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는 원고 전문
제목 : 영국 횡단기, Coast to Coast Walk
남자의 인생에는 두 번의 터닝포인트가 있다. 결혼과 퇴직이다. 요즘은 독신과 무직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일반적인 통념으로는 그렇다. 나는 몇 해 전 퇴직했다. 현직의 세계에선 하나의 톱니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퇴직 후에는 혼자서 자기 바퀴를 돌려야 했다. 함께 하던 모든 것을 혼자서도 잘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 퇴직이란 걸 깨달았다. 현직에 있을 때, 혼자서도 잘 하면서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한동안 이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곤 했다. 내가 생각해낸 답은, ‘걷기’였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내가 퇴직 5년차를 맞은 지금, 누구에게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답은 ‘걷기’다.
‘세계 10대 트레일’이란 단어를 인터넷에서 집중적으로 검색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춘기 짝사랑 여학생의 이름처럼,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지던 단어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이 뽑은 ‘세계 10대 트레일’을 알게 되었다.미국 잡지였기에 1~2위는 미국 동부의 ‘애팔래치아 종단’과 미국 서부의 ‘존 뮤어 트레일’이었다. 관심을 끈 건 3위에 오른‘영국 횡단길(Coast to Coast WalkㆍCTC)’이었다. 처제가 아일랜드에서 정착해 살고 있었기에, 언젠가 방문할 때 바로 옆 나라인 영국의 시골길도 걸어보리라는 예전부터 마음먹고 있던 터였다. 그때부터 영국 여행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15년 9월 한 달간 영국 여행을 다녀왔다. 15일 동안 잉글랜드 횡단길 CTC를 걷고, 15일 동안은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방과 여러 도시를 여행하는 일정이었다.
영국은 지형적으로 우리 한반도와 비슷하다. 스코틀랜드는 휴전선 너머 북한을, 잉글랜드는 남쪽 대한민국을 연상시킨다. 영국의 허리인 잉글랜드 북부 지역을, 서에서 동으로 횡단하는 길이 'Coast to Coast Walk(약칭 CTC)'이다. 한반도 지형으로 보면 인천에서 강릉까지의 도보 길로 비유할 수 있다. 아이리쉬 해의 세인트비스에서 시작해, 북해 앞 로빈훗베이까지, 영국의 산과 호수와 시골을 걷는 길이다.
기차가 드디어 멈췄다. 차창으로 보이는 정겨운 역 이름 'St. Bees', 오랫동안 꿈꿔왔던 곳에 비로소 도착했다. 런던 유스턴역을 출발해 세 시간 넘게 잉글랜드 내륙을 수직으로 올라왔다. 중세 도시 칼라일에서 시골 기차로 갈아타곤 한 시간 반을 달려 서해 바다 앞까지 왔다. 처음 타본 영국 기차는 잉글랜드 내륙의 시골과 들판의 모습들을 섬세한 스케치로 내 망막에 그려 놓았다.
잉글랜드 북부의 8월은 해가 길다. 겨울날 오후 5시라면 해질녘이겠지만 오늘 같은 여름날은 8시 넘어야 일몰이다. 한 달 전 예약해 둔 숙소에 짐을 풀고, 마을의 골목길과 해변을 빈둥거리다 날이 어두워져 돌아왔다.
이번 여행의 숙소는 대부분 아침식사를 숙박비에 포함하는 B&B(Bed and Breakfast)이다. 아침 식탁에서 팀스(Tims)씨 부부와 인사를 나눴고, 식사 후 함께 출발했다. 런던에서 온 부부는 3일간만 걷고 돌아간다고 한다. 60대 중반의 나이라지만 걸음이 빠르고 활기가 있다.
세인트비스 기차길을 벗어나 아이리쉬 해안 절벽 앞에 이르면 'CTC 출발점'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길에 대한 설명들이 곁들여져 있다. 1973년 한 권의 책과 함께 이 길을 세상에 알린 여행작가의 말년 사진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알프레드 웨인라이트(1907~1991), 잉글랜드에서 태어나 여행작가로서 자신이 스케치한 삽화들과 함께 40여종의 여행서를 써냈다.
수백 년 전부터 있어온 여러 갈래의 길들이었을 것이다. 한 여행가의 집념과 열정 덕택에 이 길들이 하나로 묶일 수 있었다. 40여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땀방울과 발자국으로 다져지면서 더 좋은 길로 거듭났을 것이다. 문을 건너지 않고 방 밖으로 나갈 수 없듯이 사람은 길을 밟지 않고는 세상을 만날 수 없다, 고 했던가. 밟아본 적 없는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CTC가 시작되는 해안선은 가파른 절벽이다. 남벽과 북벽 능선길이 끝나는 내륙 입구까지 두 시간은, 드라마틱한 정경을 보여준다. 왼쪽 깎아지른 절벽 밑으로 아이리쉬 해의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오른쪽은 양떼들이 풀을 뜯는 푸른 초원이다. 등 뒤로 멀어지는 세인트비스 마을에도 자꾸만 고개 돌려 눈이 간다. 파도를 내려다보며 잠시 쉬다 일어서면 벤치에 새겨진 문장 한 줄에 마음이 아련해진다. '저희 부모님을 생각해 주셔요. 매인과 한나 두 분, 여기 세인트비스에 40년을 사신 분들이랍니다.‘ 도시로 떠난 자식들이 하늘나라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은 세상 어디나 같은 모양이다.
남벽이 끝나면서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막을 따라 북벽 고지대에 이르면 잉글랜드의 서쪽 땅끝이다. 그저 비슷한 해안 절벽일 뿐인데, 바다 멀리 아일랜드 섬과 가장 가까운 위치라는 의미를 붙이고 보면 그 느낌 또한 새로워진다. 절벽 주변에 바다새 수백 마리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조용히 지나가는 나를 반긴다는 건지 한순간 모두 쏴아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재잘거린다. 경사진 초원에는 수십 마리의 소들이 묵직한 자태로 풀을 뜯고 있다. 멀리에서부터 보였던 흰색 등대 건물을 지날 때이면 이제 아이리쉬 해와는 작별의 시간이다. 해안선을 벗어나 호젓한 시골길로 들어서고 잠시 후 아담한 마을에 이른다. 잉글랜드 내륙에서 첫 번째 밟아보는 시골마을 샌드위스, 아기자기한 집들이 줄지어 섰지만 사람들 모습은 눈에 띄지 않는다. 도로와 집들 사이사이로 펼쳐진 푸른 잔디가 싱그러움을 전해준다. 잔디 위 벤치에 팀씨 부부가 배낭을 내려놓고, 나 또한 그 옆 벤치에 털썩 내려앉았다. 세인트비스의 숙소를 나선지 두 시간 반만의 휴식이니 달콤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륙 마을 샌드위스를 지나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덴트힐을 오르면서, 영국답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해발 353m 정상에서 세찬 바람과 비 때문에 팀스씨가 지도 보기를 소홀히 한 모양이다. 나는 그저 뒤만 따랐는데 팀스 부부가 고개를 갸웃 거리다 심각한 표정으로 멈춰 섰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이다. 지도를 보며 부부가 한참 의견을 나누다 GPS에 의존해 방향을 잡아 나간다.
나 혼자였다면 비오는 산 속에서 얼마나 헤맸을까, 아찔해진다. 가이드북의 지도만 믿고 GPS 없이 왔다는 게 많이 후회가 되면서 내일부터가 은근히 걱정된다. 산을 내려오는 데는 한 시간이면 충분했을 텐데 길을 잘못 들어 헤매는 바람에 두 시간이 걸렸다. 에너데일 다리에서 각자 예약한 숙소를 향해 부부와 헤어졌다.
“로빈훗베이까지 며칠 계획하고 있는가?”
“15일 동안 걷는다. 당신들은?”
“우린 내일까지만 걷고 돌아간다. 내년 여름휴가 때 다시 온다.”
오늘 하루를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게 그렇게 안심일 수가 없다. 어제 팀스 부부를 따라 걸으면서 길찾기가 만만치 않음을 알아서였다. GPS도 없이 지도에만 의존해서 걷기에는 그리 쉬운 길이 아님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숙소에서 아침 식사 중에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눴다. 물론 동행이 아쉬운 내 쪽에서 먼저 말을 걸었다.
런던에서 직장에 다니는 밥 험프리 씨와 후배 사이먼 씨, 내일 그래스미어까지만 걷고 직장 때문에 돌아간단다. 내년 하기휴가 때 다시 그래스미어에서 시작해 3일 걷는 식으로 5년 반복해서 종주한다는 것이다. 일에 소홀해지지 않으려는 마음가짐과 여행을 향한 애정이 동시에 느껴지는 계획이다.
셋이 함께 숙소를 나왔다. 가로수 울창한 시골길을 걸어 에너데일 호수에 도착했다. 호숫가를 따라 한 사람이 걸을만한 오솔길이 이어져 있다. 바로 옆은 보라색 들꽃이 가득 펼쳐진, 급경사의 산자락이다.
“사이먼, 이 꽃들 이름을 아는가?”
“이 지방에서 유명한 헤더(heather)이다. 지금이 만발하는 절정기이다. 앞으로 매일 볼 거다.”
4km의 호수가 끝나면 우람한 산이 앞을 막고 있다. 경사 심한 산길에 두 시간 동안 땀을 뿌린 후에 그레이너츠(Grey Knotts) 산에 오를 수 있었다. 사방에 확 트인 광활한 정경이 눈과 코, 온 신경을 압도한다. 경사가 심한 크고 작은 산들이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솟아 있고, 그 사이사이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다. 능선과 능선, 골짜기와 계곡 사이로는 여러 갈래의 길들이 실뱀처럼 늘어져 있다. 사방이 탁 트인 고원이 한참을 이어진다. 시원한 바람에 땀이 솟을 리 없고, 처음 만나는 영국 호수지방 정취에 온신경이 녹아내린다. 하산길은 갑자기 나타난다. 완만한 내리막이다 싶더니 갑자기 깎아지른 내리막 중턱으로 개미만한 건물과 차량과 사람들이 시야에 나타난다. 채석장이면서 관광지인 호니스터 광산이다. 4억 년 전 대규모 화산폭발 때 변한 지질이 오늘날까지 저렇게 사람들을 모여들게 한다.
CTC 대부분은 3개의 국립공원을 지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자연풍광이 어떠할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21개의 국립공원이 있는 것처럼 영국에는 14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국립공원들처럼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들만 골라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 영국 횡단길에 걸쳐 있는 세 국립공원은, 서부의 '호수지방(Lake District)'과 중부의 '요크셔 데일스(Yorkshire Dales)' 그리고 동부의 '노스요크 무어스(North York Moors)'이다.
4일간 걸어 지나는 이 '호수지방 국립공원'은 이름 그대로 호수가 많은 지역이다. 19세기의 영국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여행 가이드북 론리플래닛이 '잉글랜드에서 걷기의 심장과 영혼이라 불릴만한 곳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호수지방이다.'라고 극찬했다. 영국 도보여행의 성지라 할 수 있다.
밥과 사이먼, 두 영국인 덕택에 이틀째도 헤매지 않고 무사히 마칠 수 있었지만, 3일째는 완전히 길을 잃었다. 전날 와인을 좀 많이 마셨고, 아침에 늦잠을 잤고, 9시 반 되어서야 숙소를 나올 때 길에는 완전히 나 혼자였다. 산길로 접어들고 얼마 후부터 지도에 표기된 지형과 실제가 완전히 다르다. 이미 길은 어딘가에서 어긋난 모양이다. 맞은편에서 등산객 한 명이 내려오고 있다. 구세주나 다름없다.
“하이, 길을 잃었다. CTC가 어느 쪽인가?”
“저런! 오른쪽 보이는 저 그린업산(Green Up Edge)으로 올랐어야 했다. 이 루트는 컴브리아 웨이(Cumbria Way)라는 다른 길이다.”
“그래스미어까지는 어떻게 가야 하나?”
"이 산을 넘어 랑데일 골짜기로 하산해서 콜택시를 부르면 된다.”
해발 600m 산 정상에 올라 하산길을 못 찾고 헤매다, 잠시 바위 위에 누워 잠이 들었다. 감실감실 잠겨오는 눈꺼풀을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등산객이 꼭 지나갈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나 보다. 잠결에 멀리서 들리는 사람 목소리에 화들짝 일어났다. "헬프 미!" 망망대해에서 조난된 사람처럼 손을 흔들어 불렀다. 2주간 영국을 여행 중인 뉴질랜드인 형제였다. 산 밑에 렌트카를 세워두고 반나절 산에 올랐다 내려가는 중이란다.
젊음으로 무장한 형제는 길을 찾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들의 뒤를 따라 가뿐하게 하산했고 랑데일 골짜기의 오솔길을 여유롭게 걸었다.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그가 다닌 여행지를 중심으로 9개 챕터로 되어 있다. 그 중 한 챕터를 '풍경'이란 제목으로 영국의 이곳 '호수지방'에 할애한다. 길 잃은 덕택에 내가 우연히 걷게 된 랑데일 골짜기를 작가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호수 지방(Lake District)에 온 이후 처음으로 우리는 깊은 산골에 들어와 있었다. 자연이 인간보다 두드러진 곳이었다. 작은 길 양 옆으로 떡갈나무들이 서 있었다. 나무마다 다른 나무의 그림자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서 자라고 있었다. 나무들 아래의 들판은 특별히 양들의 식욕을 돋우는 곳인지, 양들이 바짝 뜯어 먹어 완벽한 잔디를 이루고 있었다.’
골짜기를 따라 한참을 걸어 랑데일 마을에 도착했다. 시골 카페에서 생맥주와 쥬스로 뉴질랜드 형제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밀포드 트레킹과 마운트쿡과 반지의 제왕이 화제가 되어 잠시 이야기꽃이 피었다. 주변 윈더미어 호숫가에서 캠핑한다는 그들은, 반대편에 위치한 30분 거리의 그래스미어까지 날 태워다주고 돌아갔다.
'나 구름처럼 외로이 떠돌았네'로 시작되는 시 '수선화'의 윌리엄 워즈워스는, 고향인 이곳 그래스미어를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표현했다. 산과 호수로 둘러싸인 마을 복판에 시 제목을 딴 '수선화 정원'이 있다. 울창한 숲과 편안한 산책로에, 온갖 색깔의 야생화와 우직한 고목들이 촘촘히 늘어선 쉼터이다. 정원 한 켠의 묘비 앞에 선 사람들 모습에서, 워즈워스 시인을 향한 영국인들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근처에 있는 시인의 생가 '더브 커티지(Dove Cottage)'는, 위대한 시인이 유적치고는 꽤나 소박하다. 1층에는 여동생 도로시의 방이었다가 나중에 시인 부부가 쓰게 되는 침실과 응접실과 식당이 있다.시인이 고요히 시상을 다듬고, 아내와 여동생은 서로 미소 지으며 파이를 구웠을 정경이 그려진다. 2층에는 마지막 유럽여행 때 소지했던 여권과 소품들이 있고, 바깥의 아담한 정원과 연결된다. 시인의 집을 나서면서 오래 전 영화 '초원의 빛'이 떠오른다. 나탈리 우드가 시를 읊조리는 마지막 장면. '한때 그토록 찬란했던 광채였건만/이제 눈앞에서 사라졌다 한들 어떠랴/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그 시간들/초원의 빛이여/꽃의 영광이여'
어제는 그래스미어를 벗어나 패터데일에 묵었다. 아침 일찍 숙소를 출발해 호수지방에서의 마지막 산을 올랐다. 앵글탄(Angletarn)은 산 속에 자리 잡은 넓은 호수이다. 며칠간 걸어온 길을 한눈에 돌아다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산 바로 아래로 간밤 묵었던 호스텔과 마을이, 흰구름과 엷은 안개에 쌓여, 천상에서 내려다보는 무릉도원의 모습이다. 그 너머 멀리 지평선 쪽으로 내가 거쳐 온 마을들, 글라스미어, 스톤스웨이트까지 희미하지만 추상화 한폭처럼 앉아 있다. 해발500m의 산 속에서 만나는 호수는, 여러 시간 땀 흘려 오른 한라산 백록담에서의 감상에 뒤지지 않는다.
해발 784m의 킷스티 산(Kidsty Pike)까지는 완만한 대신에 워낙 드넓어서 길을 잃기도 쉬운 능선이다. 앵글탄 호수를 지나 여러 개의 능선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 후 정상에 이를 수 있다. 저 멀리 앞서가는 두 사람이 나의 이정표가 되었다. 놓치지 않으려 열심히 뒤따라왔다. 이제 그들은 이미 저 아래로 하산 중이고, 나는 하산이 시작되는 급격한 내리막 앞에 앉아 잠시 숨돌리고 있다. 산 아래는 드넓은 호수가 웅장하게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호수지방 20개 호수 중 여섯 번째 넓이인 하웨스워터(Hawes Water)이다. 옥황상제가 백두산 천지를 내려다볼 때의 느낌이 지금 같지 않을까.
나흘간 매일 산 하나씩을 넘어온 호수지방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지금 서 있는 이 산을 내려가 저 하웨스워터를 지나고 나면 끝난다. 이제 잉글랜드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다. 유럽대륙 변방의 섬나라에 불과했던 영국이지만, 한때는 세계를 주도했고 세상의 중심이었던 땅이다.
“대영제국의 역사는 기원전 55년 8월 26일에 시작되었다.”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의 말이다. 기원 전 그날은 줄리어스 시저의 로마군이 처음으로 영국 땅에 상륙한 날이다. 당시 이 섬은 브리타니아로 불렸다. 브리튼족이 사는 땅이란 뜻이다.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이름은 비슷하다. 브리타니아 대신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으로 살짝 바뀌었다. 이 섬의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웨일스와 인근 섬 북아일랜드가 더해져, 4개의 나라(Nations)로 된 하나의 영국 연방이 되었다.
세계를 지배하려던 나폴레옹과 히틀러도 정복하지 못한 땅 영국, 그 깊숙한 속살로 내가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산 아래 호수 넘어, 앞으로 밟아갈 동쪽 요크셔 지방의 산과 들을 내려다보며 크게 심호흡 한번 해본다. 오른손 스틱에 힘을 더 주면서 왼손을 주머니에 넣어 조약돌 하나를 만지작거린다. 세인트비스 해변을 떠날 때 몇 개 주웠다며 팀스씨가 첫날 나에게 준 선물이다. 조약돌에 볼펜으로 'TIMS'라고 써뒀다. 이곳 사람들은 세인트비스 해변의 조약돌을 주워 품고 있다가, 종착지인 로빈훗베이 앞바다에 멀리 던진다고 그가 말했다. 팀스씨 목소리가 든든한 버팀목처럼 묵직하게 가슴에 들려온다.
"미스터 리, 이 조약돌이 그대를 저 멀리 로빈훗베이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줄 겁니다." (상편 끝)
첫댓글 함께 하던일을
혼자서도 잘해야 행복하다.
금과옥조에 시선강탈 멘탈충전!!
여행기를 출발하는 이 대목에서
하느님과 동기동창으로 살아가시는 우리 누님께서도 공감해 주시려는지 모르지만...
어딘가는
같은길을 걸어봤을텐데
아무생각없이 처진어깨로 터덜터덜~~
'허리펴고 어깨 힘주고 고개들어 하늘을보고...'
옆에서 쫑알쫑알~~
하느님 동기동창 아니면 한대 확~@~
.
.
.
누들스?
누들누들의 복수형?
늘 짜장을 곱배기로 시키먹는 매니아?
비틀스 사촌?
한계치에 다달아 버린 녹슨 두뇌는
이쯤에서 자신을 기특해하고...
길을 걷다가
예쁜 아낙이 물동이 이고
치맛자락 끌릴세라 한껏 부여잡고
바쁜걸음 재촉하다 흘린 한쪽신발 주워들고
쫄래쫄래 뒤따르다가
힐끗
뒤돌아 보는 불안하고 수줍은 눈과
마주치는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
쉼터에
가입한지 오래지 않지만
이미
님을 만났을 선배님들이 부러울 따름이고...
한공간에
함께 하고있다는 것만으로도
한층 업그레이드 된듯한...
중언부언은
댓글 3대금지 품목이라는데...ㅎ
누들스가 누들의 복수형은 맞기는 맞는디
국수나 짜장 좋아해서 맨든 아이디는 아니오이당.
옛날에 나온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라는,
깡패들 나와서 막 권총 쏘고 쌈박질하는 그런 영화를 너무나 좋아해서
그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 '누들스'였대유.
여행하며 길을 걷다가
예쁜 아낙이 물동이 이고
치맛자락 끌릴세라 한껏 부여잡고
바쁜 걸음 재촉하다 흘린 한쪽신발 주워들고
쫄래쫄래 뒤따르다가
힐끗
뒤돌아 보는 불안하고 수줍은 눈과
마주치는 ... 그런 꿈 같은 상황과는 아직꺼정 만나보지 못했지만
다음에 그런 상황 만나면 어쩔까 저쩔까 미리 고민 한 번 해봐야겠어요
신발 한짝만 돌려주고 기냥 지나갈 건지 .... 아닌지
신발 한짝만 돌려주고 기냥 지나갈 건지 .... 아니면
다른 무신 좋은 방안이나 전략이 있으면
우현 친구가 살짝 알켜 주오
여인네는 뒷모습과 앞모습이
영판 다르지요.
특히 깜깜한 밤에 뒷모습에 쫒아갔다가
평생 머슴으로사는 사람도 있으니...ㅎㅎ
딱 뵈니까 ~~~ 예전에 많이 쫒아 댕겨본 말투이십니다.
쫒아 다니다가 성공한 경험담과 실패한 경험담,
나중에 막걸리 한잔 마시며 ... 한 수 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좋은아침![!](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박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23.gif)
를 보낸다 오늘도 홧---팅
영철아 자네가하는 일각의 모두가 좋아한다
해파랑길책 제주서점에는 없다고 하는데 내가 읽고난책 돌렸지요
자네처럼 열심히 하는모습 부러워
소처럼 한발작씩 천천히 걷는 그대에게 큰
영웅이처럼 쟁쟁한 사업에, 농사일에, 이런 쉼터방 쥔장에
여러 모습으로 바삐 살아가는 것도
매우 매우 보기가 좋은 것이다
영웅이도 더욱 더 건강하게 소처럼 우직하게 한 발짝씩 잘 살아가는 거야
우리 모두 모두, 서로에게 자극이 되면서 힘나는 격려도 되는 ...
그런 친구 사이로 계속 살아가자웃 ~~!
어쩜 요리저리 쉼터 친구님들
글들을 잘 쓰실까
엄매 기죽어 ~ ~
누들스 친구님의 여행기
대단하네요 퇴직후의삶이
멋쩌부러유~ ~ ~ ~
홍보성 글을 좋게 봐주는 친구들 있어서
하영하영 기분이 좋응게 ~~
옛날 국민학교 다닐 때 한림음 금능에서 한림 중학교까지
매일매일 4km, 왕복 8kn를 걸어 댕긴 몽생이이다보니
걷는 게 이골이 난 덕택에 요런 여행도 ...
교제주 몽생이이다 보니
연초록의 수채화같은 맑은 풍경들이
넘 예뿌고 넉넉한 마음처럼 편안함과
시원함이 전해집니다~^^
울 쉼터의 멋쟁이!!! ^^
카페 활동 잘 안 하다가
요렇게 홍보성 글만 가끔식 올리는 게
내 스스로 봐도 좀 얄밉긴 해유 ㅋㅋㅋ
다들 좋게 봐주니 얼굴에 철판이 더 깔리는 듯 ...
우째튼 이런 식으로 서로들 공감이 되니까
샤방대장이랑 쉼터방 친구들에게 늘 '동지 의식'이 들어요
홍보성이든 근황이든
이렇게 소통한다는게 중요하죠
인생에서 가장 슬픈일은
잊혀지는 거 라죠??
우리들 서로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 흔적을 남겨주면 좋쥬~ㅎ
고마운 멘트에 감사 ...
중년 후반이 되어가면서 주변 여기저기로부터는 나 자신이란 존재가 하나씩 조금씩 잊혀져 가는 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우리 인생의 어쩔 수 없는 필연일텐데
아직은 공감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이런 소통의 장에서
서로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을 하는 거 ... 바람직하고 유익한 거라는 생각 ...
원래의 내 생각이기도 하우 샤방 대장님
멋져욤~^^
누들스님 글을 읽고 싶은데
눈 아파서 사진들만 보고 읽다 말았네요
책을 사서 자세히 읽어 봐야겠어요
누들스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신선한 충격입니다 ^^
등산을 득별히 좋아하는 게 아니시라면
뭐 특별히 사보실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해유
말씀만이라도 감사 ~~~
쩌기 글자들 좀 키워서 수정해 놨어요.
대충 흝어 보셔도 되고 ...
허긴 ~~ 나이 먹을수록 눈이 침침할지라도 글자를 많이 읽어야
뇌 세포 활동이 왕성해져서 노화가 더뎌진다고 ... 그런대요
아하 누들수친구가 이렇게까지 대단한줄 몰았었네요
모든예기 영웅지기한테 들었는데 정말 대단한 (남자)
영웅이는 군대 시절부터 사귄 칭구라
나에 대해선 좋은 얘기를만 골라서 해드렸을 게 뻔하군요 ㅋㅋㅋ
제주도 분이신 거 같아 반갑습니다.
천국이나 다름 없는 땅에 살고 계심을 ... 매일매일 실감하셔야 할 거입니다 ~~
누들스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축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48.gif)
합니다. .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남다른 경험과 추억을 글과 사진을
인쇄로 남기게 되었네요
오래 전 젊을 때부터의 숙원이었답니다.
저도 먹고 사는 일에 허덕이다 보니
좋은 시절(?)은 여행 한 번 몬 해보고 지내버리고
요즘에사 께작께작 제 맘대로 내 허고 싶은 거 하며 움직인답니다.
누들수친구의 여행경험을 자주 들려주게 ~~ 참 즐겁게 인생을 사는거 같아서 좋구만 !
누구나 자기 좋아하는 거 하면 그게 즐거운 인생이라 생각허우
그나저나 수도권 같이 있으믄서
서로 참 무심해지네 그려 ~~~ 암튼 매일매일 즐겁게 화잇팅 산타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