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5장,
지유림은 자신이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허지만 뭔가가 자꾸만 걸린다.
그것이 뭔지를 모르면서도 보배를 향하는 마음이 독해지지 못하고 있다.
“사카야마 루미양,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뭔가?”
“호호호 호…………….
제가 뭔가를 요구할 것이 있다고 생각을 하시나요?”
“처음부터 넌 도전적이었다.
마치 우리가 네게 무슨 원한이라도 심어준 것처럼 도전적이었지.
정훈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하나의 핑계일 뿐이고 정작 네가 원하는 것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얻어내려는 것이 아니냐?”
“호호호 호……………
그렇게 생각이 드셨다면 그것이 뭔지도 아시겠습니다.
제 입으로 굳이 말을 하지 않는다 해도 알아내시겠지요?”
“사카야마 루미양!
난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하나도 이해를 할 수 없다.
너를 처음보고 더우나 일본인이라면 나하고 그 어떤 감정도 만들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 딸 민지 또한 일본인 친구도 없는 사람이다.
뭔지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나?”
이제 지유림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며 평소의 냉철한 마음이 되어간다.
“순서라고 하셨나요?
모든 것에 순서는 없는 법이지요.
그리고 더 이상 당신하고 마주 앉아 있는 제 자신이 화가 납니다.”
“너 지금 얼마나 네 자신이 건방지고 안하무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니?
나도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
더 이상 내 화를 자극하지 말았으면 한다.”
“호호호 호……………..
그 말씀은 바로 제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더 이상 저를 자극하지 마십시오.
특히 민지를 위해 정훈씨를 괴롭히지 마시라는 겁니다.
저도 지금 힘들게 참고 있습니다.”
보배는 더 이상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없다.
자신이 낳은 딸을 알아보지 못하는 생모였다.
보배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린다.
두어 걸음 가던 보배는 다시 몸을 돌려 지유림을 바라본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 뭔지 아십니까?
버림을 받은 일이지요.
허나, 그것보다 더 슬픈 것은 잊혀졌다는 사실을 지금 실감합니다.”
보배는 그 말을 마치고 빠른 걸음으로 차 집을 나선다.
지유림은 보배의 뒷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본다.
건방진 년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따라 일어날 수 없다.
그리고 보배의 마지막 말을 음미해 본다.
“버림받은……….”
지유림은 황급히 차 집을 나서 보배의 모습을 찾아본다.
그러나 아무 곳에서도 보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버림받은?
아냐, 절대로 그럴 리가 없어!
그 아이는 일본인?”
그러다 문득 보배가 한 말을 기억해 낸다.
지금은 일본인이라는 말을 했다.
민지와 같은 날 태어났다는 말을 한 것이 지유림의 가슴을 멍멍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지유림은 급하게 회사로 돌아간다.
그리고 은밀하게 사람을 불러 사카야마 루미에 대한 조사를 하도록 지시를 내린다.
자신이 농락을 당한 기분이다.
허나 자꾸만 사카야마 루미라는 여자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자신의 젊은 시절 모습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그 아이는 분명히 대구에 살고 있다는 사람들에게 보냈는데 무슨 일본?”
지유림은 머리를 흔든다.
모든 것이 엉망이다.
머릿속은 마구 엉클어진다.
그곳에 준다는 말은 거짓이었고 일본으로 입양을 갔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을 하니 심장이 갑자 기 멈춰서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절대로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없어!”
지유림은 갑자기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것처럼 띵해져 온다.
너무도 성급하게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자신의 분신인 자식을 내준 것에 대한 후회와 아픔이 밀려온다.
지유림과 헤어져 돌아온 보배는 한참을 흐느낀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생모의 모습이 너무나 화가 난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낳은 핏줄이 아니던가?
비록 일란성이 아니라 똑 같지는 않아도 어딘가 민지와 닮았을 것이 아닌가?
그런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생모가 너무나 밉다.
자신은 벌써 가족들에게 잊혀진 존재라고 생각하니 자신의 존재가 한없이 처량하고 비참해진다.
“좋아!
당신들이 날 잊었다면 나도 당신들에게 미련을 두지 않겠어!
대신 내가 그런 당신들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야!”
그러나 기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보배로서는 그 기업을 상대로 보복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또한 자신이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를 한다고 해도 그들에게 비하면 티끌과 같은 것임을 알고 낙심을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서 그들의 마음에 비수를 꽂을 수가 있을 것인가?
보배는 잠시 츠요시를 생각해 본다.
츠요시라면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츠요시의 힘은 대단한 것이다.
일본 야쿠자 중간보스인 츠요시는 막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사카야마 준이의 죽음이 츠요시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배도 느끼고 있다.
그렇게 아무런 흔적도 없이 일을 하는 츠요시의 능력이다.
그러나 보배는 고개를 흔든다.
자신의 원한이 아무리 깊다고 해도 기업을 흔들 수는 없는 일이었다.
또한 새삼스럽게 츠요시의 잔인한 행동에 무서움을 느낀다.
자신이 무엇을 요구한다고 연락을 하면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그 일들을 해 줄 수 있는 츠요시라고 믿고 있는 보배였다.
보배는 이제 아무데고 기댈 곳도 믿을 곳도 없는 철저한 외톨이임을 생각하고 마음이 아파온다.
한정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아무리 진실된 사랑이라고 말을 해도 자신으로서는 그에게 다가갈 수 없는 몸이다.
한정훈을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접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꾸만 그리움이 물밀 듯 몰려온다.
“정훈씨!
나 지금 너무 외롭고 슬퍼!”
허나 보배는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는다.
또한 이제 흥신소에서도 손을 놓아버린 엄마를 어디서 찾을 수가 있을 것인가?
어디에 그렇게 꼭꼭 숨어버렸는지 엄마를 찾을 수 있는 길이 없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외갓집에 연락을 해 보았지만 그곳에서도 아무런 연락도 방법도 없다는 말만을 들었을 뿐이었다.
“아, 엄마만이라도 만날 수만 있다면…………..
엄마, 보배가 이렇게 그리워하고 있는데….엄마!
너무 보고 싶어!”
그렇게 보배는 자신을 이기지 못하며 힘들어 한다.
말처럼 정훈을 민지에게서 떼어내고 나서 자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결코 그와 결혼을 할 수 없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한정훈을 사랑하고 있는 보배는 한정훈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싶은 마음이 아니다.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더 이상의 상처도 아픔도 없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떠나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만 보배는 너무나 아파온다.
어차피 자신은 모두에게서 잊혀진 존재였다.
모든 것은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들이다.
이미 자신을 낳은 생모조차도 자신을 앞에 두고서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 같은 것은 까맣게 잊고 있는 일이 아닌가?
보배는 가슴에 심한 통증이 밀려올라 온다.
그 시간 한정훈은 민지와 마주 앉아 있다.
“오빠!
오빠가 어쩐 일로 저녁을 사 줄 마음이 생겼어?”
민지는 오랜만에 정훈이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얼굴에 생기가 돈다.
언제나 자신이 만나고 싶어해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빠져나갔던 정훈이다.
“민지야!
먹고 싶은 것이 있음 뭐든 사 줄게!”
“피!
이제야 오빠가 제 정신이 들었나 보다.
어차피 오빠와 난 결혼을 할 것이니까 너무 나를 속상하게 하지 마!”
정훈은 그렇게 재잘거리는 민지를 보면서 한숨을 내 쉰다.
“민지야!
난 그저 네게 오빠일 뿐이야!
그건 너도 잘 알고 있잖니?”
“내가 오빠라고 부르니까 내 사랑이 믿어지지 않아?
정훈씨!
이제부터는 오빠라고 부르지 않겠어!”
“민지야!
난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너도 알고 있잖니?”
“인정하고 싶지 않아!
잠시 잠깐의 착각일 뿐이라고.
정훈씨는 반드시 내게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 거야!”
“민지야!
우리 이젠 이러지 말자.
서로 피곤하고 힘들게 하지 말자.”
“정훈씨!
당신은 그렇게 당신 감정만 소중해?
내 감정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야?”
민지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날카롭게 쏘아붙인다.
“내가 정훈씨를 사랑하는 마음은 무시되어도 좋다는 말이냐고?
정훈씨의 사랑만 중요하고 내 사랑은 그렇게 무시해도 좋은 거냐고?”
“난 한 순간도 너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가져보지 않았다.
너는 그냥 내게 있어 귀여운 여동생일 뿐이다.이런 말을 한 두 번을 한 것도 아니고 너를 만날 때마다 누누이 그것을 말해왔다.
결혼이라는 것은 내 운명과도 같은 사람,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사람하고 한다.
이제는 그런 철부지 같은 마음을 접었으면 해!”
“철부지?
지금 내가 철부지라고 생각하고 있어?
정훈씨를 향하는 내 사랑이 철부지 소녀의 마음인 것 같아?”
정훈은 민지의 눈을 바라본다.
화가 잔뜩 난 매서운 눈초리였다.
“그래, 이젠 너도 성숙한 여인임을 인정한다.
허지만 네 사랑이라는 것은 어릴 때 나를 보아오던 그 마음이다.
순수한 네 마음에 내가 얼마나 근사한 남자로 비쳐졌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성숙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봐!
결코 넌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미련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정훈은 민지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를 쓴다.
“결코 내 마음 변하지 않아!
절대로 누구에게도 당신을 빼앗기지 않아!
당신 사랑이 소중하듯 내 사랑도 소중하다는 것을 몰라?
더구나 일본여자에게 빠져 있는 당신이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그 사랑이라는 것이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은 난 잘 알고 있어!
당신을 나 만큼 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
민지는 더 이상 함께 하고 싶지 않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린다.
정훈은 그런 민지의 태도에 당황한다.
정훈으로서는 민지는 아직도 철부지 어린 소녀라는 생각뿐이었다.
이미 자신을 향해 마음이 굳어져 있는 민지의 마음을 본 것이다.
정훈은 한숨을 내 쉰다.
그러나 결코 민지의 뒤를 따라가 잡고 싶은 마음이 아니다.
민지가 어떤 마음이든 자신의 마음은 루미를 향해서 움직일 줄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한다.
민지와의 저녁식사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전달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몇달만에 들러봅니다..감사한맘으로 읽고 갑니다
감사히 읽고 갑니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흐렀어도 자신의 핏줄은 당기는 법인데 보배가 친자식임을 느끼지 못하나요.![흥](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57.gif)
신소에 부탁을 했다면 보배에 대해서 알겠는데요. 민지의 사랑은
그러니 보배가 더욱 화가 났군요. 지유림이 사람을 시켜서 조사를 해보면 알 수가 있으려나요.
혹시 보배가 친부모를 찾았던
변하지 않고 정훈의 마음은 돌아갈줄 모르니 민지도 속이 까맣게 타겠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집에가서 어떠게 되었어!
오늘도 고마운 마음으로 즐감했습니다,,,
^^*
ㅠㅠㅠㅠ
감사합니다.
잘 보고 돌아 갑니다 ^*^
감사합니다............
보배가 안타깝네요! 엄마를 어서 만나면 좋으련만..................
잘 읽었습니다.^^
정훈이 보배의 과거를 알고 나서도 좋아해 줄까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불쌍한 보배 언제쯤 행복해지려는지요 ?
좋은글 감사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
잘 읽고 갑니다...
감사
즐감요~~
감사..
즐독입니다,,,
즐독
모녀간의 힘겨루기가 언제까지?
잘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즐감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