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선택편1
야영장으로 떠나라
05. 2022
이렇게 장비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장비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장소를 정해보자. 어디로 떠나고 싶은가? 산? 해변? 숲? 셋 중에 정했어도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온다. 산 아래 비경이 훤히 보이는 절벽 혹은 정산, 산속 있는 잣나무 숲, 해안가의 소나무 숲, 서해안의 해변, 배를 타고 들어간 섬의 해변가. 모두 좋다. 당신이 원한다면 갈 수 있다. 하지만 조급할 필요 없다. 차근차근 떠나보자.
1. 야영장으로 떠나라
백패킹을 처음 시작한다면 먼저 유료 야영장으로 떠날 것을 추천한다. 야영장에는 전기 사용이 가능하여(휴대폰 충전을 빼면 백패커로써는 딱히 필요는 없지만) 샤워장과 화장실, 개수대, 음식물과 쓰레기 처리장을 갖추고 있다. 백패킹을 처음 시작하여 이 모든 편의시설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이 백패킹을 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만약 당신이 백패킹의 경험이 한두 번 있더라도 입문자와 함께 떠날 경우 유료 야영장으로 떠나라.
가. 사설 오토캠핑장
코로나 이후로 야영장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야영장의 공급보다 캠핑(오토캠핑과 백패킹을 모두 포함)을 하는 수요자가 더 빠른 수로 늘어나기 때문에 주말 야영장의 자리는 항상 만석이다. 야영장을 가기 위해서는 한 주 전이 아닌 몇 주 전 미리 예약을 하거나 평일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야영장의 경우 야영장 안에서 운영하는 매점이 있는 경우가 다수이며 장작을 피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박지 바로 옆에 차량을 주차할 수 있어 짐을 나르는데 아주 간편하다. 야영장은 도심 근처를 포함하여 전국구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므로 접근성이 편리하다.
나. 국공립 자연휴양림
국공립 자연 휴양림은 주로 산 중턱에 위치한다. 그러므로 사설 오토캠핑장보다는 더욱 자연 속으로 들어가 고요히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등산로와 연결이 되어있어 등산 후 혹은 다음날 아침 산을 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연휴양림은 대부분 주차장과 박지의 거리가 존재한다. 사설 오토캠핑장처럼 사이트 바로 옆에 주차를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한 사이트 간 거리도 사설 오토캠핑장에 비해 멀다. 사이트 이외에 펜션이 존재하므로(야외에 노출된 인원이 적다) 사설 오토캠핑장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격은 매우 저렴하지만 사설 오토캠핑장보다 예약이 더욱더 치열하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매달 예약 시스템이 열리는 날짜가 있으니 확인하고 예약하도록 한다.
좌: 오토캠핑장 우: 자연휴양림(출처: 숲나들e)
2. 섬으로 떠나라
육지의 해변가나 섬의 해변 둘 다 바다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차이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오토캠핑보다 백패킹을 좋아하는 이유는 텐트를 피칭하고 자는 것 외로 무언가 다른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백패킹을 통해 박지까지 등산을 할 수도 있고 해변길을 트레킹 할 수도 있다. 섬에서는 이 두 가지 활동을 모두 할 수 있다. 작은 산의 정상에서는 수평선 너머의 먼 곳을 바라보며 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산을 내려와서는 소박한 마을을 구경할 수도 있고 마을을 둘러싼 해안선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 수도 있다. 섬 중에서도 작은 섬마을을 추천한다. 이 섬마을들은 마을 주민들에 의해 관리가 되고 있다. 간혹가다가 관리 비용을 받는 마을도 있지만(약 만원정도) 이 또한 아주 저렴한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마을 주민에 의해 화장실과 개수대 및 쓰레기 분리수거장이 오토캠핑장 보다 더 깔끔하게 관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섬마을에 갔을 때는 이 아름다운 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마을 주민들에게 해가 갈까 봐 더욱 더 LNT를 신경 써서 실천하게 된다. 섬으로 들어가는 배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설렘이 가득한 여행이 될 것이다. 단점은 기상 악화로 섬에 들어가거나 나오는 것이 계획한 날짜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3. 해변으로 떠나라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화기 사용이 가능한 곳들이 많이 존재한다. 또한 해변에는 대부분 공중화장실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직 휴대용 화장실의 사용에 거리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 편한 여행이 될 것이다. 대부분 해변으로 떠나게 되면 당신은 둘 중 하나는 경험할 수 있다. 당신이 떠난 해변이 동쪽에 위치한다면 일출을 볼 수 있을 것이고, 서쪽에 위치한다면 붉게 물든 일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숲에서 산새 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와는 없지만 해변 전체로 울려 퍼지는 파도 소리를 듣는 것은 또 다른 편안함을 준다. 해변 주변에는 대부분 편의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식수나 식량을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 짐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좌: 섬에서 백패킹 우: 해변에서 백패킹
4. 산으로 떠나라
백패킹 중 가장 난이도 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 이곳에서는 화기 사용도 되지 않으며 화장실도 없다. 또한 식수와 음식을 구할 수도 없기 때문에 많은 불편함을 겪게 될 것이다(특히 물은 많은 무게를 차지한다). 짐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지만 그렇다 해도 10kg 내외의 짐을 지고 산을 올라야 한다(맨몸으로 올라도 힘든 산을 말이다). 또한 산에서의 하루는 고려할 것이 많다. 야영이 금지된 지역은 아닌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닌가?(등산객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평평한 땅은 있는가?(피칭을 하기 위한 평지가 필요하다) 짐을 지고 올라가기에 등산 코스가 너무 험난하거나 길지 않은가? 대부분의 백패킹 박지는 서로 공유하지 않아 정보가 없기 때문에(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무분별한 박지 이용으로 훼손되는 일을 막기 위해 공개하지 않는다) 이런 점들이 부합하는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당신이 산에서의 하룻밤을 꿈꾼다면 열심히 등산을 다니면서 박지를 탐색해 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지인 중에 경험자가 있다면 추천받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이렇게 모든 면에서 접근성이 어렵고 편리성이 떨어지지만 산으로 떠나는 백패킹을 좋아하는 이유는 하나이다. 우리는 자연을 사랑한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느끼고 싶고 자연과 하나가 되고 싶으며 자연 그 자체가 되기를 원한다. 땀을 쫙 빼며 계획된 박지에 이르렀을 때 피부에 닿는 바람과 눈앞에 펼쳐지는 비경, 조용히 울려 퍼지는 자연의 소리, 시야를 붉게 물들이며 지는 노을. 이 모든 것이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이 모든 것을 느끼기 위해서는 당신은 열심히 준비하고 계획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곧 당신은 자연과 사랑에 빠질 것이며(어쩌면 이미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 사랑에 눈이 멀어 이 모든 것이 쉽고 즐거워질 것이다.
산에서의 백패킹