소양인과 비수한표한병론脾受寒表寒病論)을 가진 한소양인의 장부구조가 서로 다시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기술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하나의 체질을 다시 한열로 나누어 둘로 파악한다 했을 때 이제마는 이 차이가 생기는 원인을 장부(臟腑)의 대소(大少)구조 관점에서 보지 않고 병태(病態)의 차이로 관찰했기 때문이다.

즉 이제마는 각 체질에서 나타나는 독특하고 다양한 병증(病證)에 주목했을 뿐 이를 특정 장부의 대소로 인한 병증논리로 연결시키지 않았다.

그러므로 동의수세보원에서 한열(寒熱)로 분화되어 나눠진 여덟 체질의 장부 대소구조가 어떨 것인가에 대한 조문은 찾아 볼 수 없으며 이 문제를 이제마는 병증논리나 자신의 치료원리에 관련짓지 않았다.

따라서 이제마가 기술한 위수열이열병(胃受熱裏熱病)을 가진 소양인은 열소양인이 되고 이 열소양인은 태양성 소양인으로 장부구조가 비>폐>간>신 이 된다 라는 논리는 이 책에서 사상의학을 새롭게 접근하는 논리로 제시하는 것이며 아직은 가설의 단계에 있다 해야 옳다.

이 책 서문에서 언급했듯 이 논리는 기존의 난해한 사상의학을 이해하기 쉽게 접근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제시된 것이며 이제마가 제시한 체질론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제마의 여덟 체질병태를 중간 장부가 개입된 여덟 체질의 개념과 동일개념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정통 이제마 병증논리를 고집하는 학파 입장에서 보면 견강부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학문적으로 이러한 이론(異論)의 여지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이 둘을 거의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 생각한다.

이러한 논리적 개연성과 사소한 차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설명하겠지만, 굳이 이 둘을 이 책에서 동일 체계로 관련시켜 묶는 의도가 중요하다.

이는 이제마의 병태이론과 장부구조의 상호연관성을 확립할 때에야 비로소 침치(鍼治)와 약치(藥治)가 동시에 수용되는 이론 틀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이제마가 동의수세보원에서 전개한 팔병태론은 순전히 약치(藥治)만을 위한 이론이었으며 침치(鍼治)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그의 이론을 침 치료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약치(藥治)와 침치(鍼治)가 동일하게 공유하는 이론 근거의 틀이 있어야 한다.

즉 침치(鍼治)와 약치(藥治)의 원리가 비록 달라도 이 두 이론의 합의를 모색하면 치료자 입장에서 침과 약을 동시에 활용하여 치료에 임할 수 있는 근거와 방안이 서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전제를 가지고 팔병태(八病態)와 여덟 체질, 그리고 이들의 장부구조(臟腑構造)에 관한 상호관계에 대한 가설(假說)을 일단 아래 도표에 도식화시키면 다음과 같다.

사체질	팔병태	한열체질	장부구조	비 고
태양인	외감요척병	열태양인	폐>비>신>간	소양인(少陽人) 구조를 가진 태양인
	내촉소장병	한태양인	폐>신>비>간	소음인(少陰人) 구조를 가진 태양인
소양인	위수열이열병	열소양인	비>폐>간>신	태양인(太陽人) 구조를 가진 소양인
	비수한표한병	한소양인	비>간>폐>신	태음인(太陰人) 구조를 가진 소양인
태음인	간수열이열병	열태음인	간>비>신>폐	소양인(少陽人) 구조를 가진 태음인
	위완수한표한병	한태음인	간>신>비>폐	소음인(少陰人) 구조를 가진 태음인
소음인	신수열표열병	열소음인	신>폐>간>비	태양인(太陽人) 구조를 가진 소음인
	위수한이한병	한소음인	신>간>폐>비	태음인(太陰人) 구조를 가진 소음인

이 도표를 참조하면서 장부의 대소(大少)구조가 한열(寒熱) 체질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여덟 개의 한열체질로 구분하는 것이 과연 타당성이 있는지 하는 관점을 가지고 생각해보자.

예컨대 여기 비>폐>간>신의 장부구조를 가지고 있는 소양인이 있다하자.
이 사람이 이런 장부구조를 가지고 있으면 한열(寒熱)소양인 중에 어떤 쪽이 될 것인가 하는 관점으로 접근해 본다.

비>폐>간>신의 장부구조를 가진 소양인은 우선 비(脾)가 가장 강하므로 비양(脾陽)이 견실해 운화(運化)기능이 강하므로 살이 찌는 체질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폐양(肺陽)이 실하여 호흡기능이 강할 것이며, 중간 장부구조가 폐>간이므로 태양성(太陽性)을 가져 태양, 소양 즉 두 양(陽)체질의 복합 체질이 되므로 몸은 열성(熱性)을 띄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체질은 이제마가 제시한 표한증(表寒證) 병태보다는 이열증(裏熱證), 즉 위수열이열병(胃受熱裏熱病)이 오는 체질이 되어 이 체질을 열소양인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한편 비>간>폐>신의 장부구조를 가진 소양인은 태음인의 중간 장부구조를 가진 소양인으로 신(腎)이 약해 배뇨(排尿)작용이 원활하지 않고 이로 인해 수분(水分)이 많아지며 폐(肺)가 약해 산소 흡입량이 충분하지 못하며 태음의 음(陰)체질과의 복합체이어서 몸이 상대적으로 한성(寒性)을 띄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체질은 표한증(表寒證), 즉 비수한표한병(脾受寒表寒病)이 오는 체질이 되어 한소양인으로 간주한다.

한편 간>비>신>폐의 구조를 가진 태음인은 소양인의 중간 장부구조를 가진 태음인이므로 비양(脾陽)이 실한 소양인처럼 소화 흡수력이 좋아 살이 찌는 체형이 될 것이고 소양의 양(陽)체질과의 복합 체질이므로 상대적으로 열성(熱性)을 띄어 간수열이열병(肝受熱裏熱病)이 오는 체질이 되어 이 체질은 열태음으로 간주된다.

간>신>비>폐 구조를 가진 태음인은 소음인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비양(脾陽)이 허해 소음인처럼 운화(運化)력이 떨어져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 되고 소음, 태음 즉 두 음(陰)체질의 복합체질이므로 몸은 음성(陰性), 즉 한성(寒性)의 경향을 띄어 위완수한표한병(胃脘受寒表寒病)이 오는 체질이 되어 한태음인이 된다.

신>폐>간>비 구조를 가진 소음인은 태양인의 구조를 가진 소음인이므로 폐양(肺陽)이 실해 산소(酸素) 흡입량이 많고 태양의 양(陽)체질과의 복합이므로 몸은 상대적으로 열성(熱性)을 띠어 신수열표열병(腎受熱表熱病)이 오는 체질이 되어 이는 열소음인이 된다.

한편 신>간>폐>비 구조를 가진 소음인은 태음인 구조를 가진 소음인으로 폐양(肺陽)이 허해 산소 흡입량이 적고 태음, 소음 즉 두 음(陰)체질 끼리의 복합체질이므로 몸이 차져 위수한이한병(胃受寒裏寒病)이 오는 체질이 되어 한소음인이 된다.

이를 도표화하면 <그림>과 같이 된다. 이 도표에서 여덟 체질의 배치(配置)를 자세히 관찰하면 상호 반대되는 체질들이 각기 대칭되는 반대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장부구조 또한 반대가 됨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비>폐>간>신의 장부구조를 갖는 열소양인의 반대위치에는 신>간>폐>비의 반대 장부구조를 갖는 한소음인이 위치하고 이 둘의 관계는 장부 구조(構造) 뿐 아니라 열성(熱性), 한성(寒性), 체형(體型)등 모든 체질 특징 면에서 정반대의 대조를 이룬다. 마찬가지로 열태음인의 반대에는 한태양인이 위치하고 이 둘의 체질특성 역시 모두 반대가 된다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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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런 여덟 체질을 도식화하여 소개한 것은 이동웅이 처음(누구나 할 수 있는 체질감별 38-47쪽, 이동웅 著, 1998, 사상체질연구원刊) 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는 몇 가지 이론전개에 있어서 오류를 보여주고 있다. 첫째, 태양인과 소음인의 한열(寒熱)배속 문제로 그는 내촉소장병(內觸小腸病)을 타고난 태양인을 한(寒)태양인이 아닌 열(熱)태양인으로, 외감요척병(外感腰脊病)을 타고 난 태양인을 열(熱)태양인이 아닌 한(寒)태양인으로 배속하였다. 또한 태양성 소음인을 한(寒)소음인으로, 태음성 소음인을 열(熱)소음인으로 위 도표에서 보는 것과 반대의 위치로 배정한 것이다. 이런 오류적 배속은 여덟 체질의 장부구조에 따른 병태(病態)적 한열성(寒熱性)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체질에 따라 한열(寒熱)을 기계적으로 교차 배속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의 또 다른 오류는 여덟 체질에 있어서 열성(熱性)체질들은 언제나 기질적으로 외향성(外向性) 성격을 가지며, 한성(寒性)체질들은 언제나 내향성(內向性)을 띤다고 주장한 점이다. 더 나아가 그는 독일의 심리학자 C.G. 융이 주장한 여덟 가지 심리유형론, 즉 외향-내향, 감각-직관, 사고-감정, 판단-인식 유형이 사상의학에서 분화된 여덟 체질과 완벽하게 일치한다고까지 주장하였다 (八象체질학 강좌, 38-9쪽, 이동웅 著, 1997, 행림출판사 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