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수행평가 시대 돌입 엄마가 미리 알아두어야 할 정보
이르면 올해 1학기부터 전국 초·중·고교가 지필평가 형식의 중간·기말고사 대신 수행평가만으로 교과 성적을 매길 수 있게 된다. 교육부에서 추진 중인 초중등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개정에 의하면, ‘평가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하여 실시한다’라는 기존 규정이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해 실시할 수 있다’로 바뀐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교육부는 지필평가 없이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매길 수 있도록‘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개정을 추진한다고 공개했다. 개정된 훈령은 입법예고를 거친 뒤 이르면 이번 학기 말부터 적용이 가능하다. 개정이 나오게 된 배경은 시험 점수를 통한 줄 세우기식 교육을 지양하겠다는 의도다. 과정 중심의 평가를 통해 공교육 중심으로 교육환경의 틀을 잡고, 사교육으로 인한 폐단을 최대한 없애자는 것이 수행평가 확대 실시의 중요한 배경이다.
교육부의 계획은 다음과 같다.
우선 수업활동과 연계해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해 실시할 수 있도록 해서, 각 학교의 평가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수행평가만으로 평가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그 규정을 삭제해 향후 체육이나 미술 등 예체능 과목에 대한 수행평가의 본격적인 도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업, 전기제어, 기계설계 등 전문교과 실기과목의 경우 수행평가만으로도 평가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학교 스스로 자율적으로 지필시험을 없앨 수 있다.
수행평가 확대 실시는 초중고 모두에 해당된다. 고등학교의 경우 예체능 과목을 제외한 국·영·수 등의 교과과목 평가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지만, 초등학교 및 중학교는 과목별로 지필평가를 없애고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매길 수 있다.
시도 교육청은 이런 방침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 개정지침을 바탕으로 ‘중등평가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중·고등학교 지필평가를 학기당 1회로 제한하고, 고3을 제외한 전 학년에서 수행평가 및 서술형, 논술형 평가 비중을 총 배점의 최소 45%, 최대 100%로 늘리도록 권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부산시 교육청 역시 관내 중·고교 교과별 성적에 수행평가를 40% 이상 반영하도록 했다.
찬반론 분분
시험을 보지 않고 성적을 매길 수 있도록 한 데다 과정을 평가하겠다는 수행평가의 취지는 훌륭하다.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찬반논란이 분분하다.
찬성하는 입장은 잘만 운영한다면 문제해결 능력이나 사고력, 인성 같은 부분을 잘 평가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높이 산다.
개개인의 숨겨진 끼와 재능을 끄집어내서 학생들이 잘 성장하도록 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교육부의 입장과 같다.
그러나 취재 결과 교육계 현장이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특히 교사들의 입장은 회의적이었다. 수행평가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18년째를 맞았는데, 지필평가를 대체할 만큼의 안정성이나 신뢰성이 아직도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수행평가의 취지는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다. 지필평가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로 나눠서 기록이 남는 것이고, 수행평가는 시기가 달라지는 것일 뿐이다.
지역에 따라 실제로 운용되고 있는 형태는 다르겠지만, 교사 재량으로 문제를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초등의 경우 과목이 많아서, 교사에게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의견은 현직에 있는 초등교사의 솔직한 심경이다. 그는 교사의 평가에 대한 신뢰 또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학부모가 점수에 반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정을 평가하는 수행평가라고 해서 그 풍토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는 것. 기존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의 형태로 기간을 정했다면, 수행평가는 교과목에 따라서 그 기간이 제각각 달라지므로 평가가 있을 때마다 갈등과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한다.
“엄마들은 1년 동안의 교육목표를 보고 사교육을 이용해 준비를 해요. 현실적으로 아이들의 실력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일각에서는 수행평가를 엄마평가로 보는데 그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교육전문가 조창훈 대표는 이런 현상을 두고 ‘엄마들의 카페교육’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지금의 수행평가는 과제물 형식이나 팀 프로젝트 형식으로 수행되는데, 이것이 또 다른 폐단을 낳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과제 사교육이다.
결국 수행평가가 잘 도입되기 위해서는 교사에 대한 신뢰가 기본적으로 있어야겠고, 학생 개개인을 잘 살펴보면서 과정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대입 혼란을 최대한 피할 수 있도록 확실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대입에서 수행평가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수능이 절대평가화 되는 형태가 맞물려야 가능하다고 본다.
수행평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찬반론이 오가는 가운데 수행평가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시 진학협의회의 의견 역시‘수행평가는 강화되어야 한다’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적으로 절대평가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근까지의 정국만 놓고 보면, 배운 것만 가르치는 것보다는 배우지 않은 것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알파고와 관련된 문제들이 있겠죠. 알파고와 수행평가를 연관 지어서 문제를 설정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 토론 제안 형식보다는 수준이 완화될 수밖에 없어요. 학교에서는 알파고에 대해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걸 현실적으로 어떻게 접목하느냐는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교과서에 나온 개념으로 수행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생활에서 연결할 수 있는 수행평가가 이루어집니다. 쉽지 않은 문제이죠.”
수행평가 제도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강의와 문제풀이보다 학생들 스스로 활동과 의사소통을 통해 생활 속에서 규칙을 찾아보는, 활동 중심의 학습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제는 무엇을 배웠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배웠느냐가 더 중요하다. 개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다양한 활동을 적용해보는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야한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당장 시험이 없어졌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등 특정한 기간에 맞춰 각 과목의 수행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각 과목별로 학습 목표에 맞는 이해를 했는지 보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과목에 대한 집중도를 더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시험기간에만 바짝’이라는 말이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도 전했다.
“평소에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태도가 중요해요. 각 교과의 학습 목표와 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매 시간 집중력을 가지고 수업내용을 이해해야만 과정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 할 수 있겠죠.”
엄마들은 자녀의 관심사나 체험활동을 교과와 연계해 언어, 사회, 과학, 논술 등을 골고루 접할 수 있게 돕고, 자녀가 어떤 부분에 더욱 흥미와 소질을 갖고 있는지 세심하게 관찰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평소에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가지고,문제 상황을 제시해서 스스로 해결하는 방안을 찾도록 해주는 과정도 수행평가에 도움이 된다.
무조건 사교육에 의지하겠다는 태도보다는 아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EBS 교육방송 초중학 창의인성부 진현주 교사는 “수행평가 제도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1년 내내 시험을 치를 수도 있다.
체험학습과 시험이 겹치는 불상사도 생길 수 있다.
사교육에서 현실적으로 벗어나는 것은 많은 숙제를 가진 미래”라면서 수행평가 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모두가 신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번 더 강조했다.
동시에 교사 스스로도 공정한 평가를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는 말도 덛붙혔다.
학부모 절반 이상은 수행평가 찬성?
수행평가 확대 방안과 관련해서 영어교육 전문기업인 윤선생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초등학생 이상 자녀를 둔 학부모 4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7.8%가 찬성한다고 답한 것이다. 이 중 51.8%는 ‘일부 과목만 허용하는 조건으로 찬성한다’고 응답했고 16.0%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대답은 32.2%로 나타났다.
이는 학부모 3명 중 2명은 초중고 수행평가 성적반영률을 확대하는 방안에 찬성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수행평가의 공정한 평가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면서 수행평가에 관한 사교육을 고려하는 학부모가 대다수였다.
수행평가 확대를 찬성하는 이유(복수응답)로는 ‘학습 참여율 및 학습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64.4%)와 ‘아이의 창의력을 높여줄 것 같아서’(54.4%)라는 이유를 들었다.
‘아이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아서’(31.9%), ‘현 지필평가 방식을 반대해서’(22.8%)라는 의견도 있었다.
학부모들은 수행평가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과목(복수응답)으로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69.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과학(42.9%), 영어(42.6%), 사회(37.7%), 국어(37.4%), 수학(18.5%) 순이었다. 수행평가 확대를 반대한다고 답한 학부모들(복수응답)은 무려 98%가 ‘공정한 평가가 어려울 것 같아서’를 원인으로 꼽았다.
‘부모에게 가중될 시간과 비용 부담 때문’이라는 이유도 73.1%를 차지했고 ‘현재의 수행평가가 원래 취지가 반영된 창의력 평가가 아니기 때문’(62.2%)과 ‘아이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것 같아서’(22.4%)라는 이유도 있었다. 수행평가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과목(복수응답)으로는 입시 필수과목에 해당하는 국어(73.7%), 영어(72.4%), 수학(67.9%) 등을 주로 선택했고, 다음은 사회(50.0%), 과학(48.1%), 예체능(28.2%) 순으로 나타났다.
평소 자녀의 수행평가를 직접 도와주는 학부모는 43.1%였다. 수행평가를 돕는 이유는 ‘아이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41.0%)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전체 수행평가 준비를 100%로 봤을 때 부모의 기여도는 평균 42.1%로 집계됐다.
사교육의 도움으로 수행평가를 준비하는 경우도 36.7%로 현재 도움을 받고 있는 과목(복수응답)은 ‘영어’(69.4%)가 가장 많았다.
영어 수행평가가 확대되면 사교육비용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아 50.6%로 절반 이상이었다.
앞으로 수행평가가 확대되면 ‘사교육을 늘린다’는 답변은 33.9%였고, ‘늘리고 싶으나 여유가 없다’(31.4%), ‘늘리지 않겠다’(28.7%), ‘모르겠다’(6.0%)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출처 : 여성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