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로 산다는 것 - 강래경
강사는 말을 하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책은 생각을 정리한 결과물인 만큼, 강사가 되려는 사람에게 책 쓰기는 좋은 훈련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생각의 깊이는 자신의 경험과 무관할 수 없다.
강사로 살면 크로노스의 클리세cliche를 깰 수 있다. 클리셰란 진부하고, 판에 박힌 표현이나 오래된 틀이라는 뜻의 문학용어다. 18세기 프랑스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반복해서 사용하던 문구들을 인쇄 식자공들이 찾기 편하도록 아예 별도로 모아 놓은 활자판을 클리셰라고 부르는 데서 비롯했다
2015년, 유엔이 정한 세계 행복의 날(3월20일)을 맞아 세계143개국 사람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100점 만점에 59점으로 세계 평균인 71점에 한참 못 미쳤다. 국가별 순위는 118위로, 중동과 북아프리카 나라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프랑스는 바캉스의 나라다. 바캉스를 빼놓고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쉬어도 엄청나게 쉰다. 학생들은 7주 동안 공부하고 2주를 쉰다. 겨울방학에는 스키를 타고, 봄방학에는 여행을 간다. 그리고 진정한 바캉스인 여름에는 거의 16주를 쉬는데, 당연히 숙제는 없다. 열심히 놀로 오라는 선생님의 당부만 있을 뿐이다
어른들의 바캉스도 뒤지지 않는다. 7,8월이면 일상이 마비될 정도여서 외국 여행객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자영업자들은 거의 한 달씩 쉬고, 직장인들도 최소한 3주는 휴가를 떠난다. 이들에게 하루 이틀 쉬는 것은 바캉스가 아니다. 적어도 4일 이상 집이 아닌 곳에서 잠을 자야만 바캉스라고 부른다
바캉스 앞에서는 회사의 중요한 일도, 인생의 중대사도 뒤로 밀린다. 부모 장례식을 바캉스 마치고 치른다는 극단적인 경우까지 있다. 그렇다고 프랑스를 게으르고 한심한 나라라고 여기는 사람은 없다.
“지적인 사람은 지적을 아낀다”
-하상욱 시인
‘상전벽해’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뜻으로 세상의 변화가 너무나 심한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토요타자동차에서는 ‘Best’의 반대말을 ‘Good’이라고 한다. ‘Worst’는 최악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면 노력을 멈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스스로 만족하는 순간 Best의 가능성이 사라지고 마는 셈이다
죄수들에게 가장 가혹한 형벌은 독방이라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과의 연결고리 없이 혼자 지내는 것은 힘들다. 일도 마찬가지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일은 쉽지 않다
경쟁이 치열한 편의점이 2016년 기준으로 3만개다. 치열하다는 표현이 부족한 치킨 집은 무려 3만 5000여개로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숫자와 비슷하다.
무성영화시절 변사라는 직업이 있었다. 그들은 관객들에게 줄거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고 특정 장면 속 배우들 감정을 생생하게 묘사하여 극적인 감동을 주기도 했다. 훌륭한 변사는 자기가 연기자가 아닌 만큼 극중 배우들 모습을 최대한 분석하여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자기 언어로 표현해냈다
그런 면에서 강사는 변사와 같다. 강사도 자기 경험만으로는 부족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활용해야 하는데 정확한 이해 없이는 교육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5년 OECD국가의 삶의 만족도 조사를 하면 아버지와 아이의 하루 대화시간이 고작 6분에 불과하다. 적다는 표현조차도 민망한 수치다. 그나마 6분 중 절반은 공부하라는 소리라니 우리네 삶의 만족도가 어떨지는 상상하는 그대로다. 사실 명절 때도 만나는 순간만 반갑지 함께 있으면 침묵의 연속이다. 퇴직 후 제일 견디기 힘든 일로 부부가 24시간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것을 꼽기도 한다
100세 시대는 틀림없는 관심사이지만 ‘준비 없는 100세는 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