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50 | CHIAKSAN 50
(누적 고도 +3,300m, -3,300m)
제한시간: 13시간 Time limit: 13hours
신청은 했으나 영 맘에 안들었던 대회이다. 대회 날짜가 6월 23일(일)로 요즘 열대야다 뭐다 해서 연일 더운 날의 연속인 이때에 트레일 러닝 대화라니 참 거시기 했다. 또 출발 시간이 AM 6:00으로 대회 당일 집에서 대회장까지 가려면 잠을 자다 말고 가야 하니 이것 또한 많은 부담이 되었다.
시간은 잘도 흘러 어느새 대회 당일, 2시 40분에 맞춰둔 알람에 깨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이것저것 챙겨 집 밖으로 나가니 가랑비가 내리고 있어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원래 비가 갠다고 기상 예보가 있었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맘 속으로는 장대비가 그냥 쫙쫙 내려 대회 취소나 되어버려라 하며 희망고문을 해댄다.
하여튼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컴컴한 밤 길을 헤쳐 5시 넘어 도착한 대회장, 간단히 요기를 하고 대회 등록 후 장비를 챙기니 Starting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프란님이 말씀 하시길 옛날 인디언 전사들은 "오늘 죽기 딱 좋은 날씨다."외치며 마인드 콘트롤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에라 모르것다. 될 대로 돼라. 완주만 하자!'라는 심정으로 출발선을 나서면서 CRAMPFIX 1포를 급히 짜먹는데 시큼한 맛과 냄새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힌다.
50K 참가 인원은 300명으로 그리 많지 않았고 궂은 날씨 덕분에 대회 초반 항상 있는 병목 현상 그런거는 전혀 없었다. 초반 12~13km는 평이하였으나 비로봉(1288m) → 향로봉(1,043m) → 남대봉(1,181m) → 다시 향로봉(1,043m)으로 이어지는 급오르막/내리막 길은 좁고 긴 진흙길과 울퉁불퉁 너덜길의 연속이었다. 비로 인한 진흙길 때문에 2번 미끄러 넘어졌고 돌길로 인해 1번 가볍게 발목을 접질렸는데 까닥 잘못 했으면 황천길 갈뻔 했다.
디오님은 치악산 여기저기 영역 표시 하러 다니느라 바뻐서 같이 할 수 없었고 천공님과는 대회 시작과 마무리를 같이 했다.
3번째 CP(34.5km 지점)가 있는 상원사 탐방로 입구에서 은혜 값은 까치의 전설이 내려오는 남대봉 기슭에 위치한 상원사까지 급경사 업힐의 돌길은 km당 30분 정도 걸릴 정도로 힘들게 걸어 올라갔다.
남대봉에서 향로봉까지 오르락 내리락 능선의 좁은 등산길을 따라 비로인해 습기 잔뜩 먹은 안개낀 날씨는 주위 풍광을 내어 주지 않았고 거친 발자국 소리만 나는 그런 여기가 문득 이승인지 저승인지 헛갈리기 시직했다.
비가 서서히 그치면서 향로봉 삼거리부터 치악산을 벗어 나기까지 급경사의 내리막길은 진흙과 울퉁불퉁 돌길로 인해 속도를 낼 수 없었으나 계곡 하류에서 진흙 범벅이 된 신발과 땀에 쩔은 몸을 담구니 심신(心身)이 갱생(更生) 되는 느낌이었다.
치악산을 거의 내려오니 해가 보이더니 여름 날씨로 돌변했고, 우리는 대회장이 있는 행구수변공원까지 4~5km 정도를 달려 결승점을 통과 했다.
그동안 치악산 50K 대회 준비를 위해 서울 둘레길 포함 관악산 연주암 갔다오기를 주말 이벤트로 하여 디오님과 함께 6~7회 정도 수차례 진행 했고 천공님 또한 저멀리서 대모/구룡산에 열심히 다닌거 같았다. 여기에 더해 나는 근육경련(쥐)에 취약한 몸을 위해 썬파워님한테 CRAMPFIX를 구해 먹었고 이것 덕분인지 대회 동안 쥐는 나지 않았다. 동아 마라톤 때에도 요걸 먹고 편안하게 뛴 기억이 있다. 나름대로 대회 준비를 했으나 치악산 50K는 날씨와 주로 상태 때문에 여느 대회 때보다 더 많이 힘들었던거 같았다.
결승점 통과는 어느 종목 어느 대회이건 해냈다는 안도감과 성취감으로 인해 짜릿하지만 '치악산 50K 트레일러닝 대회'는 앞서 말한 이유로 더 많이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이번 대회에 디오님과 천공님이 있어 든든 했고 모두 나쁘지 않은 기록으로 무사 완주 했으니 다들 잠달동에서 또 하나의 추억을 원주 치악산에서 만들었다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